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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토리

사방신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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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woon)
작품등록일 :
2013.06.16 13:43
최근연재일 :
2013.09.29 22: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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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93
추천수 :
1,055
글자수 :
286,264

작성
13.06.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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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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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29쪽

제 1장 시작의 장(9)

DUMMY

"은하가 잘하고 있을까?"

"글쎄, 아직까진 별다른 기운이 느껴지진 않아."


다윤의 커다란 눈에 걱정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반해 운용은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했다.


"그래도 연쇄살인마 자나. 지금은 어느 정도 물리력도 행사할 수 있다며?"

"그래. 영혼이 물리력을 쓸 줄 알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야. 아직은 목적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그것보다 더 석연치 않은 게 있어."

"뭔데?"

"결계 내에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져. 지옥의 것 같은. 아마 저 녀석들도 알아차렸을 거야."


운용이 턱으로 서호와 택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로 거리가 있어서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진 않았으나 제법 심각한 표정이었다.


"지옥? 사자가 왔단 말이야?"

"아마도."


다윤이 영적 감각이 뛰어나긴 했지만 지금 저곳은 결계가 처져 있었고 그 결계는 사방신의 수호자 세 명의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다윤이라 하여도 결계 안의 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럼 잘 하고 있다는 거 아냐?"

"이수길의 혼을 가지러 왔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산 자를 데리러 온 걸 수도 있어."

"뭐? 은하가 명부에 올라가 있기라도 한단 거야?"

"우리로선 전혀 알 수 없어. 저승의 일은 우리 관할이 아니니까. 다만 그놈이 잘 해내길 바래야지."

"하지만……."


다윤은 운용에게 뭐라 말을 꺼내려다 우울한 운용의 표정을 보고 도로 집어삼켰다. 운용은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내심 속으로 은하를 걱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길 싫어했고 다윤도 그걸 잘 알기에 그의 표정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잘해낼 거야. 분명히."


다윤이 운용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 * *



은하가 이수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김씨 영감의 농장이었다. 이수길은 마루 앞에 서서 누렁이를 보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고, 누렁이는 그를 저지하듯 이빨을 드러냈다. 은하도 가쁜 숨을 고르며 누렁이 옆에 서서 이수길을 노려봤다. 아까와는 달리 두 손이 자유로워 영적 능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으나 한편으로 집 안의 김씨 영감이 마음에 걸렸다. 은하는 노인이 나오기 전에 빨리 이수길을 보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즉불,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강인함.'


은하는 정신을 집중하며 손에 노란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은하가 다시 손을 쥐었다 펴자 종이는 사라지고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태양을 닮은 불덩이가 생겨났다. 이수길이 누렁이에게 달려들려는 찰나 은하가 불덩이를 이수길에게 집어 던졌다.


"키에에엑!"


불덩이가 이수길의 몸에 닿자 순식간에 이수길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수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


김씨 영감이 이수길의 비명을 듣고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노인은 눈앞의 광경에 놀란 듯 헉 소리를 냈다. 검은 짐승이 불에 타고 있었고 그 뒤로 아까의 소년과 누렁이가 보였다. 누렁이는 청년이 사라진 직후 없어졌는데 오늘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노인이 놀란 표정으로 정신을 놓은 사이, 갑자기 이수길의 몸뚱이가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누렁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 이수길에게 뛰어들었으나 이수길이 털이 숭숭 난 팔을 뻗어 그대로 누렁이를 날려 버렸다. 첨벙 소리를 내며 누렁이가 물웅덩이에 빠졌다. 다행인 것은 그 덕에 그의 몸에 붙은 작은 불덩이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위험해요!"


은하가 고함을 치며 달려가려 했으나 이미 한발 늦었다. 이제 노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검은 밧줄이 날라왔다.


쿵!

밧줄은 순식간에 이수길의 몸뚱이를 옭아매며 그의 몸이 그대로 마루 위로 쓰러졌다. 은하의 눈동자는 놀라움에 커질 대로 커져서 마치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의 텅 빈 눈동자에 칠흑 같은 검은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청년이 비쳤다.


