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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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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8
추천수 :
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6.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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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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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1. 죽은 숲 (2)

DUMMY

“조연출이요”

“아~~ 조연출!!”


“라우르는 완전 남쪽이에요. 우린 서쪽으로 가야합니다”

“파이스트로 가는 지름길이 라우르입니다”


“..가시지옥이 뭔데요?”

“통칭 가시지옥. 정식 명칭은 죽은 숲”






11.





택규와 나는 중민과 함께 죽은 숲, 통칭 가시지옥의 소굴로 향했다.

이곳을 통과해 라우르라는 마을로 가기 위함이었다.


이 숲은 죽은 숲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매우 울창했다.

입구부터 이어진 빼곡한 나무들 때문에 빛도 들어오지 않았고 어두컴컴했다.

나무들의 무성한 가지들은 하늘조차 보이지 않게 가려져있었다.그렇게 우리는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었다.


숲은 정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새소리라던가 벌레의 날갯짓 소리마저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 어두운 길을 앞장선 것은 중민이었다.



“아무래도 제가 숲 근처에 살다보니까 길을 잘 찾을 거예요”



택규와 나는 중민이를 따라 걸었다.

하지만 택규는 아직까지도 파이스트가 아닌 라우르로 가는 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는 왜 저 녀석이 믿음이 안 가는 걸 까요”



택규가 이야기했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중민이는 바로 택규를 쳐다보았다.



“그 상처도 다 제가 마법으로 치료한 겁니다. 생명의 은인이라고요”

“난 못 봤으니까 모르지”

“참나, 당신이야말로 뭐 하는 분입니까?”

“마법사”

“마법사라고요? 마법사는 4년 전 다 죽은 거 아닙니까?”

“...닥쳐라”

“네? 닥치라뇨. 너무 하시네”

“다신 4년 전 얘기 꺼냈다간 마을이고 뭐고 도착하기 전에 여기서 나한테 죽을 줄 알아”

“알았어요. 그러면 당신도 절 좀 믿으세요”



둘은 티격태격하면서 계속 걸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걷는 것에만 집중했다.

숲 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눈이 피로했다.

바닥이 어떤 상태인지, 이 나무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익숙해진 눈이 택규와 중민을 간신히 보이게 할 뿐이었다.

나는 곁에 나무를 잡으려고 했다.



“어어~~ 안돼요!! 절대 나무는 만지지마세요”



중민이 다급하게 나를 말렸다.

나는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에에? 왜요?”



그 물음에 대답을 한 건 중민이가 아닌 택규였다.



“여기 나무들은 전부 산채로 죽은 나무들이예요”

“..산 채로 죽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나무들은 인간의 생명을 양분으로 삼아요. 그래서 절대 닿으면 안 됩니다”

“무슨.. 그런”

“손이 닿으면 나무의 가지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힘을 전부 흡수할겁니다”

“무슨 이런 위험한 숲이..”

“그래서 제가 다른 길로 가자고 했던 거예요. 위험하니까”

“이런 얘긴 진즉에 했어야죠”

“..아..”



나와 택규의 이야기를 들은 중민이 이어서 이야기했다.



“지면도 조심하셔야 해요. 뭔가 불쑥 튀어나와있거나 하면 무조건 피하세요”

“땅은 또 왜요?”

“이 숲이 죽은 숲 말고 ‘가시지옥’이라고 불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그게 뭔데요?”

“이 밑에는 가시말벌이 살고 있거든요”

“가시말벌?”

“네. 5년 전부터 갑자기 생겨난 벌인데 꽤나 사납거든요”



땅 속에 사는 벌.

장수말벌 같은 건가?


나는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예전에 노봉방(말벌집) 촬영 갔을 때, 땅벌에게 쏘여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런 이유를 먼저 나에게 알려줬어야지!

그랬으면 절대 여기로 안 왔을텐데.

혼자 속으로 궁시렁 거리고 있을 때, 중민은 다시 부가적으로 설명을 했다.



“그것들은 땅 속을 헤엄치듯 다녀요. 그리고 가시말벌의 끝에 있는 침이 길게 늘어나서 땅을 뚫고 적을 찔러 공격하죠”

“따..땅을 뚫고 공격한다고요?”

“네. 그리고 가시말벌은 무리지어 다니니깐 항상 조심해야 해요”“가시말벌이 있는 곳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결국은 엄청나게 위험한 숲이라는 이야기잖아.


나는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빨리 갈수는 없었다.

우리는 중민의 안내에 따라 계속 걷고 걸었고 숲의 어둠은 갈수록 심해지는 듯 했다.

