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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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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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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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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2)

DUMMY

남부 왕국의 성의 모습은 여태껏 봐왔던 것과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성벽 위에는 지붕이 있었고, 주요 요새 건물들도 돔 형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마 지상의 공격보다 공중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저런 식으로 쌓은 거겠지. 그리고 단순히 돌로 쌓은 성들과는 다르게 완벽한 구조물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이 정말 아스트리아 대륙이란 말인가. 마법이라는 편리함으로 세상이 얼마나 발전 없이 돌아가고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마차에서 내려 천천히 성에 접근했다. 성문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신문물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다른 왕국의 건축 기술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지만 이건 이것대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렇게 동료들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인기척이 느껴져 잠깐 뒤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한 여성이 우릴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기... 무슨 문제라도..."


"여행객이군요, 그렇죠? 남부 왕국의 이미지가 워낙 독특해서 여러분들처럼 관광 오는 사람도 많답니다. 어때요, 한 번 안내 받아보시겠어요?"


"좋아."


나는 가이드에게 돈주머니를 건네줬다. 가이드는 비용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오라고 말했다.


이전에 안드라스가 조언했던 것처럼 각 나라의 돈으로 미리 환전해두니 확실히 편했다. 다만 이를 또 관리하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게 문제였지만.


"비행선으로 서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지붕을 튼튼하게 짓고 있죠. 그리고 대다수의 건물도 이런 콘크리트로 짓기 때문에 제법 튼튼한 편이랍니다."


"대체 이런 콘크리트는 어디서 난 거지?"


"맘미아 화산 아시죠? 그곳의 화산재와 석회만 있다면 시멘트 만드는 건 어렵지 않죠."


"아무리 그래도 철근 같은 것도 없이 단순히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지하긴 쉽지 않았을 텐데."


"후훗, 건물 지지는 말총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


"맘미아 화산의 화산재와 석회를 이용해서 시멘트를 만들고, 모래와 자갈을 물과 섞어 굳혀서 콘크리트를 만들고 말총으로 굳힌다... 대단한데?"


분명 내가 아는 방식과는 다른 원시적인 제조법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자연적으로 산출해낸 걸로 구조물까지 만들어냈다.


물론 지금까지 봐온 왕국이나 제국의 주요 궁전들은 대개 석재를 이용한 뾰족한 첨탑 양식의 건물들이 많았고, 평민들은 반목조 양식의 가옥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들은 마땅한 석재가 없어 다른 왕국과는 다르게 콘크리트 양식으로 건물을 짓고 살아간다. 이렇게 보면 인간이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이게 뭐가 대단하다는 게냐. 우리 성이 훨씬 웅장하고 멋있구나."


옆에서 설명을 듣고만 있던 로지는 하품을 하며 지루하다는 듯 말한다. 물론 겉모습만 따지면 뛰어난 석조 기술로 만든 다른 왕국의 건물들이 더 웅장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기술력을 직접 목격했을 뿐더러, 이런 기술도 정말 뛰어나다는 것 정도는 안다. 뭣보다 이곳의 건물들의 내구도는 아마 다른 건물들보다도 뛰어날 것이다.


"흠, 그런데 남부 왕국들은 기술력 유출 방지를 위해 힘쓰는 걸로 아는데 이런 이야기를 막 해도 괜찮은 거야?"


"사람들의 인식 차이죠. 실제 우리가 이렇게 건물을 짓는 건 충분한 화산재를 운용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나라는 그러질 못하니까요. 그리고 각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에요."


이 정도는 유출돼도 크게 문제없다는 건가. 실제로 콘크리트를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 수 있어도 재료의 수급이 부족하다면 힘들 것이다.


"이 많은 화산재는 어떻게 갖고 오는 거야?"


"칠왕국민들은 통행증이 없어도 국경을 쉽게 넘나들 수 있답니다. 그리고 하늘에 있는 화물운송비행선과 함께라면 손쉽게 유통할 수 있죠."


가이드는 하늘에 떠 있는 비행선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 맘미아 화산은 남부 왕국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다.


다른 왕국들과 국경선을 두고 있다지만 아마 화산만큼은 칠왕국이 통제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도 아마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남부 왕국의 기술력은 이미 직접 목격도 했을 테고, 화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을 테니까.


"건축물은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비행장으로 이동하시겠어요?"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비행장으로 향했다. 성 뒤편으로 가니 넓은 비행장이 펼쳐졌고, 각 비행선들이 착륙하거나 이륙하고 있었다.


