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과 유월은 귀를 의심했다. 곤륜파라면 현재 쇠퇴하긴 했어도 지명도에 있어서 아직도 상당한 문파였다. 그 문파의 중요서신을 가지고 가는 호위무사들이 전멸당한 건 있을 수가 없었다.
“산적 떼인가?”
“아니.. 곤륜파 정도의 호위가 전멸 당할 정도라면 적대문파나 마교 일지도..”
“녹림이나 개방에서는 볼 수 없는 정갈한 무공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저희가 손도 못쓰고 당했습니다.”
서인과 유월은 한 동안 고심했다. 어차피 종남파는 자신들의 여정에 들어가는 8대 문파 중 하나였고, 이 소저 역시 곤륜파의 낙인이 찍힌 서신을 가지고 종남파로 가고 있었다.
“이왕 가는 김에 저 소저랑 같이 가는 건 어때?”
“하지만..”
서인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곤륜파 역시 명문중 하나이고 몰락한 화산파의 자제로서 저런 문파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디인가 꺼림직 했다. 곤륜파 사람을 실제로 본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너무 뜬금없이 자신들에게 상처 없이 도와 달라 하는 것도 수상했다.
“아.. 못 믿으시는군요. 그렇다면 꼭 같이 안 가주셔도 되요. 그럼..”
여인은 곧바로 짧은 눈물은 보이며 뒤로 돌아섰다. 흡사 버림받은 여인처럼.
“어...”
서인은 당황했다. 그가 아무리 굳은 결의로 왔다 해도 남자였다. 눈앞의 어여쁜 소저가 눈물을 흘리면 그 역시도 돌부처가 아닌 이상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자, 잠시 만요.”
“같이 가주시는 건가요?”
적연하는 언제 울었냐는 듯 금세 밝아진 표정으로 서인을 쳐다보았다.
“그게...”
“너무해요! 절 속인 건가요? 받아줄 듯 안 받아주면서 여자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슬프네요.”
“아, 아닙니다.”
서인은 점점 수렁텅이에 빠지는 기분을 느겼다.
이게 개미지옥이란 건가.
유월은 이 한편의 경극 같은 상황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보기에는 이미 주도권은 적연하가 쥐고 있었고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 그럼.. 종남파로 갈 때까지 소저를 도와드리겠습니다.”
결국에 나오는 항복 선언. 서인은 완전히 함락된 성과 같았다.
“와아.. 감사해요!”
“네? 네?”
와락 안기며 자신에게 기쁨을 표시하는 적연하의 달려드는 행동을 이리도 저리도 못한 채 얼굴만 붉힐 뿐인 서인이었다.
“서인 도.련.님.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여자에 약하구나.”
“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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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은 남자. 유월(流月) 복수심을 간직한 채 유일하게 물려받은 비전의 무공 수사기를 앞세워 강호의 드디어 출두한다!
복수 스토리이지만 비교적 유쾌하게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여정을 다룰 생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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