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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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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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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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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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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빌런 번호 24601(6)

DUMMY

자신의 식사를 방해한 빌런에게 다가가는 동안 그는 계속 생각하고, 관찰했다.


배식하는 아주머니나 경비가 제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걸까? 흉악범과 잡범으로 나뉜다고 했으니 피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일단 자제하자.

누구지? 누가 식판을 날렸지? 나를 보고 웃고 있는 놈? 아니면 모른 척 밥을 먹고 있는 놈? 그것도 아니면 일어나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이놈?


“내 식판을 날린 게 너야?”


테이블에 앉아 있던 빌런은 총 세 명.


“응. 내가 그랬어.”


대머리에 눈썹에 문신을 새긴 놈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호는 단번에 알았다. 이놈은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해서 봐줄 생각은 없다.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은 이곳에 있는 모든 빌런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이었으니까.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 신체에 걸려 있던 한계를 돌파합니다.

- 신체 능력이 향상됩니다.


수호는 1784의 어깨를 단검으로 찔렀다.


“끄아아악!”


미소가 사라지고, 그의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이 식당을 메웠다.


“얘 왜 이렇게 약합니까, 마스터?”

‘나도 몰라. 잡범이라 그런가?’


여태까지 콜로세움에서 싸운 빌런들과는 전혀 달랐다. 가볍게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찔렀던 건데 반응도 못 할 줄은 몰랐다.


“다시 한번 물을게. 네가 내 식사 시간을 방해했어?”

“내, 내가-. 아아악!”


수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1784의 허벅지를 찔렀다. 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바닥을 꼴사납게 굴렀다. 그리고 쉬지 않고 비명을 질러댔다.


“대답을 안 하니까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네.”


콜로세움에서 겪었던 살인으로 끝나는 치열한 전투.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지도, 긴장감 때문에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지도 않았다.


“다, 다가오지 마!”


세 명 중 주황색 머리를 한 남자가 손바닥에 불을 피워내며 말했다. 수호는 그의 협박을 무시하고 계속 다가갔다. 남자가 손을 앞으로 뻗자 불줄기가 날아왔고, 그는 피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싸웠던 남자의 불에 비하면 성냥불 정도였다.


3초도 지속되지 않은 불줄기를 그대로 맞고 남자에게 다가간 수호는 그의 허벅지를 찔렀다.


“끄, 끄으윽!”


입술을 물고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팔과 다리에 한 번씩 침을 놓아주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너야?”


빌런 번호 2889. 벌벌 떨며 뒷걸음질을 치던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바닥에 세게 자신의 머리를 찧었다.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목숨만-.”

“아무도 안 죽였는데.”


수호는 단검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너는 내 식사를 방해했으니까 죽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왜?”


그는 단검의 날을 2889의 허벅지에 가져가며 물었다.


“내가 왜 너를 살려줘야 해? 너도 빌런이잖아.”

“그건, 그게 그러니까-.”

“마스터. 뒤에서 옵니다.”


한의 말을 들은 그는 다리를 뒤로 쭉 뻗었다. 묵직한 타격감이 느껴졌고, 맨 처음 찔렸던 1784가 입을 벌리고 헛구역질을 했다.


“덜 고통스러웠구나. 내 잘못이 크다.”


그는 세 번 찔렀다. 오른팔에 두 번, 왼팔에 한 번.


“아아아악!”


1784의 비명이 너무 커서 귀가 아팠다. 그래서 수호는 1784의 뒤로 이동해 그의 뒤통수에 발을 얹고, 그대로 내려찍었다.


“···한결 낫네.”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범죄자의 상태 따위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야 2889.”

“예? 예!”

“내 밥 가져와.”

“알겠습니다.”


2889가 쏜살같이 배식구로 달려갔다.


-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스텟 ‘카리스마’가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하며 그는 처음 앉았던 곳에서 오른쪽으로 한 테이블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러자 식판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2889가 그의 앞에 식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좀 빠른데?”