"수호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산 자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이 낮게 읊조렸다. 청년의 피부는 핏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해서 마치 시체가 서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움푹 꺼진 눈두덩이 속 눈동자는 핏방울이 떨어진 듯 한 검붉은 빛깔이라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자, 자네는 그때 그 청년이군. 고맙네. 자네 아니었다면 클날 뻔 했으이."

"산 자를 지키는 것은 나의 당연한 일이오. 나중엔 나를 원망할 거요."

"하하. 그럴 리가 있나 두 번이나 날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데."

"그건 아직 당신의 시간이 남아있어서요."


청년은 표정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 말을 하고 있었는데 입 근육 외에는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서 사람의 가죽으로 만든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청년은 붉은 눈동자를 돌려 은하를 바라봤다.


"너의 인연은 나와 기이하게 얽혀있군…. 과연 필연 인가."


은하는 그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어쩐지 낯이 익은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느낌의 사내를 만난 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렇게 기이한 느낌의 사람을 한번 보면 잊을 리 없기 때문이다.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인데 은하 자신보다 오히려 이수길의 영과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수길은 검은 줄에 묶인 채 뭍으로 잡혀 나온 물고기 마냥 퍼덕거리며 마루 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의 몸뚱이는 은하가 만든 화의 기운에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이제 그만 기운을 걷어 들여라. 이수길은 오랏줄을 절대 풀 수 없다."


은하가 그의 말을 듣곤 이수길의 몸에 손을 대어 기운을 거둬들이자 불은 꺼지고 대신 노란 종이가 이수길의 몸에 붙어 있었다. 노인은 이수길의 이름을 듣자 어쩐지 낯익은 생각이 들었으나 퍼뜩 떠오르는 것이 없어 곰곰이 생각 중이었다.

은하가 노란 종이를 이수길의 몸에서 떼어냈다. 이수길은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물고기처럼 입만 뻐금거리고 있었다. 은하는 어쩐지 그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수길의 몸이 심하게 경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온몸이 꿈틀거리며 터질 듯이 이곳저곳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더니 그의 몸에 금이 가며 검은 파편들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사라진 파편 사이로 눈부시게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은하는 처음 보는 광경에 몹시 놀라고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놀랍군. 혼탁한 영을 정화시키다니."


청년이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이수길의 몸에 붙은 검은 파편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지고 순결한 하얀 혼만이 빛나고 있었다. 하얀 혼은 사람의 형상을 띄고 있었는데 40대 남성처럼 보였다. 이수길의 모습을 본 김씨 영감의 눈동자가 커졌다.


"수길? 자네 강씨 아들 수길이 아닌가?"


김씨 영감의 놀라운 외침이 빗소리를 뚫고 크게 들렸다.


"어이고, 자네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어쩌다 구천을 떠돌게 되었나. 강씨는 어떡하라고……."


김씨 영감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되더니 눈물이 번졌다. 이수길은 노인을 보고 뭐라 말을 하는 듯 입을 벙긋했으나 말이 되어 나오진 못했다.


"죽은 자와 산 자는 함께 할 수 없는 법. 영의 말은 산 자들은 들을 수 없다."


청년이 이수길을 향해 말했다. 이수길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씨 영감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가슴을 치며 한탄하고 있었다.


"자네가 대체 왜 이리 되었나. 강씨에겐 무어라 말을 하나, 응? 말 좀 해보게."


노인은 수길을 향해 물었으나 수길은 난처한 듯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노인의 주름투성이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저,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할아버지께 영혼의 말을 꼭 전해주고 싶어요."


은하가 청년을 향해 물었다. 청년은 그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사연 없는 영혼은 없다. 영혼 하나하나의 청을 들어주다 보면 네 몸이 남아나질 않을 거다."

"그래도 꼭 전해주고 싶어요. 그의 말을요."


청년이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나타난 표정이었다.


"그런 건 너희 수호자들이 더 잘 알지 않는가. 빙의라는 행위 말이지."


그 말에 은하는 부끄러운 표정이 되었다.


"저는 아직 그걸 배우지 못했어요."

"뭐? 우습군."


청년이 다시 한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평소 냉막한 그의 표정과는 다르게 웃는 모습은 더 없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빠르게 사라졌다.


