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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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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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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7.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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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 키트시모 습지 (1)

DUMMY

“아크모스나 렉스리온으로 예언의 아이를 이끌라고 하셨어요”

“가깝다고는 하나 렉스리온도 여기서 6일은 걸어야 도착할 겁니다”



“저건 밤이 아니라 어둠이에요. 어둠에 잠식당한 듯 보여요”

“이 곳은 벌써 2달 전에 영귀들의 습격을 받았어요”



“그럼 마을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죠?”

“청소당한 것 같습니다”








24.







다희씨의 말에 따라 렉스리온으로 향하는 길.

세무오르 마을을 지나 우린 계속 걸었다.

우리는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혹시 모를 영귀나 어둠의 공격에 대비에 교대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파이스트 마을을 떠난 지 5일이 지났을 무렵, 숲으로 보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봐왔던 숲들은 전부 비정삭적이었다.

그라투스가 서식하던 시험의 숲이 가장 무난한 숲이었고, 장수말벌과 비슷한 가시지옥이 서식하는 무서운 나무들이 있던 죽은 숲은 물론이요 환각을 일으키는 매혹의 숲, 트세롶프 숲 까지.

특이하다 못해 이상한 숲들만 봐왔다.

하지만 이번에 도착한 숲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멀쩡해 보였다.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숲들과는 다르게 나무들은 빼곡하지도 않으면서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빛도 들어오기 때문에 시야도 넓었고 딱히 위험성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에 숲 안으로 한걸음 내딛으려 했다.

그러자 다희씨가 내 팔목을 잡고 뒤로 확 당겨버렸다.



“용사님, 함부로 발을 딛으시면 안 돼요”

“아.. 여기도..”



역시..

평범하진 않은 숲이란 건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마땅히 위험해 보이는 것을 찾을 순 없었다.



“왜요?”

“여기는 키트시모 습지. 사방에 진창이라 한 번 습지에 빠지면 위험해요”

“..습지..요?”

“네. 게다가 더 위험한 것들도 있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조심히 땅을 살폈다.

정말로 땅에는 얼핏 보면 흙으로 보이는 늪들이 존재했다.

게다가 이 곳의 땅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면서 이끼 같은 것들이 잔뜩 껴 있었다.

더군다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늪도 있으니 더욱 조심을 기해야 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지형이 험해지는 것을 느꼈다.

듬성듬성 자라난 나무들의 사이로 간혹 거대한 풀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풀들은 일부는 내 키보다도 컸으며 대체적으로는 허리까지 올 만큼 크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이한 점은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달콤한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꽃향기의 싱그러움이 아니라 진하디 진한 독한 단내였다.

그 냄새는 맡으면 맡을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플 정도로 향이 강했다.


아니 도대체 이 세계에는 왜 제대로 된 곳이 없는 거야?

이런 숲일 바에야 그 무섭게 생긴 그라투스가 있던 시험의 숲이 그리워질 지경이잖아!


나는 늪을 피하며 새삼 내가 있는 지금 이 곳이 내가 있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이 곳에 넘어 온 지 벌써 4달이 되어가다 보니 원래 내가 살던 세계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옛날 생각을 제대로 해보려는 순간 택규가 이야기했다.



“조심히 확인하고 걸으셔야 되요. 딴 생각 하지 마시고”

“..아.. 알았어요”

“진짜 장난이 아니고 조심하세요. 여기도 죽은 숲만큼 위험한 곳이에요”

“죽은 숲 처럼요? 왜요??”

“저기.. 저 큰 풀 보이세요?”



택규는 한쪽방향을 가리켰고 나는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하게 자라난 풀들이 무성하게 있었다.



“풀이 왜요?”

“자세히 잘 봐두세요”



택규의 말에 나는 빤히 큰 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 익숙하게 생긴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끈끈이 주걱풀?!”



끈끈이 주걱풀.

잎사귀에 달린 끈적한 액체에 닿는 벌레들을 녹여 먹는 식충식물.


대한민국의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받았다면 다 아는 사실.

아마 초등학생 때 자연시간이었나?

그 때 배운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끈끈이 주걱풀과 비슷하게 생긴 풀 말고도 네펜데스, 파리지옥과 같아 보이는 식충 식물들이 여럿 보였다.

그러나 내가 알던 것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크기였다.

저 풀들은 곤충이 아니라 동물도 들어갈 정도로 컸고, 마치 포켓O스터에 나오는 O츠보트와 같이 진짜 사람도 한방에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여기는 수탉도 식물도 뭐가 이렇게 크냐?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다희씨가 입을 열었다.



“식인 식물이에요. 저 끈적거리는 것에 닿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깐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식.. 식인요? 식충이 아니고요?”

“네. 조심 하세요”



식인이라니..

식충도 아니고 인간을 영양분 삼아 크는 식물이라니..


