그동안 열심히 글을 썼는데 제가 얼마나 한글을 잘못 쓰고 있는지 새삼 느끼는 중입니다. 대학교때 한국어능력시험이란 걸 보려고 어쩔 수 없이 공부한 적이 있는데요 그땐 어렵다, 어렵다, 소리만 하고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제가 작가가 되고 보니 이제 틀린 맞춤법이 쏙쏙 들어옵니다. 다른 분들 글을 읽으면서도 이건 이렇게 쓰는 게 아닌데, 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을 늘 꾹꾹 참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자기가 얼마나 잘못 쓰고 있는지 알고 나서 좌절감을 느낄 테니까요..) 저도 다시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그동안 잘못 쓴 글들을 찾아서 뜯어고치고 싶어졌으니 제가 괜히 말씀드렸다가 작가님 기분만 상하게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연재한담을 이용하여 특히 많이 잘못쓰는 맞춤법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1. ~구 ~구선
예1) 밥 챙겨 먹구가~ / 좋더라구요.
고침) 밥 챙겨 먹고가~ / 좋더라고요.
2. 그 뜻이 충분한데 공연히 ‘~시키다’ 를 덧붙이는 경우
같은 근육만 계속 혹사시키다보니 → 혹사하다보니
금지키셨다 → 금지했다
실현시키는 → 실현하는
파괴시키고 → 파괴하고.
잘못된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3. 속물근성을 간직하고 → 띠고
간직하고는 대체로 긍정적인 경우에 사용합니다.
4. 목을 길게 늘리면 → 목을 길게 늘이면
늘이다: 본디보다 길게 하다.
늘리다: 본디보다 많게 하다.
5. 한단어인데 띄어쓰는 경우
온데간데없이
의미심장하다
하루빨리
잡아먹다
먹고살다
끌어들이다
맡아보다
맞아떨어지다
(셀 수 없지만 한글에서 체크해주니 넘어가겠습니다.)
*꿈의 도서관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해주신 내용.
사실 우리말의 교착어적 특성으로 인해 합성어와 연어를 구분하기가 매우 매우 힘듭니다.
애초에 합성동사인지(이 경우 한 단어라 붙여 써야 함) 연어인지(이 경우 두 단어라 띄어 써야 함)의 구분 자체가 단어별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정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자의적인 거고 좋게 보면 우리말이 교착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문규정 관련 실수 중 잘못 띄어 쓰는 현상에 대해서는 좀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띄어쓰기'라는 단어는 합성명사로 붙여 써야 하고
'띄어 쓰다'인 경우는 동사의 연어로서 띄어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붙여쓰기', '붙여 쓰다'이니
이건 국어학 박사도 교수도 사전을 보기 전엔 모두 알 수가 없습니다.
(지식에 감사를 드립니다.)
5. ~는 ~은을 잘못 쓰는 경우
그것은 목돈을 마련하기에 알맞는 예금이다.
→알맞은 예금이다.
형용사인 알맞다 뒤에 현재시제를 나타내는 ‘는’ 은 올 수 없습니다.
6. 요구되는 시대긴 하지만 →시대이긴 하지만
‘체언 + ~이기’ 꼴에는 ‘이’를 생략하지 않는게 원칙입니다.
7. 줄은 서나마나이고 ~ → 줄은 서나마나하고
‘~나 ~이다’라는 표현은 비문입니다.
8. 지정만큼은 피해보려고 ~ →~만은 피해보려고
만큼: 수량이나 정도를 비유하는 형식에 쓰입니다.
만: 한정의 뜻을 나타냄.
지금 계속 제가 아까 필기한 노트를 보고 쓰고 있는데 더 길어질 경우 안 보시고 넘어가겠네요. 가장 많이 틀리는 경우만 짚어보았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2분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배웠네요!
내용은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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