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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5
추천수 :
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7.0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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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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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9. 파이스트 마을 (2)

DUMMY

“제가 당신을 못 죽일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렇다면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겁니다”

“그렇게 생각 안 해. 너희 검사 조합 놈들은 배신자들이니까”



“지영운 대신관님이 주셨습니다. 그리고 폴바드의 촌장님께 파편을 받았어요”

“나는 검사 조합의 조합장이자 이 곳 파이스트를 지키는 수호자이다”



“제가 여기로 넘어오고 헤어질 때 조형근 대장군님이 주셨습니다”

“모두들, 나가주시겠소?”







19.






파이스트 마을의 촌장이자 검사 조합의 조합장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

조용해진 공간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아저씨와 나는 한동안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공기가 주변을 가득 채우고 공허한 침묵이 피부 살갗에 와 닿는 것 같았다.

나는 조합장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조합장이 꺼낸 말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같이 있던 녀석은 같이 안 왔는가?”



같이 있던 녀석?

같이 있던 사람이라면.. 혹시 택규를 이야기 하는 건가?



“택규.. 얘기하시는 건가요? 밖에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왜 같이 안 들어왔지?”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혼자 가라고 해서..”

“..그런가”



이윽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조합장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녀석 마법사인가?”

“아! 네! 폴바드의 촌장님의 아들이에요”

“역시.. 그렇군”

“네?”



뭐지?

아는 사이인건가?



“..혹시 내 얘길 하진 않던가?”

“아뇨.. 아무것도 들은 건 없습니다”

“그렇군.. 자네 조합에 대해서 알고 있나?”

“..아뇨. 잘 모릅니다”

“일곱 가지의 직업군이 각각의 조합을 이룬 단체네. 그 중 하나가 우리 검사조합이지”

“아..”

“원래는 총 일곱 개의 조합이 있었다는 이야기네. 하지만 지금은 두 개밖에 남지 않았어”

“..두 개요? 왜요? 혹시 그 영귀들이 없앴나요?”

“..아무래도 그대도 아는 것이 좋겠군. 조합이 2개밖에 남지 않은 이유와 우리가 자넬 기다렸던 이유를”










직업군에 따라 강한 인물을 중심으로 몰려들어 생겨난 것이 바로 지금의 조합.

각각의 조합은 자신들이 가장 우월하다고 자랑하며 서로를 은근히 무시해왔다.

예를 들자면 검사들은 다른 마법사나 사제들을 무시했고, 그들 역시 우릴 무시했다.


그 일곱 조합의 우두머리들은 항상 자신의 조합이 최고가 되길 바라 정치적으로도 왕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그렇게 각각 조합의 세력을 넓히던 중 어둠이 세계에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5년 전.

그렇게 암흑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때 부활한 어둠으로 생긴 혼란은 낮과 밤을 뒤섞어 보랏빛 하늘로 만들었고,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왕과 왕의 군대가 있는 수도 라다브였다.

어둠이 다시 태어나고부터 이상해진 왕은 폭정을 일삼았고, 신하들과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반년정도 지켜보던 대장군 조형근은 결국 왕군을 이끌고 왕을 쳤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왕은 이상한 힘을 사용했고, 그 단 한명에게 수백의 왕궁 수호대는 전멸.

대장군도 목숨을 걸고 싸웠으나 참패였다.


그 때, 대신관은 대장군을 살려 수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왕은 점점 더 포악하게 변해갔다.



그 후로 다시 반년, 사라진 대장군과 대신관을 대신해 조합이 나서게 된다.

왕의 폭정 앞에 모든 백성들을 구하고자 뜻 있는 자들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시간만큼 길게 이어져온 조합의 창설 이래 모든 조합장이 모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자리를 만든 것은 마법사들의 조합장이었다.



“왕은 더 이상 우리의 왕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장군과 대신관도 실패한 일 아닙니까?”

“그 둘이 강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리 조합원 전원의 힘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일곱 개의 조합 중에 하나의 조합을 뺀 여섯 조합은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남은 여섯 개의 조합.

마법사 조합, 사도(사제) 조합, 무도가 조합, 예술가 조합, 궁수 조합 그리고 검사 조합.

세계에서 실력 있는 이들은 거의 다 모였다.

모든 힘을 한 곳에 집중해 왕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모두가 모였다.

점점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우린 피로 맹세를 했다.



당시 조합장이었던 나는 피의 맹세를 한 후 검사 조합으로 돌아와 조합장들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그건 쉽게 되지 않았다.


그 때에는 신원로와 장원로가 훨씬 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둘의 싸움은 극에 달했고, 장원로는 당장이라도 어둠을 치자는 쪽이었으며 강경하게 다른 조합까지 자신의 밑에 두자는 강경파 였다.

하지만 신원로는 우리만으로 불가능하다며 예언을 기다리자고 했다.

그런 둘을 보며 얘기했다.



“난 내 피로 맹세를 했소. 당장 전쟁을 준비하시오”



내 말을 듣는 것처럼 행동하던 신원로는 뒤에서 한 가지 계략을 꾸몄다.

마을 이곳저곳에 소문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전쟁은 모든 조합이 참가하지 않는다. 그 조합이 출전한 여섯 조합을 없애기 위함이다’

‘예언의 아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신탁이 내려왔다’

‘참전한 모두가 비참하게 죽어 검사라는 직업은 이내 사라질 것이다’

‘검사 조합의 자랑인 대장군마저 어둠에 처참히 패했다’

‘검사들이 최전방에서 싸우고 다른 이들은 후방에서 제대로 전투에 임하지 않을 것이다’



보랏빛 하늘과 함께 퍼져나간 소문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에 더욱 큰 타격을 주었다.

