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의 인플레(INFLATION)에 대하여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배울 때 님 혹은 임(홀로 쓰이거나 맨 앞에 올 때) 이라는 말은, 자신이 절대로 사랑하는 이에게만 쓰는 거라면서 예로서 임금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절대자 정도라고 배웠었습니다. 그래서 그 연장선에서 사랑하는 ‘유일한’ 연인한테도 임이라 부르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언어의 사회성이나 역사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느 사회에서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말도 바뀌지 않을 수 없겠지요.
언젠가부터 어지간한 호칭에 ‘님’을 붙이더군요. 사모님에서 시작하여 과장님, 대리님, 고객님, 주부님, 방청객님, 나중엔 수위님, 행인님 이란 소리까지 들으니 정말 이상하더군요. 물론 수위란 직업 혹은 직위가 하찮다는 뜻에서가 결코 아닙니다.
굳이 안 그래도 될성부른 것에 까지 님이라는 존칭을 붙여 불러야 될 만큼 뭔가 이지러진 세태를 보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그렇게 입에 발리다 보니, 사장 앞에서 보고를 하면서 “영업부장님이 이리 하라 했는데요” 라거나, 할아버지 앞에서 “어머님이 시켜서요” 같은 이상한 언행이 발생하곤 하죠. 임금 정도에나 붙였을 ‘님’ 자를 판서님이니 사또님이니 부르는 걸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비록 사극 드라마에서일 망정.
하긴 골프나 무슨 직업 운동 선수를 부를 때 ‘아무개 프로(님)’라 하는 웃지 못할 현실에 살고 있기는 합니다만. (참고로 프로professional 라는 건 아무리 좋게 봐도 직위나 호칭으로 쓸 수 없는 그저 전문 직업인 이란 뜻 아니겠습니까?)
해서, 인터넷 상에서 xx님 이라 부르고 쓰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지곤 했었더랬는데, 최근에 문피아에 들어와서 댓 글을 달기 시작하면서도 초반엔 님 자를 안 쓰고 다른 걸로 대치해보려 고심하기도 했었지만, 남들 다하는데 나만 안 하자니 참 민망하더군요. 어쩌면 무시하는 걸로 오해를 사 자칫 싸움이라도 나지는 않을까 걱정 될 정도로요.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감히 제언을 해볼까 합니다. 님 자를 남발하는 현 세태에서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까 하고요. 아름다운 우리 말을 아끼자는 측면에서 라도…
(제 짧은 소견으로는, xx씨 정도로 충분치 않을까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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