“제 특성이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는 겁니다.”


몇 분 전의 사악한 미소는 어디 가고 웬 바보가 한 명 서 있었다.


“배알도 없는 새끼네, 이거. 나 같으면 쪽팔려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한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수호는 2889에게 물을 한 잔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시원한 냉수가 담긴 잔이 배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초 정도였다. 정수기가 배식구 옆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빠르긴 했다.


“다들 조용히 밥 먹어.”

“예!”


답지 않게 경례까지 올린 2889는 어수선한 식당의 분위기를 정리했다. 그리고 아직도 신음을 흘리며 뒹굴거리고 있는 둘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많이 변했다.’

“사람은 언제나 변합니다.”


밥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일정하게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이 그의 기분을 더럽혔다.


‘원래 피를 보는 걸 싫어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익숙해져야 합니다.”


한이 차갑게 말했다.


“마스터가 상대할 자는 저런 멍청이들이 아닌 7주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점에 서 있는 헌터들이란 말입니다.”

‘나도 알아.’

“게다가 지금은 가이아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계속 그런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 돌변할지 모릅니다. 마스터를 관리자로 만들기 위해 설화보다 더 심한 짓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짓이 있을지가 의문입니다만.”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같이 맞는 말이었다.


‘이미 익숙해졌어. 일곱 명이나 죽였잖아. 다만 덤덤해진 나 자신이 싫을 뿐이야.’

“흉악범에게 마음 쓰지 마십시오. 마스터는 그들에게 당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해준 겁니다. 사회의 법규로는 힘든 최고의 복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한데, 살인에 너무 무덤덤해지면 안 되니까. 괴물이 되기는 싫거든.’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거리낌 없이 회귀자들을 죽인 그 일곱 명 같은 괴물은.


“제가 말리겠습니다.”


한이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마스터가 괴물이 될 것 같으면, 제가 어떻게든 말리겠습니다.”

‘든든하네.’


한 덕분에 심란했던 마음을 어느 정도 정돈한 수호는 밥을 먹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맛이 어느 정도까지는 느껴졌다.


“24601!”


다 먹기 무섭게 경비가 식당으로 들어와 그를 불렀다.


“돌아갈 시간이다.”

“아, 네.”


그를 식당으로 안내했던 경비는 다른 업무를 맡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편하게 방에 도착한 그는 침대에 누워 상태 창을 열었다.


<상태 정보>


이름 : 수호

나이 : 20

레벨 : 1

특성 : 한계 돌파

스텟

힘 : 8 민첩 : 6

체력 : 8 지능 : 5 카리스마 : 10

착용 중인 장비

- 모순

보유 중인 스킬

- 없음


“10부터 시작하네.”


이번만인지, 아니면 앞으로 얻을 새로운 스텟 전부가 10에서 시작하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넘는 스텟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설화와의 거래 이후 수호의 생활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콜로세움에서의 전투와 실험이 사라졌고, 삼시 세끼를 방이 아닌 식당에서 해결했다. 하루를 세는 기준은 콜로세움에서 반복 퀘스트로 바뀌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가장 큰 변화는 부하가 생긴 것이다. 식당에 갈 때마다 빌런 번호 2889가 미리 그의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배알도 없네요, 마스터.”


처음 그에게 시비를 걸 때 같이 앉아 있던 두 명은 그를 원수 보듯이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2889는 오직 수호만 신경 썼다.


‘나야 편하게 밥 먹고 좋지, 뭐.’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저절로 식사가 배달되니 편하기도 했고.


“오늘의 메뉴는 소시지야채볶음과 멸치볶음, 김치, 콩나물국입니다.”


이렇게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뭔지 알려주는 기능까지 탑재한 상태다.


“먹어라.”

“맛있게 드십시오, 형님.”


좀 불편한 부분은 수호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이 부분에서는 고집이 세서 내버려 뒀다.


“24601! 나와!”


밥을 다 먹자마자 어김없이 경비가 문을 박차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안 보이면 섭섭할 지경이 된 욕쟁이 경비였다.


