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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C

슬기로운 해결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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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WGC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0
최근연재일 :
2022.04.13 10:05
연재수 :
270 회
조회수 :
42,485
추천수 :
1,933
글자수 :
1,494,302

작성
22.04.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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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3부: 무인 초원 지대

DUMMY

레벨이 가장 먼저 뛰어올라 주변을 살폈고, 그 뒤에 체이스가 따라왔다. 혹여나 뛰어오르기 어려운 지형이 있으면 레벨은 늘 체이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거인의 다리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지만, 늪지대 못지않게 매우 위험한 지형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땅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여기저기 뒤틀려져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까마득한 어둠만이 가득했다.

거인의 다리.png

레벨은 가볍게 뛰어오르면서 거인의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체이스가 말한 것처럼 끊어져 있었지만, 오랜 세월동안 관리가 안 되어 끊어졌다기 보다는 지형의 뒤틀림으로 인해 무너진 것 같았다.


"저건 뭐야?"


문득 하늘 위에 새 같은 것이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그러나 새라고 보기에는 이질적이었고, 몸집도 상당히 커보였다.


"드래곤."


"드래곤?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레벨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체이스에게 재차 물었고, 체이스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지형으로 건너뛰면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전설에 의하면 한때 드래곤들은 이렇게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인간들도 모습을 감추자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거지.

재밌지 않아? 이렇게 멸망의 전조가 다다르는 도중에 오히려 신화 시대에 가까운 형상을 띠고 있으니."


오래 전부터 이 대륙은 어느 한 곳을 향해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처음에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대륙이었던 곳은 지금에 이르러 점차 작아지게 되었고, 결국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니, 눈앞의 거인의 다리처럼 남아나는 건축물이 없는 것이다.


"어이!"


체이스가 앞을 향해 갑자기 손을 흔든다. 레벨도 뭔가 싶어 앞을 바라봤고, 그곳에는 누군가가 가방을 멘 채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제법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짊어지고 있는데도 뒤틀린 지형을 손쉽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가볍게 인사한다.


"오랜만이네, 샤를. 소개해줄게. 이쪽은 방랑상인 샤를. 그리고 이쪽은 내 동료 레벨."


체이스는 두 사람을 서로 소개시켜줬고, 두 사람 역시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근래 새로운 소식 없어?"


"뭐, 늘상 똑같지. 지형이 이따금씩 바뀌는 것 말고는 변함없어. 그나저나 너희는 어디로 가려는 거지?"


"순환의 산."


"허허, 수고하라고. 살아남으면 나중에 다른 녀석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샤를은 다시 그들과 반대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체이스도 볼일 다 봤는지 그를 뒤로 한 채 다시 앞으로 향한다.


* * *


거인의 다리를 지나자 허허벌판인 초원과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레벨은 왼편에 높게 솟아오른 순환의 산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순환의 산이야?"


"그런 거 같아. 나도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가까이 와본 적은 처음이야. 정말 검은 눈이 내리네."


멀리서 보일 정도로 순환의 산에서는 검은 눈보라가 매섭게 내리는 것 같다. 우박에 가까운 것들이 하늘 위에서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모양도 제각각. 어쩌면 저 눈보라에 한 번 맞으면 그대로 끝을 맞이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가까이 가니까 너무 살벌한데... 저거 맞아?"


"오른쪽은 뭐야?"


이번에 레벨은 오른쪽의 초원을 가리키며 말한다. 서쪽의 산과 다르게 동쪽은 그저 나무 한 그루조차 없는 초원이 길게 뻗어나가 있다.


"무인 초원 지대라고 불리는 곳이야. 소문에 의하면 저 초원의 끝에 도달한 사람은 아무도 없대. 강한 마력이라도 있는 건지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나."


레벨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초원 쪽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체이스는 그런 레벨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에게 달려간다.


"어이! 뭐야, 순환의 산을 넘으려던 거 아녔어?"


"그래, 그 전에 그냥 잠깐 둘러보고 싶어서."

