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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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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889

작성
21.05.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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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 N번째 회귀자(4)

DUMMY

눈을 뜬 수호는 가장 먼저 비명을 질렀다.


“뭐가 이렇게···.”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비명을 지르는 것도 엄연히 몸을 쓰는 것이기에 통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는 하려던 말을 도중에 끊었다. 대신에 몸을 일으키는 데 집중했다.


땅에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는 주변을 살폈다. 고개를 돌리는 것에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담에 걸렸을 때보다 다섯 배는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아까 그 던전이잖아? 분명히 클리어했다는 메시지를 본 거 같은데.


입구 쪽에 붉은색 포탈이 있었다. 그것을 본 수호는 이곳이 포탈형 던전이었음을 떠올렸다. 포탈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으니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포탈을 통해야 한다.


포탈 이외에는 고블린의 시체가 보였다. 총에 맞아 죽은 게 세 구, 그의 주먹으로 터트려 죽인 게 두 구.


정말 내가 죽인 건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고블린들의 장난감으로 쓰이다가 죽을 운명이었던 그가 특성을 얻고 역으로 고블린을 죽였다는 게. 그래서 시험해 보기로 했다.

특성을 얻은 자들만 쓸 수 있는 특권을.


“상태 창 오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홀로그램 창이 나타났다.


<상태 정보>


이름 : 수호

나이 : 20

특성 : 한계 돌파

스텟

힘 : 7 민첩 : 5

체력 : 6 지능 : 4

착용 중인 장비

- 모순

보유 중인 스킬

- 없음


홀로그램에 나타난 그에 대한 정보.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시스템 창에 보란 듯이 쓰여 있듯, 그에게 정말 특성이 생겼다.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하고, 고블린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뚫을 정도의 괴력을 낼 수 있는 엄청난 특성이.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특성을 눌렀다.


<특성 정보>


한계 돌파

- 대상의 한계를 억지로 뛰어넘게 만듭니다.


시스템의 특성에 관한 설명이 불친절하다는 것은 인터넷과 소문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불친절했다. 그나마 고블린들과의 전투로 특성 사용법을 한 가지는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는 다음으로 장비 목록의 모순을 눌렀다. 던전을 클리어한 보상으로 지급된 장비이기에 기대가 됐다.


<아이템 정보>


이름 : 모순

등급 : 전설

설명 : 무엇이든 뚫는 창 ‘모’와 무엇이든 막아내는 방패 ‘순’이 부딪치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던 어느 상인의 일화에서 탄생한 단어, 모순을 모티브로 제작된 방어구다.

옵션

- 소유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형태 변환 가능.

- 일정 시간 공격당하지 않으면 내구도 자동 회복

- 특수 옵션 ‘모순’ 사용 가능


특수 옵션?

수호는 특수 옵션 부분을 터치했다.


<특수 옵션 정보>


모순

- 한 달에 한 번, 최강의 공격 ‘모’ 설정 가능. 설정된 ‘모’보다 약한 모든 공격의 피해 90% 감소, ‘모’보다 강한 공격에 입는 피해 300% 증가.


“무슨 말도 안 되는···.”


형태 변환과 내구도 자동 회복만으로 충분히 사기적인 옵션이다. 거기에 ‘모’를 잘 설정하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자랑하게 되는 터무니없는 특수 옵션까지 붙어 있다.


“대박이다.”


아직 이 장신구가 왜 그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아이템을 얻어 기분이 좋았다.


“이 반지가 모순이구나.”


몸을 샅샅이 뒤진 그가 발견한 유일한 변화. 왼손 검지에 끼워져 있는 평범한 철제 반지였다. 아무런 무늬도, 보석도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벤토리 창 오픈.”


<보유 중인 아이템 목록>

- 없음


특성을 개화한 자의 두 번째 특권, 인벤토리. 힘과 체력에 비례해 안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의 부피와 무게가 늘어난다는 말이 있지만, 공식처럼 모두에게 통용되는 법칙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수진이를 지킬 수 있어.”


적어도 고블린에게 죽는 미래는 피할 수 있다. 특성과 모순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고블린 열 마리가 와도 무서울 게 없다.