“고생하십쇼, 형님.”

“어.”


2889에 대충 대답해준 수호는 경비에게 갔다.


“아주 살 맛 나는 모양이야?”

“덕분에.”


경비의 날이 선 말에 수호는 웃음으로 대처했다.


“그렇게 건방 떨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

“무섭네. 조심할게.”


혀를 찬 경비가 뒤로 돌아 앞장섰고, 수호는 그의 뒤를 따랐다.


“저 정도면 질릴 만도 한데.”

‘내 말이.’


이쯤 되면 과거에 흉악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 기억을 못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방으로 가는 게 아니네?”


원래라면 왼쪽으로 가야 하는 갈림길에서 경비는 오른쪽 길을 택했다.


“실험실로 간다.”

“드디어 가는군요.”

‘이제야 가는 거지.’


설화와의 계약이 성사된 후, 빠르면 이틀 늦어도 사흘에는 부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힘 2, 민첩 1, 체력 2를 얻을 때까지 잠잠했다.


“대상을 고르는 게 너무 신중하군요.”

‘1주에 한 명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했으니까 신중해야지.’


특성은 한 번 발현된 순간 사라지지도, 누군가에게 빼앗기지도 않는다. 그런 특성을 강화할 기회가 왔다면 누구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를 진화시킬까?’

“글쎄요. 입이 가벼워서도 안 되고, 주변에 티를 내서도 안 되고.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까지 있어야 하니까 웬만한 헌터는 아닐 것 같습니다.”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누구의 특성을 진화하게 될지 한과 의견을 나누며 도착한 설화의 실험실. 그녀는 변함없는 미소로 그를 반겨 주었다.


“왔어?”


그녀의 인사에 대답하는 대신 그는 하얀 방의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전에는 없던 희한한 물체가 중앙에 놓여 있었다.


“그 안대를 쓰고 있으면 사람이 올 거야.”

“···내가 직접 보지 않으면 특성을 진화할 수 없어.”


그는 창문 너머에 있을 설화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던데? 신체를 접촉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상의 특성을 정확하게 유추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상의 지정에서 제법 자유로운 특성 아니었어?”


···괴물 같은 년.

콜로세움에서 벌인 일곱 번의 전투로 그의 특성을 거의 완벽하게 분석했다.


“저 정도 지능이면 미칠 만하네요.”


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안대를 착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동자를 밑으로 내려 봤지만, 보이는 것은 완전한 암흑뿐이었다.


잠시 후에 문이 열렸다.


“포마드 머리에 정장을 입고 있는 남자입니다. 눈매가 사납고 키는 180 정도 되어 보이는군요.”

‘7주가 아니야?’

“예.”


한의 설명대로 상상을 해봤지만, 누군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당연히 7주가 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특성을 진화할 기회는 절대 흔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마스터의 성공 확률을 모르니까 안전을 가한 것 같습니다.”

‘응.’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앞에 사람이 있어. 손을 뻗어 봐.”


그녀가 시키는 대로 손을 뻗자 남자가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한계를 돌파한다.”


그는 남자도, 설화도 들을 수 없게 입만 뻥긋하는 식으로 특성을 사용했다.


- 특성이 당신의 의지에 반응합니다.


‘한, 메시지 안 보이지?’

“예, 마스터.”


가이아가 말할 때처럼 한이 메시지를 볼 수만 있었다면 유추가 가능했을 텐데. 아쉬웠다.


‘최대한 적게. 티도 안 날 정도로 조금만 돌파시켜 주는 거야.’

“현명한 선택입니다.”


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줄 의무는 없으니까. 성공만 하면 돼.

그렇게 생각하며 특성을 조절하는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 대상의 특성 ‘웨폰마스터’의 한계 돌파를 시작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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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빌런 번호 24601(5) 21.05.18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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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 빌런 번호 24601(2) 21.05.16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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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N번째 회귀자(5) 21.05.15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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