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에선 작가/작품 비교를 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잘 이해가 안되는 규칙 중 하나다. 작가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는 규칙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페트라아크의 소넷을 비교하는 일은 그들의 품격에 대한 도전이요, 그들을 깍아내리는 일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문학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하거나 현실에 대한 코멘트를 남긴다는 점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작가와 작가, 다른 작품과 작품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현실에 접근하는지, 여러 가지 기준점에 입각하여 분석하는 일은 우리에게 문학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를 허락하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문피아는 왜 작가간 비교, 작품간 비교를 금지하는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나는 지금 단순히 순문학과 장르문학(-문피아) 를 비교하면서 문피아의 어떠한 열등성을 주장하고자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쩌면 문피아는 학술적인 공간보다는 커뮤니티적인 점이 더 크기 때문에, 존중차원에서 그런 금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묻고 싶은 점은, 문피아가 비교를 금지함으로써 추구하는 덕성(virtue)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점이다. 그것은 혹시 '존중'이라는 이름 아래 좀 더 진지하고 분석적이며 학술적인, 그러한 장르문학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단순히 비평당하는 것보다도, 남과 비교당하는 것은 훨씬 인간적으로 치욕스러운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교를 금지하는 것은 '학술적인 비교'와 '악의적인 비교'를 혼동하는 일이다. 나 역시 "작가 A는 작가 B보다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2류 작가이다" 라거나, "작품 C는 작품 D보다 개연성이 떨어지니 읽을 가치가 없다"는 식의 비교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교는 진지한 학술적 접근이 아니라, 단지 한 작품, 작가를 비난하기 위해 다른 작품, 작가를 끌어오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작품, 작가를 문학적인 틀에서 비교하는 일은 장르문학의 발전에 필수적이지는 않더라도 매우 도움이 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문피아에서 비교금지가 사라졌으면 하고 제의한다. 물론 건의란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 건의가 너무 터무늬없으면 부끄러우니까 먼저 문피즌 여러분들의 의견을 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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