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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71
추천수 :
0
글자수 :
72,889

작성
21.05.15 18:00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1. N번째 회귀자(5)

DUMMY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가요? 죽이겠다니.”


들켰다. 역시 미소가 너무 부자연스러웠던 거야. 차라리 웃지 않는 게 더 좋았을까?


“게다가 그럴 거면 그때 죽이시지, 왜 이제 와서 죽이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가족과 마지막 밥은 먹어야 하잖아. 모처럼 회귀했는데 밥 한번 못 먹고 죽는 건 억울할 거 같아서.”


그녀가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도 치킨 정도면 마지막 음식으로 나쁘지 않지.”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손에 불을 피우며 천천히 다가왔다.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네가 혼자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부터.”


수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질문을 던졌다.

그녀가 대답해 주는 와중에도 남자는 계속 그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애초에 너처럼 동료가 되겠다고 말만 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네가 처음인 거 같아? 그건 오만이지. 별의별 사람 다 겪어 봤어.”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 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배우는 꿈도 꾸지 마. 연기 진짜 더럽게 못 하니까.”

“충고 감사합니다.”


수호는 고블린을 죽였을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때처럼 특성을 사용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 신체에 걸려 있던 한계를 돌파합니다.

- 일시적으로 반응속도, 근력, 지구력, 민첩성, 유연성 등이 폭발적으로 향상됩니다.


좋아, 된다!


“아, 혹시 도망칠 생각?”


다리에 힘을 주고 달리려 했던 수호는 그녀의 말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러면 누군가가 다칠 수도 있을 거 같아. 심하면 죽을 수도 있고. 너는 어떻게 생각해?”


스님이라도 된 것처럼 가슴 앞에 공손히 두 손을 합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신들 다 죽일 거야.”

“와, 그거 너무 무섭다.”


그녀가 두 손을 번쩍 들어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엄청 무서우니까 절대 건드리면 안 되겠는걸? 그러니 우리 얌전히 죽을까?”


그녀가 인벤토리에서 두껍게 생긴 소형 로켓처럼 생긴 총을 하나 꺼냈다.


“짜잔! 이게 뭐게?”

“12형. 포탈 건.”


휘의 12번째 무기인 포탈 건. 두 가지 색의 광선으로 쏘는 공간을 서로 이어주는 사기 아이템이다.


“정답! 그럼 들어가자.”


그녀가 수호의 발 바로 앞에 푸른 광선을 발사했다. 수진이가 인질로 잡힌 이상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기에, 그는 포탈로 몸을 던졌다.


포탈을 넘어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공원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산책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수진이는 건드리지 마세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


그녀가 포탈 건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이 남자를 죽이면, 네 동생은 건드리지 않을게.”

“정말입니까?”


그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네가 죽는 건 변하지 않지만, 적어도 동생은 살릴 수 있어.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


그녀가 남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남자가 어깨를 돌리며 수호에게 다가갔다.


이제 와서 살인은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범죄 중 가장 심한 것이라거나, 도덕적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말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InF의 주인이 왔으니 살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 그러니 그의 여동생만큼은 살려야 한다.


“갑니다.”


수호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어 왼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휘둘렀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의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그의 배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점화.”


그의 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덕분에 허공을 날게 된 수호는 가로등에 부딪치고 말았다.


“방어에 특화된 특성인가?”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아무런 피해도 없는 것처럼 일어나는 수호의 모습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특수 옵션을 쓰지 않더라도, 모순은 그 자체로 성능이 뛰어나.’


남자의 말과 동시에 수호는 모순으로 배를 보호했다. 공중에 뜬 이후에는 등을 보호했다.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특성으로 신체 능력이 향상된 덕분에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들키지도 않은 것 같고.

투명하게 바꿔 놓은 모순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듯했다, 이길 확률이 희박한 싸움이다. 던전에서 힘겹게 얻은 방어구를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그 확률을 더 낮게 만드는 꼴밖에 안 된다.


“공격은 이제 끝?”


그렇게 말한 남자가 손가락을 튕겼다. 수호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머리가 있던 곳에 갑자기 폭발이 일어났다.


“뭐야, 방어계가 아니었어?”


놀란 얼굴이 된 남자의 말에 수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특성에 관해 생각했다.


“원하는 곳에 폭발을 일으키는 특성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 손을 그의 배에 대고서 특성을 사용했으니 자신에게 피해가 가는 양날의 검도 아닌 듯했다.


모순. 내 몸 전체를 얇은 막처럼 감싸 줘. 물론 투명한 상태는 유지하고.


- 모순이 당신의 명령에 따라 모습을 변형합니다.


억지로 크기를 늘렸으니 방어력이 약해졌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만약 그가 생각한 특성이 맞다면, 이렇게 해야 대응할 수 있다.


“한 번 더 간다!”


남자는 발 뒤꿈치에 폭발을 일으켜 엄청난 속도로 수호를 향해 돌진했다. 수호는 옆으로 물러났다. 그걸 예상했는지 남자가 두 손으로 불줄기를 뿜어내며 방향을 틀었다.


“폭발이 아니야?”

“유감이네.”


거리를 좁힌 남자가 손으로 그의 얼굴을 잡았다. 그리고 손등 위에 몇 번의 폭발을 일으켜 얻은 가속력을 이용해 그대로 땅에 그를 내리꽂았다.


“역시 단단하네. 경화? 아니면 금속?”