"뭐 너와의 인연을 생각해 이번만은 알려주지. 정신을 집중해서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 그리고 받아들일 영혼을 절실하게 계속해서 생각해라. 그의 살아생전 모습이든 지금의 모습이든. 그리고 영혼의 앞에서 숨을 세 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라. 산 자의 숨결은 생명을 담고 있다. 너의 숨결을 따라 영혼이 들어갈 것이다."


은하는 그가 시키는 대로 수길의 영혼 앞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네 번째 숨을 들이마시자 수길의 영혼이 은하의 숨길을 따라 빨려 들어갔다. 은하가 눈을 감았다가 뜨자 동공이 확장된 채로 눈동자가 커져 있었다.


"영감님, 수길이가 왔습니다."


수길, 즉 그의 영혼이 들어간 은하가 노인을 붙잡고 오열했다.


"자네 어쩌다 이리되었나. 왜 그런 모습인게야."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리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보다 먼저 가면 어떡하나? 강씨는 어찌하라고?"


노인은 눈물을 줄줄 쏟아내며 은하를 붙잡았다. 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꺼이꺼이 울음만 터트렸다.


"말 좀 해보게. 왜 그리 된 건가."


수길의 영이 깃든 은하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영감님도 알다시피 저는 서울에서 작은 건설 회사를 꾸리고 있었어요. 말이 그럴싸해서 건설 회사지, 대기업들 하청이나 하는 작은 사무실이었지요. 그러니까 대기업에서 아파트 공사가 들어간다고 하면 자기네들은 관리직만 있고 나머진 다 하청을 줘요. 그게 더 싸게 치이거든요. 일개 일꾼까지 대기업에서 일일이 관리하진 않는다, 이 말이지요. 저희 회사도 그런 하청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대형 건설 회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저희가 맡은 아파트 건설도 결국 올 스탑 되버렸지요. 파산하니 마니 하는 뉴스가 연일 계속 보도되더니 결국 최종적으로 그 회사가 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짓고 있던 아파트도 경매로 넘어가서 다른 기업이 건설을 맡지 않으면 하청 회사들 모두 줄줄이 부도가 날 위기에 처했어요. 이런 위험 부담을 껴안으면서까지 아파트를 지을 회사는 없었고 결국 저도 망해버리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땅 판 돈으로 그나마 밀려있던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니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더군요. 전 나름대로 회사를 다시 살려보겠다고 은행에 대출도 받고 친구에게 돈도 빌리고 사채까지 끌어다 써봤습니다. 그런데 시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결국, 회사는 쓰러지고 거액의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결제일이 하루 이틀 지나자 빚쟁이들의 독촉은 심해지고 그게 한 달, 두 달이 되자 미칠 것 같더군요. 물론 그동안에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보려 노력했습니다. 투자할 사람도 물색해보고 제게 부자재 납품하던 회사 사장들도 만나봤어요. 현실은 참으로 냉정하더군요. 평소에는 굽실거리던 놈들이 회사가 부도가 난 걸 알자 거들떠도 안 보더군요.

차마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잠들기를 수차례,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갔더니 난리 통이었습니다. 온통 차압딱지가 붙어있더군요.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물이라도 한잔 마시려는데 딸아이가 왔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들어서 제가 항상 이뻐했던 큰애요. 학교에까지 빚쟁이들이 찾아와서 제 행방을 묻는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딸애가 모른다 했더니 글쎄, 네 아빌 못 잡으면 네가 대신 갚아야 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더랍니다. 그리곤 저더러 아빠가 대체 하는 게 뭐냐 치욕스럽다며 방에 들어가서 엉엉 울더라고요. 차라리 제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가족들에게까지 피해 주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마누라와 상의 끝에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나마 남은 재산은 마누라 앞으로 하고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하고요.


