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에서 연재한 제 첫 글은 그다지 인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꾸준히 2년 넘게 연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회수는 100회 남짓이었고, 덧글을 남겨주시는 분들도 두 분에서 세 분 남짓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제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장이나 표현, 스토리 모두 여간한 인기작보다 나은데 마이너한 소재와 군상극적 요소 때문에 독자들이 제 글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고 ‘착각’했었죠.
‘재미도 없구만 이 글이 왜 내 글보다 인기가 많지? 왜 내 글은 인기가 없지? 이래서 요즘 시장은 안 돼. 독자들 취향이 너무 편중되어 있어서 소재가 조금만 어긋나도 쓸 수가 없어.’
고등학생 시절이기도 하고... 지금 돌아보면 참 아집에 빠져 있었죠.
근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전 제 첫글을 읽지 못합니다.
문장이 너무 엉망이라 잠깐만 봐도 미친듯이 솟구치는 수정 욕구를 억누르기 힘들 거든요(...)
까놓고 말해서 소재가 독창적이든 흔해빠졌든 독자는 그 글이 ‘재미있으면’ 봅니다.
흔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그 글을 본다는 건, 재미가 있거나, 아니면 그 글에 독자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죠.
- 어떻게 보면 흔해 빠졌다는 건 패널티이기도 합니다. 다들 어디서 한 번쯤은 본 걸로 승부를 내야 하니까요.
예전의 전 귀여니를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귀여니를 보는 시점이 좀 달라졌습니다.
‘어찌되었든 그만큼이나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데는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었을 거다.’
- 제가 생각하는 장르 문학은 ’어찌되었든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 위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한 때 이 바닥에는 쓰면 망하는 3대 요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여자 주인공, 총, 현대물.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살리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제 3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글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작자도 언제나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독자는 작자보다 절대 뒤떨어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 독자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글은 무엇이 되었든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덧1) 본래 덧글로 달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덧2) 사실 제가 이런 소리 할만한 입장은 아닙니다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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