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62
추천수 :
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6.12 13:28
조회
34
추천
1
글자
12쪽

03. 잊혀진 유적지 (2)

DUMMY

"이제 너가 2천 년을 넘게 이어진 예언 속의 아이가 맞길 기도해"

"전 아니라니까요"


"아닌 것 같아요"


"왔나봅니다"



그 검은 형체들 쪽으로 정체모를 빛이 향하고 있었고, 그 빛의 출처는 내가 들고 있던 선화경이었다.

바로 그 오래된 거울 선화경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03.




갑작스럽게 낡은 거울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영운 대신관부터 조형근 대장군까지 놀랐으나 무엇보다 가장 놀란 건 나였다.


난 예언 속의 아이가 아니라고 했는데?

왜 빛이 나는 거야??


그 빛은 이 지하를 감싼 청록색의 빛과는 달리 마치 황금과도 같은 색이었다.

노랗고 밝은 그 빛은 곧게 뻗은 직선의 형태가 아닌 완만한 곡선의 형태로 정체불명의 검은 형체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기분 탓일까?


그 빛에 닿은 그것들의 움직임이 약간 느려지는 듯했다.

아니면..

이 빛을 본 그것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이 일은 나를 포함한 우리 셋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분명했다.



“대신관님!!! 선화경이!!!”


 

조형근이 소리쳤다.

난 그 소리에도 깜짝 놀라 몸이 반응했다.

그러자 지영운이란 자의 표정이 오히려 차갑고 사납게 변했다.

나와 거울을 한 번 본 지영운은 이윽고 다시 정체불명의 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크게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

 


“수호의 신 시부낭이 보호하시오니, Η ασπίδα του Θεού (신의 방패)”

 


대신관은 이내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난 후 검은 형체들 앞에는 그들을 가로막는 푸른 빛의 투명한 벽이 생겼다.


저게.. 뭐지?

최첨단 방어시설 이런 건가?


정체불명의 녀석들은 푸른 빛의 벽으로 다가왔으나, 더는 앞으로 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들은 단지 ‘그르르’하면서 투명한 벽에 몸을 부딪치기만 할 뿐이었다.



“대장군님!! 이 아이가 아무래도 예언의 아이인 듯 합니다!!”



그 검은 녀석들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지영운 대신관이 이야기하였다.



“네에?!? 제가요?!?”



이건 또 무슨 전개야..


내가..

이 내가 예언의 아이라고?



“아까는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아니, 용사님은 예언의 아이가 확실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대신관님”

“저도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선화경이 직접 빛을 발하는 건 처음 봅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자가 설화 속의 넌의 아이!”

“그 길이 말고는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지요”



아니..

이게 지금 무슨..

내가 예언의 아이라고?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난 집에 가야된 단 말이야. 출근해야 된다고!!


하지만 얘기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진지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과 저 무서운 검은 형체들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장군께서는 지금 즉시 저 아이를 이것들로부터 피신시켜 주세요!”

“대신관께서 가시지요. 여긴 제가 막겠습니다”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대장군이 곁에 있는 것이 나을 겁니다”

“대신관께서는 어쩔 요량이십니까?”

“힘 닿는 데까지 해봐야지요”


 

이윽고 조형근은 대신관에게 가볍게 묵례를 한 후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반대 쪽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보인 것은 좁은 통로.

긴급 탈출용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한 통로를 따라 나는 끌려갔다.


그리고 대신관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푸르른 벽은 깨져버렸고, 검은 형체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캬오오옥-!’



사나운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조형근에 의해 끌려갈 뿐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고 올라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있었다.



‘그르릉-’



좁은 통로 안쪽에서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러자 조형근은 내게 지니고 있던 검을 주었다.


 

“칼은 왜요??”

“여기는 내가 막는다. 넌 어서 이 칼을 가지고 도망가”

“칼도 없이 어떻게 싸우려고요?”

“방패면 충분해. 빨리 가”

“가라고 해도 어디로 가요!! 집에 보내달라니까요!”

“넌 이제 집으로 갈 수 없어”

“네?”

“집으로 보낼 수 있는 건 대신관인 지영운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걸 진작 얘기했어야죠!!!”

“그러니 어서 가! 그리고 선화경의 12파편을 모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파편이라뇨?”

“선화경은 지금 12개의 파편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걸 전부 모으도록 해”

“어디서요?”

“..빨리 가라니까! 여기서 그냥 죽고 싶어?!?”

