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장르소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은 듯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장르문학의 본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변화/진화해 나가니까요. 현재 보면 외연은 분명 넓혀가고 있지만 내연의 깊이는 아직 부족한 듯 싶습니다.
장르소설과 비슷한 부류로 일명 B급영화라는게 있습니다.(혹은 있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써야 할까요?) 많은 분야에서 이른바 ‘퓨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간단히 주변에서 보는 요리만 해도 그렇고 음악 영화 무용 의상 비주얼아트 등등.. 점점 구분이 모호해져 갑니다. 이젠 오히려 키치가 메인스트림으로 들어 오고 있습니다. 구분을 하려 든다는 것이 이제는 과거의 문화인 듯도 합니다. 아이폰이 꼭 전화기라 정의할 수만은 없는 거자나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장르문학 작가분들의 작가로서의 자존심 때문입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스스로 쓴 글이 속해 있는, 장르문학이라고 하는 세상을 비하하고 계시지는 않은가 해서입니다.
어렸을 적 많이 듣는 얘기가 ‘만화나 보고” 이었지요..이제는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만화라는 장르가 단순히 애들이나 보는 시간때우기용 가치없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압니다.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 틀릴 뿐, 형식이 만화이기 때문에 비하 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기생수, 베르세르크, 그머냐 살인혐의로 쫓기는 닥터 머머, 20세기 소년, 아르미안의 네딸들~!카멜레온의 시… 하도 오래되서 기억 나는게 몇 없지만 웬만한 문학작품보다도 더 제게는 영감을 많이 줬던 작품들입니다.(혹은 연재가 늦어서 그럴지도;;;) 물론 애니메이션도 그렇습니다. 지브리쪽부터 해서…이젠 만화 따위.. 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사진도 초기에는 예술작품으로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20세기 후반 들어서야 겨우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지요. 이제 구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고급음식이라 해도 결국은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만 남을 뿐입니다. 헤비메탈부터 시작해서 재즈, 클래식까지 넘어가보니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만이 있더군요. 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여기 올라 오는 글들을 보면 재능이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무려 한달에 한번 글이 올라와도 감사합니다하는 100개의 댓글은 기본이신 후생기의 가글님, 2006년부터 지금까지 쓰고 계신 귀혼환령검의 가비님, 같은 유려한 문체의 글이지만 좀 더 남자다운 무겸님, 여성스런 섬세함의 천애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시는 싱촌님^^, 요즘 뜸하신 구두룡님, 우울함님, 자건님 등등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글을 올리시는 여러 분들중에는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정말 진지하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정도는 나도 쓰겠는데 하나 써 볼까’ ’ 오 이거 괜찮은 설정같은데 한번 써 볼까’ ’난 킹왕짱으로 갈 테다’ ’나도 회귀물이나 하나 써보까; 이런 생각들이 묻어 나는 글들이 있습니다. 물론 문피아는 정식작가만을 위한 글쓰기의 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꼭 사생결단의 각오로 쓸 필요만은 없겠지요. 취미삼아 쓸 수도 있고 장난삼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를 염두에 두신다면 자기가 쓰는 글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합니다. 자부심이 있으면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게 되고 대사 한마디에도, 지나치는 풍경묘사에도 뜻을 담으려 하게 됩니다.
‘장르소설인데 머 걍 재밌으면 다 아닌가’ 하실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에겐 스누피라 알려져 있는 찰리브라운 만화만 해도 애들 보는 만화라 보기엔 때론 심오한 내용도 많습니다. 좋은 작가는 두세가지를 동시에 하지요. 한 단어의 뜻이 꼭 한가지가 아닌 것처럼요. 배트맨이 그냥 애들 만화고 다크나이트가 그냥 액션영화이던가요? 더 내용이 풍부해진다고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배가 되겠지요.
장르문학에 문제점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문제는 시장이 결국 풀어 나가게 됩니다. 우리에게 조앤 롤링만한 상상력과 필력을 지닌 작가가 없을까요? 선진 출판문화와 시스템과 시장을 가진 영국에서도 해리포터는 출판사에서 번번히 퇴짜 맞았습니다. 훨씬 작은 시장과 경직된, 시스템이라고는 거의 없는 열악한 환경인 여기에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겠죠. 하지만 그 부분은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장르소설이 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일 뿐이죠. 저는 정말 찌질한 해리 나오는 그런 소설보다 훨 재미있는 우리 작가의 소설을 보고 싶습니다. 매해 그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고 싶구요. 오늘도 머리 싸매며 고생하실 작가분들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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