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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7
추천수 :
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7.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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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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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2. 파이스트 마을 (5)

DUMMY

“그 주변의 영귀들이 평소보다 3배 정도는 더 많았으며 아직도 수도로 집결하는 중입니다”

“곧 이곳으로 도착할겁니다”



“조합장님,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분명히 선화경과 파편을 지닌, 예언의 아이. 바로 당신을 노릴테지”



“조합장님!! 영귀들이 절벽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온 것인가”








22.







파이스트는 이미 혼란에 빠져있었다.

원래 내가 알던 마을과는 다른 분위기와 환경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던 찰나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가득했던 이 곳은 이젠 시끄러운 경종소리만이 가득했다.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장을 한 상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불안감.


그 불안함에서 피어오르는 공포라는 감정.

그 공포심은 점점 내 목 언저리를 조여 오는 듯 했다.


조합장은 이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희씨와 나, 택규도 바로 조합장님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붉은 성채의 장벽위로 올라 매혹의 숲과 이어진 산비탈을 보았다.



“저.. 저게 다.. 저게 다 영귀라고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택규는 작게 읖조렸다.

매혹의 숲을 통과해 산비탈에 검은 행렬이 보였다.

그 숫자는 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검은 형체들은 한데 뒤엉켜 영귀라고 인식하기에도 시간이 필요할 정도였다.

그들은 서서히 이 곳 파이스트를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검은’ 것들이 떼로 지어 ‘어둠’이 밀려오는 것만 같았다.


절망적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건.. 막을 수 없다..

우린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이것이 내게 든 첫 번째 생각이었다.



이 마을은 철의 요새라고 불릴 만큼 성벽이 견고하고 전사들이 용맹했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을 상대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영귀들을 막기 위해서 성채 따위는 별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이 마을이..

파이스트가..

검사 조합이..


실패한다면 여기서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절벽 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 마을의 끝에는 엄청나게 높은 절벽밖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예언의 아이, 마법사 소년 그리고 다희는 날 따라오게”

“조합장님..”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우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조합장님이었다.

이어 우리는 조합장님을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아까 있던 검사 조합의 본부였다.



“조합장님!! 여긴 왜 오신 겁니까? 마을을 지키려면 성벽에서 싸워야 하잖아요”



다희씨가 말했다.

하지만 조합장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안에 들어선 조합장님은 본부 내에 있는 검사의 조각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검을 꺼내 조각상의 손에 끼워 넣었다.


3초 정도 지났을까?



‘쿠구구구구-’



큰 소리와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며 조각상의 뒤에 있던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여긴 우리 검사 조합본부의 비밀의 방일세”

“비밀..의 방?”

“..따라오게”



조합장님은 그렇게 이야기 한 후 그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우리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구조가 비교적 간단했다.

별다른 건 없었으며 벽에 걸려있는 다양한 검들과 방 가운데에 있는 큰 서랍만이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특이점이라고 하자면 비밀의 방 내부는 약간 어두웠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큰 서랍에서 새어나오는 빛 때문에 앞이 안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내 조합장님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허공에 떠서 빛을 발하고 있는 구체가 있었다.



“이것이 선화경의 파편. 바람의 신 ‘디에노트’님의 힘이 담긴 11월의 조각 ‘노엠브리오스’다”



나는 그 파편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파편에서 퍼지는 빛에는 따스함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나는 섣불리 파편을 잡지 못했다.



“조합장님.. 갑자기 이걸 왜”

“받게”



나는 선화경을 꺼내들었고, 내가 가지고 있던 선화경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허공에 있던 빛의 덩어리는 선화경으로 빨려 들어가 듯 사라졌다.

이윽고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따르는 이들을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순풍이자 적을 막아내는 역풍인 바람을 관장하는 신 디에노트. 11월의 파편, 노엠브리오스를 가지게 될 너에게 말한다. 위기의 순간, 언제든 파편의 이름을 부르거라’



킹루스터를 처치하고 7월의 파편인 ‘이올리오스’를 얻었을 때처럼 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그때완 다르게 더 온화하고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 목소리를 끝으로 거울의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자 비밀의 방은 더욱 어두워졌다.



“조합장님! 이걸 왜 지금 주시는 겁니까?”

“때가 되었다”

“때요? 무슨 때요?”

“자네들은 이걸 가지고 당장 여길 빠져나가게”

“..어디로 빠져나갑니까. 지금 이미 영귀들은 거의 다 왔어요”



택규는 답답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그러자 조합장님은 다희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다희는 지금 즉시 예언의 아이와 마법사 소년을 데리고 이 곳을 빠져나가거라”



조합장님은 근엄하게 이야기했다.