 


‘그르릉!!’


 

또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달려. 달리고 또 달려. 그렇게 사막을 벗어나. 사막을 빠져나가면 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폴바드 마을로 가. 거기서 마을 촌장을 찾아라”

“아니 어딘 줄 알고 가요 내가!!”

“가서 너가 예언의 아이라고 하고 도움을 청”

‘캬아-!!’

 


조형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은 형체의 것들이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흡사 그 모습은 좀비 영화에서 보던 좀비떼들 마냥 조형근에게로 달려들었다.

나는 그 모습에 너무 놀라 뒤로 넘어졌고, 조형근은 방패로 검은 형체를 밀쳐냈다.

방패에 가로막힌 그것들은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좁은 통로를 막은 커다란 방패 사이사이로 검은 것들의 손이 마구 삐져나오고 있었다.


 

“빨리!!!!! 뛰어!!!!!”

“하..하지만!!”

“집에 갈 기회도 없이 여기서 죽고 싶은 거야?!”



집..

그래!!

난 집에 가고 싶다고!


예언이고 뭐고 나 같이 평범한 녀석이 대체 왜 여기에 이러고 있는지 모른단 말이야!

 

나는 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멀리,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저 이상한 것들은 뭐고 예언이고 뭐고 난 그냥 평범한 인간이란 말이야.


하지만 내가 느낀 공포심은 이미 내 전부를 휘감았고, 나는 두려움에 생각의 결과를 행동으로 옮길 자신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달리는 것 밖에 없었다.

이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일단은 내달릴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내가 떠나온 폐허의 마을이 어느 정도 작아졌을 때 나는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려 애썼다.

 


“..젠장”



공포심에 물들어버린 내 신체는 계속 요동쳤다.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떨림.

나는 양손으로 내 팔을 꼭 감쌌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슬퍼졌다.

나도 모르게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가?

전혀 모르는 이 세계에서 그나마 나를 알고 있던 자가 지금은 곁에 없었다.

그 적막감 때문이었을까?

자꾸만 흐르는 눈물은 야속하게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때의 심정이란 단순히 이기적인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저 둘은 어째서 목숨까지 바쳐 이렇게 하는 것일까.

내가 대체 뭐 길래 나를 도망시키고 자신들은 죽음을 맞는 것일까?

나는 팔로 눈물을 훔쳤고, 두 손으로 내 뺨을 쳤다.

 


‘사막을 벗어나. 사막을 빠져나가면 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폴바드 마을로 가. 거기서 마을 촌장을 찾아라’


 

일단 내게 주어진 방법은 폴바드로 향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결심을 내리는 사이, 갑작스럽게 바람이 거세졌다.

바람에 실려온 모래가 내 몸에 부딪히는 양이나 강도가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전방에 보이는 것은 뉴스나 영화, 만ㄴ화에서나 보던 모래로 이루어진 회오리였다.


이것이 바로 모래폭풍이라는 것인가?

운도 지지리도 없지!!

모래폭풍이라니?

 

그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을 피할 틈도 없이 나는 모래바람에 휩쓸렸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봐요, 정신차려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내 뺨을 툭툭 치고 있는 느낌.

난 혼미한 정신을 부여잡고 눈을 떴다.

나는 모래더미에 반은 묻힌 채 쓰러져있었다.


 

“괜찮아요? 정신 들어요?”

 


이윽고 남자 하나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마른 체형에 키는 나보다 살짝 작은 남성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곤 떨어진 소지품들을 줍고 있었다.


 

“저기요, 이거”


 

그 남자는 아까 내가 받은 선화경을 건냈다.

나는 거울을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아뇨, 당연한걸요. 근데”

“···”

“당신은 왜 여기 쓰러져있었어요?”

“모래폭풍에.. 휩쓸렸나 봐요”

“그래요? 살아남은 게 다행이네요. 근데”

“네?”

“그 거울은 뭐예요?”

“..이건..”

 


난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예언의 아이라는 것도 쉽사리 믿지 못하겠고 이 거울을 어디다가 쓰는 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던 찰나, 그 남자는 다시 얘기했다.


 

“옷이 이상하네요”

“..네??”

“그런 옷은 어디서 주워 입은 거예요?”

“주워 입었다뇨 돈 주고 산건데”

“돈이요? 돈은 또 뭐야? 몬스터인가요?”

“예?? 돈 몰라요? 돈? 그리고 이 옷 이거 이름 있는 브랜드 건데’

“브랜드는 또 뭐예요?”

