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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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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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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889

작성
21.05.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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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 빌런 번호 24601(1)

DUMMY

음침하게 생긴 짙은 회색의 벽돌로 만들어진 천장. 수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이것이었다.


“여기는···.”


몸을 일으키자 뒤통수가 순간 화끈거렸다. 조심히 몸을 일으킨 그는 우선 자신이 있는 공간을 파악했다.


“감옥?”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익숙한 구조의 좁은 방이었다. 그의 왼쪽에는 철로 된 문이 있었다. 이쪽에서는 바깥을 전혀 볼 수가 없었고, 문의 밑에는 무언가를 안쪽에 넣을 수 있도록 동그란 구멍이 나 있었다.


문을 마주 보는 벽의 상단에는 가로로 길쭉한 작은 창이 하나 나 있었다. 그곳에서 들어오는 작은 햇빛이 없었다면 이 작은 방은 완벽한 어둠에 잠겨 있었을 것이다.


“시간, 그때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수진이에게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를 붙잡은 사람은 7대 레기온의 주인 중 한 명인 설화. 게다가 이곳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구소의 안이다.


불과 얼음을 연주하는 그녀의 직업은 두 개.

하나는 헌터, 다른 하나는 빌런 연구소의 소장. 특성을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같은 인간, 특히 아무런 특성도 없는 일반인을 상대로 사용한 빌런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너를 가지고 실험을 좀 해도 될까?”


그의 뇌리에 그녀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소름이 돋았다. 그를 가지고 대체 어떤 실험을 할까. 빌런 연구소에 대한 정보는 극비리에 감춰져 있었다. 회귀하기 전에도 알고 있는 것은 이름과 장소가 전부였다.


끼이익.


누가 귀에 칠판을 대고 못으로 긁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는 재빨리 방의 맨 끝, 창이 나 있는 벽에 등을 기댔다.


“빌런 번호 24601.”


24601?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는 건가?


문이 완전히 열리고 경비 두 명이 나타났다. 특공대나 입을 법한 전투복에 전투화,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다.


“나와라.”


둘은 두 손으로 들고 있던 소총을 겨누며 말했다. 수호는 두 손을 들고 그들의 명령에 따랐다. 방을 나가니 빛이 그의 눈을 강타했다.


“빨리 움직여!”


눈을 질끈 감고 손으로 눈을 보호하니 뒤에 있던 경비가 총구로 그의 등을 찔렀다. 실눈을 뜨며 간신히 방향을 잡은 수호는 천천히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이 끝난 수호는 원래대로 눈을 뜰 수 있었다.


“이건···.”


거대한 동굴이었다. 아니, 정사각형의 큐브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잡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움직여.”


경비가 그의 등을 세게 찔렀다.


사람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벽에 붙어 있었다. 고대 중국이 험난한 산의 절벽에 나무판자를 붙여 길을 낸 것처럼. 추락 방지를 위해 난간이 달려 있긴 했지만, 허리 정도 높이라서 작정하고 사람을 민다면 그대로 떨어질 것이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문이 보였다. 그가 있던 방의 문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바깥에서 보니 안에서는 알 수 없었던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딱 그의 눈높이에 달려 있었는데 옆으로 밀어 방의 내부를 보는 용도인 것 같았다.


“죄송하지만 여기가 빌런 연구소 맞습니까?”

“네 복장을 봐라. 어디에 있는 거 같나?”


경비의 조소 섞인 말을 듣고서야 수호는 자신의 복장을 확인했다. 주황색 일색의 옷이었다. 왼쪽 가슴팍에 달린 흰색 명찰에 검은색 글씨로 ‘24601’이 적혀 있었다. 흰색 실내화까지 신고 있는 영락없는 범죄자의 차림이었다.


“설마 모든 방에 범죄자가-.”

“그래. 빌런이 있지. 너 같은.”


그가 걷고 있는 복도가 끝이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셀 수 없이 많은 층이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나 있는 문, 그 앞에 설치된 철제 통로. 이 단순한 구조가 위아래로 셀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제야 실감이 나는 모양이지? 응?”