다희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깐의 망설임 끝, 다희씨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다희씨를 보자 택규는 물었다.



“여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어요?”



택규는 물었다.



“파이스트 마을의 끝자락에는 내려갈 수 있는 통로가 있어요”



다희씨는 대답했다.

나는 그 얘길 듣자마자 외쳤다.



“그럼 빨리 마을 사람들을 모아야죠!”

“..마을 사람들 모두를 구할 순 없다”



그 말을 듣고 대답한 것은 조합장님이었다.



“그건 왜요!!”

“그 통로는 매우 좁아. 한 번에 많은 사람이 갈 수 없어”

“하지만!!”

“게다가 너희가 빠져나가려면 우리가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안됩니다!!”



나는 화가 났다.


또 다시.

또 다시 나를 위해 남이 희생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여기서 3개월 동안 지내며 많은 사람들과 정이 들었고, 나는 이곳이 좋았다.



“어서 가거라”

“아뇨. 여기서 싸워서 저들을 이겨야죠!”

“무의미한 논쟁이다. 가라”

“저도 싸우겠습니다!! 여기서 저들을 없애는 거예요!!”

“고작 3개월 간 검술을 배웠다고 니가 진짜로 강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그렇다고 도망만 쳐서 가능한 싸움이 아닌 걸 아시잖아요!”

“우리는 대대로 전사의 힘을 가진 검사. 니녀석 하나의 도움이 필요할 성 싶으냐”

“...”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우리들이 그대들의 소소한 실력이 필요할 정도로 약해 보이는가?”

“...”

“약해 보이느냐 물었다”

“..아니요”

“그럼 너는 너대로, 갈 길을 가거라. 우린 우리의 길을 갈테니”



조합장님의 표정은 이미 결심이 선 듯 단호했다.

내가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지금의 조합장님만큼 더 아프진 않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나는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아직도 나는 너무나 약해’



그렇게 자책을 하고 있을 무렵, 조합장님은 벽에 걸려있던 조형근 대장군이 내게 주었던 검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검을 받아든 내 손을 꽉 잡았다.



“부디.. 이 세상을 구해주게”

“..조합장님..”

“어둠을 반드시 멸하게”



난 조합장님의 이야기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조합장님은 이내 택규의 앞에 서셨다.



“난 여기서 싸울 거다. 4년 전 지키지 못했던 전쟁에 참가하겠단 약속을 저버린 점.. 너희 아버지에게도 너에게도 많이 미안하구나”

“...”

“하지만 그것만은 명심하게. 나 역시 세상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야. 하지만 그 결정에 대해 미안하다고 꼭 전하고 싶군”

“...”

“그대는 예언의 아이와 함께 꼭 살아남아”



조합장님은 택규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택규는 당시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떨궜다.

이내 조합장님은 다희씨를 향했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다희야!! 이만 빨리 가거라!!”



다희씨는 잠깐 머뭇거렸지만 이내 조합장님에게 경례를 하듯 예의를 갖추었고, 우린 다희씨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의 검사들은 모두 성벽 쪽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과는 반대인 마을의 안쪽으로 점점 달려갔다.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경종소리를 들으며 어느덧 파이스트 마을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 곳에는 절벽만이 존재했다.



“여긴 왜?”

“설마 뛰어내려요?”



나와 택규는 번갈아 질문했다.

그러자 다희씨는 근처의 한 곳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계단이 있었다.


가까이 가본 우리는 왜 전부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곳은 통로라기보다 한사람이 간신히 내려갈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었는데 안전장치나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생각보다 보폭이 작은 계단은 수천 개에서 수만 개가량 이어져 있었으며 자칫 잘못해서 발이라도 헛디디는 순간 추락이라고 봐야했다.


그렇게 되면 결론은 죽음 밖에는 없었다.



“여..여길 내려가야 해요?”

“네. 여기가 유일한 통로입니다”

“..하지만.. 나 고소공포증..이”

“고소공포증이요?”

“..무서운데..”

“용사님, 이제 용사님은 전사입니다. 물러서시면 안되요”

“..그..그렇죠”

“네. 그리고 이제 모래주머니도 전부 풀어버리세요”



나는 다희씨의 그 말에 손목과 발목에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풀었다.

그러자 팔과 다리가 한층 가벼워져 기분이 좋았다.



“자, 이제 가겠습니다. 제가 앞에 설게요”



다희씨는 그 좁은 통로를 망설임 없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내가 따라가고 그 다음에 나를 택규가 따라왔다.


거의 수직으로 이뤄진 절벽을 따라 내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은 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






어둠.

그 어둠이란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도대체 이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싸우려 하는 것일까.


