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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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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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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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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2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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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비밀의 열쇠

DUMMY

들어가보니 술도 팔고 중국음식도 파는 바 같은 식당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술집 겸 식당.


특이하게도 바깥 쪽에 있는 바는 미국식으로 바텐더가 있고 당구대도 있었다. 미국식으로 돈을 넣으면 음악이 나오는 주크박스 기계가 있고 오래된 버드와이저 맥주 브랜드 네온사인들이 안에 걸려있었다. 바에는 주로 백인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중국인은 몇 명 없었다. 중국인이 최근에 매장을 인수한 것 같았다.


내 관심을 끈 곳은 바를 지나 홀 같은 구조의 안쪽 공간이다. 붉은 테이블 보에 쌓인 원탁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중국식 식당이었다. 이곳에는 동양인들, 아마도 중국인들이 테이블을 꽉 채우고 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고 그안에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또 그 담배연기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허. 이 무슨 호떡집에 불난 것도 아니고. 그너저나 아직도 건물내부에서 담배 필 수 있는 곳이 있네. 검사 나오면 다 걸릴텐데.”


내가 따라들어왔던 그 중국인은 바로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기까지 따라 들어갔다가는 바로 의심받을 것 같아 밖에 바에 자리를 잡았다.


건물 자체는 허름한 외관을 보였지만 바 안에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한웨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바에 앉아 있는 나에게 그리 신경쓰지 않고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당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달리 여기서는 조용조용히 얘기를 한다.


주문을 받는 바텐더도 있었다. 바텐더는 중국인이 아닌 백인이었다. 지긋한 나이의 중년 남성.


“뭘 드릴까요?”


“병맥주로 주세요. 버드와이저.”


생맥주도 있었지만 안전하게 병맥주로 했다. 그리 깨끗해 보이는 곳은 아니었다.


주변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통해 회사에 대해 좀 알아볼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자리에 바로 앉는다.


“안녕하세요. 미스터 슈"


바텐더가 깍듯이 그에게 인사를 했다. 아까 회사앞에서 소리를 지르던 그놈, 내가 따라 들어왔던 그놈이었다.


“나도 버드와이저 병으로 하나 줘봐.”


가까이서 보니 떡진 머리에, 허름한 복장. 생긴 건 딱 대륙에서 비행기 타고 온 지 한 달도 안돼 보이는데 영어를 잘했다. 발음이 네이티브 수준.


미스터 슈라는 놈이 병 맥주를 받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여기 이 동네에서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렇게 말하며 나를 아래 위로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생긴거와 달리 날카로운 놈이다.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위협을 느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선 먹고 들어간다는데. 지금 여기서 이 놈이랑 싸워서 좋을 것이 없는데···’


“아. 친구를 만나러 이곳에 잠깐 온 겁니다.”


“그래요. 어디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어요.”


여전히 기분나쁜 눈빛으로 나를 관찰하고 있다.


“친구 이름이 뭐지? 난 이 도시 사람들을 거의 다 알고 있는데.”


‘별 황당한 놈 다 보겠네.’


“하하하. 농담을 잘 하시는군요. 제 친구 이름은 브랜든 놀란입니다. 알아요?”


놈은 웃지 않았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답을 했다.


“브랜든은 모르겠군. 놀란은 아는데. 제임스 놀란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


“그러시겠죠. 뭐 세상 모든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요.”


그렇게 말을 끊고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별로 할 말이 없으니 이 놈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놈은 집요했다.


“솔직히 말해봐. 여기 왜 온거지?”


뜨끔했다.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지금 시비거는 거요? 설마 혼자 술마시러 온 외지인을 괴롭히려고 지금 거기 앉아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런 바에서 싸움질 하기엔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데··· 별로 잘 할 것 같지도 않고···”


놈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봐요. 내가 이미 말했잖아요. 나는 내 친구 브랜든 놀란을 여기 이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놈은 아무말이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이 새끼도 싸가지가 딱 우리 회사 왕서방이네.’


그냥 무시하고 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쫓아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도 같이 노려봤다.


‘어쩔 수 없지.’


이 상황에서 물러날 수 없었다. 눈을 피하면 나를 더욱 의심하거나 좀더 과격한 행동을 할 것이 분명했다.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놈이었지만 지금 자기 동네라고 맘껏 위세를 부리는 것이다.


‘아오. 이거 붙으면 딱 10초 꺼리도 안되는 놈인데··· 요즘 몸도 풀렸겠다 근질근질한데 이놈도 한번 손 좀 봐줄까.’


그 때 누군가 다가오더니 그 놈의 어깨를 툭 치면서 귓속말을 하고는 담배연기나는 식당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나를 잠시 더 노려보더니 이 놈도 바에서 일어나 식당 쪽으로 들어간다.


‘휴우~ 짜아식. 깜짝 놀랐네. 보기보다 빠꼼이네. 날카로웠었어.’


저 식당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가만 보니 두 명의 중국인 남자가 입구를 지키며 아는 사람만 들여보내고 있었다.


“저 안에서 무슨 도박이라도 하나. 분명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들어가 본다냐.”


자리에 술값과 팁을 놓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이 생각보다 깨끗하다. 벌금이라도 한번 먹었나.”


천장도 예상보다 깨끗했다. 이런 건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비가 새면서 천장에 얼룩이 지는데 여긴 그런 것이 없었다.


* * *


[5시간 후]


“어이구 허리야. 다리에 감각이 없어. 어깨도 안 움직여.”


