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은 여름의 태양이 뜨겁다는 말처럼 당연시 된다. 그만큼 사건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 무림에서도 최근 유독 무림의 화제를 독차지 하는 인물이 있다.
파매검(破梅劍) 무곡.
화산의 제자이면서도, 부러진 매화검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은 자.
그는 이년 전, 열여덟이라는 나이로 처음 무림에 나와 비응보(飛鷹堡)의 소보주를 죽이고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다.
비응보는 무림 최고의 방파중 하나인 철혈문의 산하 세력이었고, 화산파는 어떤 이유에선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무곡이 찾은 곳은 사천 대파산(大巴山)의 주요 봉 중 하나인 천왕봉(天王峰)이었다.
그때부터 파매검이란 별호는 일약 무림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무곡의 현상금을 노리고 찾아왔던 낭인들이 무곡에게 줄줄이 깨져나갔다. 중소방파에 불과했던 비응보에서는 이미 무곡에게서 손을 놓아버린지 오래였고, 지금에 와서는 파매검 무곡과의 대결은 일대일 생사결이 관습으로 굳어져 그가 언제 질 것인가가 사천의 주요 관심사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일간에서는 그가 일부로 수련을 위해 이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말도 나왔지만 그건 오직 무곡만이 알 일이었다.
무곡은 중간부분에서 부러져나간 매화가 그려진 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가지가 부러진 것 같은 모양새. 무엇을 생각하는지, 검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깊게 잠겨 올라올 줄을 몰랐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의 눈에 번개가 내리꽂히듯 번쩍 빛이 들어왔다.
“누군가 오는군.”
오랫동안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았는지, 흘러나온 목소리는 깊게 잠겨 거칠기 그지없었다.
버려진 정자에 앉아있던 무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공에게 진정한 무인을 그려보라면 이런 인물이지 않을까?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탄탄한 육체에,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산발머리 사이로 보이는 묵직한 눈빛, 각진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사내다움은 절로 상대방을 위압하는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또 옷은 얼마나 갈아입지 않았는지, 잔뜩 헤지고, 낡아,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은 게, 그가 이곳에서 오직 무공에만 전념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청풍자.”
돌길을 걸어 올라오고 있는 일노일소(一老一小)를 본 무곡의 눈이 의문을 담았다.
“상판 떼기가 거지가 따로 없구나.”
어느새 정자의 앞까지 이른 청풍자가 무곡을 보며 끌끌 혀를 찼다.
“무슨 일로 왔소?”
“난 일 없다.”
청풍자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무곡이 그의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
무곡과 눈이 마주친 적운의 몸이 일순 부르르 떨렸다.
‘크다.’
마치 망망대해를 보듯 무곡의 존재감이 적운을 묵직하게 짓눌러왔다.
‘이것이 화산파.’
약관의 나이에 불과한 사내임이 분명하거늘, 지난 반년동안 봐왔던 낭인들과는 격이 다른 강함이 느껴졌다. 그때 적운의 귓가로 무곡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나를 찾아왔나?”
“그렇습니다.”
“....”
무곡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들 한다. 그는 적운의 눈에서 강렬한 투지를 읽었다.
‘좋은 눈이군.’
무곡이 들고 있던 반검(半劍)을 내려다보았다.
꽈악.
무언가를 떠올린 듯 검을 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긴 말은 필요 없겠지. 오라.”
파앗!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흙바닥을 내찬 적운의 신영이 시위에서 쏘아진 활처럼 순식간에 무곡의 앞으로 치달았다.
적운의 일권이 맹렬한 기세로 쏘아졌다. 마라천권의 기운이 단 일격에 담겼다.
파아아앙!
주먹이 무곡의 파검에 가로막히며, 손을 타고 팔 전체로 강렬한 충격이 전해졌다. 놀랍게도 파검은 반 갑자의 진기를 가볍게 뚫어버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퀴우우웅!
회수된 파검이 천왕봉을 둘로 쪼개버릴 듯한 위맹한 기세로 빠르고 묵직하게 그어 내려졌다.
모든 것을 부수어 내버릴 것만 같은 강렬함이 파검에서 전해져왔다.
화산파(華山派)의 절기 단천열화검법(斷天熱火劍法)의 일초식 단화결(斷火抉)이었다.
