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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블랑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무역천재가 사업을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10.16 10:21
최근연재일 :
2023.12.18 19:02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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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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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0
글자수 :
417,030

작성
23.10.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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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글자
12쪽

15화 수출 서류속에 숨겨진 진실

DUMMY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다.



사장이 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깊은 생각 없이 사모를 대한 것.

평범한 가정주부일 거라는 생각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홍두식이었을 땐 내가 금수저를 물고 있는 줄 알았다.

부족한 것 없었고 하고 싶은 일 생기면, 두 번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마치 여왕처럼 모시고 있는 주위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넘을 수 없는 큰 벽을 대하는 느낌이다.

VIP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VIP 전용 라운지에서 직원들에게 특별대접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나만의 특별한 스타일링을 위해 사모가 생각해 놓은 이미지를 입밖으로 내는 순간, 눈동자를 반짝이며 듣고 있던 [캡틴 안] 이라는 명찰을 단 젊은 여성은 곧 그것을 실체화시켰다.


사모와 도착한 매장에 어느새 나 혼자만을 위해 커스터마이징 되어 준비된 의복들.

얼굴가득 미소를 띤 직원들이 익숙한 손길로 내 몸에 그들이 준비한 고급스러운 옷을 입혀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내 몸을 거쳐간 옷은 10벌.

VIP 회원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빈틈없이 제시하는 그들은 역시 전문가들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나의 모습을 볼때마다 그녀의 입꼬리가 만족스러운 듯 올라갔으니까.


"저것도 괜찮군요."

"요즈음 젊은 VIP 분들께서 가장 선호하시는 최신 트렌드에 맞춘 상품입니다."


사모가 턱으로 가리킬때마다 완벽한 미소로 응답하며 캡틴 안이 사인을 보낸다.

한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고급스러운 상자에 마치 건드리면 깨질까 조심스럽게 포장하는 직원들.


이미 처음 입고 있던 옷은 사모의 기사가 들고 사라졌다.


그것도 내 딴엔 돈 좀 쓴 새옷이었는데 이곳에서 입어본 옷들과 비교하면 후즐근해 보일 뿐.


마침내, 특히 사모가 마음에 들어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앞에 섰다.


그 속에 비치는 나의 모습.


"적당히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되어 보이는 군요."


거울을 통해 만족스러워하는 사모의 표정이 보였다.


역시,

'옷이 날개다.'


그런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생생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외모로는 정말 볼품없는 차진구가 그럴듯한 상류층 자제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듯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으니 말이다.




* * *



미리 예약해 놓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까지 끝내고 다시 차에 올랐을 때, 그녀가 내게 책자 하나를 건넸다.


"우리 회사 광고 책자예요. 주 수출 품목은 표지에 보이는 것처럼 '차량용 더스터'고요."


받아든 책자의 겉표지에 자신의 차량에 등을 기댄채 밝게 웃고 있는 유명 연예인의 모습이 보인다.

요즘 커리어 최고점을 찍고 있다고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30중반의 박중기.

더스터의 보드라운 황금색 천연울을 얼굴에 문지르며 마치 환호를 지르는 듯 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적당한 중소기업인 줄 알았는데 이정도 광고모델을 쓸 정도면 돈 꽤나 버는 회사일지도.


놀란듯한 나의 표정을 살펴보던 사모가 화사하게 웃음짓는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캐시 카우'라 할만하죠. 몇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니까요."

"......"

"사장님 철강회사 십년 총매출보다 우리회사 일 년 매출이 더 높다는 건 사장님께는 비밀입니다. 사장님의 체면과 자부심도 지켜드려야 하니까요."

"...예에.."


상당히 떨떠름한 기분.


물론 대단하긴 하다.

혹시나 하고 예상했던 일이 사실이었네.

결국 사장과 사모는 각자 타고 있는 승용자의 크기와 가격에 비례하는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이런 모든 것을 나에게 말하고 보여주는 사모의 저의는 무엇일까?

나를 스카웃하려는 것과 같은 의도는 절대 아닐 것이다.

무역업으로 국한하자면 이제는 2~3개 정도의 다른 언어에 능통한 인재가 넘쳐나는 세상 아니던가?

듣기좋은 말은 아니지만 내가 유학 갈때에도 내 등 뒤에서 "개나소나 다 유학간다고 설친다" 라는 말을 들었으니까.


이런 규모와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면 이미 상당히 능력있는 직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을 터.


왜, 아까운 하루를 사모의 입장에서는 전혀 영양가 없을 나와 보내는 것일까.

그것도 붙어있는 가격표만 봐도 후덜덜해지는 최고급 의류를 입히면서 말이다.

