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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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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77,208
추천수 :
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6.11 18:00
조회
434
추천
2
글자
10쪽

아몬

DUMMY

변화를 느끼기 시작한 건 분명 세 개의 뿔과 전신의 비늘이 특징적인 말처럼 생긴 몬스터를 잡았을 때다. 그 몬스터를 잡으려고 숲 속을 달리고 있을 때다.

“히이이잉!!!”

평원이라면 저 놈을 쫓는 게 조금 더 손 쉬웠을 텐데. 그때 분명 그런 생각을 했다. 아참, 한 가지 더 있다. 어째서 이런 장애물이 온 몸을 휘감는 숲 속에서 저 놈은 저리도 잘 달리는 거지.

“제길.”

수목이 우거진 숲 속에서는 빠른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데 용케 저리도 도망쳐 다닌다.

“자멸하는 결말 따위는 제발 오지 말라고.”

너무 빨리 달리면 숲의 불안정한 지형에 더해 우거진 식물이나 지상을 튀어나온 수목의 뿌리에 걸려 넘어 질 수 있다. 굵은 줄기 따위에 충돌하면 그대로 자빠져 부상에 죽을 수도 있다.

이때까지는 나도 한낱 고블린이었기에 조심하며 놈을 쫓았다.

반면 놈은 걸리적거리는 나무 따위는 염려하지 않고 질주한다. 자세히 보니 비늘로 보호받고 있는 튼튼한 몸을 이용해 산산조각 내어 주위에 잔해를 흩뿌리고 있다. 지상으로 튀어나온 나무뿌리는 말발굽으로 짓밟고 있다. 그게 나랑 달리 방해 받지 않고 주변을 세차게 달리는 까닭 같다.

“누가 이기는지 보자고!”

한계를 넘은 속도로 질주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 덕분에 나뭇가지가 상처에 파고들어 살점이 떨어져나갔고, 멎지 않고 철철 흘러넘치는 피를 주변에 뿌리고 다녔다.

아마 이때부터 몸은 한계점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운이 좋으면 잡고 그렇지 못하면 잡지 못하던 놈이다. 그런 놈을 따라 잡는 결과를 평소와 달리 손 쉽게 달성했다. 이때 변화가 몸 안에 일렁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입에서 흘러넘친 침을 질질 닦을 때 쯤 따라잡았다. 놈도 지친 거겠지.

사냥이 가까워졌다는 걸 깨달은 건지 놈이 먼저 달려든다. 굵은 말발굽과 예리한 검이 바로 교차한다.

“히이이잉!!”

고통에 물든 울부짖음이 울려 퍼진다.

예리한 검 날은 말 몬스터의 꼬리를 잘라내고, 튼튼한 비늘을 손쉽게 찢어발긴다. 굵은 허벅지부터 다리까지 타격을 주었을 무렵 놈은 죽었다.

죽고 마침내 이변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크아아아하하!!”

이때까지는 언어라는 걸 깨우치지 못한 나는 기쁨에 포효했다.

【랭크업!】

【랭크업이 실행됩니다.】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연녹색 빛의 몸은 검붉은 황토색으로 변해갔다. 몸도 훨씬 커지며 근육도 자리 잡고, 머리에는 없던 뿔이 생겼다. 그 울림이 퍼지면서 머리카락은 견갑골 아래 언저리까지 자라난다.

“어쩌면······.”

이 순간 난 안일하게도 아몬에게 도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여겼다.

아몬.

마왕이라고 불린 자가 만들어 낸 몬스터이며, 원초의 디지아얼 답게 태초의 몬스터다. 모습은 수인과 비슷하지만 수인치고는 가죽이 전신에 많다. 전신에 난 털은 금빛으로 군데군데 검은빛이 얼룩져있다. 이걸 보고 흔히들 호랑이라고 여기는 이가 많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난폭하고 흉포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건 몬스터라면 누구라도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이 일대의 사는 나를 비롯한 고블린들에게는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게 있다. 그는 이 주변 지역의 지배자이며, 분노하였을 때는 자신의 부하던 관계없이 닥치는 대로 죽인다. 즉 그 분노한 시기만 되면 모두들 겁을 먹고 벌벌 떨게 된다.