그러게 걷다 쉬다 걷기를 반복했다.



“안 되겠어요. 너무 어두워서 걸을 수가 없어요”



택규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자리에 멈춰섰다.

중민과 나는 그런 택규를 보고 멀뚱히 서있었다.



“이렇게 가다간 나무에 부딪히든 말벌에 쏘이든 할 것 같아요”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어요?”

“기록의 신 테흐세스이시여”



이건 마법의 주문!!


그래!!

마법사인 택규가 주변을 밝힐만한 방법을 가지고 있을거야!


그렇다면..

주문이 꽤 길테니까 3분 후에나 밝아지겠군.



“칠흑의 어둠, 눈앞을 가리고 미래를 가리는 검음”

“마법은 안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중민은 얘기했다.

하지만 택규는 한 번 중민을 쳐다만 볼 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 말을 무시했다.

그리고는 계속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태초부터 시작된 무의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지킬 힘과 용기를 주시옵나니 어리고 여린 저희의 앞길을 알려 주시옵소서, 태양의 여신 에레카시여 그대의 활활 타오르는 불빛 잠시 빌려 세상을 인도하려 하나이다. Φως της φωτιάς (반딧불이의빛)”



택규가 주문을 전부 외우자 앞으로 뻗은 택규의 양손바닥 위로 하얀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치 반딧불처럼 여래 개의 덩어리가 모여들며 주변을 밝혔다.

그제야 주변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죽은 숲’은 정말 음침한 나무들이 사방에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기괴스러운 분위기.


차라리 보지 말걸 그랬나?

괜히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때였다.



‘파르르-’



아무런 생명의 기척도 없던 숲이 일순간 소란스러워 진 것 같았다.

길게 늘어선 나무들의 이파리들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 후 나무에서 수많은 줄기들이 택규의 빛을 향해 달려들었고, 나뭇가지들은 택규의 마법을 감싸버렸다.

그리고 이내 빛은 사라져버렸다.



“..이.. 이게 뭐야?”

“마법 안 쓰는 게 좋다고 제가 말했죠?”

“이게 뭐냐니까! 왜 마법이”

“여기서는 어떤 마법도 소용이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마법도 에너지. 나무가 마법을 먹어버리거든요”

“..나무가 마법을 먹는다고?”

“네. 그래서 마법을 쓰셔도 소용이 없어요”



중민의 설명을 듣자 택규는 실망한 듯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인 택규는 여기서 별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잠깐..


마법을 못 쓴다고?!



“..잠깐만요”



나는 그대로 중민과 택규를 불렀다.



“치료마법은.. 마법이 아닌 가요?”

“...”

“...”

“어서 가시죠”



중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거봐요!! 제가 이 자식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괜히 들어왔어!!”

“망했다.. 망했어..”



제기랄!!

결국 여기서 도움이 되는 건 내가 들고 있는 검 밖에는 없다는 거잖아!!


나는 더욱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나무에 닿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고 가시말벌과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계속 걸었다.

어느덧 발도 아프고 눈도 아파왔다.

이러다 빛을 보면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얼마나 더 가야되지?”



택규는 중민을 향해서 물었다.

하지만 중민은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택규는 짜증이 난 듯 소리쳤다.



“얼마나 더 가야 되냐고!!”

“아.. 그게..”

“멀었어? 금방 간다며!”

“..모르겠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길을 잃은 것 같아요”

“길 안다면서!!”

“..분명히 이 쪽이 맞았는데 말이죠”

“아 진짜!!”



우린 그 자리에서 계속 서성거렸다.

빛이 없어서 그런가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우린 여기서 갇혀있어야 하는 건가?


그런데 그때, 내 주머니 안에 넣어둔 선화경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주변이 모두 환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 빛은 어떤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선화경이 우릴 인도하나 봐요 용사님”

“선화경이라고요?”



중민이 되물었다.



“지금 이 빛이 선화경에서 나온다는 말씀이세요?”



중민은 다시금 물었다.


역시 중민이도 예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가?


나는 택규와 눈빛을 교환했다.

할 수 없이 내가 예언의 아이라고 이야기했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중민은 아무런 말도 안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길을 잃은 우리는 일단 빛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선화경에서 나오는 이 빛은 죽은 숲의 나무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빛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던 중, 우리는 잠시 앉아 쉬기로 결정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픈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던 그 때,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냄새를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땅과 큰 바위 사이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 달달한 냄새가 나요!! 과일 같은 게 있나본데요?”



