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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피디 님의 서재입니다.

넌의 아이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구름피디
작품등록일 :
2020.06.12 12:39
최근연재일 :
2020.07.25 11:5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9
추천수 :
28
글자수 :
150,730

작성
20.06.12 13:00
조회
69
추천
6
글자
11쪽

01. 새로운 곳으로

DUMMY

“정신을 차리거라”



웅장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의해 나는 그제야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진한 보라색이 감도는 하늘과 함께 모든 걸 재로 바꿔버리는 맹렬한 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윽고 투명한 얼음이 대지에서부터 돋아나 거대한 빙산마냥 솟구쳤다.

사방에는 비명소리가 가득했고, 정체모를 검은 것들이 먼지처럼 사라져가고 있었다.



“집중. 또 집중하거라”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음성.

하지만 그 목소리가 나오는 방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두 여인이 나타났다.


한 명은 맹렬히 피어나는 화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주황색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한 손에는 기다란 창을 들고 있었다.

다른 여인은 대지에 가득찬 냉기 속에서 서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단발에 연한 하늘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활과 화살을 들고 있었다.


어느덧 그 여인 뚤은 내 양 옆에 섰다.

그리고 타오르던 불꽃도, 굳게 서있던 얼음도 모두 사라졌다.

그 곳에는 어둠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젠 끝이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다른 여인의 목소리.

이윽고 검은색 긴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가 걸어나왔다.

그녀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살의에 가득 차있었다.


소름.

그리고 두려움.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치 바퀴벌레 수백마리가 내 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 나쁜 공포심을 느꼈다.


나는 그 무서운 눈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그 눈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 눈동자는 피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리고 두 눈에 가득 찬 원한이었다.


한 번 봤을 뿐인데도 사라지지 않는 잔상.

머리 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떠나가질 않았다.







‘위이잉-’



느껴지는 진동에 눈을 떴다.

온몸에 흐르는 식은땀이 흡사 가위와도 같았던 시간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이 꿈이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나서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위이잉-’


핸드폰이 계속 요란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늦었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01.









2020년.

인구수 77억이 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 지구.


200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며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이 존재한다.

남자 아이돌 그룹이었던 BT* 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K-Pop에 대한 위상도 높아졌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K-Pop을 통해서 한국이라는 곳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제는 웬만한 사람들은 ‘Korea'하면 안다는 바로 그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문명의 세계에서 나는 지금,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성찬씨!! 지금 제 얘기 듣고 있어요?”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

가슴팍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

화장기 없는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입술에만 틴트를 바른 여자.

마른 체형의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나랑 나이는 같지만 직장에서는 선배인 희빈씨다.



“도대체 내 말을 어디로 듣는 거예요? 아니, 듣고는 있어요?”

“..죄송합니다”

“하 참.. 말은 쉽지. 죄송하다면 끝나요?”

“..죄송합니다”

“맨날 죄송하다 죄송하다 말만 하지 말고 좀 실천을 해요 실천을!”



희빈씨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무한으로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대충 죄송하다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쉽게 넘길 것 같지 않다.


나는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다녀온다는 군대를 우수(?)하게 전역을 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전선에 뛰어들었다.

스물다섯이라는 어리다면 어리고, 많다면 많은 나이로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은 바로 방송 일이었다.

정글 같은 방송판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간신히 살아남고 있는 중이다.


무슨 일을 하냐고?

이름 있는 피디나 작가, 연예인이었다면 삶이 더 순탄했겠지만 나는 가장 밑에 있는 최하층 조연출이다.

(뭐 대부분은 조연출이라 쓰고 ㄴ..노예라고 읽지만..)

아무튼 나는 이 척박한 환경에서 박봉에 시달리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 봐 이것 봐, 내 말 또 허투루 듣고 있네?”

“..아.. 죄송합니다”

“도대체 죄송합니다만 몇 번을 하는 거예요?”

“...”

“아니 요새 조연출들은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요?”

“...”

“나 때는 안 그랬어. 이래서 피디 하겠어요?”



그렇게 시작된 ‘라떼는 말이야’.

이 사람은 자기도 피디 된지 얼마 안 된 3년차이면서 오늘도 나에게 갈굼을 시전했다.


항상 있던 일이라 그럴까?

어느덧 잔소리에도 내성이 생겼다.



"제가 이거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내 말 무시해요?"

"..아니요"

"대답 좀 빨리빨리 해요!! 아니 도대체 지금까지 뭘 배운 거야?"



어느새 혼나게 된 이유는 잊혀진지 오래고 지금부터는 내 태도에 대한 문제가 거론될 거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마 되지 않은 옛날 과거 때 이야기를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결국 20분 동안 잔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끝은 언제나 애매하기 일쑤였다.



“앞으로 똑바로 해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물론 욕 먹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늦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결국 가시밭길 같은 운전길은 지속 되었다.

2시간 여 달려서 도착한 곳은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야산이었다.

그렇게 출연자들과 희빈선배, 나는 산을 타기 시작했고 촬영이 이어졌다.

다시 2시간 정도를 산을 등반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인지 간만에 찾아온 휴식에 우린 그늘에서 그동안 흘린 땀을 물로 보충하고 있었다.

그때, 짜증 섞인 희빈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찬씨, 출연자 어디 갔어요?”

“네? 아까 옆에 있었는데”

“그걸 내가 몰라요? 지금 없잖아요 지금!”

“아.. 찾아보겠습니다”



난 결국 쉬다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들 틈으로 들어갔다.


아니, 낸들 어디 갔는지 알겠냐고.

금방 올 텐데 뭘 또 쉬고 있는 사람을 시켜서 찾게 만드는 거야.


난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주변을 수색했다.

