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20화 이내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씁니다.
그림으로 따지면 전체 구도잡기와 간략한 동선을 그리는 단계죠.
이미 써놓은게 없으니 쉽게 쓰고 쉽게 고칠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게 있으면 보조선을 지우듯 쉽게 방향도 고쳐지구요.
그런데 이렇게 쉽던 글이, 한 50화가 넘어서 100화 근처에 가기 시작하면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벌려놓은 사건들과 만들어 놓은 각 캐릭터들과의 개연성, 어울림
같은 것도 봐야되고, 항상 전체적인 틀 내에서 세부적인 전개를 확인해야합니다.
역시 그림으로 따지자면 한 부분을 정밀하게 따기 시작하는 부분이죠.
여기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각 파트의 미세한 각도나 라인의 진하기 등이 전체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거든요.
그나마 그림은 지울 수 있지만, 글은 연재라는 형식을 택한 이상
어쩔 도리가 없죠... 설정을 부어서 어떻게든 수정하거나 훗날 리메이크를
노리는 수밖에요.
이런 과정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걸 요즘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편을 노리시는 분들 - 100화, 또는 200화 이상 - 은 그 부담감이 어떨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과연 수 없이 많은 연재 횟수를 넘어서 처음 목표했던 것과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최소한 스스로 실망하지 않을 작품을 뽑을 수 있을까요?
밤에 글이 안써져서 요새 느낀 점을 한담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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