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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바람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의 3학년 1반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유모세
작품등록일 :
2016.05.20 00:19
최근연재일 :
2016.07.30 01:13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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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136,854

작성
16.06.0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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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모든 것은 고3이란 이름으로 용서 받을 수 있다

DUMMY

모였다 하면 장난치기 바쁘고, 장난 안 치면 떠들기 바쁘고, 떠들다 지치면 다시 장난으로 돌아가는 3학년 1반의 개구쟁이들 중에도 성향이 점잖고 진지한 아이들은 있다.

아마도 장래에 대해 가장 명확한 방향을 잡아놓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편이 아닐까 싶은 지금 이 자리의 일곱 명 학생들은, 거실로 모여서 소파 또는 바닥에 앉은 채 한창 연기 연습에 몰두해 있는 남학생 두 사람을 바라보며 메모를 하고 동영상을 찍어 체크를 하고 있다.

연기 중인 두 남학생은 각자의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다. 친구들의 시선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두 학생은 각자 분노하기 직전의 표정, 그리고 우울해하는 표정이 되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는 중이다.


“오랜 벗으로서, 내가 자네에게 할 말은 이것뿐일세. 날 속이려 들지 말게. 자네가 나를 또한 벗으로서 생각해 왔다면, 내게 해줄 수 있는 일은 하나야. 진실만을 말하게. 자네의 명예와 영혼을 걸고, 그 추잡한 시기와 모함으로 나를 저 밑바닥 구렁텅이로 떨어뜨린 것은 결코 자네의 본의가 아니었다고, 그 입으로 직접 해명해달란 말이네.”


우울해하는 표정의 남학생이 정말 간절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상대 남학생은 얼굴 가득 담고 있는 분노를 터뜨리듯 활화산과도 같은 기세가 되어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내가 자네에게 해야 할 해명 같은 건 없어! 모든 게 다 자네 탓이니까! 자네를 벗으로 생각하냐고? 물론 그렇다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건대, 결코 내게서 이 이상의 공정성을 기대하지는 말게나! 자네가······!”


거기서부터 잠깐, 남학생의 표정에 난감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는 재빠른 임기응변으로 여전히 화산 같은 그 기세를 이어나갔다.


“······점심으로 시켜놓은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놓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 우리의 영주께서, 그리고 그 분을 충실히 따르며 이 도시를 견양하는 모든 이들이, 의심의 여지없는 찍먹파라는 걸 알고도 자네는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나! 우리는 벗이지. 오래된 벗이야. 그러나 공 앞에서는 사를 죽여야 하는 법, 부먹 하나 때문에 파벌이 나뉘어진 지금 상황에 내 어찌 벗이라는 이유로 자네의 입장을 살펴 봐줄 수 있다는 것인가!”


대사를 까먹고 임기응변으로 때운 대사라고는 하지만 어긋나도 너무 어긋났다. 슬슬 민망해하기 시작한 친구의 입장을 생각해서인지, 다른 남학생은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은 채 태연히 자신의 대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벗이여, 이것은 자신의 고귀함만을 드러내고 다른 이의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는 자들의 오만하기 그지없는 자기 과시나 다름없는 일일세. 부먹 또한 엄연히 탕수육을 먹는 방법 중의 하나, 그 소수의 입장을 존중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반역자의 누명을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영주께서 내세우고 우리 모두가 협의한 법의에 어긋나는 일이었어. 그것을 어긴 이상 나는 재판관으로서 공정한 판결을 내렸을 뿐, 어찌 그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단 말인가.”


재판관 역할의 남학생이 엄숙한 목소리로 재판의 종료를 선언했다.


“죄인 이재성은 영주의 허가 없이 자신만의 판단으로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 퉁퉁 불게 하였고, 이로 인해 영주와 휘하의 가신들의 귀중한 한 끼 식사를 무의미하게 만들었으므로, 피해자들에게 탕수육 대짜 하나와 군만두를 주문해 배상할 것을 선언한다.”


말한 본인, 듣고 있던 상대, 그리고 구경하던 친구들까지 웃게 만드는 엉뚱한 NG가 끝이 나고 동시에 장면 하나가 끝난 듯, 여기저기서 심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판사에게 엉뚱한 판결을 받은 죄인, 이재성이 장난으로 주먹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야, 돈 없어. 가난한 고3한테 탕수육이랑 만두를 바래, 지금?”