무인 초원 지대.png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걸었다. 레벨은 이 초원을 보자마자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겨 끝에 도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체이스의 말대로 계속 걸어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저 멀리 산맥이 있음에도 산맥은 가까워지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허억... 허억... 언제까지 걸을 거야... 아무리 지형이 아까보다 걷기 좋다고 해도 며칠을 제대로 쉬지도 않고 걷기만 하는 건 무리라고..."


"가고 싶어."


"뭐?"


"바다를 한 번 보고 싶다고."


바다. 그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허무의 도시에서 잠깐 본 대륙의 지도에선 분명히 바다로 향할 수 있었으니까.


"바다? 바다를 보려면 동쪽으로는 못 가. 최소한 서쪽으로 가야지."


그 말을 들은 레벨은 비로소 걸음을 멈추고 체이스를 쳐다봤다. 체이스는 레벨의 말을 듣고 상당히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뭐? 진작 이야기해줬어야지!"


"아니, 애초에 네가 묻지도 않았는뎁쇼..."


레벨은 지금까지 걸어온 게 아깝다는 듯 다시 초원 쪽을 바라본다. 물론 서로 대화를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아 벌어진 참사에 가까웠지만.


"내가 괜히 힘들게 늪지대로 간 줄 아냐... 허무의 도시에서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거 봤을 거 아냐? 동쪽은 완전히 산맥으로 막혀 있다고.

아마 내 생각에는 도서관에서 책 사이에 있던 지도를 봤던 거 같은데, 맞지? 지도상으로는 초원 너머로 바다로 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처음에도 말해줬다시피 마법이 걸려 있어서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미리 나한테 물어봤으면 얼마나 좋아..."


그러나 레벨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물론 체이스의 말을 못 들은 건 아녔다. 그의 말만 듣고 있으면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쪽팔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의 신경은 잠시 저 먼 초원을 향해 있었다. 체이스는 그런 그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그의 어깨를 짚으며 묻는다.


"어이, 내 말 듣고 있어?"


"무인 지대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 사람 한 명도 지나지 않는 곳이니까. 너도 걸어봐서 알잖아. 이런 초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럼 저건 누구지?"


레벨이 가리킨 곳에는 사람 한 명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이 서 있는 걸 발견했는지 손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샤를은 아닐 테고... 아마 우리처럼 길을 잃은 사람인가 본데?"


남성은 두 사람을 향해 여전히 손을 흔들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레벨은 남성에게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손을 뻗어 방망이를 소환하려고 했다.


"어이이이! 거기 사람 맞지? 후아아, 다행이다, 다행!"


남성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웃어 보인다. 그 모습을 본 레벨은 다시 손을 거두고는 그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지?"


"저요? 아아, 소개부터 해야겠죠. 크흠흠! 제 이름은 유터닉 베르가슨 아인델이라고 해요. 그냥 가볍게 유터닉이라고 불러주시면 되고요."


"그, 그래... 만나서 반가워."


"한참을 걷고 있었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렸지 뭡니까? 여기저기 둘러봐도 온통 초원뿐이고, 그나마 먹구름 덕분에 이렇게 쌩쌩한 거지만 말이죠.

사실은 막 자고 일어나서 보니까 이런 초원 한복판에서 깨어났지 뭐예요? 마지막 기억은 그저 관 속에 들어가는 거 말고는 없는데 말이죠."


유터닉은 자고 일어났다는 사람치고는 제법 피곤해 보이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겉으로 밝은 모습을 보여도 제법 어두운 분위기가 그의 주변에 느껴졌다.


"혹시 마왕은 죽은 건가요? 저도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자고 일어난 적이 없어서 말이죠."


"마왕? 그건 또 무슨..."


"그래, 죽었어. 뱀파이어인 너에게는 제법 마음에 안 드는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레벨은 체이스 대신 나서서 답해줬다. 체이스는 그 말을 듣더니 놀랍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뱀파이어라고? 인간이나 드래곤 말고 다른 종족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지."