“브랜드 몰라요? 브랜드는”

“어디 가던 길이예요?”

 


..뭐야 이 사람.

남에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폴바드요”


 

난 아까 조형근이 얘기한 곳을 얘기했다.

그러자 남자는 이내 질문을 계속 했다.


 

“폴바드는 왜요?”

“거기에 계신 촌장님을 좀 뵈려고요”

“촌장님은 왜요?”

“그건..”

“촌장님 왜 찾으시냐고요”

“..”


 

참나..

이걸 뭐라고 한담.

예언의 아이라고 밝혀야하나?


 

“..저는”

“근데 폴바드 가는 길은 알아요?”

“..네?”

“가는 방법 아냐고요”

“몰라요”

“데려다줄까요?”

“네? 정말요? 네!!”

“그럼 촌장님 왜 만나러 가는 거예요?”

“..그건”

“빨리 얘기해요. 왜 만나는 건데요?”

“..아이라서요”

“예?”

“제가 예언의 아이라서요”








[ 에필로그 : 대신관 ]



예전의 나는 범죄자였다.

내 뜻에 반하는 자가 있었다면 죽였다.

나를 어려워하는 자들도 죽였다.

그저 이 세상에는 나보다 위에 서는 자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는 마도사가 되어서도 누굴 위해 일한 적 한 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후로 나는 신이 전하는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회개했고, 모든 것은 신의 뜻이었다.

신관이 되자 신의 목소리는 더욱 뚜렷하게, 더욱 자주 들렸다.


하지만 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때로는 혼란스러운 일이었다.

신은 내게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언제나 우리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기면서 자신은 뒤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대신관의 자리에 올랐고, 나보다 위의 존재인 신을 모시기 시작했다.


애초에 내게 왕이란 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왕은 신과는 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왕의 뒤에 보이는 그림자를 보았다.

왕은 이미 왕이 아니다.

어둠은 왕을 사로잡았고, 왕은 이미 어둠 그 자체였다.


결국 나는 대장군과 이야기를 했고, 어둠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왕과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전국을 돌면서 예언에 대한 자료를 모집했다.

신의 기도를 통해서 운명을 읽어내려 했다.

지난 시간동안 해온 모든 일들이 어둠을 몰아내고 신의 뜻을 세울 수 있는 길이라면..


어둠은 결코 우릴 이길 수 없다.

내가 죽어도 내 의지는 이어질 것이며, 어둠은 결국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넌의 아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25. 키트시모 습지 (2) 20.07.25 9 0 14쪽
24 24. 키트시모 습지 (1) 20.07.24 13 0 13쪽
23 23. 세무오르 마을 (1) 20.07.17 16 0 14쪽
22 22. 파이스트 마을 (5) 20.07.10 19 1 13쪽
21 21. 파이스트 마을 (4) 20.07.09 18 1 13쪽
20 20. 파이스트 마을 (3) 20.07.04 23 0 14쪽
19 19. 파이스트 마을 (2) +1 20.07.01 25 2 11쪽
18 18. 파이스트 마을 (1) 20.06.23 23 1 13쪽
17 17. 트세르프 숲 (2) 20.06.23 24 1 12쪽
16 16. 트세르프 숲 (1) 20.06.16 24 1 9쪽
15 15. 라우르 마을 (4) 20.06.15 26 0 12쪽
14 14. 라우르 마을 (3) 20.06.15 23 1 10쪽
13 13. 라우르 마을 (2) 20.06.14 25 0 16쪽
12 12. 라우르 마을 (1) 20.06.14 25 3 14쪽
11 11. 죽은 숲 (2) 20.06.14 26 4 17쪽
10 10. 죽은 숲 (1) 20.06.14 26 0 16쪽
9 09. 폴바드 마을 (5) 20.06.13 29 2 14쪽
8 08. 폴바드 마을 (4) 20.06.13 28 1 16쪽
7 07. 폴바드 마을 (3) 20.06.13 26 0 11쪽
6 06. 폴바드 마을 (2) 20.06.13 31 1 10쪽
5 05. 폴바드 마을 (1) 20.06.12 30 1 19쪽
4 04. 잊혀진 유적지 (3) 20.06.12 30 1 13쪽
» 03. 잊혀진 유적지 (2) 20.06.12 35 1 12쪽
2 02. 잊혀진 유적지 (1) 20.06.12 39 0 15쪽
1 01. 새로운 곳으로 20.06.12 70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