나는 소리쳤다.

그러자 중민과 택규가 급하게 내게 달려왔다.



“진짜네? 단 내가 나는데요??”



중민이 이야기했다.

그러자 택규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나지막히 이야기하는 택규를 나는 영문 모른 채 바라보았다.



“왜요?”



그 물음에 대답한 것은 중민이었다.



“이 냄새는 주변에 가시말벌이 있다는 얘기예요”

“말벌이 꿀을 모아요? 왜 단내가 나는 거죠?”

“..아뇨. 가시말벌이 사냥감을 불러오는 수단입니다”



우린 그렇게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리 선화경의 빛이 있다고는 해도 명확히 주변을 살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고고고고고고-’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피해요!!!!”



택규는 소리쳤고, 그 얘기에 우린 자리에서 급하게 움직였다.



‘슈욱-!’



그러자 갑자기 땅에서 가시가 빠르게 솟구쳤다.

두께는 얇얐지만 그 길이는 성인 남성의 키보다도 더욱 길었다.


설마..

설마..??

이게 가시말벌의 침인가?


그 후로 땅에서 계속 기다란 가시 여러개가 마구 치솟기 시작했다.



“우왁!!”



아비규환이었다.

사방에 솟구치는 가시들을 피해가며 간신히 도망치고 있었다.

그 때, 중민이 내게 다가왔다.



“제가 나설 때 입니다!!”



중민은 호기롭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치료의 신 스시이가 그대를 지켜주니, Προστασία της Θεάς(여신의 가호)”



중민이 마법을 쓰자, 나와 중민의 주변에 붉은 빛들이 보호막처럼 만들어졌다.



“바보예요?! 여기선 소용없다면 서요!!”

“아 맞다”



죽은 숲의 나무들이 나뭇가지를 뻗어 보호막에 들러붙었다.

이윽고 그 보호막은 전부 사라져버렸다.

그 나뭇가지들은 중민을 마치 채찍질하듯이 때리기 시작했다.



“꾸엑!”



중민이는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쓰러진 중민의 주변에 다시 가시말벌의 침이 솟구쳤다.



“으아아아악!! 나 죽네!!”



중민은 몸을 굴리면서 침을 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택규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역시.. 제가 해볼게요!! 이 나무들이 전부 빨아들이기 전에 해치워 버려야겠어요!!”

“하지만!!!”

“마법의 신 케흐이시여, 그대의 힘을 믿고 있는 자, 그대를 숭배하고 따르는 자, 그대의 모든 것을 신성시 여기는 자, 어둠을 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그대의 힘을 빌리고자 하니”



그렇게 택규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 택규의 주변으로 가시 하나가 솟구쳐 올랐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솟아오른 가시를 베어버렸다.

하지만 본체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수많은 말벌들을 전부 제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빛을 따르는 우리의 길 앞크윽-”



주문을 외우는 택규의 주변에 가시 하나가 솟아나며 폴바드에서 다쳤던 옆구리 쪽을 스쳐지나갔다.

택규는 주문을 멈춘 채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일단 가시를 피해 주변을 계속 뛰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벌레들은 보통 불에 약한데 땅 속에 있으니 불을 지를 수도 없고..

말벌이 쫓아올 땐 물속에 뛰어들면 살 수 있는데..


물!!

그래 물!!

주변에 웅덩이 같은 건 없을까?


하지만 주변에 물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물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땅 속에 말벌을 잡을 수 있을까?


나는 검과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올리오스!!


난 선화경의 파편의 힘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물에 젖은 상태라면 약간의 정전기라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난 계속 굴러서 피하고 있는 중민에게 얘기했다.



“중민씨!! 가시말벌 크기가 얼마나 되요?!”

“보통은 엄지손가락만하다고 보시면 되요!!”

“알겠!!! 큭”



대화 도중 솟아오른 가시말벌의 침은 내 오른발을 스치며 상처를 냈다.

조금만 가시의 위치가 달랐더라면 내 머리도 뚫렸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나는 고통을 뒤로 하고 이를 꽉 물었다.



“택규씨!! 마법이요!!!”

“무슨 마법이요?!”

“물!! 물 마법 있어요?”



난 소리쳤다.

그러자 중민이 얘기했다.



“마법은 소용없다니까요!”

“일단 마법의 힘이 전부 빨아들이기 전에 땅을 적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택규는 크게 소리쳤다.



