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물 이야기가 한창이네요. 그걸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씁니다. 문피아에서 연재되는 여주 소설과 관련있는 이야기니 한담에 올려도 괜찮겠다 싶고요.
일단 여주물을 안 보는 것도 일종의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싶어서 남주인공을 선호하는 거야 충분히 이해 가능합니다. 그럴 수 있죠 당연히.
다만 ‘여주물은 이래서 안 돼’, ‘하늘이 무너져도 여주물은 안봐’, ‘여주물은 이래서 안 돼’ 식으로 여주인공을 터부시하는 건 으음... 그 사람에게 손해라고 생각해요. ‘굴러오는 재미거리를 억지로 발로 차내는 행위’ 니까요.
극단적인 예로 ‘슬레이어즈’ 같은 작품을 예로 듭시다. (애니 기준으로는 3기까지만. 4, 5기요? ‘슬레이어즈 4, 5기는 없어요’라고 현실도피하고 싶네요. 논외로 합시다 그건) 빼도 박도 못하는 여주물입니다. 하지만 캐릭터 개성, 잘 짜여진 마법 체계, 화려하면서 긴장감도 적절히 있는 전투씬 등 재미 요소가 듬뿍 담겨 있습니다. ‘여자가 주인공이라서 안 봐’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죠.
다른 여주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역하렘물과 같이 공감이 전혀 안 되는 것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남자든 여자든 변하지 않는 재미거리를 가진 소설도 분명 있기 마련이죠. 그런 소설은 주인공이 남자냐 여자냐를 따지기보다, 그 소설이 가진 재미거리가 자기에게 맞냐 안 맞냐를 따져 평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 봅니다.
그리고, 여주물을 안 보는 이유들 중 ‘답답하다’ ‘능력도 모르고 설친다’ ‘자기 능력을 활용하지 않고 남자에게 기댄다’ 등등이 있는데. 이건 뭐 개인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저도 그런 캐릭은 싫어하니까요.
다만 그런 캐릭이 여주물에 당연히 있을 거라 지레짐작하는 건 글쎄요. 그런 캐릭은 남주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거든요. 특히 소년 만화 공식 따라가는 소설요.
은근 남주물에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한 소설을 찾기 쉽기도 하고요. 왜냐면 남주인공의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특정 히로인을 ‘자존심은 센데 능력은 떨어지는 캐릭’으로 만드는 경우가 드문드문 나타나니까요.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같은 거 말입니다.
은근 여주물, 혹은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비중이 1:1인 소설이 클리셰 파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감도 있고요. 아무래도 남주인공을 내세우는 소설과는 다른 전개를 펴내기 쉬우니까요.
여튼.... 여주물을 선호하지 않으시는 분들의 취향은 이해하지만, 너무 완고하게 여주물을 거부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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