체이스는 유터닉을 제법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유터닉은 그런 눈빛이 익숙하다면서도 다소 불쾌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흐음, 자기 전에도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었죠. 제법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래도 절 살려주는데 일조했으니까...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유터닉은 체이스에게서 떨어지고는 이내 레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레벨은 어깨를 으쓱일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는다.


"뭐, 살다보면 분위기 비슷한 사람이야 넘치지 않겠어요? 그럼 여긴 대체 어디인지 알려주실 분 있나요?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뀐 것 같아서 말이죠."


레벨과 체이스는 유터닉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과 아는 역사들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유터닉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흠, 흠. 그렇군요. 레벨이라고 했죠? 어쩌면 당신이 살던 시기가 제가 살던 시기와 비슷할 수도 있겠어요."


"말도 안 돼... 진짜로 그런 시기가 있었다고?"


체이스는 처음에 레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그의 말이 맞는지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살았다는 사람이 이렇게 둘이나 있으니 자신의 지식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잠만 잔거야?"


"뭘 하던지 간에 죽는 것보다 낫죠. 그 때 저는 협박을 받고 있었거든요. 정보를 주지 않으면 죽인다는데 안 줄 수가 없잖아요.

대신 저를 봉인하는데 그쳤지만요.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해가 가네요. 아마 오랜 세월이 지나 봉인의 마력도 풀린 거겠죠.

거기다가 지각변동도 엄청 심했는지 제가 눈을 떴을 때 관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이었을 정도라니까요?"


유터닉은 웃으면서 말을 잇다가 이내 레벨을 쳐다봤다. 그리고 레벨과 눈을 마주치자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을 이었다.


"흐으으음... 분명 레벨 씨는 제가 아는 사람 같으면서도 아닌 거 같네요. "


"너라면 맥과이어를 알고 있겠지."


"그 때 있었던 인간들의 이름은 딱히 외우지도 않아서 모르겠네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있었죠. 정보를 술술 불어댔는데 갑자기 뒤에서 목을 날릴까봐 조마조마했다니까요."


레벨은 분명 유터닉이 맥과이어와 접점이 있다는 게 분명했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나도 빈약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했다.


만약 유터닉이 맥과이어와 이야기를 더 나눴으면 적어도 지금 나누는 이 이야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어디로 가나요?"


"우린 저기 순환의 산으로 갈 생각이야."


체이스가 가리킨 곳에는 순환의 산이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이들은 분명 오랜 시간동안 초원을 걸었을 터인데, 순환의 산과의 거리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오오! 그럼 저도 동행해도 괜찮을까요? 전 여기 초원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거든요."


"딱히 상관은 없는데."


유터닉은 잘 됐다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초원을 헤매면서 두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흡족한 것 같았다.


"좋아요! 정말 이 주변을 며칠 내내 돌아다니는데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비록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도록 하죠."


체이스는 얼떨결에 늘어난 동료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레벨은 유터닉에게 더 이상 관심조차 가지 않았는지 무심한 표정으로 에겐스 병을 한 모금 마셨다.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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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3부 Epilogue: 레벨 137 22.04.13 141 5 12쪽
269 3부 Epilogue: 레벨 3? 22.04.12 79 6 12쪽
268 3부 Epilogue: 레벨 2 22.04.11 112 6 13쪽
267 3부: 현자의 탑 22.04.08 94 5 13쪽
266 3부: 빌디어의 성 22.04.07 94 6 12쪽
265 3부: 흑요석 성 22.04.06 105 6 12쪽
264 3부: 에델리우스 성당 22.04.05 105 6 12쪽
263 3부: 순환의 산 22.04.04 88 5 12쪽
» 3부: 무인 초원 지대 22.04.01 87 6 12쪽
261 3부: 나르칸 늪지대 22.03.31 117 6 12쪽
260 3부: 허무의 도시 22.03.30 96 6 12쪽
259 3부: 인고의 숲 22.03.29 89 6 12쪽
258 3부 Prologue: 해결사 22.03.28 81 6 2쪽
257 2부 Epilogue: 잠식의 끝에서 22.03.22 85 6 12쪽
256 2부: 어제여, 다시 한 번 (6) 22.03.21 9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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