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하고 퇴폐적인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 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씩 퇴고할 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엄청납니다. 그럼, 홍보 시작하죠.
“나의 적수여, 마치 그 날로 돌아간 것 같지 않나?”
“개새끼!”
“그래, 너는 그렇게 무기력한 상태로 나를 노려봤지. 그 증오의 눈길로...”
악마는 미소 지으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딱히 손톱으로 긁은 것도 아닌데 그것만으로도 얼굴이 길게 찢어져 피가 흘러내린다.
“정말 가슴 떨리게 해 주는 구나.”
“죽여 버리겠어!”
“너무 그러지 말거라. 나는 경고했을 터. 너는 어둠을 끌어들인다. 그 저주는 네 주변의 인간들을 죽인다 말했을 터.”
악마는 마치 사랑스러운 연인을 애무하듯 영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영건은 발악하며 고함을 질러댔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따스함을 갈구해라.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처럼 끝없이 그 가뭄이 끝나길 기원해라. 그리고 그 때마다 절망해라. 그 절망은 너를 점점 메마르게 할 테니.”
악마는 영건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한 무리의 어둠으로 변하여 방을 떠났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져라.”
- 본문 中 -
총성과 함께 총알이 머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길게 뚫고 지나갔다. 너무나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탓일까? 악마의 몸에서 서서히 어둠이 물러나고, 악마의 몸을 뚫고 정진이 튀어나왔다. 발가벗은 정진의 나신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정진 자체는 별 타격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진은 그 힘에 걸맞지 않게 지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쏴.”
악마였을 때와는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정진이 말했다.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어. 미간에 정확히 겨누고 날려버려.”
“...”
- 드르르륵!
영건은 실린더를 비우고는 새 총알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는 정진의 미간에 정확히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보윤은 또다시 인간을 죽이려는 영건을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영건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헤드라이트를 등지고 있는 영건의 얼굴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 그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지독히 무감정하거나 혹은 울 것 같은 표정이리라.
문득 영건이 입을 열었다.
“‘페이스오프’라는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지.”
“... 오우삼 감독의 영화는 나도 좋아해.”
“두 적수는 거울을 사이에 두고 총을 겨눠. 하지만 자신의 총구가 겨누고 있는 것은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이지. 명장면이야.”
마치 친한 친구의 담화같이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닮은 두 사람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
“잘 가라.”
“그래.”
정진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자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영건 역시 눈물을 흘린다.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인 적 없던 남자가 처음으로 적에게 흘리는 눈물.
“지옥에서 기다리마.”
- 타앙!
차가운 총성과 함께 정진의 몸이 무너져 내린다. 피로 물든 정진의 눈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눈물을 흘리는 마인(魔人)의 모습, 헤드라이트를 등진 영건은 마치 그의 어둠을 계승한 듯 그림자로 물들어 있었다.
- 본문 中 -
퇴마물입니다. 악령부터 시작해서 악마, 마수들을 상대하는 퇴마사의 이야기입니다. 2권 분량, 1분기 끝날 정도의 분량이 쌓였으니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많이 보러 와 주시고 오늘 역시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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