180정도로 훤칠한 키, 깔끔하게 다듬은 커트머리와 선이 잘 잡히고 잘생긴 얼굴의 소유자다.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27번 이재성. 장래희망인 연극배우를 꿈꾸며 좌절감 깊은 고3 시기를 이겨나가리라 다짐한 꿈 많은 소년이다.


“판결은 너 혼자만 돈 내서 시키는 걸로 나왔지만 실제론 우리가 조금씩 모아서 사는 걸로 하자.”


재성의 상대역으로 판사를 맡았던 소년이 넉살좋게 웃어 보인다.

이쪽도 재성 못지않게 인물이 훤하다. 잘생긴 얼굴도 얼굴이지만 인상 자체가 순수하고 착하게 보이는 게 귀염성이 있어서, 그런 걸 좋아하는 여자들에게는 취향적격이 아닐까 싶다. 키도 재성과 비슷하게 큰 편이고, 연기에서 보였던 불 같은 면모와 달리 실제의 언행이 사근사근하고 얌전해서 마치 소녀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12번 박승빈. 재성과 달리 연극배우를 희망하는 건 아니지만 취미로 하는 연극은 좋아하는 편이다.


“승빈이도 재성이도 연기 진짜 잘한다. 난 아무리 해도 연기력이 잘 안 늘어서 걱정인데.”


그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여학생들 중 하나가 아쉬워하는 소리를 했다. 고등학생으로서는 수준급인 재성과 승빈의 연기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워하는 것이었다.


“이런 게 혹시 재능의 차이일까?”


풀이 죽은 듯 보이는 이 여학생은 교복만 같은 고등학교일 뿐이지, 다른 여학생들과 비교하면 매우 어려 보인다. 덩치도 작고 가녀린데다, 얼굴 또한 아이처럼 동글동글해서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수준이다.

무척 귀여운 외모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대로 옷 갈아입고 거리에 나서면 그 누구도 고등학생이란 생각을 못할 정도라는 건 본인에게 있어 매우 큰 고민이 될 것 같은,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10번 문혜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 지금껏 오디션도 몇 번 봤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어려보이는 외모 탓에 볼 때마다 미끄러진 전적을 가진 꿈 많은 소녀이다.


“혜나는 연기 쪽에 관심 가진 지 몇 년 안 됐으니까 아무래도 당장은 재성이나 승빈이 따라가기가 어렵겠지. 하나는 초등학교, 하나는 중학교 때부터 연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혜나를 달래주듯 옆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털털해 보이는 말투와 목소리만큼이나, 외모 또한 별 신경을 안 쓰고 다니는 듯하다. 크고 두꺼운 안경에 대충 땋아 늘어뜨린 머리가 다소 촌스러워 보인다.

교복도 처음 맞췄을 때의 다소 펑퍼짐한 느낌을 손보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헐렁헐렁한 그 느낌이 촌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날씬한 편이지만 그게 딱히 장점으로 보이지는 않는, 그런 특징 없고 무난한 외모.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2번 구효신.

외모 신경 안 쓰기로는 1반뿐 아니라 학교 여학생들 전체를 따져도 상위권에 들어갈 것이다.


“난 너희들 볼 때마다 신기해. 연기할 때마다 꼭 다른 사람 보는 것 같아.”


이번에는 같이 앉아 있던 남학생 하나가 재성과 승빈을 향해 웃어보였다.

재성과 승빈처럼 이쪽도 인상이 뚜렷하다. 잘생긴 쪽으로.

재성이 착실한 모범생, 승빈이 귀염성 있는 소년계라면, 이쪽은 반항아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 외양이다.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에 조금 사나워 보이는 인상의 와일드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하는 말이나 목소리는 생긴 것과 다르게 참으로 점잖고 부드러웠다.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4번 김근호.

외모와 성격이 전혀 딴판으로, 겉만 보기엔 양아치 내지 일진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내성적이고 소심하기 그지없는 평범한 남학생이다. 보기와 다르게 공부도 상위권이고 주말이 되면 틈틈이 부모님의 치킨가게에서 배달 일을 돕는 효심도 지닌 모범생이다. ······생긴 것과는 전혀 다르게.

연극에는 별 취미가 없고 연기도 잘 모르지만 친구들이 그쪽 분야에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걸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으며, 또 비록 문외한이지만 보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들려주기 위해 이렇게 일부러 따라온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심성도 매우 착한 녀석이다.


“재성이도 승빈이도 모두 수고했어. 물 한 잔씩 마셔서 목 좀 축이고, 특이사항 체크해뒀으니까 둘 다 확인해봐.”


