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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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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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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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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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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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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3부: 순환의 산

DUMMY

그들이 순환의 산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랜 시간동안 초원을 헤매고 있었던 것에 비해 순환의 산에 도달하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았을 정도니까.


그리고 마침내 순환의 산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 물체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눈이 아니었다.

순환의 산.png

시체였다.


"꽉 잡아! 위에서 계속 떨어진다!"


처음에 순환의 산을 오를 때, 길게 늘어져 있는 건 단순히 땅에 박힌 뿌리나 나뭇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길게 뻗어 나온 팔이란 걸 알아내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대체 저 많은 시체들이 어디서 나는 거야?!"


현재 대륙은 단순히 공간만 뒤틀리는 게 아녔다. 시간마저 뒤틀려 지금까지 죽어나간 시체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너 순환의 산에 대체 뭐가 내리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


"당연하지! 애초에 순환의 산을 넘어간 사람도 없었다고. 그나마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건 도서관의 책이 전부란 말이야."


"온다!!"


체이스가 변명을 하는 사이, 하늘에서 거대한 거인의 시체가 쿵 하고 떨어진다. 비록 해결사 길드와 부딪힌 건 아니지만, 산에 거인이 지나간 자국이 그대로 쓸려있을 정도였다.


"옛날에는 이곳도 산이 아녔겠지. 언제부턴가 시체들이 비 내리듯이 떨어지고, 점점 산을 이룬 게 분명해... 이런 곳을 오르고 있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체이스는 온갖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팔을 뻗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위에서 떨어지는 시체를 정통으로 맞고 그대로 아래를 향해 미끄러진다.


바로 그 때, 옆에 있던 레벨이 그의 팔을 붙잡고 위를 향해 높이 날린다. 체이스는 붕 떠올라 앞에 튀어나온 갈비뼈를 꽉 붙잡는다.


"크흐윽... 고마워..."


보호마법이라도 걸어놔서 다행이었지, 만약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체를 그대로 맞았다간 즉사했으리라.


"유터닉, 너는 괜찮아?!"


유터닉은 몸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고, 현재도 마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산 오르는 걸 버거워했다. 더군다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체까지 신경 쓰려다보니 다른 동료들보다 늦게 오르고 있었다.


"네에, 괜찮아요오... 아마도."


유터닉은 자신 없게 말하면서도 살기 위해서 아득바득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물론 속으로는 잘못 걸렸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잠까... 여기, 여기서 쉬자...!"


산중턱 즈음 다다라 움푹 파인 곳에 도달해 겨우 앉는다. 앞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시체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등반하는데 힘써서 그런지 온몸이 쓰라리는 거 같아."


"약 먹고 금방 출발하자. 여기에 오래 지체해봤자 소용없어."


체이스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레벨을 톡 쏘아붙였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장 거인의 시체가 산 일부를 쓸어버리며 떨어졌다.


이곳에 괜히 오래 있어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시체들을 붙잡고 산을 오를 생각을 하니 체이스는 벌써 죽을상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움직이면 되잖아. 흐아아... 그래도 네 말마따나 에겐스 병이 달고 맛있었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지."


"이거 빨리 올라가야겠는데요? 우리 분명 산 중반까지 오르지 않았나요?"


유터닉은 앞의 배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처음 도달했을 때보다 약간 내려앉은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그러네. 아무래도 위에서 계속 떨어져서 내려앉고 있나봐."


레벨은 유터닉의 말을 듣고는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유터닉도 레벨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체이스는 그들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뒤따랐다.


하지만 계속 오르면서도 결국 서서히 지쳤는지 처음보다 오르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레벨은 이대로 가다간 아무도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위를 쳐다보았다.


언제부턴가 주변이 검은 어둠으로 뒤덮이더니 하늘 위에서 거대한 머리통이 떨어지고 있었다. 레벨이 아래를 향해 소리칠 것도 없이, 머리통은 산을 뒤덮으며 수많은 시체들을 쏟아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부산물 사이를 뛰어오르며 겨우 산에 붙었다. 해골은 점점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동료들이 있는 아래를 향한다.