“마법의 신 케흐이시여, 그대가 알려준 찬란한 힘을 헛되지 않게 사용하려 하나이다. 신이 내린 풍요의 상징을 그대를 따르지 않는 모든 자에게 가르치려 합니다”



택규가 주문을 외우자 중민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서 다시 보호막을 펼쳤다

하지만 다시 나무들에 의해서 보호막은 파괴되고 중민은 채찍질 당했다.



“꾸엑-!!!”



그리고 또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저거 진짜 바보인가?





“기록의 신 테흐세스이시여, 그대의 말씀 전부를 따르는 자, 문자 그대로의 힘을 원하옵니다. 바다의 여신 케보스시여, 그대의 힘은 밀려들어오는 파도처럼 모든 적들을 속박할지니, Φυλακή του νερού(물의 감옥)”



택규의 주문이 끝나고 택규는 나와 중민, 그리고 자신을 거대한 물 덩어리 안에 가두어버렸다.



‘꼬르르륵’

“커헙-!!!”

“큽-!!”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죽은 숲의 나무가 가진 나뭇가지들이 미친 듯이 우릴 향해 달려들었다.


제발!

제발!!


나뭇가지가 닿으려던 찰나, 가시말벌의 침들이 무수히 솟구쳤다.

그 수많은 가시에 우리 셋의 주변을 스쳐 많은 상처들을 냈다.

물 감옥에 조금씩 피가 새어나오는 듯 했다.

그러던 중, 택규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참고 있던 숨을 모조리 내뱉었다.

가시 중 하나가 그의 복부를 관통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시말벌들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그때, 물 덩어리가 깨지면서 말벌의 침을 타고 땅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정도의 물이라면!!

아무리 정전기 같은 약한 전기라도 말벌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물에 젖은 생쥐 꼴로 검과 선화경을 교차 시켰다.



“이올리오스!!! 부탁해!!!”



그러자 검과 선화경에서 빛이 돌더니 ‘파직’하고 소리가 났다.

검 주변에 정전기보다는 조금 더 센 전기가 만들어졌고, 나는 그대로 물 묻은 가시에 갖다 대었다.



“컵”

“흐윽”

“으악”



여기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나와 택규, 중민이도 물에 젖어있다는 점이었다.

그 짜릿함은 중민이도 택규도 나도 감전되듯 찌릿하고 몸을 타고 나갔다.


그래도 말벌에게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던 것 같았다.

솟아오른 가시들도 미세하게 떨리더니, 땅 속으로 들어갔고 더 이상 가시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택규에게 다가가 다친 부위를 꽉 눌렀다.



“괜찮아요?!”“요.. 용사님 생각보다..”

“멍청하다고요?”

“저돌적이시네요”



택규는 애써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중민은 심각했다.



“빨리 나가야 해요!! 숲을 벗어나서 치료 받아야 합니다!!”



나와 중민은 택규를 부축했다.

그리고 다시 선화경의 빛을 따라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 걷고 나자 햇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가 출구입니다”



중민은 말했다.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졌고, 숲을 벗어나 연보라빛 하늘이 반가웠다.

우리가 숲에서 벗어나자 바로 마을의 뒷부분이었다.


커다랗고 뾰족한 큰 탑들이 줄지어 이어져있는 마을이었다.

폴바드보다 작고, 아담한 마을이었다.



“빨리!! 치료를!!!”



나는 중민이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중민은 치료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는 눈치였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 그게.. 일단 저 신단으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중민은 그렇게 얘길 하곤 택규를 다시 부축했다.

우린 비탈진 언덕길을 내려가 마을의 도로로 향했다.








[ 에필로그 : 죽은 숲 ]




죽은 숲.


이 숲은 처음부터 죽은 숲은 아니었다.

원래는 푸르른 나무들이 가득한 풍요의 숲이었다.


신관들의 성지와도 같은 마을인 라우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이 숲은 언제나 푸름을 간직한 숲으로 사계절의 변화에도 청록을 유지하는 푸른 숲이었다.


이곳이 죽은 숲이 된 것은 500년 전 이야기.



세상에는 어떤 마법도, 어떤 능력도 사용하지 못하는 동굴이 있다고 한다.

그 곳에 있던 바위 하나가 이 숲으로 옮겨졌고 그 바위는 서서히 나무들을 잠식해갔다.


결국 풍요의 상징이었던 이 숲은 모든 나무가 산 채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힘을 찾아 갈망하는 악귀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흡수했다.


그렇다면..


나무들이 흡수한 그 힘들, 생명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미지의 동굴에서 온 바위가 이 숲을 조종하고 있는 걸까?


어떠한 것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죽은 숲은 아직도 생명을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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