“얼마나 많은 동포가 죽었는지.”

그 시기가 일정한 간격도 없어서, 어떠한 대비도 못 한 채 갑자기 닥치면 수 없는 동포가 죽었다.

이를 악물고 그 기세로 아몬이 사는 곳으로 찾아갔다. 놈을 잡느라 날이 빠진 검이 아닌 새로운 무기인 도끼와 긴 창 자루를 들고서 말이다.

아몬의 눈을 향해 새카만 창을 던진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몬은 날렵하게 공격을 피한다.

콰악,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깊기 지면은 함몰 된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고블린이군.”

“쳇.”

사각을 노리고 던진 공격은 화살에 버금가는 속도가 틀림없다. 그러니 피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아몬은 용케 피하고 이쪽의 위치까지 파악한 건지 노려보고 있다.

역시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가진 존재답게 그 희미한 기척을 알아차리고 피한 모양이다.

“우호오오오오호호!!!”

아몬의 그 울부짖는 음성으로 주위는 저릿저릿 울린다. 대지는 흔들리고 약한 나무는 꺾이는 기세까지 포착 된다.

역시 이놈은 강하다. 보통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면서, 몬스터로서의 본능이 끓어오른다. 평소라면 기겁을 하였겠지만 조금 전 강해진 효과로 한 번 겨뤄 보고 싶어진다. 이전까지 있던 공포는 이제 영향을 받지 못해 그런 거겠지.

“성가시게 한 대가는 익히 알고 있겠지. 고블린. 이 시간이 끝나면 네 종족은 너로인해서 몰살 될 거다.”

“각오한 바다.”

이 일대의 사는 고블린이라면 모를 수 없다. 이놈의 횡포를 겪어 본 이상 답 할 필요도 없다.

분노로 충혈 된 눈으로 아몬은 이쪽을 응시한다. 나 역시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며 응대해본다.

“와라, 호랑이.”

재빠르게 백스탭으로 뒤로 물렀다가, 그대로 이쪽을 향해 돌진한다.

“큭!”

돌격해오는 아몬을 향해, 정확히 이마를 향해 도끼를 내리 친다. 이전보다 강화된 육체로 휘둘러진 엄청난 기세로 미간 쪽으로 직격했다.

“얼마나 단단한 거냐.”

이걸로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예상은 안 했다. 공격을 막거나 운이 좋으면 상처를 냈으면 했지만.

“가소롭군. 겨우 이런 널 위해 부족 전체가 목숨을 건거냐.”

아몬의 코웃음처럼 상처 하나 주지 못했다. 설마 하니 이렇게도 단단할 줄을 몰랐다.

“와라, 고블린. 어디 최후의 끝까지 발버둥 쳐 보거라.”

“겨우 이게 끝이라고 보지 마라. 아몬.”

당황하지 않고 한순간도 멈춰 서지 않고 계속 달려든다. 물론 아몬 역시 금빛 털을 흩트리며 응수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두르는 거대한 발톱 공격은 몸을 납작하게 하여 피해본다. 정면에서 오는 공격은 구르며 피해 본다.

불행하게도 처음 일격 이외는 계속해서 피하게 된다.

“그렇게 피하기만 할 거면 재미가 없지.”

아몬은 싱긋 웃으며 거대한 이빨을 내보인다.

맹공격을 피한 나를 한심하게 본 건가. 놈은 더 이상 일분일초도 내게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아진 걸 까.

다른 건 몰라도 저 비웃음은 도발인가. 알 수 없다.

“설마!”

아몬은 이빨을 보인 건 도발도 나를 향한 비웃음도 아니다. 끝을 보겠다는 게 맞았다.

“겨우 한 마리를 위해서 이 정도까지 하는 걸 영광으로 알 거라.”