그렇게 마누라는 애들 데리고 친정에 가 있기로 하고 저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막노동판에서 짐도 나르고, 지하철에서 물건도 팔고, 길바닥에서 겨울에는 군고구마도 팔고, 여름에는 수레를 빌려다 과일을 팔았지요. 밤에는 대리도 했어요. 비록 하루에 세 시간도 못 자고 일했지만, 가족들을 다시 볼 날만 기다리며 희망을 품고 참았습니다. 절대 줄어들 것 같지 않은 빚도 야금야금 줄긴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누라랑 자식들한테 연락이 잘 안 되더라고요. 장인·장모가 전화를 받아도 마누라가 낮에는 없다고 하며 안 바꿔주고 밤에는 잔다며 바꾸어 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전 설마 무슨 일 있겠나 싶어 그저 잘 있겠거니 싶었습니다. 제가 등신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고급 외제 차 대리를 하러 갔는데 도착해서도 이 양반이 술이 너무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그놈과 실랑이 끝에 집에 겨우 전화해서 데리고 가라 했습니다. 그런데 마누라가 나오더라고요. 네, 바로 제 마누라요. 너무나도 놀라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후, 그 치와 살림을 합쳤다고 했어요. 그땐 이미 그놈과 법적으로 부부였어요. 마누라는 상한 제 얼굴을 보고 안쓰러워했지만 다시 돌아올 의향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의 간곡한 부탁에도 매정하게 뒤돌아서더군요. 알고 보니 부도나기 전부터 그놈과 바람이 난 상태였어요. 전 그것도 모르고 그네들 좋은 일만 해준 거죠. 빌어먹을 년. 제가 꿈꿔왔던 따뜻한 가족은 더는 없었습니다. 저는 꿈도 희망도 잃고 부랑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날 강수길이란 이름과 함께 전 제 자신마저 버렸습니다.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수길로 바꾸고 세상과 등진 채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노숙이나 하고 돈이 없으면 구걸해서 빌어먹는 생활을 하고 있었죠. 사실 저도 제가 왜 하루하루 살아야 하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냥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하, 지금은 이 꼴이지만 그래도 죽는 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용기가 없어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하며 홀로 자위하고 있었어요.

어느 추운 겨울날, 눈까지 펑펑 와서인지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저는 그들과 동떨어져서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소주나 까서 마시고 있었죠. 사람이 많긴 정말 많더군요. 제가 있는 구석탱이까지 사람이 들어오더라고요. 그 중 어떤 젊은 연놈들이 지나가며 저를 가리키며 눈살을 찌푸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년이 절 보며 더럽고 냄새난다고 토하는 시늉을 하자, 놈 새끼가 저런 인간 버러지들은 싹 다 죽여야 한다 하더군요. 화가 치밀어 올라 저도 술김에 욕을 했고 그렇게 시비가 붙었습니다. 주변에 제 편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 연놈들은 겉은 멀끔했고 저는 꾀죄죄하고 냄새나는 노숙자였으니까요. 개 같은 것들. 주변에서 경찰을 부르라며 신고하려는 찰나, 어떤 남자가 제게 다가오더군요. 깔끔한 양복에 긴 코트를 입은 멀끔한 신사였어요. 그 신사가 다 들었다며 제 편을 들고 그들에게 사과하라 했습니다. 신사가 정확하게 상황 설명을 하자 주변 사람들이 저를 옹호하기 시작했고 그 연놈들은 더럽다고 말하며 도망가듯 떠났어요. 전 신사에게 고맙다고 꾸벅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어요. 사실 제가 그것밖엔 할 게 뭐가 있겠어요. 가진 거라곤 동전 몇 개가 단데. 그런데 신사는 가지도 않고 제 앞에 쪼그려 앉더니 절 측은하게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지금 삶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더라고요. 자기를 따라가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며 함께 가자하더군요. 전 배불리 먹는 건 됐고 술이나 한 병 사달라 했습니다. 그러니 그가 술을 사줄 테니 가자고 제 팔을 잡고 이끌더군요. 제가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갔습니다. 이거 끌려가서 장기라도 팔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노숙자 몇이 그렇게 당했거든요. 한편으론 어차피 쓸 데 없는 몸, 아무려면 어떠냐 싶기도 했어요. 신사는 제 마음을 눈치 챘는지 제게 해가 되는 곳이 아니라고 웃으며 말하더군요.