확인을 마친 그는 던전을 나갔다.


“어? 나왔네?”


앉아 있던 설화가 벌떡 일어나며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얼음으로 만든 의자? 옷 안 젖나? 아, 불도 다룰 수 있으니까 말리면 되겠구나.


“칠두 아저씨가 준 총이 도움 됐나 봐?”

“없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총을 쏴서 그를 강제로 던전에 넣은 사람은 분명히 김칠두지만, 총을 준 것도 그다. 그 점에 관해서는 고마워하는 게 맞다.


“그럼 가자.”

“어디로 또 가야 합니까?”

“시험을 통과했으니 알려줄 게 있어.”


의자에서 일어난 그녀가 잠깐 목을 가다듬더니 두 팔을 활짝 펼쳤다.


“나와라, 미끄럼틀!”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 얼음이 거대한 미끄럼틀을 만들었다. 올라가기 편하게 계단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가자, 따라와!”


신이 난 그녀가 총총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에 몸을 던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는 벌써 주먹만 하게 보이는 곳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안전한 건가, 이거?”


양옆으로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끝에 벽이 세워져 있었다. 중간에도 벽이 있어 서로 부딪칠 일도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InF의 주인이 직접 만든 것이니 중간에 부서질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한 그는 미끄럼틀에 몸을 맡겼다.


“너, 너무 빨라!”


경사가 그렇게 심한 것도 아닌데 미끄러지는 속도가 말이 안 됐다. 자동차를 탈 때처럼 주변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어떻게 멈추지?”


중간쯤 왔을 때 그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황급히 두 손을 미끄럼틀에 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딪친다!”


코앞에 땅이 보였다. 멈출 방법이 없던 그는 두 팔로 얼굴을 보호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뭐해? 눈 떠.”


설화의 말에 그는 슬며시 눈을 떴다.


“여기는···.”


공간이 바뀌었다.

문을 마주 보는 벽 위에 나 있는 좁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전부인 감옥처럼 생긴 곳이었다. 어느새 그는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고, 반대편에 앉아 있는 설화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시험에 통과했으니까 이제 레기온을 만들어야 해. 본부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가 전부 대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고.”


그녀가 본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왠지 위화감이 들었지만 일단 경청했다.


“헌터를 뽑는 기준은 네가 알아서 정하면 돼. 수월한 모집을 위해서는 던전을 좀 돌아야 하는데, 우리가 언제든지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 편하게 부탁하고.”


검지로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그녀는 고개를 살짝 틀고 창문을 바라봤다. 더 알려줄 것이 남았는지 생각하는 듯했다.


“일단 이 정도? 모르는 건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거야. 개인적으로 나 아니면 마리아, 다윈에게 물어봐. 나머지 애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나중에는 말 걸기도 싫어질걸?”


그렇게 말한 그녀는 킥킥 웃었다.


“분명 휘 님이 시험을 통과하면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된다고 하셨었는데요.”

“응. 몬스터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삶. 그게 네가 원하는 거 아니야?”


맞다. 여동생을 몬스터로부터 지키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 레기온이라는 거, 꼭 만들어야 합니까?”

“응.”

“저는 혼자 하고 싶습니다.”

“···왜?”


그녀의 표정이 차갑게 돌변했다. 그래서 그는 나를 죽이려 한 자들과 동료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지 못했다.


“회귀자에게는 두 가지 의무가 있어.”


그녀가 표정만큼 차갑게 말했다.


“의무?”

“몬스터를 박멸하기 위해 노력할 것. 항상 서로를 감시할 것.”

“···서로를?”


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제되지 않는 회귀자는 재앙이야. 자신만 생각하는 자라면 더 끔찍하지.”


그녀의 눈빛에 순간 엄청난 증오와 분노가 담겼다. 그녀는 금방 원래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서로를 경계하고 의심하고 있어. 레기온을 만들라고 한 이유는 몬스터의 완전한 소멸을 위해서야. 혼자서는 한계가 있으니까.”


