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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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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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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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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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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빌런 번호 24601(5)

DUMMY

“그게 되는 겁니까?”


한이 물었다.


“몰라. 해보는 거지.”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성공할 거야.”


수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시스템’의 한계 돌파를 시작합니다.


나타난 메시지를 본 그는 미소를 지었다. 스킬이나 스텟 창과는 다르게 정상적으로 메시지가 떴다. 여태까지 특성은 그의 의지에 따라주었기 때문에, 시스템의 한계 돌파는 성공할 것이다.


시스템의 한계 돌파. 모순의 한계를 돌파하거나 상태 창, 인벤토리의 한계를 돌파했을 때처럼 어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었다.


“···실패하셨습니까?”

“아니, 아직.”


그는 기다렸다.

단순한 아이템이나 불투명한 홀로그램 창 따위가 아닌 시스템이다. 특성이 발현되기 시작한 이후 인류가 가장 믿고 따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신의 자리를 대체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존재란 말이다.


“만약 시스템에게 등급이 존재한다면, 어떤 등급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한이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제 생각에는 측정 불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측정 불가?”

“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이 없으면 인간의 초능력도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몬스터에게 멸망할 게 뻔하니, 시스템의 가치를 매길 수나 있을까요?”


그렇게 말한 한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신이라면 모를까.”

“···정말 신이라도 있는 걸까.”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긴 특성. 인류는 이 두 가지에 빠르게 적응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겪었던 것처럼.


- ‘시스템’의 한계 돌파가 성공했습니다.


“됐다.”

“엑? 정말요?”


한이 믿을 수 없다며 소리를 질렀고, 수호 역시 믿을 수가 없었다.


“뭐가 달라진 점이 보이십니까?”

“···아니. 지금까지는 없어.”


상태 창과 인벤토리에 이상은 없었다. 그의 신체도 변화는 없었다. 어떤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메시지가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시야에 갑자기 이상한 홀로그램 버튼이 나타나지도 않았다.


“시스템이라서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가?”

「넌 누구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존의 메시지와는 창의 모양과 글씨체가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보내는 것만 같았다.


“나는 수호라고 해.”


그는 침착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고, 그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기다렸다.


「수호. 좋은 이름이네.」

“고마워. 너는 이름이 뭐야?”

「이름? 내 이름?」

“응.”


이번에도 답장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되는 듯했다.


“마스터. 혹시 저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시스템인 겁니까?”

“모르겠어, 그건. ···너.”


그가 고개를 홱 돌려 바라보자 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게도 보이는데요. 그 메시지.”

“뭐?”


아이템 정보는 볼 수 없었던 한이 이 메시지는 볼 수가 있다고? 시스템의 한계 돌파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게 된 건가?


「···가이아.」

“가이아?”

「응. 아주 오래전에 나를 그렇게 부르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

“예쁜 이름이네.”

「고마워. 네 이름도 멋있어.」


가이아는 살짝 들뜬 것 같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글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대상의 감정을 알 것 같다니. 이것 역시 한계 돌파로 인한 영향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디.”


둘의 대화에 한이 불쑥 끼어들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눈치를 주었지만, 그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제 이름은 한. 마스터를 수호하는 방어구입니다.”

「만나서 반가워, 한. 나는 가이아라고 불러 줘.」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레이디.”


수호는 한을 멀리 밀어내며 말했다.


“근데 가이아의 성별이 뭔지 알고 자꾸 레이디라 그러냐, 너는?”

“마스터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까.”

“그야···.”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의 말처럼 그 역시 대화를 통해 가이아가 어린 여자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으니까.


“가이아. 너는 누구야?”

「나는 가이아야.」


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를 노려본 수호는 질문을 가다듬고 다시 물었다.


“가이아 너는 시스템이야?”

「시스템?」

“인간이 특성을 얻은 순간부터 보이는 메시지나 상태 창, 인벤토리 같은 것들을 관리하거나 그러지는 않아?”

「아니, 안 해. 그건 내 역할이 아니야.」


시스템의 한계 돌파로 나타난 게 가이아라서 그녀가 시스템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저렇게 곧바로 대답이 나오는 것을 보니 그녀는 시스템이 아닌 모양이었다.


「수호. 너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물어봐도 될까?”

「나는 사람을 찾고 있어.」


사람을··· 찾아?


“나는 가장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아니, 이것으로는 모자라.


“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수진이를 지킬 수 있어.


「관리자가 되면 돼.」

“관리자?”


관리자가 뭐지?


「네가 관리자가 된다면, 그 누구도 너를 건드릴 수 없어.」

“관리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강해져야 해.」


단순하지만, 그의 마음에 드는 답변이었다.


「이 행성에서 가장 강해진다면 관리자가 될 수 있어.」

“그러면 할래.”

「충분히 생각하고 대답해도 돼.」

“맞습니다, 마스터. 관리자가 어떤 걸 관리하는지도 못 들었는데 너무 섣부르신 것 같습니다.”


둘의 충고대로 수호는 충분히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관리자가 되겠어.”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어. 마지막으로 물을게.」

“그럴 필요 없어. 나는 관리자가 될 거야.”

「···알겠어.」


행성에서 가장 강해져야 될 수 있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 수호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되어야만 했다.

세상에 하나뿐인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다면 네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어떻게?”

「게임으로.」


띠링!

경쾌한 알림음이 들렸다.


<반복 퀘스트>


체력을 단련하자!