사람들은 극도로 두려움에 떨었고, 신원로의 뜻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이란, 언제나 약간의 틈만 있어도 사람을 갉아먹기 마련이니까.


결국 참가하기로 한 약조의 날이 와도 우리 검사조합은 움직이지 못했다.


피로 나눈 진한 맹세.

검사조합은 그 맹세를 깨고 참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섯 개의 조합이 전쟁을 일으켰고, 그 전쟁은 삼일 밤낮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합 연맹은 전쟁에서 대패했고, 살아남은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많은 영웅들을 잃었다.

그리고 마법사 조합의 부조합장이었던 김태룡 대마도사의 아들도 참가했단 소식을 들었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땐 씁쓸했다.


그렇게 어린 녀석까지 참전하는 전쟁에 우리 같은 검사들이 참가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참전하지 않는 것이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렇게나 강한 조합 연맹이 처참히 패배했으니, 더 이상의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나름이다.


그게 바로 예언의 아이.

옛날 악이 탄생했을 때처럼 예언의 아이가 세상을 구할 거란 이야기는 삽시간에 세계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우리 검사 조합은 사람들의 지탄을 받았다.

우리가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참아온 이유가 예언의 아이와 함께 싸우기 위해서였다.








“우린 그렇게 패전의 이유이자, 약속을 어긴 배신자들이 되었다”

“..그런 일이..”

“그래서 우린 마을을 견고하게 지키고 후학을 양성했다. 언제가 나타날 예언의 아이를 기다리며”

“...”

“그렇기 때문에 같이 온 그 아이에겐 미안하군. 전쟁을 몸소 체험한 그 녀석은 아마도 우리에게 오는 것이 정말 싫었을 거야”



조합장은 이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조합장의 얼굴에서 슬픔이 묻어나왔다.


지금까지 이들은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았을까..



“그 아이가 여기까지 예언의 아이를 데리고 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다”



조합장의 얘길 듣자 나는 다시 전투의 의지가 솟아났다.

그 되살아났다는 어둠은 정말 악의 끝판왕 같은 존재구나.



“..조합장님! 혹시 선화경의 파편을 가지고 계십니까?”“그래. 자기고 있다”

“혹시 그걸 제게 주시겠어요?”

“...”



그러자 조합장은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고심하는 듯 보였다.

이윽고 천천히 입술을 떼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 같군”

“네?!”

“이걸 네게 줄 순 없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저는 그 파편을 전부 모아야 해요”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주지 않으시는 거죠?”

“지금 그대에겐 필요가 없으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대가 조형근 대장군으로부터 검을 받았다. 맞는가?”

“네 맞습니다”

“그럼 그대는 검을 사용할 줄 아는가?”

“...”

“아는가 물었소”

“아니요”

“자신의 몸 하나도 지키지 못하는 당신이 어찌 세계를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제게는 선화경과 파편이 있으니”

“선화경만으로는 절대 어둠을 물리칠 수 없소. 분명!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일이 생길 테니”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파편만 모으면.. 어떻게든 어둠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검을 다뤄야한다고?

난 그 어렸을 때 태권도도 노란 띠 밖엔 안 땄는데..

검도는 무슨 하물며 스테이크에 칼질도 해본 적 없단 말이야.

게다가..

난 돌아가야 할 곳이 있어!!

얼른 파편을 모아 어둠을 없애고 백련의 최고 신녀에게 내가 살던 세상을 보내달라고 해야 하는데..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여들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없어요!”



나는 소리쳤다.

그러나 조합장은 눈 하나 끔뻑하지 않았다.



“시간은 중요치 않다”

“아뇨!! 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원래 있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면 더더욱 안 된다”

“...”

“이런 식이라면 그대의 죽음만 가까워질 뿐이니”

“..어떡해요”

“그대가 선화경을 다룰 수 있다고 해서 어둠이 그냥 물러가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를 따르는 인간들도 그대의 적이지”



..맞다.

조합장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나는 그라투스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인간과 싸워본 적이 없다.


폴바드에서 만난 남자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고 도적단의 두목 역시 제대로 싸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게 이 거울이 있다고 한들..

앞으로의 사람들과 전투에서 내가 제대로 이길 수 있을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대는 앞으로 여기서 기본적인 검술과 전투 경험, 그리고 생존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제가요?”

“그대가 준비가 되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파편을 주겠다”



..여기서 배운다면..

난 정말로 강해질 수 있을까?


진짜로 조연출이던 내가 신화처럼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걸까?



“들어 오거라”



조합장님이 말하자 문이 열리며 여인이 들어왔다.

나를 구해준 천ㅅ.. 아니 여자.


이다희.



“앞으로 그대에게 여러 가지 가르쳐 줄 전사요”



다희씨는 이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싱긋 웃어보였다.



“검은 다뤄봤죠?”

“..아뇨”

“그럼 여기까진 어떻게 오신 거예요?”

“..운.. 이랄 까요”

“뭐 운도 실력이니까 합격이라고 하죠”

“...”

“그럼 진짜 기초부터 해볼까요?”

“..네”

“각오하세요. 내일부터 혹독하게 가르칠 테니깐”



다희씨는 이내 미소 지었다.

그리고 내게는 지옥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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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파이스트 마을 (3) 20.07.04 23 0 14쪽
» 19. 파이스트 마을 (2) +1 20.07.01 2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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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라우르 마을 (3) 20.06.1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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