순간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모순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머리가 터져 죽었을 게 분명했다.


“단단하면 녹을 때까지 불로 지지면 그만이지.”


남자가 그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를 가볍게 들어 올린 남자는 자신의 손에 불을 피웠다.


“뜨끈하지? 그 특성이 언제까지 너를 지켜줄 수 있나 기대되네.”

“젠장.”


이대로 당할 수 없는 수호는 몇 번이고 남자의 복부를 발로 찼다. 하지만 아무런 타격도 없는지 남자는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


고블린은 쉽게 죽였는데 왜 이 남자에게는 통하지 않는 거야, 왜! 빌어먹을, 난 여동생을 지켜야 한다고!


“이, 이거 놔.”

“뭐라고? 잘 안 들려.”


수호는 남자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고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주었다. 그러나 발길질을 했을 때처럼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젠장, 젠장! 생각해, 이 병신아! 이대로 수진이를 죽게 할 셈이야?

모순을 뚫고 느껴지는 열기에 다급해진 수호는 계속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순은 방어구이기에 제외. 그렇다면 그에게 남은 방법은 한계 돌파라는 이름의 특성이 전부다. 이 특성으로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고블린들과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로 특성이 저절로 움직였다.


- 대상의 특성 ‘점화’의 한계 돌파를 시작합니다.


“뭐야?”


그의 손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몇 배는 거세졌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듯 당황하는 남자의 얼굴이 볼 만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글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조이는 남자에게 수호는 점점 숨이 막혀 오는 도중에도 웃었다.

대상의 한계를 억지로 뛰어넘게 만든다는 특성의 설명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특성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장 멈춰!”


불은 이제 남자의 온몸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스스로 장작이 된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전신이 불길에 휩싸여 이제는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설화 님! 이 불을 꺼 주십시오, 설화 님!”


눈이 불에 탔는지 녹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는 장님처럼 두 손을 뻗어 앞을 더듬으며 설화를 애타게 찾았다. 그의 간절한 부탁에도 설화는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 특성 ‘점화’의 한계 돌파가 실패했습니다.


“안 돼,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이렇게 죽을 수는-.”


남자의 몸이 폭발했다. 모순으로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 보호했는데도 몇 미터는 우습게 날아가 나무에 세게 부딪칠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다.


“커헉.”


몸이 저릿했다. 화끈거리는 두 팔을 어떻게든 움직여 이 자리를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하는 그에게 설화가 다가왔다. 그녀는 폭발이 일어나기 전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이게 너의 특성이구나? 흥미로워.”


그녀가 그의 턱을 잡고 들어서 억지로 눈을 맞췄다. 아까 남자에게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머리에 충격을 받아서인지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모순. 원래대로 돌아와. 투명은 계속 유지해. 무슨 일이 있어도.


- 모순이 당신의 명령에 따라 변형합니다.


“야··· 약속 지켜.”

“약속? 아아, 걱정하지 마. 내 이름을 걸고 지킬 테니까.”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것보다 우리 거래 하나 하지 않을래?”

“무, 무슨···.”


큰일이다. 이제는 코앞까지 들이민 그녀의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너를 죽이지 않을게. 대신 너를 가지고 실험을 좀 해도 될까?”

“조, 좆-.”


까는 소리 하지 마, 이 미친년아.

라고 말하기 전에 그의 의식은 끊기고 말았다.


“좋다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기절한 수호를 보며 그녀는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를 번쩍 들어 어깨에 걸쳤다.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 어깨에 얼음을 덧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태까지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그녀는 기억을 뒤졌다. 하지만 남의 특성을 강제로 폭주하게 만드는 특성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아, 오랜만에 옛날 생각난다.”


딴. 따단. 따라란.


동생의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그녀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응, 설운아. 무슨 일이야?”


그녀는 밝게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오! 이번에도 상 받았다고? 대상? 역시, 우리 동생!”


그녀는 엄지를 들었다. 그리고 방긋 웃었다. 동생이 상을 못 탔을 경우를 대비해 세웠던 작전은 폐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상 탄 기념으로 맛있는 거 먹을까 우리? 뭐? 됐어. 상금은 너 하고 싶은 곳에 써. 아직은 너보다 이 누나가 돈 많아.”


그녀는 축 늘어져 있는 수호를 잠깐 쳐다보고는 말했다.


“오랜만에 치킨 어때? 그래? 알았어. 금방 사서 갈게. 씻고 있어. 응.”


전화를 끊은 그녀는 핸드폰의 벨 소리로 지정해 두었던 피아노의 선율을 흥얼거리며 걸었다. 목적지는 집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전설의 치킨.

설운이가 가장 좋아하는 치킨집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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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빌런 번호 24601(5) 21.05.18 29 0 13쪽
9 2. 빌런 번호 24601(4) 21.05.17 41 0 12쪽
8 2. 빌런 번호 24601(3) 21.05.17 64 0 12쪽
7 2. 빌런 번호 24601(2) 21.05.16 27 0 12쪽
6 2. 빌런 번호 24601(1) 21.05.15 34 0 13쪽
» 1. N번째 회귀자(5) 21.05.15 34 0 12쪽
4 1. N번째 회귀자(4) 21.05.14 57 0 13쪽
3 1. N번째 회귀자(3) 21.05.13 58 0 12쪽
2 1. N번째 회귀자(2) 21.05.12 59 0 13쪽
1 1. N번째 회귀자(1) +2 21.05.12 10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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