그리고 눈에서 붉은 빛이 일었다. 그러자 레이저가 쏜살같이 땅바닥으로 향했고, 동시에 주변 일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악!!"

"저건 대체 뭔데?! 거인의 대가리가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죽기 싫어요오오오오!!"


그리고 수많은 시체들 사이로 점점 검게 물들어간다. 체이스가 고개를 돌린 순간, 다른 동료들의 생사를 확인할 틈도 없이 그는 이미 산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 * *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벗어날 수 없는 까마득한 어둠 속에 갇힌 채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수많은 시체들 사이에 끼어, 마치 주변 시체들의 손이 목을 옥죄는 것만 같았다.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주변의 뼈들이 그를 옭아맨다. 점점 숨도 쉬기 어려워지고, 자신이 눈을 뜬 건지도 알 수가 없어 일단 질끈 감아본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눈꺼풀에서 손가락 같은 것이 꾹 누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을 조금이라도 열면 수많은 시체더미가 입안으로 쏟아질 것만 같아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것이 정녕 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체이스는 눈을 질끈 감은 상태로 몸을 맡기며 점점 아래를 향해 파묻힌다.


옆에서 굉음이 들려와 눈을 떴을 때, 주변의 시체들 사이에서 공간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레벨이 모습을 드러내며 체이스에게 손을 뻗었다.


"내 손 잡아, 어서!"


체이스는 그 말을 듣고 온힘을 다해 레벨에게 손을 내밀어본다. 레벨 역시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체이스에게 다가간다.


마침내 체이스의 손을 꽉 붙잡고, 그는 곧장 아래를 향해 빠르게 내려간다. 체이스는 어째서 그가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계속 내려가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치 터널의 끝이 보이듯, 레벨이 향하는 아래에 한줄기 빛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끝에 도달한 순간.


바람이 수직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다. 그들은 좁디좁은 순환의 산 속에서 벗어나, 수많은 시체들과 함께 하늘 위에서 낙하하고 있었다.


"아으아아아아아악! 이건 또 뭐야!!"


레벨은 하늘에서 낙하하면서도 주변을 재빠르게 둘러본다. 그리고 수레 같은 것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날아간다.


체이스의 팔을 붙잡고 수레를 향해 있는 힘껏 내던졌다. 체이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수레에 받쳐졌고, 레벨 역시 수레로 빠르게 날아간다.


"아흐아악! 아프잖아!!"


"시끄럽고 너 마법 쓸 수 있지? 이 수레가 버틸 수 있게 최대한 힘을 분산시켜봐."


"뭐?"


"시간 없으니까 빨리!!"


체이스는 수레의 바퀴가 버틸 수 있도록 최대한 마력을 발라본다. 레벨은 주변에 떨어지는 시체들을 방망이로 휘둘러 저 멀리 내팽개쳤다.


마침내 도달하는 지면. 수레는 미끄럼틀을 타듯이 수많은 시체들을 지나 산을 타고 빠르게 하강한다.


"아그그그득드드드그그그그그!!"


빠르게 하산하면서 수많은 뼛조각들에 부딪혔고, 체이스는 수레를 꽉 붙들며 위아래로 몸이 흔들렸다. 레벨은 방망이를 이용해 방향 조절을 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으그그그으드드드이이이이그어어어떠케에에에..."

"닥치고 수레헤나 지키히라고혹!"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땅바닥에 도달하기 직전, 레벨은 방망이를 힘껏 아래를 향해 내질렀다. 그러자 수레는 붕 떠오르며 두 사람도 함께 저 멀리 날아간다.


"이런 거 싫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숲에 처박히는 두 사람. 나뭇잎과 가지들이 하늘에서 추락하는 그들을 붙잡아줬고, 추락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지면에 도달한다.


