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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토리

사방신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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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woon)
작품등록일 :
2013.06.16 13:43
최근연재일 :
2013.09.29 22:31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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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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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5
글자수 :
286,264

작성
13.06.16 14:33
조회
1,575
추천
50
글자
13쪽

제 1장 시작의 장(4)

DUMMY

사방신 고등학교가 위치한 섬은 남해안의 땅 끝 마을에서도 배로 두 시간을 타야할 먼 거리에 있었다. 게다가 사전에 허가받은 배만 섬에 출입할 수 있어서 섬의 위치도 베일에 쌓여있었다. 섬에는 오직 한대의 배만 출입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한 달에 한 번씩만 들렀다. 은하는 알지 못했지만 그 배 역시 사전 통보를 받고 움직인 것이었다.

어부들 사이에는 이 섬의 존재조차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근처에 고기잡이 어선들이 접근하면 결계에서 헤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섬의 근처도 오지 못하고 끊임없이 주위만 뱅글뱅글 도는 것이다. 그래서 선장들은 섬으로의 접근은 물론이요, 언급조차 꺼려했다. 섬의 이름은 부신도(扶神島)였다.

부신도는 생각보다 규모가 큰 섬이었으나 학교를 세우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인도였다. 이 섬에 학교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섬에 사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수호자들 사이에 학교를 세울 때 사방신의 수호자들이 관여했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허나 부신도의 규모가 크다고 해도 한국의 5대 섬 정도의 크기는 아니어서 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삼분지일은 되었고 나머지 부분에 수호자들이 뿌리를 내려 살고 있었다.


사방신 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함께 있었다. 대부분의 수호자들은 사춘기 때 수호신을 처음 접했다. 사춘기가 가장 정신적으로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할 때라 감각을 감지하는 능력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드물게도 그 시기가 빠르거나 느린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섬 내에 고등학교 외에도 초, 중학생들을 위한 학교도 마련되어있었으며 기숙사 역시 따로 존재했다. 다만 학교 내의 결계로 인해 그들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고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수호자의 능력은 수호신에 따라 그 급이 확실히 달라졌다. 사방신을 필두로 한 신수들을 수호신으로 가진 가문들은 당연히 최정상의 능력을 자랑했고 그에 걸 맞는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사방신은 최정상의 위치에 있어서 모든 수호자들은 그들을 동경하며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수호자들은 수호신에 따라 성격과 능력이 판이하게 달랐는데 신수를 수호신으로 가진 사람들은 특히 더 심했다. 수호신 역시 수호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둘 사이의 상호 작용이 무척 중요했다. 학교에서는 급에 따라 그들을 반에 배정했는데 최상급의 수호자들은 모두 사반(死)에 배치되어있었다. 물론 사방신의 수호자들도 모두 사반이었다.



* * *



"자, 여기 기숙사 열쇠."


은하는 제웅에게서 열쇠를 넘겨받았다. 사실 은하는 기숙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들떠있었다. 기숙사 건물은 밖에서 봐도 놀랄 만큼 규모가 컸다. 아파트 급의 규모는 아니었으나 은하의 눈에는 마치 아파트처럼 크게 느껴졌다. 항상 단층 주택을 전전하며 살던 그는 사실 아파트에 꼭 살아보고 싶었다. 그의 할머니는 평생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 하셨는데 그 꿈을 못 이루고 돌아가셨다. 은하는 꼭 그 꿈을 자신이 이루어 드리고 싶었으나 이제는 물거품이 되었다. 제웅은 은하의 눈에 여러 가지 생각이 깃든 것을 보았으나 별다른 내색 없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은하는 407호라 적힌 방열 쇠를 들고 4층으로 올라갔다. 단순하게도 4층은 각 학년의 사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능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아두는 것은 학교 측의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배려였다. 사실 능력이 뛰어난 수호자들은 그렇지 못한 수호자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에 학교 측의 배려는 그런 학생들을 위한 나름 좋은 조치였다.