한 벌도 아니고 포장되어 차에 실려있는 것이 5벌이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고, 이렇게 까지 하면서 돈자랑을 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뭐,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사장님, 오셨습니까."


건물 1층 라운지 안내데스크에 있던 여성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사모에게 인사를 했다.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던 정장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젊은 남자가 부지런히 돌아 나왔다.

익숙한 듯, 빠르지만 품격을 유지하는 걸음으로 사장보다 먼저 엘리베이터에 도착해 버튼을 누른다.


열린 엘리베이터로 사모와 내가 오르자 남자도 마지막으로 발을 들였다.

5층을 누른 사내.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피아노 연주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녀를 향해 남자가 다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유별나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이렇게까지 한다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과도한 예우를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뭐, 드라마를 보면 대기업 사장이 출근 할 때 여러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는 게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만한 대기업은 아니지 않는가.


앞서 걷던 사모가 사무실로 통하는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직선으로 나 있는 통로를 따라 당당하게 걷고 있는 그녀.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사모와 마주칠 때마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직원들.

사무실 자체도 인천특수철강과는 비교할 수 없이 넓지만 직원 수도 놀랄만큼 많다.


전세계와 거래하다 보니 지역 별로 팀이 나뉘어 있는 듯 파티션이 세워져 있다.

입구부터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중동을 지났다.

코너를 돌아 마지막으로 보이는 곳이 아프리카.


걸음을 옮기는 동안 통화 중인 직원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언어가 언뜻언뜻 들려온다.


뭔가, 완전히 딴 세상에 온 느낌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더니.

혼자 잘난 줄 알았다가 이제 콧 속 만한 우물에서 튀어나와 다른 세상을 마주한 개구리가 딱 바로 나다.


그러는 사이에 사모가 한 곳에서 발을 멈췄다.

하부 절반은 불투명하게 둘러쳐진, 전면 통유리 구조로 된 사무실.


-똑똑


가볍게 유리문에 노크를 한 사모.

슬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래. 알았다.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사장님 오셨다."


사십 후반이나 오십 초반 정도의 말끔하게 생긴 중년 사내.

수화기를 내려놓고 테이블 뒤의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아~. 매형이 말한 사람이 바로 이 친군가"

"그래."


어째 누나 동생이라면서 서도 대하는 표정은 남보다 못한 것 같다.


드라마 같은데 보면 회사 경영의 이권 다툼으로 징글징글하게 싸우는 형제자매들 흔하게 나오던데 현실에도 그런걸까? 아마도 그렇겠지?

그러니까 그걸 꼬집느라 그런 드라마가 만들어지는거겠지?

그래서 그런 것들이 인기가 있는 거겠고.


책상을 돌아 나오는 남자.

매와 같은 눈초리는 이미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고 있다.

상품을 앞에 두고 어느 정도 쓸만한지 판단하고 견적을 내 보려는 의도로 느껴진다해도 오해는 아닐 듯.


"철강 수출 잘 하고 있다면서요? 매형이, 아니 사장님이 거는 기대가 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나의 손을 잡는 그의 손아귀에서 오만한 힘이 느껴진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어딘가 맑지가 않다.

아니, 음흉하다고나 할까?

나를 적당히 낮춰보는 눈빛속에도 어딘가 모르게 경계심이 숨겨져 있는 듯 느껴진다.


어쨌든 상당히 불편한 그의 손을 풀고 사모를 돌아보았다.


잔뜩 굳은 표정에 간신히 입꼬리만 올리고 있는 그녀.

나를 보면서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맨 안쪽에 있는 문을 그녀가 열었다.


"여기가 내 사무실이예요."


한발 들어서자 향긋한 퍼퓸향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산뜻한 인테리어로 단정한 느낌을 주는 사장실.


창문에 드리워진 블라인드의 틈새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만큼이나 밝고 화사하다.


"저쪽에 앉아요. 차 과장님."


한쪽 벽에 걸린 모네의 그림 아래에 위치한 소파를 사모가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똑똑


자리에 앉자마자 문 뒤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들어 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사모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열린 문 사이로 검은 수트를 입은 30대 남성이 들어왔다.

그런 그의 손에는 두께가 한뼘 정도 되는 두툼한 상자가 들려있다.


"사장님. 올해 수출 서류 파일입니다."

"차 과장님 앞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 돼."

"알겠습니다."


사내가 나가고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사모.

슬며시 다가와서 내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실, 그것 좀 보라고 오늘 차 과장님을 이리 부른거예요."

"...예에?"


내 표정에서 당황함을 읽은 사모가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무역일 하면서 차 과장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서, 한번 훑어보시라 부른 겁니다. 무역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몇 개월 되지 않았잖아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전 회의가 있어서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천천히, 편하게 보도록 해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사모가 걸음을 옮겨 문밖으로 사라졌다.