정말 무서운 곳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땅을 확인하며 한 발짝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눈앞에 낯익은 풀이 보였다.


곧게 뻗은 줄기.

그 줄기 끝에 달린 다섯 장의 이파리.


이건..

이건!!


나는 바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러자 택규와 다희씨가 멈춰선 채 나를 바라보았다.



“용사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이거 인삼이에요 인삼!”

“..네?”



당황해하는 그 둘을 제쳐두고 나는 열심히 인삼 줄기의 주변 흙을 퍼냈다.


내가 촬영하면서 산타고 인삼을 얼마나 많이 봐왔는데..

이 정도 쯤은 식은 죽 먹기지.


나는 흙을 손으로 조심히 걷어냈고, 드디어 뿌리의 일부가 보였다.



“아주 노두가 좋네요”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맞아요 용사님! 빨리 가야해요!”

“잠깐만요. 이게 몸에 얼마나 좋은 건데 먹고 힘내서 가야죠”

“..아니 그건..”



그들이 만류할 틈도 없이 나는 인삼을 캐냈다.

뿌리도 튼실하니 꽤나 커보였고 노두를 보아하니 한 20년은 되보였다.


와..

이런 걸 내가 있던 곳에서 발견했으면 값이 꽤 나갔을텐데.


그렇게 인삼을 찾아낸 기쁨에 취해있을 때 였다.



“흐에엥-”



어디서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나는 주변을 살폈으나 따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잡고 있는 인삼이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인삼을 바라봤을 때, 놀라서 인삼을 던져버리고 말았다.



“흐에엑-”



인삼은 인삼인데 인삼이 아니었다.

그 인삼은 눈과 코, 입이 있었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내 꼬물꼬물 거리면서 땅을 파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저건 만드기라는 녀석이에요”

“..녀석이라고요?”

“네. 쟤는 식물이 아닌 동물이거든요”

“도.. 동물???”

“옛날 옛적에 용이 사는 마을에 있다고 전해진 녀석인데, 환각작용이 있어요”

“..어?”

“그래서 실제로 용이 존재했던게 아닐라 만드기가 만들어낸 환각이라는 설이 있죠”

“아.. 윽.. 어지러운데요”

“만드기의 진액에 닿았으니 한 10분정도는 정신 못 차리겠네요”



다희씨의 말에 나는 이내 핑 도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는 땅에 주저 앉아버렸다.

내가 앉아있는 이 대지가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이런 위험한.. 게 있..”

“..그러게 용사님 왜 아무거나 만져요”



택규와 다희씨는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보았지만 나는 그 둘의 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땅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십 여분이 흐르고 나는 어느 정도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죄송”

“그러니까 아무거나 만지지 말아요”

“네. 죄송합니다”



이어 우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습지 안에는 아직도 강한 단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렉스리온 까지는 얼마나 남은 거예요?”

“하루는 더 가야해요. 일단 이 키트시모 습지를 빠져나가야 하는 게 우선이죠”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되요?”

“이 습지만 빠져나가서 해안을 따라 쭉 걸으면 도착할 거예요”

“거기도 여기만큼 위험할까요?”

“글쎄요. 저도 렉스리온을 가본 적이 없어서..”



난 숨을 들이 마시고 의지를 다졌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알았는지 택규가 한껏 업 된 톤으로 이야기했다.



“용사님!! 완전 모함하는 것 같고 좋지 않아요? 이건 마치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험하는 거잖아요. 저는 완전 모험 이런 거 너무 좋아해서 진짜 좋네요. 키트시모 습지, 키트시모 습지 말로만 들어봤지 와본 적은 없었어가지고 나중에 무용담처럼 자랑할 거리 생겼어요”

“..아..예”

“그런데 용사님이 계시던 곳은 어떤 곳이었어요?”



내가..

내가 있던 곳?


택규의 말에 나는 다시 내가 살던 세상을 떠올렸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밤낮 없이 돌아다니는 곳.

도로를 가득 매운 차들과 주말이면 몰려나오던 사람들.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24시간 편의점은 언제든지 허기진 나의 뱃속을 채워주었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코인노래방이 내 지친 삶을 위로해주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깐 치킨이 먹고 싶었다.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에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심야 영화 한편 보고..


매일 같이 바쁘게 일하면서도 가끔 맞이하는 짧은 휴일이 얼마나 내게 큰 보람이고 기쁨이었는지..



“어떤 곳이었어요?”



내가 한참 말이 없자 택규는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같이 출근하고 일을 하던 서울 한복판을 떠올렸다.



“음.. 건물들이 높게 지어져있고, 밤에도 사방을 비추는 불빛들이 즐비 했어요”

“건물이 높아요? 뭐 대저택 그런 건가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거기도 여기처럼 이런 습지나 이런 게 있어요?”

“있긴 있죠. 그런데 여기처럼 막 그렇진 않아요”



그래.