그걸 포착한 순간 알 수밖에 없었다. 놈이 분노하여 이 일대에서 날뛸 때 마다 보인 걸 모를 수 없다. 저 공격에 우리 동포는 죽고 삶의 터전까지 잃었으니까.

아몬은 벌린 입 근처가 일렁거리며 주변이 열기가 가득해짐에 나는 직감한다.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양 다리 또 한 뛰기 쉽게 벌린다.

피할 준비가 완료 된 순간 아몬의 입에서 쿠와아하학 하고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온다. 둥근 화염 덩어리가 엄청난 열기를 갖고서 주변을 태우기 시작한다. 아몬이 숨을 토해낼 때 마다 고열의 불꽃은 주변 쓸어버린다.

“시기 상조였나.”

그런 생각을 해보지만 아니라고 부정해 본다. 놈이 아까 말 한대로 불과 한 마리를 대상으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 이건 좋은 징조가 틀림없다.

고열로 검게 그을린 지면에 발이 닿지 않게 노력하며 틈을 노린다. 식은땀에 불쾌해진 기분과 연기로 가려진 시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몬 결착을 내겠다.”

낮게 바닥을 기는 자세로 달리는 나를 향해서도 아몬을 불꽃을 계속해서 뱉어낸다. 그 불꽃은 간발의 차이로 내 등 위를 지나간다.

“고블린 주제에!”

간발의 차로 불꽃을 스치며 다가온 내게 아몬은 적잖게 놀란 눈을 보인다.

“동포에 대한 복수다!”

당황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래턱을 놀려 도끼를 휘두른다. 도신에 붉고 희미한 빛이 따른다.

“켁, 쿠억!”

불가항력으로 턱이 닫혀 버리자 놈은 거센 기침을 하며, 스스로 화염의 여파를 맞본다. 내게 맞기 직전까지 내뱉고 있던 불덩어리의 여파는 고스란히 놈에게 향한 셈이다.

“제법이군.”

콱 하고 턱을 닫은 채 부릅뜬 눈으로 아몬은 나를 응대한다.

내게로 기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그럼에도 아몬이 나를 노려보는 시선은 박력 있다. 그 예리한 눈빛은 수많은 동포가 죽어가는 동안에 항상 마주했던 거라 그런지 아직도 약간 두렵다.

“아아아아악!”

그 공포에 사로잡히기만 해서는 동포들을 구할 수 없다. 언제까지 우리는 놈에게 벌벌 떨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 속에 살아야만 한다. 그럴 수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기에 나는 윽박을 지르며 공포를 날려본다.

* * * * * *

“거기까지 하라고, 할아범.”

울퉁불퉁한 동굴에 들어서면 나, 주호(酒好)는 그 이야기를 멈추라고 한다.

표면에 손질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거처럼 이곳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이다. 일전에 전투로 더 이상 이런 곳에 숨어 지내지 않아도 괜찮지만, 이곳으로 온 이유는 그리움도 있지만. 순전히 어린 고블린을 키우기에는 이곳이 재격이기 때문이다.

“어째서냐. 이 이야기는 널리 퍼트리는 게 좋다만.”

내가 살던 무리의 최장수 고블린은 이곳에서 내 명령에 따라 어린 고블린을 돌보고 있다. 그는 돌보는 와중에도 이렇게 종종 과거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한다.

“나 참, 어차피 아직 언어도 구사하지 못하잖아. 들어서 뭐해.”

“맞는 말이지만. 앞으로 커가면서 당연히 알아야 할 거니 미리 알아 둬야 하지 않겠나. 누구 덕에 우리가 더는 공포에 떨지 않고 이렇게 번창하게 되었는지 말이야.”

일부분은 동감하지만 그래도 본인 앞에서는 자제 해줬으면 한다. 듣기 민망하니까.

“그나저나 어쩐 일이냐. 이곳에 다 들리고. 내 감시라도 하려고 온 게냐.”

“아니, 요즘 들어 우리를 노리는 놈들이 있다고 해서. 혹시 이곳까지 노리고 있나 해서 와봤어.”

다행이도 이 주변에는 별 다른 수상한 기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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