네, 그리고 도착한 곳은 깔끔한 건물이었습니다. 빨간 벽돌로 된 외벽에 서양식으로 뾰족하게 지붕이 세워진 것이 바로 교회였습니다. 교회 앞마당에는 알록달록한 트리가 장식되어있더군요. 그 신사는 자신이 이 교회 집사라 소개했습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 특별한 예배가 있다더군요. 저야 어차피 신 같은 거 안 믿는 놈이라 적당히 따라 하고 술이나 먹을 겸 해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대로 아멘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그를 보고 그저 따라 했어요. 특별 예밴지 뭔지, 예배는 밤늦게까지 하더군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났습니다.

신사는 저를 데리고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태워주며 빵과 간식을 건네더군요. 그리고 시장하냐 묻더니 치킨까지 시켜주었어요. 방금 막 튀긴 따끈따끈하고 노릇노릇한 치킨을 보니 환장하겠더군요. 냄새만 맡아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였습니다. 오랜만에 그렇게 포식하긴 처음이었어요. 닭 한 마리를 금세 해치우고 닭 뼈만 쪽쪽 빨고 있는데 신사가 저를 빤히 보고 있더라고요. 술 생각이 나지만 차마 염치없이 말하기 머쓱해서 애꿎은 콧잔등만 긁고 있는데 그 신사가 저더러 그러더군요. 제가 마치 신이 주신 선물인 거 같다고요. 뭐, 절더러 교회를 다니라 하려는 가보다 해서 잠자코 있는데 제가 힘들어 보인다면서 삶이 고단해도 언젠가는 잘 될 거라 하더군요.

사실 그때 전 삶에 아무 미련도 없었어요. 그냥 자식들이나 한 번 보고 죽는다면 소원이 없었어요. 그 신사는 다 안다는 듯 소원이 있다면 자신에게 말해보라 하더군요. 고된 삶 때문인지 추운 날 뜨끈한 곳에서 배불리 먹고 나니 제 눈에는 인자한 그가 마치 신처럼 보이더군요. 전 제 인생사 모두 얘기하며 자식들 딱 한 번만 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 했어요. 그랬더니 죽는단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며 만류하더군요. 그리곤 그 신사는 제 사정을 듣더니 자신의 지갑을 탈탈 털어서 저에게 돈을 모두 주었어요. 무슨 집사가 돈이 그리 많은지 현금으로 삼십만 원을 가지고 있더군요. 제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이 돈 가지고 어서 자식들에게 가보라 하더군요. 저는 사양도 안 하고 돈을 덥석 받아들고 꼭 갚겠노라며 그에게 꾸벅 인사했습니다. 그는 예의 그 인자한 눈빛으로 절 더러 돈은 안 갚아도 되는데 대신 이후에 꼭 다시 자기를 만나러 오라 하더라고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꼭 그러 마 하고 약속하곤 전 자식들을 보러 그 집으로 향했어요.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오고, 마침 그날이 크리스마스였어요. 전 애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들을 사서 그 집 앞에서 기다렸지요. 눈이 다시 펑펑 오기 시작하더군요. 제법 날이 추워서인지 바닥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마누라가 애들과 같이 나오더군요. 마누라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며 빨리 가라고 하더군요. 전 마누라를 무심하게 보곤 애들을 보러 온 거라 하고 선물을 내밀었어요. 큰애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작은 애는 선물을 냅다 받고 좋아하는데 정말 흐뭇했어요. 그런데 마누라가 뭐라 말했는지 큰애가 갑자기 절더러 이딴 거 필요 없으니 다신 오지 말라더군요. 자신들의 아버지는 더 이상 제가 아니라고. 저는 죽은 거로 알 테니 다신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절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라고요. 전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선물은 그냥 마누라한테 아무렇게나 던져주곤 그 자리를 떴어요. 약한 모습을 보일 거 같아서요. 눈물만 계속 흐르더라고요.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은 없어 보였어요. 그냥 세상이 원망스러웠죠. 전 다시 노숙자로 돌아갔어요. 삶에 아무런 희망도 미련도 없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숙자요. 매일 술로 살았습니다. 술기운에서 벗어나면 딸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경멸하는 눈빛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어요. 밥도 안 먹고 술만 마시는 날도 많았어요. 이미 제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마음은 그것보다 더 심하게 망가졌습니다. 그러기를 어느 날, 그 집사가 다시 찾아왔더군요. 마치 절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대하며, 절 한참 찾고 다녔다면서 자신에게 다시 올 줄 알았는데 그날은 어땠느냐며 다정하게 묻더군요. 그 인자한 눈빛을 받으니 전 구원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집사는 그렇게 잘해주었는데 저란 놈은……. 그 앞에서 꺼이꺼이 울어버렸어요. 그러다가 그대로 실신해버렸습니다.