정말 그런 걸까?

이 서류를 훑어보는 것이 정말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나를 이리로 부른 것일까?

무역 업무와 실무가 부족하다면 여러 기관에서 시행하는 교육 과정에 등록하고 배워야 할 터.


가격표만 흘긋 보아도 눈이 돌아갈 만한 옷을 한 벌도 아니고 여러 벌.

그에 맞는 와이셔츠에 넥타이. 그리고 새 구두에 속옷 세트까지.

부담스러울 만큼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 대접까지 베풀고 자신의 회사 무역 서류를 내주면서 무역 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훑어보라니.


설마...


이 모든 것에 사모의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입 밖으로 내지 않았지만, 혹시 사모는 이 서류 속에서 내가 무엇 인가를 찾아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무역 거래 내역을 훑어보며 결재 하던 중 확실하지는 않지만 뭔가 낌새를 그녀가 느낀 거라면.


그리고 만일, 이 회사 내에서 그녀 자신이 100 퍼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생각하고 있다면.

사모 자신이 무역 거래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니 그저 마음속으로 꺼림칙함을 계속 가지고 있던 거라면.

그러다가 사장과의 대화 중에 어쩌다 사장이 내 이름을 언급한 거라면?

그래서 혹시라도,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나를 부른 거라면.

지금 그녀가 은연중에 나에게 도와 달라고 손을 내민 거라면.


머릿속에서 수많은 가정의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그녀의 이런 호의 속에 숨겨있던 의도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 것이라 느껴졌다.

역시 초면의 아무 관련 없는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터무니없이 과도한 호의 였다.

그녀도 외부에 믿을 만한 조력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 모습을 환골탈태 시키려 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무실 직원들 중 누구도 나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첫 인상은 뭘 몸에 걸쳤는가 도 크게 영향을 줄 테니 말이다


"이 서류 속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사실 나는 여전히 무역 일에 초보.

하지만, 의심을 품고 잘 찾아본다면 의외의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무역 업무에는 아직 과문(寡聞)한 탓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돌아가는 일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자. 사모가 뭘 찾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볼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상자 속의 무역 서류들을 꺼내 한 자 한 자 유심히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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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뜻밖의 투자자 +3 23.11.22 971 31 12쪽
38 38화 상승기류를 타다 +5 23.11.21 1,009 34 13쪽
37 37화 거짓 정보로 덮은 위기 +5 23.11.20 1,015 37 13쪽
36 36화 철도 숨을 쉰다. +3 23.11.19 1,063 33 12쪽
35 35화 곽 이사의 거래 +3 23.11.18 1,057 34 11쪽
34 34화 한 걸음 더 +4 23.11.17 1,064 34 13쪽
33 33화 구름사이를 비추는 달빛 +7 23.11.16 1,117 37 13쪽
32 32화 또 다른 소식 +4 23.11.15 1,146 38 14쪽
31 31화 반격의 서막 +7 23.11.14 1,173 40 15쪽
30 30화 과거가 이어주는 인연 +2 23.11.13 1,195 36 12쪽
29 29화 우연한 만남 +2 23.11.12 1,190 35 13쪽
28 28화 씻을 수 없는 상처 +4 23.11.11 1,238 36 12쪽
27 27화 일출과 일몰 +3 23.11.10 1,271 40 14쪽
26 26화 또 다른 악연 +5 23.11.09 1,285 36 14쪽
25 25화 불운과 행운 +5 23.11.08 1,329 35 15쪽
24 24화 악연의 시작 +2 23.11.07 1,359 42 14쪽
23 23화 덩굴나무 이파리 +3 23.11.06 1,389 36 14쪽
22 22화 오해로 풀리는 실마리 +4 23.11.05 1,401 33 13쪽
21 21화 밝혀지는 비밀 +2 23.11.04 1,437 32 13쪽
20 20화 낙엽을 긁어모을 갈퀴를 만들다. +4 23.11.03 1,414 38 13쪽
19 19화 시작의 끝 +3 23.11.02 1,387 35 15쪽
18 18화 검을 뽑는 기사 +5 23.11.01 1,430 39 14쪽
17 17화 어두운 물속으로 손을 뻗다 +3 23.10.31 1,385 38 16쪽
16 16화 호주 양모업체의 비밀 +3 23.10.30 1,400 43 16쪽
» 15화 수출 서류속에 숨겨진 진실 +6 23.10.29 1,405 39 12쪽
14 14화 베일속의 사모님 +2 23.10.28 1,479 38 13쪽
13 13화 상승기류를 타다. +4 23.10.27 1,425 4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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