근호의 옆에서는 다른 여학생 하나가 동영상으로 남겨 놓은 승빈과 재성의 연습자료를 돌려보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노트에도 몇 줄씩 메모가 되어 있는 것이 매우 본격적으로 보인다.


“대사를 까먹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것 좋은데 단어 선정 센스가 너무 개그였어. 인정하지?”


여학생은 방금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승빈과 재성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승빈이 대답했다.


“그래도 즉석 연기치고는 괜찮았잖아.”

“물론 괜찮았지. 그러니까 다음에는 대사 잊어버리지 않게 좀 더 집중해보자.”


여학생이 승빈과 주고받는 대화가 어째 심상치 않게 훈훈한 분위기를 풍긴다.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32번 차수아.

단정한 보브 컷의 모범생 같은 인상이지만 몸 군데군데의 적당한 볼륨감 덕에 꽤나 색기가 감도는 분위기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특히 승빈에게 비중을 많이 둔 칭찬의 분포와 그 의미를 보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 현재 박승빈에게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를 향해 자신을 어필하려 노력 중인 사랑을 하고자 하는 소녀. 하지만 정작 승빈은 그녀에게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사랑보다 실연의 아픔을 겪는 게 더 빠를 지도 모르는 위태한 입장의 소녀이기도 하다.


“방금 건 그래도 대사가 있고 장면을 설정해뒀으니까 임기응변이 가능했지만 즉홍 연기였다면 힘들었을 거야. 대사와 단어 선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좀 있을 것 같은데.”


차수아와 함께 동영상를 체크하고 메모를 하던 마지막 남학생의 담담한 지적이 들려왔다.

이재성, 박승빈, 김근호라는 세 미남의 옆에 나란히 서있으니 어쩔 수 없이 외모적으로는 많이 평범하게 보이는 학생이다. 하지만 목소리 쪽에서는 그들 셋보다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뉴스 아나운서들 특유의 미성과 또박또박한 발음을 듣는 것 같다.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 출석번호 1번 고성진. 장래희망인 아나운서를 이루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노력 중인 성실한 학생이다. 외모도 아나운서에 어울리게 선량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일 것이다.


“이 참에 아예 대본을 수정하자. 오리지널 시나리오니까 최대한 보강을 해야지.”


고성진의 그러한 제안에 재성도 승빈도 군말없이 다가와 앉았다.

방금 전의 연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주인공이 불공정한 재판에 대해 항의하는 장면을 일부 표현한 것이고, 전체 시나리오는 형을 받고 옥살이를 하는 동안 합법이라는 명목 하에 저지르는 횡포와 그 모순에 대해 한탄하는 내용이다.

복잡한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잘 녹아드는지, 필요하거나 추가할 요소, 쓸데없거나 배제해야 할 요소에 대해 모두가 토론에 들어갔다.

오디션이나 면접을 보기 위해 구상한 작품은 아니다. 그저 평소에 이렇게 매일매일 해줘야 공부가 되기 때문에, 이쪽 업계로 나갈 생각을 일찌감치 품고 있는 재성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른 친구들 역시 좋은 취미이기도 하고.


“근데 재성아, 탕수육은 언제 시킬 거야?”


그리고 탕수육 판결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는지 승빈이 웃는 얼굴을 유지한 채 재성을 돌아보았다.


“진짜 돈 없다니까. 수중에 2천 원이 다야.”


주머니를 뒤집는 시늉을 하는 재성을 보고, 근호가 잠시 일어나 주방 냉장고에 붙어 있는 전단지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돌아왔다.


“탕수육 세트 메뉴 시키려면 우리가 2천 원씩 만 4천 원이면 되겠던데.”

“그 세트 메뉴 하나로 우리 일곱이 나눠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잖아.”


재성의 지적을 받자, 근호 또한 인자하게 웃는 얼굴이 되어 말했다.


“근데 재성이 너, 우리 집 치킨 전단지는 안 붙여놨더라?”

“미안하다, 실수로 버렸다.”

“내일 한 장 가져다줄게. 잊지 말고 붙여놨다가 자주 좀 시켜.”


연극얘기 하다 말고 먹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혜나가 은근히 배를 감싸며 말했다.


“배고프기는 하다. 우리 점심도 안 먹고 아까부터 계속 이러고 있잖아.”


혜나가 하는 말대로, 반 내 TV 또는 무대 출연 지망생들은 학교 끝나고 재성의 집에 모여서 연습시간을 가진 내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있다. 너무 열중해 있으라 배고픈 것도 잠시 잊어버려서였다.