퍼어엉!
교차시킨 양 손이 기파로 인해 걸레짝이 되며, 적운의 몸이 땅으로 반치가량 파고들어갔다.
‘강해!’
맞닿은 무곡의 파검이 거칠 것 없는 맹수의 어금니처럼 느껴졌다.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온 몸의 뼈란 뼈가 모두 비명을 질러왔다.
진정한 명문의 고수는 이런 것이다. 라고 항변하는 듯 했다.
쿵!
허리가 절로 굽혀지며 무릎이 반으로 접어지려했지만, 적운은 두 눈을 부릅뜨며 버텨냈다.
파검을 쳐내며 억지로 일보를 내딛는다. 금조수가 무곡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쌔애애액!
맞혔다고 생각한 순간.
무곡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뻐억! 우지끈!
순간 코로 알싸한 매화향이 후욱 스며들며, 등 뒤에서 섬뜩한 감각이 느껴지자,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시켰던 적운의 몸이 정자의 난간을 부수며 날아가 천왕봉의 거암에 부딪혔다.
울컥!
내장이 뒤틀리며, 식도를 타고 피가 역류했다. 입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무곡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산발한 머리에 가려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온 몸에선 살갗을 따끔하게 울려오는 투기가 넘실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파검에 새겨진 부러진 매화가지가 태양빛에 반사되어 밝게 빛났다.
터엉!
적운이 휘청이는 몸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때를 맞춰 무곡의 몸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퀴우웅!
파검이 머리 위로 들려진다.
이전과 똑같은 단화결이다.
그는 적운에게 이 이상의 무공은 쓸 필요가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태산과 같은 압력이 적운을 찍어 누를 듯이 내리쳐졌다.
퍼어엉!
마라천권과 단화결이 부딪히며, 적운의 몸이 또다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재차 몸을 일으키는 적운의 동공 안 가득 무곡의 파검이 비쳐왔다. 이번에도 단화결이다.
‘피해야 한다.’
적운의 두 손은 이미 찢어지고 벌어져, 다시 한 번 단화결을 막았다간 양 손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생각을 마친 적운이 귀령보를 밟았다. 그의 몸이 무곡의 측면으로 돌아갔다.
후웅! 쐐애액!
표적을 놓친 단화결이 허공을 가름과 동시에 회선각이 무곡의 후두부를 노리고 차올려졌다.
그때 또 다시 적운의 코로 매화향이 확 솟구쳤다.
무곡의 신영이 순식간에 적운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산파의 오행매화보다.
후우웅!
강맹한 위력을 담은 무곡의 주먹이 적운의 복부를 올려쳤다. 하지만 매화향을 맡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던 적운의 몸이 기이한 각도로 비틀어지며, 무곡의 주먹을 흘려보냈다.
‘피했다?’
무곡의 눈에 처음으로 이채가 떠올랐다. 진심을 담아 휘두른 그의 복호권을 피한 자는 천왕봉에 오른 후, 적운이 처음이었다.
그뿐이랴, 자세가 불완전해 힘이 온전히 실리진 않았지만, 어설프게나마 반격까지 날아왔다.
하지만 그 뿐.
퍼억! 쿠우웅!
주먹을 가볍게 피해낸 무곡이 적운의 턱에 복호권을 꽂아 넣었다.
공중으로 일장가량 떠오른 적운의 신영이 돌바닥을 울리며 떨어졌다.
“제법이었다.”
우우웅.
무곡의 파검이 살기를 머금은 채 천천히 위로 치켜 올려졌다.
그런 그의 검엔 붉은 검사(劍絲) 수십 가닥이 매화 가지처럼 얽혀 빛나고 있었다.
쎄에엑!
잠시 쓰러진 적운을 내려다보던 무곡의 검이 아래로 내리쳐졌다.
적운의 눈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미간의 지척까지 다가왔던 무곡의 파검이 뚝 멈치며, 그의 입이 나직이 열렸다.
“삼 년.”
“....?”
“성무제(星武祭)에 나와라.”
“....!”
적운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때 네 무공. 다시 한 번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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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전투신 처음 써봐서 이것저것 참고도 하면서 써보았는데 어색한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좀 제발 지적부탁드릴게요!! 꼭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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