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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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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72,889

작성
21.05.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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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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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집으로(1)

DUMMY

“···언제 와, 오빠?”


그녀는 집의 벽에 기대어 문을 바라보며 한없이 오빠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급한 일이 생긴 줄만 알았다. 맛있게 같이 치킨을 먹은 뒤에 연락 없이 사라진 오빠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러 갔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다음 날 깨달았다.


“던전에서 일을 하던 도중에 사망하셨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막 도착했을 때, 문 앞에 서서 기다리던 InF 소속 헌터가 했던 말이었다. 믿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저희 관할 던전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수진 양의 진로에 드는 비용 전부는 저희 쪽에서 지급···.”


헌터가 뭐라고 길게 말했었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죽었어? 오빠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오빠는 살아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었으니까. 그녀를 두고 절대 죽을 리가 없는 착하고 성실한 오빠니까. 그녀는 기다리기로 했다.


InF의 지원 덕분에 무사히 학교의 첫 학기를 끝낼 수 있었다. 성적도 잘 나왔다. 중간, 기말을 합쳐서 낸 평균이 전교 50등 안에 들 정도였으니 자랑할 만했다. 하지만 자랑할 대상이 없었다.


“빨리 와, 오빠. 나 힘들어.”


이제 집은 그녀에게 휴식의 공간이 아니었다. 마음의 위안을 받는 곳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의 장소로 바뀌었다.


집주인 할머니가 “힘들지?”라며 가져온 반찬 몇 가지는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한 입도 먹지 않았다. 그것을 먹는 순간 정말 오빠의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랬다.


“나 때문이야?”


그래. 다 내 잘못이야. 오빠는 목숨을 걸고 일하는데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공부하고,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자서 그래. 그래서 오빠가 집에 오지 않는 거야.


“내가 돈을 벌었다면. 내 돈으로 공부하고, 내 돈으로 밥을 먹고, 내 돈으로 놀았다면.”


그랬다면 오빠는 진작 집에 들어왔을 거야. 모든 건 내 탓이야. 내가 오빠에게 의지만 해서 그래.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그래서 오빠가 안 오는 거야.


- 잠들어 있던 당신의 특성이 깨어납니다.


앞으로 나 혼자 다 할게, 오빠. 돈도 벌고, 공부도 하고, 밥도 차리고, 빨래도 하고. 다 내가 할 테니까, 제발 돌아오기만 해. 응?


- 특성 ‘자급자족’이 부여되었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약속대로 설화는 일주일에 한 번만의 특성 진화를 요구했고 전부 7주와는 동떨어진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마스터.”

“뭐가.”


팔굽혀펴기를 하며 수호는 한의 말을 받아주었다.


“마스터라면 이 기회를 날리겠습니까? 동료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너무 강해서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잖아.”


-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


- 힘이 1만큼 증가합니다.


보상을 확인한 그는 옷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리고 상태 창을 확인했다.


<상태 정보>


이름 : 수호

나이 : 20

레벨 : 1

특성 : 한계 돌파

스텟

힘 : 20 민첩 : 20

체력 : 17 지능 : 15 카리스마 : 13

착용 중인 장비

- 모순

보유 중인 스킬

- 없음


처음 특성을 진화해 준 날부터 40일이 지났다. 그동안 다섯 명의 특성을 추가로 진화시켜 주었고, 반복 퀘스트를 꾸준히 클리어한 결과 스텟 창이 제법 볼만해졌다.


“카리스마는 보상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다행이야.”


카리스마는 생성된 스텟이라 그런지 퀘스트의 보상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다. 추가된 스텟은 식당에서 가끔 덤비는 잡범들을 교육해 주고 얻은 것이다. 덕분에 힘과 민첩을 20까지 올릴 수 있었다.


끼익.


문의 배식구가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음식이 아닌 쪽지였다.


‘지금부터 나는 없을 예정. 잘해 봐.’


“기회인 거 같지?”

