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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N.J.
작품등록일 :
2021.05.12 13:31
최근연재일 :
2021.05.21 16:0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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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72,889

작성
21.05.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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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N번째 회귀자(1)

DUMMY

그날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수호야, 오늘도 수고했다.”

“예, 아저씨도 수고하셨습니다.”


여느 날과 다를 바가 없는 하루였다. 레기온이 던전을 토벌하면 던전이 사라지기 전에 최대한 전리품을 챙기는 짐꾼. 수호는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여동생이 집에 도착했을 시간대였다.


“오늘은 좀 늦었으니까 맛있는 것 좀 사서 갈까.”


짐꾼의 장점 중 하나는 일급제라는 것. 두둑한 돈 봉투를 받자마자 던전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도축용 칼로 몬스터의 가죽을 벗기고, 헌터들의 무기를 맡았던 피로가 싹 사라진다.


“치킨이 좋을까, 피자가 좋을까?”


저번 주에 아마 피자를 먹었었지? 그럼 오늘은 치킨으로 해야겠다. 저녁 메뉴를 정한 그는 돈 봉투를 가슴 안 주머니에 넣고 여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집으로 향했다.


“꺄아악!”


여성의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려온 것은 그가 막 첫걸음을 뗐을 때였다. 그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좁은 골목길에서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겁에 잔뜩 질린 채 뛰어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안경을 끼고 양복을 입고 있던 중년 남성이 그녀를 부축해 주려고 다가갔다. 그녀는 그의 배려를 뿌리치고 달렸다. 신고 있던 하이힐도 벗어 던진 채로.


“허 참. 젊은 처자가 무슨 일이-.”


퍽.


심성이 착해 보였던 남자의 사망 원인은 머리를 관통한 조잡한 단창이었다. 던전의 짐꾼으로 일하고 있는 수호는 저 무기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고블린.”

“고블린?”

“몬스터다!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성이 나왔던 골목길에서 고블린 무리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째서 고블린이 이런 곳에···.”


갑작스러운 고블린의 출몰에 대해 고민하던 수호는 곧바로 집을 향해 달렸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여동생의 안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발 단순한 던전이어라. 제발!”


던전이 가끔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수호는 제발 출몰한던전이 고블린 부락이기를 바랐다. 헌터들이 아무런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는 쉬운 던전이기 때문이다.


쾅!


그의 기대는 5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에 폭발해 무너지는 것으로 산산이 조각났다. 고블린에게 고층 건물을 무너뜨릴 힘 따위는 없었으니까.


“캬오오!”

“드레이크까지?”


드래곤의 아류종. 드래곤만큼은 아니지만 강력한 브레스를 발사할 수 있고, 단단한 비늘로 덮인 피부를 뚫고 공격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상위 몬스터다. 비늘의 색깔로 종을 구분하는데, 건물의 폐허 위에 내려앉는 저 드레이크는 레드 드레이크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그는 이를 꽉 문 채 조용히 소리쳤다. 아무런 힘도 없는 그가 큰소리를 내는 것은 “날 잡아 먹어라!”하고 광고하는 것과 똑같았다.


“수진아. 제발 무사해야 해···. 제발···!”


몬스터의 침공은 이제 막 시작된 모양이니까 외진 언덕 위에 있는 빌라의 옥탑방까지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수호는 계속 뛰었다. 천만다행인 것은 사람들의 비명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들리는 가운데, 아직까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몬스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그는 간신히 집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발, 제발.”


그는 자살용으로 주어지는 짐꾼 전용 단검을 꺼내 손에 쥐고 빌라의 입구를 열었다. 그러자 피비린내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다친 헌터를 부축하는 것도 짐꾼의 일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계단을 올랐다. 이렇게 피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은 몬스터가 빌라에 있다는 것. 특성이 없어 헌터가 되지 못한 그로서는 가장 약한 취급을 받는 고블린 한 마리도 버거운 상대다.


탁.


신발이 계단에 닿아 내는 소리가 천둥이 치는 것처럼 들렸다. 곧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다 몬스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른다.


침착. 침착해야 해. 그러면 수진이는 살릴 수 있어. 그는 천천히 그리고 깊게 숨을 마셨다. 그리고 길게 내쉬었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느려지지는 않았지만, 아까처럼 누가 귀 바로 옆에서 북을 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좋아.”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잔뜩 주며 계속 계단을 올랐다. 이런 생각을 하면 죽어서 지옥에 갈지도 모르지만, 제발 다른 사람들을 잔뜩 죽여 만족한 몬스터가 빌라를 벗어났기를 바랐다. 옥탑방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났기를 간절히 바랐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몬스터를 만나지는 않았다. 정말 그가 바란 대로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다. 기대하며 계단을 끝까지 오른 그는 천천히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아빠지고 녹이 잔뜩 슬어 있는 문이었기에 불쾌한 소리가 났다. 그는 문을 열다가 만 어정쩡한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30초가량을 숨도 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몬스터가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지는 않았다.


“수진아?”


그는 집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빌라의 문을 열었을 때보다 진한 혈향이 느껴졌다. 그것이 의미하는 사실은 명백했다.


“안 돼, 안 돼!”


화장실, 없다. 주방, 없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수진이가 쓰는 방. 그는 문을 부술 듯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진아.”


수진이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자신의 피로 만든 얇은 이불을 덮은 채. 맥박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사지가 잘린 사람이 살아 있을 확률은 없으니까.


“키륵. 케르륵!”


닫힌 옷장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자루까지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단검을 쥔 채 웃고 있는 저 고블린이 범인이었다.