무의 극한에 도달한 사람이라도 그의 첫걸음은 팔굽혀펴기, 목검 휘두르기, 토할 때까지 달리기 등 기본적인 수련이었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육체를 가진 당신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 고된 수련에도 견딜 수 있도록.


- 퀘스트 조건 : 30분간 쉬지 않고 운동하기.

- 클리어 보상 : 가지고 있는 스텟 중 하나가 1만큼 증가

- 실패 페널티 : 가지고 있는 스텟 중 하나가 1에서 3만큼 무작위로 감소


“정말 퀘스트네.”


게임에서나 볼 법한 퀘스트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네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게. 급박하거나 절실한 상황이 아니라면 네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미래의 관리자.」

“나야말로.”


더는 가이아에게서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퀘스트를 수락한 수호는 곧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첫 번째 종목은 퀘스트 내용에도 적혀 있는 것처럼 팔굽혀펴기였다.


“뭐 하십니까, 마스터?”

“퀘스트 깬다. 30분 동안 말 시키지 마.”

“여기는 시계가 없는데요.”


한의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수호는 운동을 계속했다. 설마 시스템이 30분을 제대로 못 세겠냐는 생각에서였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팔벌려높이뛰기 등등. 이 좁은 방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뭐든지 했다. 너무 힘들어서 숨조차 쉬기 힘들 때는 걸었다. 문에서 창이 있는 벽까지 계속 왕복하면서.


‘절대 페널티를 받아서는 안 돼.’


보상으로 얻는 스텟은 1. 잃는 스텟은 최대 3. 최대 3의 스텟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생겼다.


-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벌러덩 누웠다. 콜로세움에서 싸웠을 때만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 마워.”


최대한 심호흡을 하려 노력하며 한의 말에 대답한 그는 과연 어떤 스텟이 오를지 기대됐다.


- ‘지능’이 1만큼 증가합니다.


“아···.”


하필이면 전투에 도움이 안 되는 지능이 오르냐.

욕이 목까지 차오른 것을 간신히 가라앉혔다. 물론 지능도 일정 수준까지 올린다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그에게 절실한 것은 육체와 관련된 스텟이었다.


“24601!”


문의 장치가 거칠게 열리고 이제는 익숙한 목소리와 눈빛이 그를 향했다.


“나와라. 식사 시간이다.”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내 말에 토 달지 마라!”


벌컥 문을 연 경비가 그에게 다짜고짜 총을 겨눴다. 뭐가 또 그렇게 화가 나는지 그를 보는 눈빛에는 평소보다 살의가 몇 배는 더 담겨 있었다.


“일어나. 너는 지금부터 잡범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잡범?”


빌런에게도 등급이 있는 건가?


수호는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경비는 평소에는 가본 적이 없던 길로 그를 인도했다.


“네놈의 뒤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

“내 뒤?”

“모르는 척하지 마.”


경비가 총구로 등을 세게 찌르며 말했다.


“너희 같은 놈들이 있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주제에 권력으로 형량을 낮추는 놈들.”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는 여태까지 흉악범 취급을 받았다. 아까 맺었던 설화와의 계약으로 인해 이제부터는 잡범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짐꾼이라서 그런 권력이 없어.”


애초에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왔을 리도 없고.


“아, 그래. 높으신 분이니까 굳이 경비 따위에게 진실을 말해 줄 의무 따위는 없다. 뭐 이런 건가?”

“이 새끼 맛이 갔는데요, 마스터?”


한이 검지를 관자놀이 옆에서 빙빙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내게 그런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막 나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상관없어. 흉악범으로 들어왔다가 살아서 나간 놈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그럼 내가 최초가 되겠네.”


그의 말에 경비가 코웃음을 쳤다.


중단된 대화 덕분에 수호는 편안하게 식당에 도착했다. 꽤 넓은 공간이었고, 철제 테이블과 의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배식은 왼쪽에 가서 받으면 되고, 자리는 아무 데나 앉아라.”

“다 먹으면?”

“CCTV로 보고 있으니 우리가 알아서 올 거다.”


그 말을 끝으로 경비는 1초라도 더 같이 있기가 싫은지 빠른 걸음으로 순식간에 멀어졌다.


“진짜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세상은 넓으니까.”


한의 말에 대충 대꾸해 준 수호는 배식구로 갔다. 식판과 식기를 들고 아주머니들이 주는 밥과 반찬들을 받았다. 그리고 식당의 가장 구석에 있는, 아무도 없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게 얼마 만에 제대로 먹는 밥이냐.”


쌀밥에 김치, 시금치, 된장국에 구운 햄.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조합이었다. 들뜬 마음으로 숟가락을 잡고 국부터 한 모금 맛보려고 했을 때, 탕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식판이 옆으로 날아갔다.


“아, 저 씨발 새끼들이 진짜.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리는데.”


한이 욕을 대신해준 것에 감사를 느끼며 수호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대각선에 앉은 빌런 몇 명이 킥킥거리고 있었다.


띠링!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그에게 퀘스트가 주어졌다.


<돌발 퀘스트>


기강을 잡아라!


범죄자들을 상대로 물러서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는 것이 앞일을 생각했을 때 편하다. 무엇보다 밥을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법칙을 어긴 저들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


- 퀘스트 조건 : 식당에 있는 빌런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 클리어 보상 : 스텟 ‘카리스마’ 개방, 식당에서의 쾌적한 식사 가능

- 실패 페널티 : 식당에서 제대로 밥을 먹을 확률 70% 감소


퀘스트를 본 그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꺼내며 말했다.


“퀘스트를 수락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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