407호는 4층으로 들어서는 계단에서 두 번째 위치해있었다. 맞은편에는 402호가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 맞은편에 창문이 있었다. 한쪽 구석에 2층 침대가 있었고 창가에 책상 두개가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있었다. 옷장은 침대의 반대편에 위치해있었는데 붙박이식이었고 일부는 사용중이였다. 책상 한구석의 책장에 책들이 빼곡하게 있는 걸로 봐선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듯 했다. 은하는 옷장에 짐을 대충 풀곤 침대 위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이 곳에 와서 참으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신, 수호자, 영적 능력…. 그리고 그들이 모여 있는 학교…. 그런 곳에 내가 있다니….'


머리가 복잡한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나 싫은 아버지의 얼굴과 할머니의 얼굴이 같이 떠올랐다. 왠지 우스웠다. 아버지도 그 수호자라는 것인가, 그래서 이런 학교에 날 보낸 건가하고 생각했다. 누워있으려니 잊고 있던 배 멀미와 함께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은하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



"그래, 전학생은 어떤가?"

"잘 모르겠습니다. 착한 녀석인거 같긴 하군요."

"우리 학교 첫 전학생이니 자네가 신경 좀 써주게."

"네. 그런데 전학생 말입니다."


제웅은 말을 하다말고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딴청을 폈다. 제웅의 앞에는 한 남자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앉아있었다. 남자는 깔끔하게 올백머리를 했는데 놀랍게도 백색의 금발 머리를 지녔다. 전체적으로 옅은 선과 날카로운 턱 선에 매끄러운 콧날을 지닌 남자는 자칫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었으나 눈빛이 부드럽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 자상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한쪽 다리를 꼰 채 양손의 깍지를 끼고 눈을 빛내며 제웅을 응시하고 있었다.


"궁금한 게 있나보지?"

"네."

"말해보게."


남자는 몇 가닥 내려온 백금발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리며 말했다.


"전학생에게 영적 능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

"제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의 수호신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겠습니다."

"하하. 자네 수호신이야 내가 잘 아는데 자책하지 말게. 그래, 그에게 수호신이 있는지 나에게 물으러 온 건가?"

"네. 제가 왠지 알아야할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하하. 무례는 무슨, 자네의 동물적인 감각이 무언가를 느꼈나보군. 사실 자네 말고 다른 친구도 여기 올 거라네."

"네?"


제웅은 당황한 표정이었으나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능력은 탁월한 것이었다. 남자는 제웅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은빛의 무테안경을 벗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안경을 벗은 그의 눈동자는 놀랍게도 금빛이었다. 그때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 밖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들어오게."


교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백서호였다. 서호는 아무런 생각 않고 문을 열었다가 제웅이 있는 것을 보곤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그래. 무슨 일인가?"

"무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질문 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전학생에 관한 것이군."

"그렇습니다."


서호는 교장에게 말하며 제웅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교장은 그런 그의 뜻을 알아채곤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경계할거 없네. 둘은 같은 뜻을 가지고 여기 온 거니까."


교장의 말에 서호는 제웅을 힐끔 바라봤다. 서호가 등장한 이후로 웬일인지 제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제웅의 눈에는 언뜻 노기가 서려있어 보였다. 서호 역시 제웅을 바라보는 눈빛이 차가웠다.


"자, 말해보게."

"이 학교에 전학생이란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래. 왜인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수호자이기 때문입니다."

"계속 해보게."

"수호신이란 그 가문의 상징이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정체도 모를 가문의 수호자라니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수호신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서호의 이야기를 듣던 제웅의 표정이 처음으로 바뀌었다. 제웅의 표정은 약간 아리송해보였다. 서호는 다소 흥분한 듯 교장의 앞에서 크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호신이 없는 사람은 이 학교 아니 이 섬에 있을 자격이 없습니다."

"허허. 그럼 전학생을 내보내자는 건가?"

"능력이 없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호는 교장의 금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 교장은 그의 태도가 도전적임을 보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앉아있었다.


"건방지군."


제웅이 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라고요?"

"건방지다고. 백호의 수호자라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겐가? 이 분의 신분은 너도 잘 알 텐데."


제웅의 말을 들은 서호의 얼굴이 굳어갔다. 서호의 눈썹이 꿈틀거리고 눈빛에 살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제웅은 그의 눈빛이 새빨간 핏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어깨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니까 전학생에게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되는 거지?"


팽팽한 긴장감이 터질 듯 한 그때, 교장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졌다.