“저는 여동생을 위해 노력할 거고, 몬스터도 열심히 사냥할 겁니다. 혼자서 할 수 있게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그녀가 생각에 잠겼다. 짧은 고민 끝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몬스터를 이 세상에서 없애고 싶다면 레기온을 만들어.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 우리의 동료가 돼. 세상에 우리보다 안전한 보호장치는 없어.”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떤 이유로든 설득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그녀가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제가 여덟 번째 시험 통과자는 아니죠?”

“물론. 회귀자는 1년에 적으면 20명, 많으면 50명까지도 나타나.”


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는 질문하기 전에 숨을 들이마셨다.


“그런데도 왜 여러분들의 수는 고작 일곱 명밖에 안 되는 겁니까?”

“다 죽였으니까.”


그는 마셨던 숨을 조용히, 길게 뱉었다.


“휘가 말했지? 어떤 나비효과를 몰고올지 모르니 죽는 게 낫다고. 그래서 다 죽였어. 그런 놈들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니까.”

“···동료가 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좋은 선택이야!”


의자에서 일어나 손뼉을 친 그녀는 원래의 웃던 얼굴로 돌아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예.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지금 자신이 짓고 있는 미소가 어색해 보이지 않기를.


설화는 수호에게 동료가 된 기념이라며 10만 원을 주었다. 거절하려 했지만, 동생과 맛있는 것을 먹으라는 그녀의 말에 받고 말았다.


“···후.”


수호는 치킨 두 마리를 사서 집의 문 앞에 도착했다. 설화가 이동수단을 빌려준 덕분에 저녁 시간에 맞춰 올 수 있었다.


왠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간신히 집의 비밀번호를 누른 그는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오빠 왔어?”


수진이의 목소리였다. 그는 문을 활짝 열었다. 그의 여동생이 주방과 일체형인 좁아터진 거실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녀왔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했다.

담담하게 문을 닫고, 신발을 벗고, 화장실을 지나 거실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 든 것을 확인한 그녀가 어느새 테이블과 접시까지 세팅을 끝내 놓았다.


“나 치킨 먹고 싶은 건 어떻게 알았어?”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지. 오빠니까.”


그녀는 포장을 뜯고 곧장 치킨의 다리를 집었다. 그리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너 먹어.”

“다리 하나 더 있어. 오빠 먹어.”


그녀가 헤실 웃으며 그의 접시 위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그는 그것을 막 나머지 다리를 입에 넣으려던 그녀의 접시로 옮겼다.


“너 오늘 시험 마지막 날이었잖아. 너 많이 먹어.”

“잘 먹겠습니다!”


그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치킨을 먹는 그녀의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다. 부모님이 죽기 전에 항상 그를 보며 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


“오빠, 안 먹어?”

“아, 먹어야지.”


그는 퍽퍽한 가슴살 부위를 골랐다. 그리고 소금을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원래 싫어하던 부위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시험은 잘 봤어?”

“응. 중학교 때랑 별로 다를 게 없던데?”

“그러다가 꼭 결과 나오면 성적표 숨기느라 바쁘지.”

“이번엔 아니야.”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은 수호는 곧바로 뒷정리를 시작했다. 수진이는 설거지를 도맡았고, 그는 꽉 찬 쓰레기 봉투를 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빌라의 출입문 왼편에 있는 쓰레기장에 봉투를 버리고 막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의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저녁은 맛있게 잘 먹었어?”


설화였다. 몇 발자국 뒤에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남자 한 명을 대동한 채 미소 짓고 있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지? 알려줄 게 남았나?

궁금한 게 있었지만 일단은 감사 인사가 먼저였다. 그녀 덕분에 동생과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


“냄새로 보니까 치킨?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이라서요. 그보다 여긴 어쩐 일로···.”

“아, 별거 아니야.”


그녀가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그러더니 그가 혼자 행동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처럼 표정을 순식간에 갈아엎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를 죽이러 왔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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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 빌런 번호 24601(3) 21.05.17 64 0 12쪽
7 2. 빌런 번호 24601(2) 21.05.16 27 0 12쪽
6 2. 빌런 번호 24601(1) 21.05.15 3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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