내가 살던 곳에는 마법도 없고, 마법사도 없고,

칼을 차고 다니면 아마 경찰이 잡혀갈 걸?

철컹철컹.

게다가 엄청 큰 수탉이나 사람 생명을 흡수하는 나무 같은 건..


이곳에 비하면 정말 내가 살던 곳은 평범 그 자체인 곳이구나.

..어떤 의미로 보자면 여기보다 지루할 수도 있겠다.



“여기는 진짜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영화요? 그건 또 뭔데요?”



아...

이거 설명하려면 한참 걸리겠네.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나는 설명하기를 포기하고 다시 걷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바닥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며 걷고 있던 그 때였다.



“사람 살려!!!!!!!!!!!!”



숲 안쪽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에필로그 : 세무오르 마을 2 ]







남부 지방 교역의 중심지.

이 곳 세무오르는 상업이 발달한 마을이다.


옛날, 천년의 협곡 남쪽의 넓은 평원인 샤크람 대평원 위에 교역을 위해 바삐 움직이던 상인들의 숙소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쉼터처럼 여겨졌던 곳.

여기서 상인들은 각 마을의 특산품들을 사들이기도 하였고, 다른 마을에서 온 상인들에게 좋은 물건을 팔았다.


이 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상품은 바로 만드기였다.

사치품으로 인기가 좋은 만드기는 피부에서 약한 환각을 일으키는 점액을 생성했다.

그러다보니 만드기를 사려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올 정도였다.


그렇게 축적한 부가 모여 마을은 날로 번창했다.

상인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점차 마을의 규모는 커져갔다.

그렇게 나날이 발전해가던 이곳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5년 전 어둠이 부활하고, 왕은 폭정을 일삼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상업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마을은 약간의 타격은 있었지만 마을이 존폐 위기에 놓이거나 하진 않았다.


워낙 갖은 금화도 많았고, 샤크람 대평원에서 나오는 곡식들은 충분했었다.

그런 마을이 순식간에 영귀의 습격을 받아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두 달 전이었다.






두 달 전.

마을 입구에 다다른 것은 장무성과 고성연.

그리고 뒤에 수많은 영귀의 무리였다.


장무성은 이내 손짓했고, 영귀들이 마을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영귀들은 차례차례 주민들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한 번 물린 주민들은 비명을 질러댔으나 영귀들은 주민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모든 사람들을 물기 시작했다.



“우리 목적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닌가?”



고성연은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어둠을 숭배할 거다”



장무성은 말했다.



“모두를 죽이는 것이 빠르지 않나?”



고성연은 다시 말했다.



“공포, 두려움, 절망. 이 모든 게 영귀들의 근원이지”



장무성은 대답했다.

그렇게 그 둘은 마을 주민들이 벌벌 떠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이내 세무오르의 하늘은 보랏빛에서 점점 검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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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키트시모 습지 (2) 20.07.25 9 0 14쪽
» 24. 키트시모 습지 (1) 20.07.24 13 0 13쪽
23 23. 세무오르 마을 (1) 20.07.17 16 0 14쪽
22 22. 파이스트 마을 (5) 20.07.10 19 1 13쪽
21 21. 파이스트 마을 (4) 20.07.09 18 1 13쪽
20 20. 파이스트 마을 (3) 20.07.04 23 0 14쪽
19 19. 파이스트 마을 (2) +1 20.07.01 25 2 11쪽
18 18. 파이스트 마을 (1) 20.06.23 23 1 13쪽
17 17. 트세르프 숲 (2) 20.06.23 24 1 12쪽
16 16. 트세르프 숲 (1) 20.06.16 24 1 9쪽
15 15. 라우르 마을 (4) 20.06.15 26 0 12쪽
14 14. 라우르 마을 (3) 20.06.15 23 1 10쪽
13 13. 라우르 마을 (2) 20.06.14 25 0 16쪽
12 12. 라우르 마을 (1) 20.06.14 25 3 14쪽
11 11. 죽은 숲 (2) 20.06.14 26 4 17쪽
10 10. 죽은 숲 (1) 20.06.14 26 0 16쪽
9 09. 폴바드 마을 (5) 20.06.13 29 2 14쪽
8 08. 폴바드 마을 (4) 20.06.13 28 1 16쪽
7 07. 폴바드 마을 (3) 20.06.13 26 0 11쪽
6 06. 폴바드 마을 (2) 20.06.13 31 1 10쪽
5 05. 폴바드 마을 (1) 20.06.12 30 1 19쪽
4 04. 잊혀진 유적지 (3) 20.06.12 30 1 13쪽
3 03. 잊혀진 유적지 (2) 20.06.12 34 1 12쪽
2 02. 잊혀진 유적지 (1) 20.06.12 39 0 15쪽
1 01. 새로운 곳으로 20.06.12 7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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