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바쁜 일이 많아 모든 연재를 그만두었는데 연말이 되어 다소의 시간이 생겨서 연재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완결에서 연재 중으로 설정을 변경하니 연재 독촉 쪽지가 하나 날아오는데, 장장 327일만이네요.)
원래 군화 속 작은 새는 완결이 난 이야기지만 그 동안 기획만 해놓았던 스핀오프 ‘타샤 이야기’를 끝으로 두 주인공, 타샤와 파블로체하고는 영영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그 동안 혹시 제 글을 기다리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리고, 읽으신 분이 있다면 더더욱 감사드립니다^^
이걸 홍보로 올려야하나 한담으로 올려야하나 명확한 규정을 찾지 못해 전에 한담으로 올린 경험이 있어 일단 한담으로 올렸는데, 문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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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적었다.
『파블로체 혼나면 안 돼.』
내가 물었다.
"왜?"
그녀가 다시 장문의 글을 적었다.
『사람은 케미노이드 때문에 다치면 안 돼.』
나는 다시 물었다.
"왜?"
그녀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꽤 빠르게 펜을 놀렸다.
『케미노이드는 사람을 섬겨야 해요.』
나는 다시 물었다.
"대체 왜?"
그녀가 나를 째려보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물었다.
"왜?"
그녀가 다시 적었다.
『사람들은 존엄한 존재니까.』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너는 존엄하지 않아?"
그녀는 무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인정할 수 없어 말했다.
"아니, 그 무엇보다 넌 존엄해. 네가 존엄하지 않으면 대체 세상 그 누가 존엄하단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적었다.
『우리는 존엄하지 않아요. 헤어드라이기나 소총과 똑같아.』
나는 한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대체 무슨 헤어드라이기가 너처럼 자의식을 갖추고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봉사하려고 하는데?"
그녀는 여전히 평온했다.
『헤어드라이기도 사람을 위해 부서질 때까지 봉사해요. 자의식만 없을 뿐이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이렇게 소중한 그녀를 빌어먹을 자동소총과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감정이 복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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