너무 오랫동안 어둡고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하아. 원래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다가 보니 천장에 반쯤 열려진 공간이 보였다. 오래된 미국 건물들 중에는 이런 형태로 사다리를 내려 윗쪽 공간을 창고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된 것들이 있다. 다만 여긴 사다리는 없었다. 하지만 옆에 놓여 있던 의자를 이용해 밟고 일어나 천장을 밀어올려 보니 열렸다. 그리고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천장과 지붕 사이에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가지만 거기에 들어가 엎드려 봤다.


“그런대로 있을만 한데.”


심각한 착각이었다. 처음엔 그런대로 있을 만 했지만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몸이 버티질 못했다. 나가지도 못했다. 몰래 나가려 할 때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것이다.


“아 괜히 며칠 전에 미션임파서블 영화는 봐가주구.”


괴로워하다 잠이 잠깐 들었다. 아니 기절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깨어보니 이제 새벽 3시.


이제야 취객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는지 음악소리도 나지 않고 조용해졌다.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왔다. 감각이 없던 발을 주무르며 화장실 문을 열고 밖을 봤다. 혹시나 사람이 있다면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잠든 척 연기를 하면 된다.


밖은 어두웠다. 희미한 조명이 있었지만 영업이 끝난 것은 확실하다.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시끌시끌 했던 식당 쪽도 이제는 조용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몇 시간 전 미리 봐둔 의심이 가는 곳이 있었다. 식당 한 켠에 문이 있고 문을 열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나를 거의 괴롭힘의 수준으로 경계하던 그 미스터 슈 라는 중국놈이 이 계단으로 올라가던 것을 유심히 지켜봤었다.


내가 이곳에 관한 문서를 훔쳐봤을 때 당황하던 데니스 왕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분명 이곳 카슨 시티가 중요한 곳이라는 걸 느꼈었다. 어쩌면 나를 부정거래로 옭아매려는 조셉 스텐튼의 음모와도 이곳이 관련이 있을 지 모른다.


회귀한 이후 달라진 것중 하나는 이상하게 몸과 정신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 것이다. 촉이 살아났다고 해야 하나. 강렬하게 느낌이 오는 것은 거의 모든 경우 예상대로 맞아 떨어졌다. 회귀한 이 후 내 촉은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강하게 그 느낌이 온다.


‘여기 분명 뭔가 있어. 촉이 와.’


계단 위로 올라가니 작은 사무실이 있었다. 문이 닫혀 있지만 그 안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드르렁. 컥. 드르렁


자세히 들어보니 누군가 코를 고는 소리.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우렁차게 코를 고는 소리가 벽을 울리며 커졌다.


“어휴 술냄새.”



술냄새와 입냄새가 섞인 악취가 방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술냄새의 진원지는 소파. 그리고 그 위의 거대한 사람.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사람은 처음 보는 비대한 몸집의 중국인. 얼핏봐도 키가 190 정도는 되고 위로 말려올라간 누런 티셔츠 아래로 배가 산처럼 나와 있었다. 체격이 커 누워있는 소파의 공간 모두를 차지하고도 신발이 벗겨진 다리 한쪽은 바닥으로 내려져 있었다.


주방에서 일을 하는 듯 하얀 요리사복이 소파 아래 던져져 있었다. 더러운 얼룩이 많이 져 있지만 원래는 하얀색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소파 옆의 테이블에는 반쯤 마시다 만 칭다오 맥주병이 남아 있었다.


살금살금 소파 쪽으로 들어갔다. 목표로 하는 것은 책상과 그 옆 캐비넷.


– 캐켁캑.


바로 옆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코골던 것을 멈추더니 소파 위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흐익"


깜짝 놀라 멈춰 섰다.


하지만 놈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먹던 것이 걸리기라도 했는지 켁켁대며 가슴을 주먹으로 몇번 치고 트림을 하더니 다시 소파에 눕는다.


“깜짝이야. 자식. 잠꼬대였잖아.”


– 쩝쩝. 쩝쩝.


눈을 감은 채 계속 입맛을 다시다가 뭐라고 중국말로 중얼거린다.


다시 시작되는 우렁찬 코골이.


– 드르르릉. 드르르릉


“정말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구나.”


놈의 잠자는 모습을 살피며 조금 기다렸다가 책상과 서류더미가 있는 곳으로 살살 소리없이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여러 종류의 신문들, 먹다 남은 과자, 메모지, 영수증 등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책상의 서랍 안을 뒤져봤다. 탁구공과 라켓들이 나왔다. 그 외에도 필기도구와 별로 쓸데없는 것들이었다.


“여긴 별 거 없고.”


책사 옆에 있던 캐비넷 서랍을 열어봤다. 아래쪽 서랍 안에는 붉은색 배경의 팜플렛들이 여러 종류 있었다. 구정맞이 중국 문화행사에 관한 안내문 같은 것들이었다.


윗쪽 서랍은 잠겨져 있었다.


“책상 서랍에 열쇠들이 있었지. 여기에 맞는 것 같은데.”


책상 서랍의 열쇠를 넣어 돌리니 열린다.


이 서랍은 뭔가 달랐다. 이제껏 열었던 서랍들은 온갖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었지만 이 서랍만은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서랍은 주인이 다르거나 관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비싸보이는 금장식이 되어 있는 주판, 옥으로 만든 것 같은 팔찌, 몽블랑 만년필도 있었다.


게다가 백 달러짜리 현금 다발이 십여 개 있었다.


“뭔 돈이야 이게.”


하지만 돈 보다 더 내 눈길을 끈 것은 낡아보이지만 금박장식이 있는 장부. 그것을 조심스레 서랍에서 꺼내왔다. 꽤나 두텁고 무겁다.


“어어. 이건 뭐야? 흐음. 이게 바로 내가 찾고 있던 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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