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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57
추천수 :
0
글자수 :
72,889

작성
21.05.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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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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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N번째 회귀자(3)

DUMMY

“끄으윽!”


깔끔하게 수호의 허벅지를 관통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중간에 박혀 있었다면 뺄 수 조차 없었을 테니까.


“뽑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화살을 잡았던 그는 곧바로 포기했다. 단순히 잡았을 뿐인데 전해지는 고통이 상상 이상이었다.


“고작 한 걸음이라고? 빌어먹을!”


던전의 중심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보이지도 않는 상황. 다리가 다친 이 상태로는 피할 수 있는 함정조차 피할 수 없다.


“아까의 함정은 분명 버튼을 누르는 식이었지?”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가 눌렀던 버튼에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무게가 가해져서 눌린 것, 혹은 위에 어떤 물체가 닿기만 해도 저절로 눌리는 것, 이 두 가지다.


그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총의 개머리판을 이용해 버튼의 바로 오른쪽 땅을 건드렸다.


“눌리지 않아.”


무게에 의한 건가?

그는 팔에 힘을 주어 총으로 바닥을 눌렀다.


철컥.


그는 몸을 최대한 낮췄다. 무언가가 그의 위를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그의 다리를 관통한 것과 똑같은 화살이었다.


“화살 한 종류인가?”


···그럴 리가 없지. 고작 첫 걸음에 화살을 맞은 그가 할 말은 아니지만, 함정이 화살이 전부라면 너무 쉽다. 난이도를 물음표로 처리한 의미가 없다.


“일단 주변의 버튼부터 일일이 없애는 수밖에.”


그의 반응속도와 신체 능력 수준을 감안했을 때 이게 최선이다. 모든 버튼을 전부 찾아 누른 후에 지나가는 것. 굼벵이보다 느린 속도가 될 수도 있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


그는 신중하게 버튼을 눌렀다. 총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안전 거리는 확보할 수 있었다. 화살이 날아올 때마다 눈을 질끈 감으며 계속해 확보한 구역은 고작 세로로 두 칸, 가로로 열 칸에 불과했다.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누른 버튼과 눌리지 않은 버튼의 높이 차이는 엎드린 그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 어떤 함정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눌린 버튼의 높이에 맞춰 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기에는 꼴사납게 보일 수도 있지만 뭐 어때. 나는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가자.”


왼쪽 다리의 감각이 점점 무뎌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화살을 억지로 빼내야 할까? 아니, 의료 지식이 없는데 함부로 건드릴 수는 없어. 이 정도 부상은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지금은 나가는 것에만 집중하자.


철컥. 철컥. 철컥.


양쪽 벽에서 갑작스러운 화염 방사, 위쪽에서 떨어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거대 철판, 천장에 머리를 부딪쳐 박살 날 정도의 거대 스프링을 비롯해 던전의 함정은 다양했다.


“된다, 돼! 나갈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무엇도 눌린 버튼에 납작 엎드려 기어가는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철판에 부착된 칼날이 그의 등을 살짝 건드리고, 불에 머리카락이 그을렸지만, 화살에 관통상을 입은 것에 비하면 완전 괜찮았다.


그는 잠깐 숨을 돌릴 겸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눌리지 않는 버튼을 돌아서 오느라 지렁이가 판 것처럼 길이 구불구불했다.


“이만큼 왔어. 할 수 있어.”


그는 몇 번이고 되뇌었다. 공포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는 앞의 버튼을 눌렀다.


쿠그그긍. 쾅!


좌우의 벽이 순식간에 가운데에서 만났다. 그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후우.”


또 다시 함정이 바뀌었다. 수호는 인간을 쥐포로 만드는 함정의 버튼을 누르며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간 그에게 빛이 보였다. 말 그대로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중심부다!”


던전의 구조는 단순한 직선 통로였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저 빛의 너머가 중심부일 확률이 매우 높다.


목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힘이 났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생각을 계속 몇 번이고 되뇌이며 그는 움직였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드디어 아무리 힘을 줘도 눌리지 않는 공간이 나타났다.


“끝났···나?”


그는 다른 곳을 확인했다. 어느 곳을 눌러도 밑으로 내려가는 곳이 없었다. 끝이다. 아무런 특성도 없는 그가 함정을 뚫고 중심부에 도착한 것이다!


“해냈어! 내가 정말 해냈다고!”


그는 손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뒤를 돌아보니 시작점이 보이지도 않는 먼 길을 왔다. 처음엔 죽는 줄 알았다. 버튼이 내려가는 높이가 조금만 높았더라도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버튼이 눌린 뒤에 다시 올라오는 시스템이었더라도 못 왔다.


운이 좋았다.

과거로 돌아온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그들이 이 던전에 처넣었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 고작 다리에 화살 한 대 맞은 것으로 저 많은 함정들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으니까.


“방심하지 말자.”


그는 총을 장전하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군대 면제와 훈련소 1주일 교육 사이에서 교육을 선택했던 것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방아쇠에 검지를 살짝 걸쳐 둔 그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빛 너머로 향했다.


“케륵?”

“키르륵!”


방심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고블린 다섯 마리가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가장 가까운 놈의 머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키륵!”

“케르! 케르륵!”


명중. 이제 네 마리가 남았다. 남은 고블린은 일제히 흩어졌다. 그리고 각기 다른 곳에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정확한 조준은 무리야.”


그는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조준을 하는 대신 총의 조정간을 연발로 바꾼 뒤에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타타타탕!