"그렇습니다. 능력이 있다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능력을 시험 한다라…. 썩 내키진 않지만 기회를 찾아보지."


교장이 미간을 문지르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최근 xx시 부근에 연쇄 살인마의 영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호는 교장이 눈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연쇄살인마라…. 그에겐 힘들 텐데?"

"하지만 악마 급은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인간의 영혼입니다. 그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글쎄…."

"그 정도도 힘들다면 사반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 사방신이 함께 대동해서 지켜보다가 위험할 것 같으면 돕겠습니다."


서호는 마치 모든 것을 생각해온 듯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


서호는 은하를 거침없이 일반인이라 불렀다.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완벽하게 드러났다.


"그래. 시기는?"

"이번 주 토요일입니다."

"그래. 알았네."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서호는 말을 마치고 교장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제웅은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감히 교장의 결정에 거역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답답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왜 그런 얼굴인가?"

"그가 아무리 백호의 수호자라고 해도 너무 한 거 같습니다."

"하하. 아직 어리니 패기가 있다고 해두지. 백호의 수호자는 원래부터 솔직함이 특징이었으니까."


교장은 눈동자를 빛내며 활짝 웃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이었으나 그를 보는 제웅은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교장은 곰 같은 제웅이 뚱한 표정을 짓자 귀엽게 생각되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마음에 안 드는가? 자네도 능력을 알고 싶어 했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그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방신이 지켜준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를 일반인으로 여기는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그가 마음에 드나보군."

"착한 녀석인 거 같습니다. 고생도 많이 한 거 같고요."

"그러면 자네도 같이 가면 되겠군."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래. 내가 허락하지."


교장의 말에 제웅은 다소 누그러졌다.


"그리고 자네가 어느 정도 교육도 해주게. 사실 나도 능력이 궁금하거든."


교장이 눈을 찡긋하며 제웅에게 말했다. 제웅은 그 얘기를 듣고 놀란 듯 했다.


"교장 선생님도 모르시는 겁니까?"

"하하, 그래. 사실 초대장은 내가 보낸 게 아니라네."

"네? 그렇다면 누가…."

"지옥에서 왔더군."

제웅은 교장의 말을 듣고 언뜻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으나 차마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


"그 분께서 하신 일이라면 내쫓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글쎄. 그가 이 학교와 인연이 있다 생각되는군."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다면 틀림없겠군요."

"그리고 감시조가 붙었을 게야. 사실 이미 느끼고 있었다네. 이질적인 그 기운을."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군요. 교장 선생님께서 쉽게 허락하신 것은…."

"그래. 그리고 혹시 모르니 우리 측 감시조도 있어야겠네. 자네가 맡아주게."


교장은 제웅을 보며 눈을 빛냈다.


"알겠습니다."


제웅마저 교장실에서 나가자 교장의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질식할 듯 한 긴장감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의 자상한 모습은 사라지고 위압감이 자연스레 느껴지는 절대적인 지배자의 모습이었다.


"정체가 뭐든. 이 학교에 든 이상은 내 눈을 피하진 못할 거야. 그의 뒤에 누가 있던 말이야."


나직하게 읊조리는 교장의 모습은 어느새 금빛의 용으로 변해있었다.


작가의말

글을 쓸수록 부족함이 느껴집니다.

전개를 좀 더 빠르게 하고 싶은데 자꾸 처지는 느낌이네요. ㅠㅠ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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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 1장 시작의 장(9) 13.06.16 979 62 29쪽
9 제 1장 시작의 장(8) 13.06.16 1,481 43 14쪽
8 제 1장 시작의 장(7) 13.06.16 2,374 87 23쪽
7 제 1장 시작의 장(6) +2 13.06.16 2,371 59 15쪽
6 제 1장 시작의 장(5) 13.06.16 1,685 19 16쪽
» 제 1장 시작의 장(4) 13.06.16 1,576 50 13쪽
4 제 1장 시작의 장(3) 13.06.16 2,162 36 21쪽
3 제 1장 시작의 장(2) +2 13.06.16 1,119 64 12쪽
2 제 1장 시작의 장(1) 13.06.16 1,895 51 11쪽
1 프롤로그 +2 13.06.16 2,306 4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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