그러고 다음날 깨어나니 병원이더라고요. 옆에 집사가 저를 보며 몸 좀 괜찮으냐고 물었습니다. 전 괜찮다고 어서 나가자는데 그 집사 표정이 어둡더군요. 이내 의사가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절 보며 위암 말기라고 했습니다. 길어봐야 석 달 남았다고. 다른 보호자는 없느냐고 묻는데 전 그냥 멍하더라고요.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는데 나와서 집사가 이끄는 대로 왔습니다. 집사 네 집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양반, 변호사였습니다. 돈이 엄청 많은지 제가 사업할 때 집보다 훨씬 좋더군요. 그 변호사가 양주를 꺼내 제게 권했습니다. 둘이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미친 듯이 술만 퍼마시곤 그대로 잠들었어요.

그러고 일어나보니 온통 컴컴하더라고요. 전 그 집에서 나와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로 위가 옥상인데 열려 있었어요. 난관에 서서 한참을 내려다보는데 변호사가 어느새 왔는지 제 뒤에 있더군요. 그러더니 저를 말리지도 않고 측은하게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혼자 가기 억울하지 않으냐고. 그 말을 들으니 딸애의 눈빛이 떠올랐습니다. 제 생각을 읽은 건지 변호사가 그러더군요. 어차피 삼 개월 밖에 못사는 거 잘 생각해보라고. 문득 제가 죽고 나서 행복하게 살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놈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니 분노가 솟구쳐 오르며 박살 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그놈이 오는 것을 보고 뒤에서 칼로 쑤셔버렸습니다. 날카로운 칼이 살갗을 파고드는 그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습니다. 그놈은 저에게 빌더군요. 제발 살려달라고. 전 아무 말 않고 그놈의 얼굴을 발로 걷어찼습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수십 차례 발로 내려치니 반항도 없이 부르르 경련만 일으키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더군요. 그놈의 얼굴은 피곤죽이 되어 코는 으깨지고 부서진 이빨과 혓 조각이 핏물과 섞여 나와 있었어요. 통쾌했습니다. 이제 그놈을 죽였으니 제 가족을 찾을 수 있겠다 싶어 들어갔습니다. 마누라가 피가 묻은 저를 보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무 시끄러워 조용히 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목에 칼을 꼽았어요. 그러니 끄륵끄륵 소리만 나더니 조용해지더군요. 피가 꿀렁꿀렁 나오는 게 흥분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 딸들도 죽였습니다. 큰애는 목을 졸라 죽였어요. 그리고 경멸하던 눈빛이 떠올라 눈알을 끄집어냈어요. 작은 애는 살리고 싶었습니다. 저더러 아빠 잘못했어, 제발 살려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이 잔인한 살육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제 안의 악마가 저를 송두리째 먹어치운 느낌이었습니다. 그 악마 놈은 더 많은 가족의 피를 갈구했고 분노는 전혀 사그라질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장인·장모의 집으로 찾아가 그들 모두를 죽였습니다. 그제야 제 안의 악마가 만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전 교회로 다시 갔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피가 스며든 손으로 기도했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더군요. 계속 기도하고 또 했습니다.

