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매력적인 여성, 그것도 주역으로서의 여성 캐릭터의 묘사는 확실히 난이도가 높은 것 같아요.
판타지에서 조금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서스펜스물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요. 화자가 여성이 되면 그 캐릭터의 직업과 성격이 무엇이든 여성성에 의해 지나치게 캐릭터가 결정 지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 좋지 않더라고요.
뭐라고 할까요... 범죄 소설이고, 주인공이 형사일 때, 성별이 남자면 그냥 '형사'로서의 이야기가 진행될 텐데, 주인공이 여자가 되는 순간 '형사'라는 정체성을 '여자'라는 정체성이 압도하는 느낌이랄까요? 글을 잘 쓰는 분들이라면 상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캐릭터가 '여자'가 되는 순간 이야기 전체가 구태의연해지는 경우도 저는 심심찮게 봤던 것 같아요.
대개 여형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뻔해요. 남성적인 사회에서 젊고 예쁜 초짜 여형사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때로 의욕이 앞서고 감성적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에 누구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그런 이야기가 되기 쉽상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뻔하다면 뻔하지만 막상 이입하려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 '불편'해요. 가해자가 되는 남성 입장에서도 불편하고, 피해자가 되는 여성 입장에서도 당연히 불편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저런 불편한 느낌 없이 이야기를 그 자체로 즐기고 싶어요.
아무튼 여성이라고 너무 억압받지 않고, 너무 감성적이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자신이 여성인 것을 과잉으로 받아들여서 억지로 강한 척을 하지 않는, 그런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이야기라면 꼭 보고 싶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모범적인 여성 캐릭터의 사례는 출판 소설에서도 그다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몇 년에 걸쳐서라도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요. 키르기스님께서 만일 도전하신다면 응원 해드리고 싶어요.
p.s - 개인적으로 서브 컬쳐계에 '뻔한 여자 캐릭터'만 난무하는데 원한이 서려있던 터라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논점에 벗어난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Comment '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