그리고 계속 위험을 벗어나는 나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여러 물음들이 밀려왔다.

그렇게 나는 생각을 계속하다가 살짝 발을 헛디뎌 휘청거렸다.

그러자 뒤에서 따르던 택규가 소리치며 내 팔목을 부여잡았다.



“용사님!!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아무 생각도 하지 마세요!! 지금은 계단만!! 계단만 보시라고요!!”

“..미안”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우리는 어느덧 중반까지 내려온 상황이었다.

그때 땅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음으로 우리에게 닿은 것은 소리였다.



‘크아아아아아악!!!’

‘꺄악!!!’



거친 짐승의 커다란 울음소리와 찢어질 듯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들.

거기에 무언가 폭발하는 파열음.


그 모든 소리들이 귓가를 때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그때, 내가 내려가는 이 절벽 길의 옆으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벽 넘어 떨어지는 벽돌들.

집의 일부로 추정되는 파편.

무기.


그리고..







마을에 있던 사람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 이렇게나 끔찍했던 광경이 있었을까?

나는 들려오는 악몽 같은 소리와 광경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 내 상황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다희씨가 소리쳤다.



“발 밑!!! 지금은 계단만 보세요!!”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내려가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흐르는 눈물만큼은 멈추지 못했다.















[ 쿠키 ]






예언의 아이에게 선화경의 파편을 넘겨주고 성벽으로 향했다.

어느새 다가온 영귀들은 이미 파이스트의 붉은 성벽을 넘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용맹한 검사 조합의 일원들은 모두 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검을 뽑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최대한 기를 끌어 모았다.

이어 전방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크게 날아가는 검기는 영귀들을 베었다.

하지만 이미 성문이 개방된 후였다.


조합의 원로들까지도 검을 들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귀들 사이로 한명의 사내가 걸어 들어왔다.



이미 아까 마법사 소년과 대화를 통해 짐작하고 있었던 바였다.


4년 전,

내가 대전쟁 참가에 망설였던 또 다른 이유.


내가 모든 기술을 가르쳤던 나의 제자.






장무성.



“스승님, 오랜만입니다”



그는 나를 보며 예를 갖췄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마을도 이젠 끝인가 봅니다”

“많이 건방지구나”

“그런가요?”

“..와라”



장무성은 빠르게 검을 들고 내게 달려왔고 나 역시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더 이상 검에 정을 두지 않으리라.


하다못해 내가 죽더라도..

이 마을이 사라진다고 해도..

검사 조합이 명맥을 다한다 하여도..



이번 전쟁은 이길 것이다.

비록 내가 죽더라도 결국엔 우리가 이길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젠 예언의 아이가 있으니까.



맞부딪히는 두 사람의 검이 강렬한 소리를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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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키트시모 습지 (1) 20.07.24 12 0 13쪽
23 23. 세무오르 마을 (1) 20.07.17 16 0 14쪽
» 22. 파이스트 마을 (5) 20.07.10 19 1 13쪽
21 21. 파이스트 마을 (4) 20.07.09 18 1 13쪽
20 20. 파이스트 마을 (3) 20.07.04 23 0 14쪽
19 19. 파이스트 마을 (2) +1 20.07.01 25 2 11쪽
18 18. 파이스트 마을 (1) 20.06.23 23 1 13쪽
17 17. 트세르프 숲 (2) 20.06.23 24 1 12쪽
16 16. 트세르프 숲 (1) 20.06.16 24 1 9쪽
15 15. 라우르 마을 (4) 20.06.15 26 0 12쪽
14 14. 라우르 마을 (3) 20.06.15 23 1 10쪽
13 13. 라우르 마을 (2) 20.06.14 25 0 16쪽
12 12. 라우르 마을 (1) 20.06.14 25 3 14쪽
11 11. 죽은 숲 (2) 20.06.14 25 4 17쪽
10 10. 죽은 숲 (1) 20.06.14 26 0 16쪽
9 09. 폴바드 마을 (5) 20.06.13 29 2 14쪽
8 08. 폴바드 마을 (4) 20.06.13 27 1 16쪽
7 07. 폴바드 마을 (3) 20.06.13 26 0 11쪽
6 06. 폴바드 마을 (2) 20.06.13 31 1 10쪽
5 05. 폴바드 마을 (1) 20.06.12 30 1 19쪽
4 04. 잊혀진 유적지 (3) 20.06.12 30 1 13쪽
3 03. 잊혀진 유적지 (2) 20.06.12 34 1 12쪽
2 02. 잊혀진 유적지 (1) 20.06.12 39 0 15쪽
1 01. 새로운 곳으로 20.06.12 69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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