경비 중 한 명이 총구로 그의 뒤통수를 거칠게 밀었다. 고개를 돌리니 한 명은 그를 비웃고 있었고, 한 명은 그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고개 돌려라. 네 미간에 총알 먹이기 전에.”


노려보고 있던 경비가 말했다. 수호는 순순히 고개를 돌렸다. 아마 빌런에게 가족이나 소중한 친구라도 잃은 게 아닐까 싶었다.


‘모순. 전신 방어. 물론 투명하게.’


- 모순이 당신의 명령에 따라 변형합니다.


눈빛을 보아하니 얼마 못 가 개머리판으로 그의 뒤통수를 때릴 것만 같았다. 분명 저 경비의 사연은 공감해줄 만한 것이겠으나, 그는 잘못한 것이 없다. 순순히 맞아줄 정도로 잘못한 기억은 없었다.


“빌어먹을 빌런 새끼들. 전부 다 죽여야 하는데.”

“어차피 설화 님에게 고문받다가 죽잖아. 네가 지금 죽이는 건 저놈을 도와주는 꼴이라고.”

“빌어먹을!”


경비가 발을 세게 굴렀다. 그렇게 튼튼하게 지어진 복도가 아닌지 살짝 흔들리며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만해.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알았어.”


무언가 둔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수호는 모순을 뒤통수로 집중했다.


빡!


그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보니 노려보던 경비가 숨을 헐떡이며 총열을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개머리판으로 그의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뭐해? 뒤지기 싫으면 빨리 움직여.”


총구를 겨누는 그의 살벌한 시선에 수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걸음을 옮겼다.


“재수 없는 빌런 새끼. 그새 특성을 사용해?”


말을 마친 경비가 다시 한번 개머리판을 휘둘러 그의 뒤통수를 때렸다. 옆에 있던 경비는 자신이 뱉은 말과 다르게 말리지 않았다.


수호는 계속 걸었다. 경비의 폭언과 폭행을 묵묵히 견뎌내는 그의 기분은 하나도 나쁘지 않았다. 모순 덕분에 조금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는 그저 저 경비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지가 궁금했다.



체감상으로 대략 30분 정도 걸었을 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탈옥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목적지까지 오는 길은 복잡했다. 구조가 전부 똑같이 생겨서 지도가 없다면 탈출은 꿈도 못 꿀 정도였다.


“24601을 데려왔습니다.”


그를 신나게 때리고 욕했던 경비가 진중한 목소리로 문을 두드렸다. 잠깐 기다리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그의 방과는 다르게 매끄럽게 열린 문의 너머에는 설화가 있었다. 그를 이곳에 처넣은 장본인은 싱긋 웃으며 경비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하며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수고하십시오, 소장님.”


그녀에게 둘은 깍듯이 경례를 올렸다. 그를 때렸던 경비는 몸을 돌리기 전까지 살기가 담긴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자, 안으로 들어갈까?”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걸까. 감옥에 갇힐 정도로 심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그를 강제로 빌런으로 만들어 놓고서, 뭐가 저렇게 행복한 걸까?


“뭐 해? 어서 들어와.”


그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랐다. 그의 특성이 가진 의외성이 있긴 하지만, 그 남자 때처럼 될지가 의문이었다. 오히려 그녀라면 특성의 한계 돌파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육탄전? 그녀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냉동인간이나 인간 통구이가 안 되면 다행이었다.


“내 동생은 어떻게 됐지?”

“걱정하지 마. 우리 소속 헌터가 가서 친절하게 말했으니까.”


그녀가 씩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네가 죽었다고.”

“뭐?”


이렇게 버젓이 살아 있는데?


“이 개 같은 년이-.”

“그게 룰이야.”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양 손바닥을 뒤집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의 동료가 되지 않으면 죽음뿐. 네 동생이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있으면 네가 살아 있다는 게 되잖아?”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여섯 명이 곧장 이곳으로 올 거야. 너를 잡으러.”