"흠, 오늘은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그래도 루리카의 비행선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탑승하시겠어요?"


오호라, 이런 식으로 비행선 관광을 유도하다니 제법이다. 사실 아스트리아 대륙에서 비행선을 탈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말고는 없을 테니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비행장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비행선 앞에 잠시 멈추더니 이내 뒤돌아 허리를 숙여 우리에게 인사했다.


"어서 옵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루리카의 비행선에 탑승하려는 것이지요? 저는 루리카의 비행선 선원인 델리랍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 직업을 가이드에서 선원으로 바꿨나보다. 우리는 딱히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그녀를 보고만 있자,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헤헷, 갑자기 이래서 당황하셨죠? 선장님이 밖에서 관광객을 유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말이죠. 근데 요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거든요. 아, 선장님께는 비밀이에요?"


"뭐야, 지금 우리 유도당한 거였어?"


그나저나 본인 입으로 관광객을 유도했다고 말한 거 아냐? 물론 나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레벨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크흠흠! 자아, 그러면 어디까지 모셔다드릴까요?"


"혹시 프레파이도 왕국의 길리지 성까지 운행 가능해?"


"와우! 정말 멀리도 가시는군요. 물론 가능은 하지만 아마 꽤 많은 운임 요금이 들 텐데 말이죠. 그리고 타고 온 말들도 운반해야 될 테니까요."


굳이 마차를 따로 탈 일은 없을 테니까 화물칸에 안전하게 맡겨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나저나 화물칸이 얼마나 크면 마차까지 넣을 수 있다는 걸까.


그래도 비행선으로 날아가는 게 마차로 가는 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그러니 이런 경험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사실 문제가 있어요. 저희 운행은 최소 10명의 고객이 타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8명이니까 2명만 더 있으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답니다."


델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살짝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그녀가 가장 먼저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제가 금방 모아올 테니까 잠깐만 대기해주실 수 있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뭐, 어차피 급한 것도 아녔으니 흔쾌히 수락했다. 일단 우리는 그녀에게 운행요금을 미리 지불하고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돈을 받은 델리는 그제야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다시 한 번 언급한 뒤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비행장에서 벗어났다.


로지는 넓디넓은 비행장을 돌아다니면서 놀기 바빴다. 레벨은 언제 어색했냐는 듯 로지와 함께 놀아주고 있었고, 마리아는 그 모습을 영 시원찮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마차는 마구간에 맡겨두지 않았나요?"


"그랬었지, 참."


트레빌이 마차를 끌고 와야 한다는 말을 꺼내자 포드가 앞장서서 금방 끌고 오겠다고 말한다. 포드가 잠시 떠나려던 찰나, 나는 그의 어깨를 붙들고 조용히 물었다.


"맞다, 포드. 비행선에 타면 한 번 네 과거 좀 보려고 하는데 괜찮지?"


"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뭐 나야 언제든지 환영이지."


아마 시간이야 남을 것이다. 설마 하늘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기나 하겠어? 포드가 떠난 사이, 나는 다시 동료들을 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확실히 사막이라는 게 체감이 될 정도로 목이 쉽게 마른다. 물병을 파우치 안에 넣고 다니긴 하지만 벌써부터 물이 고갈되었다.


조금 있다가 포드가 돌아오면 물부터 충전해놔야겠다. 비행선 내부에도 물을 섭취할 수 있는 건 충분하겠지만 만약을 대비해두는 건 좋으니까.


"휴우, 난 그렇게 멀리 갈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에이, 걱정하지 마세요. 이것도 하나의 경험 아니겠습니까?"


델리는 벌써 여행객을 구했는지 한 여성을 억지로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다른 여행객 두 명도 함께하고 있었다.


"정말... 타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거기 근방까지 가야하니까 봐주는 거야. 고마운 줄 알아."


여자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짐을 델리에게 떠넘기며 비행선으로 들어갔다. 델리는 여행객을 마저 태우고는 한숨을 쉬더니 이내 몸을 돌려 우리에게 웃어보였다.


"하핫, 이렇게 관광객 모두를 태울 수 있게 되었네요. 이제 여러분들도 탑승하시면 된답니다."


"포드가 아직 안 왔어. 마차를 끌고 올 텐데..."


"아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화물칸은 넓으니까요. 저와 그 포드 씨라는 분과 함께 안전하게 넣도록 하죠. 말 사료는 선원이 챙겨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료들과 함께 먼저 비행선으로 들어갔다. 비행선 내부는 쾌적했으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여기가 우리 방인가."