이제 그 지적을 받고 새삼스레 깨우치게 되자,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극심한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돈 모아서 탕수육 시키는 것도 좋지. 재판에서처럼 부먹과 찍먹으로 나뉘고 싸우지만 않게 된다면.”


혜나의 말을 들은 효신이 걱정스럽다는 듯 친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린 오래된 사이라 서로가 서로의 취향을 잘 알잖아. 여기 모인 일곱 중 남자는 모두 부먹, 여자는 전부 찍먹. 밥 먹다가 성대결로 넘어갈 위험이 큰데.”

“그리고 얼마 안 되는 탕수육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싸우겠지. 우리 예전부터 먹는 문제에 한해서만은 종종 이러지 않았나?”


동의하듯 수아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탕수육을 시켜 먹는 일에는 문제가 없으나 그것을 나누는 행위에서 다툼이 일 거라는 경고와 예측이 너무도 으스스해 모두가 잠시 입을 다문 순간, 집 주인의 권한으로 재성이 말했다.


“탕수육 말고 다른 건 어떨까?”

“만 4천 원으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거야?”


승빈의 물음에 재성은 잠깐 일어나 주방 전기밥솥의 내용물 잔량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으며 진지한 목소리를 내었다.


“마침 우리 집에 다른 건 없지만 찬밥이 좀 남아있는 게 있어. 이걸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배부르게 먹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 말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성진이 헛기침과 함께 약간 엉뚱하게 들리는 말을 시작했다.


“네, 지금 막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습니다. 학교 옆 마트에서 현재 할인행사 품목으로 6개들이 라면을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현장의 황예린 아나운서 연결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황예린 아나운서?”


스마트폰을 영상통화로 바꿔 놓은 성진이 화면을 친구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돌려놓았다. 그러자 거기서 머리를 올려 묶은 여학생 하나가 볼펜을 마이크처럼 쥔 채 매우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 네, 현장의 황예린 아나운서입니다. 오늘 오후 1시부터 학교 옆 할인마트에서 6개 묶음 라면을 3천 3백 원이란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현재, 소득이 저조한 학생층을 대상으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마트의 당일 주가가 30퍼센트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주 소비층은 충주 중앙고 3학년 1반의 학생들이며 이들은 각각의 돈을 모아 많은 수의 물품을 구입함으로서, 충주 시 용산동 지역경제는 오늘 하루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맨 마지막에 헛기침을 덧붙여 분위기를 바꾼 화면 속의 여학생, 황예린이 평소의 말투로 돌아와 친구들에게 당부했다.


[ 너희들도 생각 있으면 와서 라면 사가. 다른 애들도 여기 다 와 있는데, 윤비랑 시연이네 집에 가서 라면 파티할 거래. ]


성진은 그쯤에서 통화를 끊었고, 재성은 다시 일어나 주방에서 찬밥을 챙기기 시작했다.


“만 4천 원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


그리고 다른 모두 역시 군말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때 찬밥을 박박 긁어 챙기는 재성을 보고 효신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집에서 찬밥 챙겨갈 필요까지는 없잖아? 윤비네 집에도 있을 텐데.”

“걔네 집 재벌가잖아. 재벌가에서 찬밥 남기는 거 봤어?”


이내 밥풀 하나 남김없이 박박 긁어내 도시락통에 챙겨들고, 재성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집에 찬밥 있을 때 라면국물을 한 방울이라도 남기면 죄악이기 때문에.”


그리고 바로 현관으로 나가며 엄숙하게 뒷말을 이었다.


“나는 오늘 이 찬밥을 남김없이 먹어치워 죄로부터 벗어날 것이야.”


안 어울리게 비장한 말투가 나왔지만 라면 먹고 밥 말아 먹자는 것에는 달리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말없이 2천 원씩을 내 자금을 맞추고, 재성의 집을 나와 학교 옆 마트로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기만 할뿐.


작가의말

이제 조금 있으면 3학년 1반 아이들이 다 모일 것 같습니다.
라면으로 통일 이룩할 것 같은 기세의 이 아이들, 다 모이면 무슨 카오스가 펼쳐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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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집에 찬밥 있을 때 라면국물을 한 방울이라도 남기면 죄악이기 때문에 16.06.03 184 1 20쪽
4 그래서 스트레스 해소라는 핑계를 단 자연스런 폭식 준비. +2 16.05.28 18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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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실 청소와 김말이의 상관관계 +2 16.05.21 248 2 12쪽
1 오늘부터 고3 16.05.20 25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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