하지만 사람은커녕 그 흔하던 모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분 여 주변을 수색하던 나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오는 방향에 있는 동굴을 발견했다.



“이런 곳에 동굴이 있네?”



난 난생 처음 본 야생(?)의 동굴에 약간 들떴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꺼내 동굴 사진을 찍었고 셀카를 찍었다.



“대박. 이거 바로 인O타 업로드 각”



그렇게 사진을 올리려던 찰나, 다시금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난 온몸을 휘감는 냉기에 살짝 몸이 움츠려 들었다.

그리고는 동굴 안 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도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을까?


나는 일하던 중임도 잊은 채 무언가에 홀린 듯 동굴로 한 발짝 다가갔다.

그 안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핸드폰에 플래시를 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안을 살펴보았다.


얼마나 들어온 것일까?


내가 지나온 길 끝에 빛이 보였다.


이 동굴 생각보다 깊은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살피던 나는 벽면 한편에 무언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마치 상형문자처럼 보였다.

간결하게 쓰여 있는 한 줄의 그림 같은 것.


혹시?

이게 고대문자 뭐 이런 건가?

그럼 내가 여길 처음 발견한 것 일수도 있는 거 아냐?


대박!!

이건 찍어야 된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던 그 순간, 다시금 서늘한 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쳤다.

그로 인해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렸고, 시야는 암흑같이 변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내게 보이는 것은 멀리서 나오는 희미한 빛 밖 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희미하게나마 앞이 보인다는 점과 길이 외길이라서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핸드폰이었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고 2년 약정이 걸려있다고!!!


나는 몸을 숙인 채 땅바닥을 연신 뒤졌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계속 핸드폰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


아 안 된다고!!

내 핸드폰!!


그렇게 십여 분을 뒤져보았으나 나오는 건 없었다.


큰일이다.

진짜 큰일이다.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핸드폰도 잃어버리고 희빈선배한테 엄청난 잔소리를 폭풍처럼 듣게 생겼다.


어떡하지?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핸드폰은 보이질 않았다.

결국 체념하고 동굴을 나가려고 빛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빛을 향해 걸어나갔지만 출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걸어 들어왔나?

희빈선배가 또 한 소리 하겠네.


나는 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계속 빛을 향해 걸어 나갔다.

입구에 다다를수록 빛의 세기는 진해졌다.

그리고 밖을 나왔을 때,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빛이 너무 밝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찡그렸던 눈을 다시 뜬 나는 당황했다.


보라색의 하늘.


오늘 꿈에서 보았던 것 보다는 약간 연하지만 분명히 꿈에서 본 하늘의 색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상한 점은 바로 보였다.


그것은 바로 내가 나온 이 곳이 숲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분명히 산 속에서 촬영을 하고 있던 나는 숲 속에 있는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간 것인데 동굴을 나와 보니 이 곳은 숲이 아니었다.

허허벌판에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함.

모래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사막이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혹감에 휩싸여 있는 그 순간,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그 인기척에 바로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에는 왠 남자가 서있었다.


18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키에 다부진 체형.

구릿빛 피부와 함께 갑옷(?)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입고 커다란 칼을 차고 있는 남자.


뭐야?

코스프레 하는 사람인가?


그 사람이 풍기는 요상한 기운에 괜히 움츠려 들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이내 입을 열었다.



“드디어.. 드디어 때가 온 건가!!”

“..네?”

“넌님이 드디어 우리의 간절함에 응답하신 건가!!!”

“..네?”

“잘 왔다.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 에필로그 : 태초의 검(신) ‘넌’ ]






아, 검이시여!

아둔한 인간의 머리로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는 존재이시여!


이 세상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때.

모든 것의 ‘시초’이자 ‘시작’이신 위대하신 분이여.


모든 것이 무(無)였던 시절, 갑자기 나타난 ‘넌’이시여.

그대는 후에 태초의 검으로 불리게 되었으나 그것은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일 뿐.

전지전능한 존재이자 검들의 검이신 진짜 검이시여.


그대가 태어나서 이 세상은 존재하는 것이며 시간과 공간을 만드신 창조주시여.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팽창하는 우주의 주인이시여.


그대의 일부이자 그대의 자식 같은 삼대신(三大神) 별과 달과 태양과, 그 별과 달과 태양이 빚어낸 십이신(十二神)이 지배해온 열두 달.

그 모든 곳에 축복을 내리시니 생명을 가진 모든 자들 그대를 따르고 따르나이다.


태초의 검 ‘넌’이시여,

어둠이 창궐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더라도

그대는 이 세상 만물에 축복을 가득히 내려주시옵소서.







*검 : 귀신 또는 신. 순우리말.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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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파이스트 마을 (4) 20.07.09 18 1 13쪽
20 20. 파이스트 마을 (3) 20.07.04 23 0 14쪽
19 19. 파이스트 마을 (2) +1 20.07.01 25 2 11쪽
18 18. 파이스트 마을 (1) 20.06.23 2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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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라우르 마을 (2) 20.06.14 25 0 16쪽
12 12. 라우르 마을 (1) 20.06.14 2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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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죽은 숲 (1) 20.06.14 26 0 16쪽
9 09. 폴바드 마을 (5) 20.06.13 29 2 14쪽
8 08. 폴바드 마을 (4) 20.06.13 27 1 16쪽
7 07. 폴바드 마을 (3) 20.06.13 26 0 11쪽
6 06. 폴바드 마을 (2) 20.06.13 31 1 10쪽
5 05. 폴바드 마을 (1) 20.06.12 30 1 19쪽
4 04. 잊혀진 유적지 (3) 20.06.12 30 1 13쪽
3 03. 잊혀진 유적지 (2) 20.06.12 34 1 12쪽
2 02. 잊혀진 유적지 (1) 20.06.12 3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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