어느새 변호사가 나와서 제게 아는 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가족들을 다 죽이니 후련하냐고 묻더군요. 전 아무 말 없이 땅바닥만 봤습니다. 저더러 앞으로 어찌 할 거냐고 묻더군요. 저도 막막해서 아무 말도 못한 채 한숨만 내쉬었습니다. 변호사는 저에게 죽어서도 쫓길 거라 하더군요. 그 말을 하는 변호사의 눈빛은 피에 굶주린 악마의 그것처럼 사악해보였습니다. 전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저에게 지옥에 갈 거라 말하며 영원히 끝없는 고통을 받을 거라 했습니다. 가족의 생명을 빼앗은 죄는 크다면서. 그러면서 한 가지 방법은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사자가 찾지 못할 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죽으면 더 큰 힘을 주리라 약속했습니다. 제게는 더 이상의 삶에 대한 미련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지시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에게 힘을 주겠다고. 그리곤 정신을 잃고 나니 이곳에 있었습니다. 따뜻한 피가, 살아있는 심장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을 해치고 내장을 파먹고 다녔습니다.



* * *



긴말을 마치고 수길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그때는 온 세상이 핏빛으로 보였습니다. 분노로 이성이 마비되었습니다. 전 그저 한 마리 짐승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죽여 버렸습니다. 그놈과 마누라, 자식새끼들, 모두 알고 숨긴 장인·장모까지. 저는……. 저는 제 가족을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은하는 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


"손에 피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이 손으로 내 새끼들을 죽였습니다. 그 가녀린 몸을…. 전 잔인하게 유린했습니다. 찢고, 쑤시고, 토막 내고. 피, 피를 뽑아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 몸에 흐르는 내 피를…. 전 그냥 한 마리 짐승이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손에 혈육의 피를 묻힌 저는 그냥 짐승입니다."


은하가 다시 눈물을 쏟아내며 노인에게 말했다.


"……. 그런 말 말게. 강씨가 남아있지 않는가. 사회가 문제 인거야."


충격적인 이야기에 노인은 겨우 정신을 추스르며 수길을 달랬다.


"그래, 여기까진 어찌 온 건가? 강씨를 보러 온 겐가?"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을 뜨니 이 산속이었습니다."

"어이고, 자네가 죽어서 돌아올 줄이야."

"이수길."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청년이 그를 노려봤다.


"그 변호사 놈이 인간이라 했나?"


그의 목소리를 들은 수길은 흠칫했다.


"네. 제가 만난 그는 인간이었습니다."

"생김새는?"

"그….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상관없다. 네가 죽기 전에 만났다면 너의 기억 속에 있을 테니. 어떤 의미론 이 녀석에게 감사하군."


청년이 나직이 읊조렸다.


"자, 할 말이 다 끝났으면 그만 나오시오. 영혼의 무게는 산 자에게 많은 부담이 되오."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더 주오."


노인이 청년을 향해 다급하게 말했다. 그는 수길을 붙잡고 물었다.


"자네, 자네 시신은 어디 있나? 그걸 알아야 무덤이라도 만들 게 아닌가?"


노인이 간곡한 눈으로 수길을 바라봤다.


"영감님. 제 시신은 이미 그 사람이 걷어갔습니다.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강씨에겐 뭐라 하나?"

"아버지에겐 비밀로 해주십시오.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수길이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 알겠네."

"감사합니다. 영감님."

"그래. 먼저 가 있으니. 나도 곧 갈 테니."


노인이 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은하를 꼬옥 끌어안았다.


"감사합니다. 아버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수길은 은하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은하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노인은 은하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은하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마우이. 정말 고마우이……."


은하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봤다. 청년은 붉은 눈으로 그런 은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수길의 영은 인도받았다. 그의 일생은 지옥에서 판단할 것이다."

"그럼 시험에 합격한 건가요?"

"그건 수호자들에게 물어봐라. 그나저나 너와는 정말 필연인 것 같군."

"하하. 그런가요? 형!"

"뭐라?"


저승사자를 형이라 부르는 인간은 은하가 유일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 청년이었다.


"앞으로 창이라 부르도록. 다시 만날 일이 있다면 말이야."

"네!"


은하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창을 떠나보냈다. 이수길의 영혼과 함께.



작가의말

이수길의 독백은 원래 간단하게 했다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거 같아 길게 늘렸습니다. 그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거 같은 느낌이네요. 뭔가 조금 더 넣으면 그럴 듯할거 같은데....글을 볼 때마다 자꾸 뭔가 넣고 싶어져서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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