“예. 누가 봐도 기회인 거 같습니다.”


설화가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능력이 된다면 어디 한번 나가 보라는.


“어떻게 할까.”

“식사 시간을 노릴까요?”


탈출 난이도를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서는 언제가 좋을까.


“24601! 나와라.”


반복 퀘스트가 끝난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식사 시간. 여전히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지금 시도해야 할까?


“움직여.”


짧은 고민 끝에 그는 우선 식당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곳에 있는 빌런들에게 묻는다면 연구소의 구조를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조를 아는 애들이 있을까?’

“2889에게 물어보죠.”

‘그래. 그러자.’


식당에 도착하니 오늘도 역시 그의 충실한 부하 2889가 그의 전용석에 식판을 준비해 두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오늘 메뉴는 오리불고기에 김치, 된장국입니다.”

“응. 먹어.”

“맛있게 드십시오.”


수호는 밥을 먹는 시늉을 하며 2889를 쳐다봤다.


“야.”

“예, 형님.”

“너 연구소 구조 좀 알고 있냐? 아니면 알고 있는 사람이나.”


만약 모른다면 아무 경비나 붙잡고 인질로 삼아서 출구의 위치를 알아내는 수밖에. 같은 경비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당연히 알고 있죠.”

“그래?”

“예.”


2889는 입에 넣은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킨 후에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가 있는 식당은 일종의 별관입니다. 형님 뒤에 있는 잠긴 문 보이십니까?”

“···응.”


누구도 드나든 적이 없었던 24시간 내내 잠겨 있는 문. 경비와 빌런들이 없는 취급을 하기에 그도 그러려니 했었다.


“저 문은 연구소 공터로 이어집니다.”

“공터로?”

“예.”


2889가 주변을 쓱 한 번 살피고는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은밀하게 말했다.


“빌런 연구소는 말 그대로 연구소입니다. 부지가 넓고 잡다한 건물들이 많습니다. 대중들의 눈을 가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대중들에게 긍정적인 인식? 같은 것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하던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리고기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아마 흉악범들을 가둬놓는 곳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출구가 나옵니다. 저희 빌런들이 있는 곳은 지하라서, 헷갈린다면 무조건 위로 가는 게 답입니다.”

“너 되게 자세하게 안다?”

“제가 이게 좀 되다 보니까···. 아하하.”


2889가 입 앞에 손을 가져가 주둥이를 놀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밖에서도 그걸로 먹고 살았어?”

“예. 부끄럽긴 합니다만, 억 단위를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뭐 했는데.”

“···보이스 피싱이요.”


수호는 그의 머리를 때렸다.


“잘하는 짓이다.”

“여기 와서 정신 차렸습니다. 게다가 한 푼도 안 써서 돈은 전부 피해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돈은 왜 안 썼어?”

“스포츠카를 사기에는 돈이 모자라서요.”


수호는 손을 들었고 2889는 팔을 들어 방어 태세를 갖췄다.


“몬스터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는데 스포츠카는 얼어 죽을.”

“제가 그 정도 머리가 됐으면 범죄를 안 저질렀죠.”


억울하다는 2889의 말에 그는 손을 내렸다.


“덕분에 도움 많이 됐다.”

“아닙니다, 형님.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여기 오래 있었는데 아는 게 없어서. 저 문도 조금 궁금하긴 했고.”


수호는 눈으로 굳게 닫혀 있는 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2889가 그럴 수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처음 오는 빌런들은 다 궁금해합니다. 원래 문은 지나다니라고 있는 건데 맨날 닫혀 있기만 하니까. 형님은 아주 느린 편이죠.”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먹는 것에 집중했다.


“···있잖아.”

“예, 형님.”


수호는 줄곧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의문을 입밖으로 내놓기로 했다.


“설화한테 뭘 받기로 했어? 식당에서 나를 감시하는 대가로.”

“예? 그게 무슨-.”


