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공감하는 부분은, '남자 작가라서 여자 심리를 잘 못 그린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대부분도 남자라 스스로도 여자 심리를 잘 모르실텐데... 마치 잘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며 막상 그 근거는 잘 대주지 않으시더라고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남자가 출산의 고통을 잘 그리기는 힘들겠습니다만, '그거 당신이 말하는 것보다 100만배 더 아프거든요? 왜케 표현이 약하심?" 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애 가져 본 적 없는 남자라는... 그런 정도? (뭔가 이상한데...? 너그러이... ;;;)
일단 작가는 가상의 세계를 다룹니다. 있을 법하지만 있지는 않은 세계를 다룬다는 거죠. 겜판 상당수는 게임 구조에 지식이 없는 분들이 쓰시고, 회귀물 중에서 주인공을 억울하게 만든, 작가가 부조리하다 생각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회귀했을 때, 본인이야 너무 억울하거나 후회가 짙어서 돌아갔다 쳐도 타임슬립하는 바람에 망쳐지는 또다른 인생, 역사, 사회상... 이해하고 쓰는 이는 제가 그다지 못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도 재미있게, 즐겁게, 사람들을 납득시켜가며 잘 써요. 지식이 없다고, 성별이 다르다고, 연령차가 난다고... '못할거야' 라는, 본인의 가능성과 만족감을 대신해서 글 위에 펼쳐주기를 바라며 소설을 읽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막상 그 가능성과 만족감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편견은 좀 아쉽네요.
잠깐 다시 읽다가 예시에는 곡해의 소지가 있어서 남기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게임 개발자만이 겜판을, 역사학도만이 대체역사소설을, 사회학 전문가만 회귀물을, 범죄심리학 전공자만이 추리물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남자도 여자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좀 어렵긴 하겠습니다만, '할 줄이나 알겠어?' 는 조금... 그럼 남성 지향인 소설에도 여자가 안 나올 수는 없는데, 거기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 역시 '다소 소양이 부족한' 남자가 그려내는 겁니다. 그런데 자칫 하렘 삘, 존심은 세고 능력은 떨어지고... 어쩌면 그런, 여자가 보기에는 왜곡되었을지도 모를 그런 여성상에 우리가 너무 길들여져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옛날 제 소설을 읽고 평해주던 여자사람친구분이 있었는데, 제가 비슷한 소리를 들었고 본문과 비슷한 반박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친구가 해준 말이 자기가 지적하는 '여성성'은 사회적으로 여성이 이러해야한다 라는 부분의 여성성이 아니라 아침의 모든 남자가 생리현상을 경험하듯(좀 개방적인 친구였습니다. ^ㅁ^;;)여자라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심리적 중요 포인트 들이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을 해주었습니다. 다른건 어떻게 표현해도 상관없지만 주인공 이상이 되면 아무래도 정을 붙이지 않으면 힘든데, 그런 면에서 괴리감이 느껴지면 더 이상 몰입이 되지 않고 이 인물은 가상인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다고 해주더라고요.
이 조언은 저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글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주인공의 성별보다는 주인공의 성격이지요.
독자들의 취향과 잘 맞아 떨어지는 주인공일수록 인기 있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들은 대개, 주인공의 성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장르에 따라 독자들의 성별에 대한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협을 읽는 독자층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이유가 있고, 로맨스 물을 읽는 독자층이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여성분이라고 해서 무협지 읽지 말란 법 없고, 남성분이라 해서 로맨스 읽지 말란 법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무엇을 보든, 보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받아들이는 관점이 나뉜다는 것입니다.
감히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섹시한 여성이 훌라후프를 흔들며 운동한다고 치면 남자들 대부분은 그 여성에게 성욕을 느낄 테지만, 여성 대부분은 그 여인에게서 성욕이 아닌 다른 것을 느끼겠죠. 아마 여자가 운동하는 이유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잘 가꿔진 몸매를 질투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남자가 만약 게이이거나 이미 사랑하는 다른 여자가 있다면 훌라후프 여성에게 성욕을 품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여성이 레즈비언이라고 한다면 섹시한 여인에게서 성욕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즉, 글의 장르나 주인공의 성격에따라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성별 또한 편차를 내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편차가 없는 글일 수록, 주인공의 성격이나 글의 흐름이 독자분들의 성별에 구애되지 않을 만큼 잘 쓰여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은 정은궐 작가님의 해를 품은 달이 떠오르네요. 장르는 로맨스+대체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님의 감성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이어서, 독자의 성별에 관계 없이 읽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