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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es 님의 서재입니다.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숨 쉬지마!

작성자
흰눈썹
작성
10.07.10 12:06
조회
1,087

"이건 불신지옥이나 다름없어. 제기랄. 아무것도 믿지 못하겠군. 심지어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 조차 까마득하게 잊히는 꿈 만 같아. 제기랄. 멜토! 어제까지만 해도 부끄러운 눈으로 날 쳐다봤었잖니! 맙소사, 손에 들린 건 칼? 그걸로 누굴 찌르겠다고. 잘못하면 손목이 부러져 나가거나 칼이 튕겨 너만 상처 입을 뿐인데……."

길게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마구 할퀸다.

"아아악! 죽여 버리겠어. 익! 나쁜 개자식! 이거 놧!"

배불뚝이 중년인은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태연히 칼을 맞았다. 두터운 식칼이 두툼한 그의 지방을 짓이기고 뭉개져 들어가는 데도 그의 미소는 변치 않는다.

"흐흐흐. 고것, 앙탈은……."

  

소녀의 옷이 마구 찢어지며 순식간에 덜 여문 나체를 선보인다. 뽀얀 살결위에 튀어 오르는 붉은 손길… 건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

하지만 그가 채 한 발도 움직이기 전에 사방에서 미친 고함소리가 고막을 파고든다. 2층에서 웬 남자가 벌거벗은 채로 뛰어내려 배불뚝이의 머리를 차며 소녀의 머리칼을 움켜쥔다.

"캬캭! 이 년은 내꺼야!"

창문이 와장창 깨져 나가고 의자와 식탁이 뒤집혔다. 문이 부서져라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의 뒹굴며 들어온다. 서로의 손가락이 서로의 눈알을 파고들고 이빨로 거죽을 물어뜯는다. 어제 까지만 해도 사이좋은 이웃상인이었는데.

"캬캿! 네놈… 네놈만 죽으면! 난 하루에 6실버는 더 벌수 있단 말이지……"

"흐흐흐… 그건 나도 마찬가지 죽어라!"

어느새 여관의 바닥은 피로 가득 채워졌고 끊길 줄 모르는 광기와 분노로 들끓었다. 건의 이가 바득 갈렸다. 한 발 움직여 소녀의 가슴을 틀어쥐고 물어뜯는 사내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퍽! 하며 사내의 머리가 반쯤 날아가고 무너져 내린다. 엉금엉금 기어오는 배불뚝이의 배를 밟고 손바닥을 잠시 머리에 데었다 떼자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건의 몸이 여관의 문으로 가는 순간 중간에 있던 두 사내의 머리가 터지며 하얀 뇌수를 뿜었다. 둘의 몸이 쓰러지기도 전에 건의 몸이 거리로 나섰다. 거리역시 시체가 나뒹굴고 저주와 악 받힌 음성이 메아리 쳤다. 건의 이빨이 맞물리며 뿌득 거리는 소리가 났다. 주먹을 굳게 쥐었다. 이지를 상실한 사람들. 그들에겐 그들의 욕망과 욕구만이 신체를 지배할 뿐이었다. 통각, 지각, 후각, 미각. 모든 감각이 사라져 보인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려왔다. 왜? 그건 사람은 자아를 가지고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 이미 생각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 버린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건은 흘러나오는 두 줄기의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공허하게 비워진 마음이 먹먹하기만 했다.

조용히 주먹이 쥐어졌다.

"사람이… 화가 나면 말이지……."

그의 걸음이 떼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

바람이 일어났다. 그건 광풍. 건의 신형이 길게 늘어났다.

"내가 지금 그래… 책임을 져야만 해……."

폭발하는 그의 신체, 폭발하는 그의 마음. 건은 이 음험한 기운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질풍처럼 쏘아진 그의 신형이 대형 시계탑의 문을 부수며 들이쳤다.

"간사한 일본인새끼……."

시계탑 안에 있던 사내는 놀란 눈을 치켜떴다.

"숨 쉬지 마! 개새끼야. 여기 있는 공기가 더렵혀지잖아-아!"

-판크라티온 part 3. 망각의 강의 뱃삯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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