생각보다 반동이 심하고 명중률이 좋지 않았다. 탄의 효율성도 낮았다. 그래도 한 마리의 다리를 맞춰 쓰러지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다음 타겟으로 총구를 돌렸다.


“케륵!”


남은 세 마리는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그 말은 총과 거리가 가깝다는 뜻. 그는 총구를 고블린의 머리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케, 키륵.”


얼굴에 세 발은 넘게 맞은 고블린이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죽었다.


“키륵! 키케륵!”


그는 재빨리 총구를 돌렸다. 하지만 고블린이 더 빨랐다.


“케륵!”


고블린이 그의 허벅지에 돌을 깎아 만든 단검을 꽂았다. 그것도 하필 화살에 관통되어 있는 부위를.


“이 개새끼가!”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통증이 엄청났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블린의 입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키르륵!”

“저리 꺼져!”


오른쪽에서 고블린이 돌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수호는 총열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휘둘렀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


“케륵!”


잠깐 뒤로 물러났던 고블린은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덤볐다. 그는 다시 조준 자세를 잡고 방아쇠를 당겼다.


푹.


어?


뒷목에서 뭔가 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방아쇠를 당기기 일보직전이었던 그의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케륵, 키르륵!”


돌칼을 들고 있는 고블린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비웃었다. 그제야 그가 한 마리를 죽인 것이 아닌 다리만 쐈다는 것이 떠올랐다.


“도, 독을···.”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블린이 항상 사냥감을 마취하기 위해 독이 묻은 침을 들고 다닌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는데 당하고 말았다.


“키케켁!”


고블린이 팔을 힘껏 뻗었다. 놈이 들고 있던 돌칼이 수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눈동자를 굴려 간신히 보지 않았다면, 찔린 줄도 몰랐을 것이다.


“키륵!”


놈이 칼을 뽑자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놈은 그를 보며 씩 웃더니 몸 곳곳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팔, 다리, 가슴을 가리지 않고 충분히 찌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칼을 댔다. 그리고 그 광경을 수호는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죽는 거야? 정말?


어떻게 얻은 두 번째 기회인데. 수진이를 보고 싶었던 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을까? 내가 티를 내지 않고 일을 했다면 회귀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일이 끝나고 나서 수진이와 치킨을 먹을 수 있었을까?


안 돼. 죽고 싶지 않아.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고!


“케르륵! 키키켁!”


그가 다리를 맞췄던 고블린이 기어서 동료의 옆에 도착했다. 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씩 웃더니, 단검을 입에 물고 그의 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몸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기 때문에 등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키르륵!”


놈은 단검을 든 팔을 뒤로 최대한 당겼다가 휘둘렀다.


푹!


단검이 그의 왼쪽 눈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야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고블린이 준 힘 때문에 뒤로 넘어지는 것이었다.


“케르륵! 크킥!”


난 왜 이렇게 불행한 걸까. 자신을 비웃는 고블린 두 마리를 보며 그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몬스터의 침공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그처럼 짐꾼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와 여동생은 고블린에게 죽었으니 일가족이 전부 몬스터에게 죽은 셈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그는 무려 두 번이나 고블린에게 죽는 것이고.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하나뿐인 동생을 위해 악착같이 살았다. 남부럽지 않게 자랄 수 있도록. 그런데 그 결과가 고블린 두 마리에게 마음껏 유린당하는 지금 그의 모습이다.


내게 힘만 있었다면.


그는 7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힘이 있기에 얻은 특권과 자유로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권리를 얻은 그들과, 그렇지 못하고 죽음을 문전에 둔 그.


내게 그들과 같은 힘이 있었다면. 아니, 내 불행이 조금만 덜했다면. 약간의 행운이 있었다면. 이렇게 던전에서 비참하게 죽지는 않을 텐데.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눈물이 흐르는 모양이었다. 청각말고는 멀쩡한 감각이 없었기에 짐작할 뿐이었다.


- 당신의 불행이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시스템의 메시지가 보였다. 한쪽 눈으로 그것을 확인한 수호는 속으로 웃었다. 시스템마저 비웃을 정도로 그의 처지가 나락까지 떨어진 것이다.


- 잠들어 있던 당신의 특성이 깨어납니다.


특성? 특성이라고?

잠깐 들떴던 수호는 이내 관심을 껐다. 그 어떤 특성이 발현된다고 해도, 마비된 상태에 몸에는 구멍이 수십 개는 나 있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는 없다.


- 특성 ‘한계 돌파’가 부여되었습니다.


한계 돌파? 멋있는 이름이네.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내 의지?


- 당신의 재생력이 한계를 돌파합니다.


순식간에 구멍이 매워지고, 이상했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내 의지가 뭔데?


- 당신의 신체에 걸려 있는 한계를 돌파합니다.

- 일시적으로 반응속도, 근력, 지구력, 민첩성, 유연성 등이 폭발적으로 향상됩니다.


천장에 달려 있던 종유석이 크게 보인다. 당황해 하는 고블린들의 눈에 선 핏줄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주먹을 휘둘러 다리 병신인 고블린의 머리를 노렸다.


퍼엉!


고블린의 머리가 터졌다. 그는 고블린의 사체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머리가 없는 사체가 저 끝까지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케륵? 키르칵!”


그는 고블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배를 정통으로 맞은 고블린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동료처럼 피를 흩뿌리며 저 멀리 날아갔다.


- 던전의 핵을 부수는 데 성공했습니다!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던 탓일까? 아니면 특성에 의한 부작용일까? 그는 앞으로 쓰러졌다. 어둠이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그는 시스템의 또 다른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 방어구, ‘모순’을 획득하셨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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