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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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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42,523
추천수 :
1,933
글자수 :
1,494,302

작성
21.09.09 19:35
조회
102
추천
7
글자
9쪽

Intermission: 치즈의 하루 (2)

DUMMY

꽤나 오랜 시간 서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크라이얼 왕국이라는데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군요.


하지만 분위기는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소문에 따르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지만, 언제든지 전쟁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라는군요.


이러나저러나 제 목적지는 트로사이언 왕국입니다. 물론 이 남자에게 길드하우스의 상세한 위치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에비쉬는 생각보다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가만히 들어주니 오히려 더 신나 떠들더군요. 그래도 그게 싫지는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 남자도 다시 제국으로 향할 거라더군요. 그런데 제국으로 다시 돌아갈 거면 대체 왜 저와 이렇게 동행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치즈의 하루 (2-1).jpg

"여기까지네."


크라이얼 왕국과 트로사이언 왕국 사이의 국경이 얼마 남지 않은 때, 에비쉬가 제게 말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습니다.


"흠, 저와 더 가려는 건 아녔는지요."


"아니, 난 북동쪽으로 가보려고. 사실 포스보 자유도시에서 나간 이후로 한참을 떠돌았었어.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막막해하던 찰나에 널 만난 거야."


사실 이 남자와 만난 것도 우연에 가까웠겠죠. 하지만 그 우연 덕분에 저도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너와 다니다보니까 다시 목적지가 명료해지는 것 같아. 혹시 톰 아이나스 왕국이라고 알아? 제국보다 더 위에 있는 국가거든."


고개를 저어봅니다. 저는 지리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녔으니까요. 포스보 자유도시에 살았을 때에만 해도 오직 란셀 님만을 따랐고, 다른 곳을 돌아다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란셀 님은 이에 대해 불만은 가지기도 했었죠. 조만간 주인님의 동의를 얻어 지리나 가문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나 같은 짐을 함께 떠맡아줘서 고마웠어. 트로사이언 왕국은 코앞이니까 잘 가라고."


그는 말에서 내려 제게 고삐를 건네주더니 손을 흔들며 반대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저도 그에게 인사했지만 작별인사가 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옆에 말동무가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제로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벌써부터 그가 그리워지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덧 저는 국경 검문소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병사들은 절 보더니 통행증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이전에 발급 받아둔 통행증을 에비쉬가 갖고 있었군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게 마땅한 증서가 있진 않는데...


아, 있습니다. 이전에 주인님이 저를 길드원으로 등록해주면서 받은 증서가 있었죠. 저는 이 신분증을 병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은 제 신분증을 보더니 살짝 반응을 달리 보였습니다. 병사들은 서로 속닥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절 바라봅니다.


"아가씨, 해결사 길드원이 맞습니까?"


"네, 들어온 지 좀 됐어요."


"사실 크라이얼 왕국 내에서 해결사 길드원을 발견하면 즉시 잡으라고 했거든."


이런, 주인님은 제가 모르는 일을 저질렀던 걸까요. 분위기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 혼자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지금 이 말들을 길드하우스까지 무사히 보내는 게 관건인데...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지금 이 병사들을 처치하고 빠르게 이탈하는 겁니다. 주인님도 무슨 일을 저지르신 것 같은데 저도 그 정도쯤은 해도 상관없겠지요.


"사실 아가씨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전에 너희 해결사 길드와 만난 적이 있어서거든."


"그 땐 몰텐 숲 검문소에서 일하고 있었지 아마?"


두 병사는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흠, 그래도 지금 상황만 봐선 크게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 좀 더 들어보도록 하죠.


"사실 그 때 우리 잘못이긴 하지만 솔직히 왕자는 잘못 없다고 생각해서. 지금 크라이얼 왕국도 상당히 흉흉하니까... 아,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마. 어쨌든 그 때 그 친구들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려고 하고 제법 괜찮았거든."


"어쨌든 아가씨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다음에 크라이얼 왕국에 들어올 땐 조심하라는 경고야. 지금은 비록 그냥 보내주지만 다음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만약 우리가 아니라 다른 병사였더라면 아가씨는 이미 감옥으로 갔을 걸?"


그렇게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를 내보내줬습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쌓았던 해결사 길드의 인연이 제게도 닿는 것 같군요.


어쨌든 주인님 덕분에 저는 무사히 트로사이언 왕국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수도성은 북쪽으로 향하다보면 나올 거라고 하는데 한 번 가보도록 할까요.

치즈의 하루 (2-2).jpg

괜히 왔습니다. 정말로요. 크라이얼 왕국의 분위기도 좋은 편은 아녔다지만 이곳은 더 심하군요.


몇몇 건물들은 불타고 있었고, 시민들은 온갖 야유와 함께 사람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이 든 사람도 있었고, 평범해 보이는 남자와 여자도 있었습니다.


전쟁은 아닐 텐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군중들 사이에서 대표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나오면서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합니다.


"마귀들은 당장 이 땅에서 나가라! 오늘 본보기로 이 자들을 처형할 것이니, 이를 목격했다면 당장 떠나라!"