그의 질문에 2889가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의외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까지는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


“갇혀 있는 시간 감소? 특별 사식? 대가가 뭐야.”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구조를 알고 있는 건 단순히 제가 친화력이 좋아서-.”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수호는 젓가락을 단검처럼 잡으며 말했다.


“이미 일곱 명을 죽였어. 너 하나 더 죽인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아. 사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계속 거짓말해.”

“저,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형님.”


계속 발뺌을 하는 그에게 수호는 쪽지를 보여 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2889의 눈이 흔들렸다. 누가 자리에 없다는 것인지 알아챈 것이다.


“···언제부터 눈치 채셨습니까?”


그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고 그 모습을 본 한은 휘파람을 불었다.


“잡범들과 훨씬 많은 시간을 함께할 네가 나한테 엉겨 붙을 때부터. 연구소 구조를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에서 확신했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받은 게 아니라면 빌런이 그렇게 잘 알 수가 없지.”

“연기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잘했어.”


수호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내가 너와 같은 잡범이었다면 믿었을 거야.”

“죄송합니다, 형님.”


피식 웃은 수호는 된장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네가 했던 말 중에 거짓이 있어?”

“없습니다. 구조는 정말 말씀드렸던 그대로입니다.”

“그럼 됐어.”

“···안 때리십니까?”


그의 질문에 수호는 주먹을 들었다.


“때려 줘?”

“아뇨. 죄송합니다.”

“조용히 하고 밥이나 먹어라.”

“예.”


수호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마지막 한 숟갈을 뜨자 어김없이 식당의 문이 열렸다.


“24601! 나와!”

“간다, 가.”


자리에서 일어난 수호는 2889의 어깨에 손을 툭 얹고서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예? 그동안···?”


그는 씩 웃어 주고는 경비에게 다가갔다. 경비가 총구로 복도를 가리켰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언제 하실 겁니까?”

“밤에.”


수호는 침대에 누우며 한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러면 조금 주무시죠.”

“그러려고. 새벽 즈음 된 거 같으면 깨워 줘.”

“예, 마스터.”



한이 볼을 쿡쿡 찌르며 깨운 것은 체감상 한 시간 정도 지났다고 생각될 무렵이었다.


“왜 벌써 깨우고 그래···. 밤이네.”

“밤입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게 햇빛에서 달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호는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풀었다.


“긴장을 너무 푼 거 아닙니까?”

“어차피 네가 있는데 뭐.”

“그건 또 그렇습니다.”


한의 대답을 들은 그는 웃으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특성을 사용한 그는 오른팔을 휘둘렀다.


콰앙!


뜯겨 나간 문짝이 복도의 난간을 넘어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동시에 사이렌이 울렸다.


- 빌런 번호 24601 탈옥! 빌런 번호 24601 탈옥! 경비들은 곧바로 체포할 것!


수호는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복도를 달렸다. 앞쪽의 공간이 자신에게 빨려드는 착각과 함께 그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에 도착했다.


“한. 동생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도와줘.”

“예, 마스터.”


방 안에 있었을 때와는 다른 진지한 목소리에 든든함을 느끼며 수호는 계단을 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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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빌런 번호 24601(5) 21.05.18 29 0 13쪽
9 2. 빌런 번호 24601(4) 21.05.17 41 0 12쪽
8 2. 빌런 번호 24601(3) 21.05.17 64 0 12쪽
7 2. 빌런 번호 24601(2) 21.05.16 27 0 12쪽
6 2. 빌런 번호 24601(1) 21.05.15 34 0 13쪽
5 1. N번째 회귀자(5) 21.05.15 34 0 12쪽
4 1. N번째 회귀자(4) 21.05.14 57 0 13쪽
3 1. N번째 회귀자(3) 21.05.13 58 0 12쪽
2 1. N번째 회귀자(2) 21.05.12 59 0 13쪽
1 1. N번째 회귀자(1) +2 21.05.12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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