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사없는 조잡한 연주음이 막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불현듯 어 이거 뭐더라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귀기울이고 있으니 이어서 나오는 것은 타이토의 <보글보글>이란 고전게임의 테마음악..
그 짧고 경쾌한 반주다음으론 마스터즈켄이 내가 왔다 류에게 도전이라도 하듯 스트리트파이터의 풍림화산도장 배경음이..
허허.. 황소다리 춘리양이 엔딩에 겉옷을 훨훨 벗게하는 비기가 존재하더라는 출처불명의 괴소문에 동전 열 두개를 날려본 그 어떤 날이 있는 저로선 일순 십오년전의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는데 그 다음에 이어진 음악은 영화 동방불패의 창해일성소였더랬죠.
예고치 않게 찾아온 이 감회는 대체 누구의 소행(?)인가 싶어 살피니 가게의 주인양반이 고전게임음악과 무협영화음악등을 몇개 정리해놓은 누군가의 개인블로그를 읽다가 아주 우연히 컴과 고스란히 연결된 가게스피커로 그 행적이 드러나게 된 것에 불과했더군요. ^ ^
붐비는 가게안의 손님들중 그 누구도 저와 같은 반응이 없더라는..
이..음악을..이 감회를 왜? 왜? 그대들은 모른단 말이더냐 항변할수도 없는 일..
당신은 왜 소녀시대의 노래는 커녕 멤버수조차 모르는거죠 아저씨 라고 되물으면 나는 할말이 없으니까.
아쉬움을 안고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쑤셔보니 생각이상으로 그 시절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88~ 93년 사이에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었던 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 정신세계의 한축은 역시 동시대인물인 저에게는 가을빗속의 커피한잔과 같은 아련함만 잔뜩 안겨주더군요.
...비는 한참전에 그쳤으되 사위는 어두웠다. 한줄기 뇌성이 어둠만이 넘실대던 밤하늘을 가르자 일순 바위틈에 삐져나온 한 가녀린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여인은 적어도 반다경전에 죽었구나..무슨 횡액을 당했기에..헛?!.이게 무슨 소리지..
어느순간 노인의 귓가에 들려온 것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주변백리에 인가하나 없는 이 첩접산중에서 난데없는 아이의 울음소리라..귀신의 장난인가.
무언가 느낀 노인은 죽은 여인을 다시 살펴보다가 여인의 팔아래 가려져 있던 하나의 금패를 발견했다.
그리고 노인은 금패위에 아로새겨진 섬뜩한 문양의 형태를 인지하던순간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저앉고 말았음이니..
" 혈교..혈교천인령!"
이것은 본교의 교주에게만 대대로 내려온다는 십만교도들의 지존령이 아니던가..오오..그렇다면..이 여인은 실종된 전대교주님의 일점혈육이었던 소정아기씨님이 분명하다..아..이 혈흔은 이제보니 출산의 흔적이로구나..이러고 있을 틈이 없도다..
위와같이..내부의 배신과 위선자들의 야합으로 철저히 멸문한 가문의 복수를 운명으로 떠안고 태어난 주인공이 필수였던 그 시대의 '무협'은 오락과 더불어 제 머리속에선 그시대의 상징적 아이콘들중 하나였습니다.
동시대를 산 엇비슷한 연령대라 해도 어떤 이들에겐 큰 영역이 못됨을 잘 알지만 저는 실생활에 하등 쓸모가 없었고, 앞으로도 별 쓸모는 없어보이는 그것에 대한 애착이 생각보다 강한것 같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한 이들이 세상엔 꽤나 많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강하다기보단 그저 있다 정도가 더 걸맞겠지요.
( 마메란 것을 이전에 얼핏 듣긴 했는데 고전게임에 대한 욕구가 불쑥 솟더랍니다 )
..마계촌의 시작테마를 머리속에 기억하시는지? 옆구리 기술이 무적이건만 실컷 왕깨놓고도 여인의 키스 한번 받자고 막판까지 협력했던 친구와 한바탕 붙어야했던 더블드래곤의 추억은?
..당신은 질나쁜 종이위에 이름만으로 존재하던 중년미부의 육덕아래 그 얼마나 많은 몸안의 요오드성분을 낭비했습니까.
꽤나 많은 자(특히 사내)들에게는..커서 최진실과 채시라중 누굴 택해야나를 고민해 본적 있냐와 어쩌면 상통되는 명제입니다.
하나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거겠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나 보게되는 것들이 너무 많지요.
인터넷의 그 불로거들이 없었더라면 저 같이 컴을 초간단한 작업용으로만 쓰는 자들은 추억조차 마음으로만 했어야겠지요.
오락실의 태반은 망해 피씨방으로 바뀌고 어느덧 피씨방조차 ( 경제사정도 있겠지만) 약간 사양산업화되어가는 경향이 있으니 그 안을 메꾼 트렌드들이란 계속 변해가겠죠.
무협도 가문의 복수극일색에서 퓨전으로 넘어갔다가 이젠 복합과 개성으로 가는 중도일까요.
도태되는 자들은 분명 과거에 얽매이는 자들일 것입니다.
한데도 불변이란 그 어떤 것에 오늘도 이몸이 목을 매는 것은 그 시대에 들이고내쉰 숨결에 섞여들어온 먼지가 이미 몸의 일부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끝끝내 고전인으로 남을까 봅니다.
아..뭔가 추억이란 야간열차의 급습에 된통 치여 울컥하는 마음으로 적어보았는데 이건 뭔 한담도 아니고..뭘까나.. -_ - 훗..
다시 그 시절의 기억속으로 웹서핑가야겠군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