대표는 참수용 검을 들어 보이고는 참수대 앞에 나섰습니다. 저 검을 들 힘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거기다가 주변에는 병사들이 오히려 군중들을 보호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병사들이 이런 시위를 막아야 하는 게 본분 아녔나요?


"제발... 제발... 난 그저... 마법서를 판 일 말고는..."


"닥쳐라! 오늘부로 네놈의 행위는 이제 끝이다!"


대표는 남성을 발로 차며 참수대 위에 목을 내려놓더니 이내 검을 목 위에 올려놓습니다. 남성은 눈을 꽉 감고 살려달라며 벌벌 떨고 있었지만, 대표는 거리낌 없이 목을 향해 검을 내리칩니다.


"으아아아아아!!"

"제발... 제발...!! 쿠흐어어어억!!"

"에이씨... 왜 이렇게... 안 떨어져...!"

"꾸우어어어억!! 끄르르륵... 끍...!"


역시나, 저 대표로 보이는 사람은 검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아녔습니다. 목을 한 번에 베지 못해 한 번을 등 쪽을 베었고, 다섯 번에 걸쳐 내리친 끝에 마침내 목을 자르고 말았습니다.


검을 내리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조준도 제대로 못해 목도 깔끔하게 베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표는 그 잘라낸 머리를 자랑스럽다는 듯 들어보였습니다.


군중 사이에선 도저히 못 볼 걸 봐서인지 토사물을 뱉으며 뒤로 빠지는 자들도 있었으나 대개 환호성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지 알 수가 없군요.


"마귀다!!"


군중 사이에서 소리치자 갑자기 번개가 내리치며 시민들을 불태웠습니다. 군중은 이내 뿔뿔이 흩어지며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사를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화살 몇몇을 막아냈지만, 이내 하나씩 놓치더니 결국 온몸이 고슴도치처럼 많은 화살에 박히고야 말았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말들을 이끌고 수도성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치즈의 하루 (2-3).jpg

"쉬이이... 좀만 더 가면 도착합니다..."


말들도 아까 일 때문에 놀란 것처럼 보입니다. 숲으로 들어서기는 했는데 문제는 대체 어디에 길드하우스가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군요.


"왔구나!"


앞쪽에서 아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에,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더니 저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굉장하군요."


"놀라는 투 전혀 없이 굉장하다고 하니까 되게 어색한데."


포드 씨는 저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굉장한 걸 굉장하다고 말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어디 보자, 말을 네 마리씩이나 끌고 오다니 힘들진 않았어?"


"네 마리요? 세 마리가 아니라... 아."


뒤를 돌아보니 다른 한 마리가 절 따라오고 있었답니다. 그리고 생각난 건 원래 세 마리가 아니라 네 마리였다는 거였죠.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주인님께서 제게 말 네 마리를 내어주면서 소중히 다루라고 명령하셨을 터인데 한 마리를 놓치고 잊고 있었다니요!


"그나저나 정말 좋은 말이군 그래. 일단 이곳에서 조금만 머물다가 가자고. 제국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래요, 말들도 쉬어야 할 테니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이제 곧 주인님을 만날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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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2부 Prologue: 주마등 21.10.08 101 6 2쪽
131 Epilogue: 즐거운 식사 시간 (2) 21.10.05 102 7 13쪽
130 Epilogue: 즐거운 식사 시간 (1) 21.10.04 104 6 13쪽
129 집으로 돌아가는 길 (5) 21.10.01 106 7 12쪽
128 집으로 돌아가는 길 (4) 21.09.30 105 7 12쪽
127 집으로 돌아가는 길 (3) 21.09.29 104 7 13쪽
126 집으로 돌아가는 길 (2) 21.09.28 104 6 13쪽
125 집으로 돌아가는 길 (1) 21.09.27 115 7 13쪽
124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1) 21.09.24 101 5 13쪽
123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0) 21.09.23 103 7 13쪽
122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9) 21.09.22 100 7 12쪽
121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8) 21.09.21 99 7 12쪽
120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7) 21.09.20 103 7 14쪽
119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6) 21.09.17 104 5 12쪽
118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5) 21.09.16 109 7 12쪽
117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4) 21.09.15 105 7 12쪽
116 Intermission: 첫 만남 21.09.14 106 7 9쪽
115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3) 21.09.14 105 7 12쪽
114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2) 21.09.13 144 7 12쪽
113 하늘과 모래 사이에서 (1) 21.09.10 110 7 13쪽
» Intermission: 치즈의 하루 (2) 21.09.09 103 7 9쪽
111 Intermission: 치즈의 하루 (1) 21.09.09 104 7 9쪽
110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20) 21.09.08 106 6 12쪽
109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9) 21.09.07 106 7 12쪽
108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8) 21.09.06 104 7 13쪽
107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7) 21.09.03 109 7 12쪽
106 제국이여, 불타올라라! - 앙그랏산 공방전 편 (16) 21.09.02 10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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