"하으아아암... 뭐냐구... 왜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거냐구..."


우리가 방을 둘러보는 사이, 한 남성이 얇은 옷차림으로 방문을 열며 나타났다.


"어휴, 루리카 선장님. 손님이에요, 손님! 어서 출항 준비 마쳐야죠."


델리는 낑낑대며 짐을 옮기고 있었다. 남성은 그 말을 듣고는 서서히 뒷걸음질 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동안 잠잠한 듯싶더니 다시 문이 벌컥 열렸다.


아까까지 입고 있던 잠옷을 깔끔한 선장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것이었다. 그는 눈을 번뜩이며 우릴 보고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안녕! 난 루리카라구 한다구! 잘 부탁한다구!"


그는 우리를 보고는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아까까지만 해도 생기 없어 보이더니 손님이 오자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다.


선장이라는 직함과는 안 맞게 제법 어린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천진난만한 말투까지 들으면 더욱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는 기운찬 모습을 보이며 곧장 조타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었다.


이윽고 뒤에서 포드가 델리와 함께 들어온다. 아무래도 마차를 무사히 끌고 화물칸에 두고 온 모양이다.


"화물칸 엄청 넓더라고.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한참 걸렸던 것 같네."


이윽고 루리카가 선장실에서 나와 운전석에 앉더니 우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승객 여러분 모두 잘 들으라구! 우리 메테오리튼 호는 곧 이륙할 예정이라구! 모두 안전을 위해 뭐라두 꽉 잡구 있으라구!"


루리카는 이렇게 소리치고는 이것저것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양 옆의 날개에 달린 프로펠러가 점점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알림음인지 무슨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게 들렸다. 끼기깅 거리는 소리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귀를 막게 된다.


"그럼 이제 이륙할 테니까 꽉 잡으라구!"


뭔가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 확실하게 든다. 나는 창 바깥쪽을 살펴봤고, 지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비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로 날고 있구나. 아스트리아 대륙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마법사 정도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로지도 창밖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고,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마리아는 본인 스스로 이미 날 수 있어서인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휘유우... 무사히 이륙했다구. 우리 비행선은 길리지 성까지 운행하구, 중간에 연료를 채우기 위해 오베돈 왕국의 부르메 성에 잠시 내릴 거라는 것만 알아두라구."


작가의말

현재 에필로그까지 모두 예약한 상태입니다. 확인해보니 131화로 10월 5일 완결이 나는군요.

여기까지 함께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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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2부 Intermission: 고이 잠드소서 21.10.12 97 7 11쪽
134 2부: 눈을 뜨다 (2) 21.10.12 100 7 12쪽
133 2부: 눈을 뜨다 (1) 21.10.11 111 6 12쪽
132 2부 Prologue: 주마등 21.10.08 103 6 2쪽
131 Epilogue: 즐거운 식사 시간 (2) 21.10.05 104 7 13쪽
130 Epilogue: 즐거운 식사 시간 (1) 21.10.04 107 6 13쪽
129 집으로 돌아가는 길 (5) 21.10.01 108 7 12쪽
128 집으로 돌아가는 길 (4) 21.09.30 107 7 12쪽
127 집으로 돌아가는 길 (3) 21.09.29 107 7 13쪽
126 집으로 돌아가는 길 (2) 21.09.28 106 6 13쪽
125 집으로 돌아가는 길 (1) 21.09.27 117 7 13쪽
124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1) 21.09.24 105 5 13쪽
123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0) 21.09.23 105 7 13쪽
122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9) 21.09.22 102 7 12쪽
121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8) 21.09.21 102 7 12쪽
120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7) 21.09.20 106 7 14쪽
119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6) 21.09.17 106 5 12쪽
118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5) 21.09.16 111 7 12쪽
117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4) 21.09.15 107 7 12쪽
116 Intermission: 첫 만남 21.09.14 108 7 9쪽
115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3) 21.09.14 107 7 12쪽
»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2) 21.09.13 149 7 12쪽
113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 21.09.10 112 7 13쪽
112 Intermission: 치즈의 하루 (2) 21.09.09 105 7 9쪽
111 Intermission: 치즈의 하루 (1) 21.09.09 107 7 9쪽
110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20) 21.09.08 110 6 12쪽
109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9) 21.09.07 108 7 12쪽
108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8) 21.09.06 106 7 13쪽
107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7) 21.09.03 112 7 12쪽
106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6) 21.09.02 10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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