“어때. 그건 싫지?”라고 묻는 표정이었다.

당장이라도 죽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살아 있는 한 동생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수진이도 아닌 그가 먼저 그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무슨 실험을 할 거지?”


그는 보기만 해도 죽이고 싶어지는 저 여자의 얼굴을 보는 대신 방의 구조를 살폈다.


“존댓말 쓸 때가 훨씬 멋있었는데.”


존댓말 같은 소리 하네.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년이.


방은 전형적인 연구실의 느낌이었다. 그녀 혼자 쓰는 방인지 책상과 컴퓨터는 하나씩 놓여 있었다. 좌우 벽면에는 책이 빼곡히 담겨 있는 책장이 놓여 있었고, 그의 정면에는 통유리로 된 벽이 보였다.


“이리 와서 봐봐.”


통유리로 된 벽에 가까이 간 그녀가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그는 터벅터벅 걸어 그녀의 옆에 섰다.


“뭔지 알겠어?”

“···콜로세움?”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이 목숨을 걸고서 싸웠던 곳. 이탈리아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이 세련되게 재현되어 있었다.


“앞으로 넌 저기서 하루에 한 번, 싸워 주면 돼.”

“싸워? 누구와?”

“글쎄?”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까 한 말은 취소할래. 내가 원할 때마다 싸우는 것으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싸움은 그에게 있어 절대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실전이 필요했다.


“지금부터 싸우는 건가?”

“음···. 아니?”


고개를 계속 기울이며 고민하던 그녀가 머리를 똑바로 세우고서는 그의 눈 가까이 검지를 가져갔다.


“오늘은 조금 다른 거를 해보고 싶어. 단순한 싸움으로는 네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 방을 나갔다. 그는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세 번, 위로 두 층을 올라간 다음에 오른쪽으로 한 번, 한 층을 내려간 후에 왼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야 그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외울 수 있으면 외워 봐.”


문을 열기 전에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거 나름대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되니까.”

“후회하게 될 거다.”

“내가?”


그녀는 배를 잡고 크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짜잔! 소개할게.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곳이야.”


유리 너머에 공간이 있었다. 사람 오십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널찍한 공간. 순백의 정사각형 타일이 무수히 반복되는 곳이었고, 오래 보면 속이 매스꺼워질 것만 같아 그는 재빨리 눈을 돌렸다.


“자, 자. 일단 들어가 봐. 마음에 들 거야.”


그녀가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며 말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그는 이곳이 바깥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역겨운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때? 마음에 들어?”


설화의 목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듯 둘렸다. 그는 문 옆에 있는 길쭉한 불투명 유리를 보며 “아니.”라고 말했다.


“그건 유감이네. 뭐,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검은색으로 코팅된 저 유리에 그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웃고 있으면서 아쉬운 척하는 저년의 얼굴을 안 봐도 됐으니까.


“그럼 일단 질문을 하나 할게.”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중 특성의 보유자야?”


이중 특성? 아, 모순을 특성으로 착각하고 있구나.

새삼 모순을 투명하게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굳이 진실을 말해 줄 이유는 없다. 모순이 방어구라는 게 밝혀진다면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거짓말.”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단단함은 던전에서 받은 보상이란 말이네. 아이템일까, 스킬일까? 궁금하네.”


어떻게 알았지? 거짓말을 하는 게 티가 났나? 아니, 그렇다고 해도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짓이라는 걸 알 수는-.


“오늘 할 시험은 간단해.”


양옆의 벽에 붙어 있는 타일이 반 바퀴 뒤집혔다. 그러자 무언가를 뿜어낼 수 있는 굵고 짧은 호스 같은 게 나타났다.


“저번에 싸웠던 남자, 기억나? 오늘 할 실험은 그때의 연장이야.”


수십, 수백 개의 호스가 각도를 기울여 전부 그를 조준했다.


“불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백 개의 불줄기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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