레벨은 안전하게 지면에 착지했고, 체이스는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혀서 주욱 미끄러졌다. 이윽고 체이스는 땅바닥에 박힌 고개를 있는 힘껏 들어올렸다.


"푸흐아아아아!! 허억... 허억... 나 살아있어...?"


체이스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들이 타고 왔던 수레는 땅바닥에 처박혀 완전히 망가져 있었고, 레벨은 그 옆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살아있어. 아무래도 무사히 서쪽으로 넘어온 거 같은데."


순환의 산에서는 여전히 시체들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체이스는 이전에 본 초원 지대가 아닌 다른 곳에 도달한 것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산을 넘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허억... 허억... 유, 유터닉은...?"


"순환의 산에서 남겠대."


"뭐?"


"순환의 산 구조를 단박에 알아차리고 내게 알려준 거야. 그리고 자기는 여기가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면서 머물겠다고 하더라고."


"그런..."


순환의 산은 정말 이름 그대로 하늘과 땅이 서로 순환하고 있던 것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시체들이 어디에 있었고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쌓이면서도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시체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산을 이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터닉은 이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자기가 원하던 낙원이라 생각하고 순환의 산에 머물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유터닉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죽기 싫다고 해도 저렇게 시체들 사이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삶이 좋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그러나 유터닉은 그저 죽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 아무리 마력이 없다한들 어차피 마족이라 쉽게 죽지도 않을 것이며, 누군가가 자신을 해치려는 자들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은 종국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쩌면 유터닉도 끝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그저 순환의 산에 몸을 맡기는 걸 선택했다.


"그래서 유터닉은 그냥 저기에 남는다고 했다고...?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는 녀석이네."


"그래, 나도 이해가 안 돼. 하지만 죽지 않고 그저 오랜 세월동안 살아있는 걸로 만족한다는데 우리가 뭐라 할 권리는 없잖아?"


레벨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고, 동시에 체이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체이스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서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여기서 잠깐이라도 쉬고 가면 안 되냐? 방금 산을 힘겹게 오르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그리 쌩쌩한 건지 원..."


레벨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쉬자며 주변의 나뭇가지를 모아오기 시작한다. 체이스는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주웠다.


나뭇가지들을 모으고 나서 체이스가 곧바로 불을 붙이자 모닥불이 만들어졌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을 내려다보면서 체이스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산을 향해 올려다본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시체들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유터닉은 대체 저런 곳이 뭐가 좋다고... 뭐, 네가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아마 유터닉이라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신나게 소리 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대륙이 완전히 멸망하거나, 저 산의 마법이 끝날 때까지는 끊임없이 떨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순환의 산에 남게 되었다. 체이스는 그런 유터닉을 떠올리고는 나무에 기대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이해 안 되는 녀석이야... 그래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네."

4.jpg


작가의말

와, 어느덧 조회수가 15000명이 넘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슬기로운 해결사길드는 4월 13일 완결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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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3부 Epilogue: 레벨 137 22.04.13 141 5 12쪽
269 3부 Epilogue: 레벨 3? 22.04.12 79 6 12쪽
268 3부 Epilogue: 레벨 2 22.04.11 112 6 13쪽
267 3부: 현자의 탑 22.04.08 94 5 13쪽
266 3부: 빌디어의 성 22.04.07 94 6 12쪽
265 3부: 흑요석 성 22.04.06 105 6 12쪽
264 3부: 에델리우스 성당 22.04.05 105 6 12쪽
» 3부: 순환의 산 22.04.04 89 5 12쪽
262 3부: 무인 초원 지대 22.04.01 87 6 12쪽
261 3부: 나르칸 늪지대 22.03.31 117 6 12쪽
260 3부: 허무의 도시 22.03.30 96 6 12쪽
259 3부: 인고의 숲 22.03.29 89 6 12쪽
258 3부 Prologue: 해결사 22.03.28 81 6 2쪽
257 2부 Epilogue: 잠식의 끝에서 22.03.22 85 6 12쪽
256 2부: 어제여, 다시 한 번 (6) 22.03.21 9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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