“죽인다!”


고블린에게 달려간 그는 단검을 크게 휘둘렀다.


“키륵?”


고블린은 비웃으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자신의 무기를 휘둘러 그의 무기를 쳐냈다. 구석으로 날아간 단검을 다시 줍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그는 재빨리 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병 하나를 손안에 쥐어 보이지 않게 했다.


“너만은 죽인다. 너만은!”


그는 주먹을 내질렀다. 고블린은 피하지 않았다. 아가리를 쫙 벌려 그의 손을 물었다.


“고맙다. 먹어 줘서.”


그는 주먹을 풀었다.


“케륵? 키륵!”


고블린이 입을 닫자 그의 손목이 뜯겨 나갔다.


“으아악!”


아팠다. 죽을 만큼 아팠다. 뜯겨 나간 부위가 너무 화끈거려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키륵! 케르렉!”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던 고블린이 돌연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독약 맛이 어때?”


짐꾼의 자살 방법 두 번째인 독약. 병 채로 삼켜야 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몰라 녹기 쉬운 재질로 만들어졌다.


“케, 키케륵.”


거품을 물며 고통스러워하던 고블린이 죽었다.


“꼴 좋다. 빌어먹을 새끼.”


그는 구석에 내팽개쳐진 그의 단검을 주웠다. 그리고 수진의 옆에 앉았다.


“복수는 했다, 수진아.”


특성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복수는 했으니 저세상에서 만난다면 혼나지는 않을 듯했다.


“키륵?”

“케륵! 키르륵!”


익숙한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렸다. 고블린 세 마리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하, 씨발.”


한 마리가 아니었다. 특성이 없는 그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한 마리만 더 데리고 가자.”


그렇게 다짐한 그는 이를 악물며 일어나 세 마리를 향해 달렸다.


푹.


오른쪽에 있던 고블린이 던진 단검이 그의 심장에 박혔다.


“···수진아. 무능력한 오빠라-.”

“케륵!”

“키르륵!”


그는 마지막 말조차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죽었다.




“수호! 김수호!”

“에?”


덕수 아저씨의 목소리에 수호는 눈을 떴다. 덕수 아저씨가 “얘가 왜 이러지?”라는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도 죽었군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했던 덕수 아저씨마저 죽고 말았다.


“죽기는 뭘 죽어 이놈아!”


덕수 아저씨가 버럭 화를 내며 딱밤으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 아팠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을 갑자기 왜 죽여? 죽이기는!”

“그게 무슨 소리세요?”


잠깐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던 수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충격이 너무 커서 죽음을 아직 못 받아들인 것이다.


“얼른 일이나 해, 이놈아! 돈 안 벌 거야?”


수호의 품에 곡괭이를 안겨준 그는 오늘따라 이상하다며 투덜거리며 던전의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사후세계는 던전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나?”


그건 너무 비참하잖아. 죽어서까지 던전의 짐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건.


“안 오냐, 이놈아?”

“가요!”


수호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옆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그의 보폭에 맞춰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수진이는 천국에 갔을까요?”


고등학교 3년 내내 친구들과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 가고 공부만 하다가 죽은 우리 수진이. 수진이가 아니면 누가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이놈이 왜 이래? 천국에는 왜 가! 지금쯤이면 시험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겠구먼.”

“시험이요?”


무슨 시험? 천국도 시험을 봐야 갈 수 있나?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 오늘이 마지막 날 아냐?”

“예?”


수진이는 어제 대학교에 지원서 넣었는데.


“시험 끝났으니 맛있는 거 먹여야지. 헛소리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성격은 아닌데.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라면 수진이가 1학년이라는 건데, 그게 가능한가?


“···아저씨. 죄송한데 지금이 몇 년도죠?”

“2030년.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어디 아파?”


수호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대고 열을 재는 아저씨를 멍하니 바라봤다.


30년? 32년이 아니라?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거야 지금?


“아저씨. 죄송하지만 저 집에 먼저 가보겠습니다.”

“응? 왜?”


수호는 아저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달렸다. 만약 과거로 돌아온 게 사실이라면, 꿈이나 사후세계가 아닌 현실이라면, 수진이는 집에 있을 것이다. 확인해야만 한다. 자신이 정말 과거로 돌아온 게 맞는지.


그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던전의 입구까지 달렸다.


“어? 왜 벌써 나와. 덕수는?”

“죄송해요, 저 먼저 갑니다!”


달수 아저씨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한 그는 계속 달렸다.


“저기요! 잠깐만요!”


여성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예린?”


빙백선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7대 레기온 중 가장 강한 황제에 속한 헌터. 확실히 과거에 온 것이 맞는지 그녀는 평소에 쓰지 않는 안경을 착용한 상태였다.


“혹시 시간 잠깐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아무리 유명한 헌터의 부탁이라도 지금은 수진이를 직접 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럼 이 쪽지라도 봐 주시겠어요?”


그녀가 허공에서 고이 접힌 쪽지를 하나 꺼냈다.


“휘 님이 보내신 겁니다.”

“황제의 주인이 내게?”


수호는 쪽지를 받았다. 잠깐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쪽지를 펼쳤다.


“이게 무슨···.”

“왜 그러시나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이 쪽지의 내용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는 쪽지를 다시 확인했다. 몇 번을 읽어도 내용은 똑같았다.


“잠깐이면 되나요?”

“예. 잠깐이면 됩니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앞장서 걸었다.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는 다시 한번 쪽지를 읽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단 두 마디였다.


「당신 회귀했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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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번째 회귀자(1) +2 21.05.12 10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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