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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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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46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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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5.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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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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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4-역시나 또

DUMMY

“가능성은 적지만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져 수천만명의 미국인들의 예금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굳이 맨하탄 상업은행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도록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준 이사회 이사진들은 한때 경제학자 출신들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기업인들 위주로 채워졌다. 각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통령과 현 연준의장의 입김때문에 지금은 기업인들이 대부분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들이 사회전반적인 밸런스에 관심을 갖는 반면 기업인 출신들은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을 증진하는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그럼 맨하탄 상업은행의 투자를 승인하는 것으로 결정하겠습니다.”


논의는 그리 길게 진행되지 않았다.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쪽으로 투표결과가 나왔다.


이번 일을 물밑에서 작업했던 연준의장 데이비드 브랜슨 덕분이다.


그는 미리 연준 이사진들을 포섭해 뒀었다. 이사진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맨하탄 상업은행의 아더 클랜츠가 얼마나 신중한 인물인지, 그리고 이번 인수합병 건이 결국 미국경제에 큰 이득을 준다는 내용을 설파하고 다녔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아스왈과의 전화통화 후 긴장이 풀린 나는 로버트슨의 로펌 사무실에 앉아 있기 힘들어졌다.


로버트슨이 자리 지키라고 했지만 그런 말 들을 군번도 아니다.


‘아니면 어쩔건데?’


사실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가 없었다. 여유로운 듯 연기를 했을 뿐 아스왈과의 통화에 내 모든 것을 집중했었다. 그 일이 끝나며 극도로 지쳐 졸음이 몰려왔지만 아직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도 오지 않았다.


충전이 필요했다.


‘바람이나 쐬러 가야겠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마리아. 이사벨라는 이제 그만 만날 생각을 하니 정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마리아가 생각났다.


‘지금 사무실에 있겠지?’


내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니 자리에 있었다.


“마리아 잠깐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일때문에 찾았다고 말하면 괜찮을거야.”


“그러죠.”


‘어라? 이렇게 쉽게?’


그새 벌써 풀어진 것인지 오늘 기분이 좋은 것인지 이상할 정도로 순순히 승낙한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건가? 왠일이지? 그냥 오케이하네.”


근처 한국음식집으로 데려갔다. 갈비를 좋아하고 거의 모든 한국음식을 잘 먹는다. 이 식당은 한국식으로 방도 따로 있어 편안한 곳이다.


“요즘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길래 사무실에도 들어오지 않으세요?”


요즘 며칠 동안의 마리아의 모습과 달리 나를 싹싹하게 대한다. 조금 수상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회사에서 얘기안했어? 앤와이저 부쉬를 인수하는데 우리가 주관사로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잖아?”


“그건 들었는데 저야 M&A니 LBO니 하는 것들은 잘 모르니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면 좋죠.”


내 팔을 만지며 윙크를 한다.


‘이런 쪽에도 관심이 있는 줄을 몰랐네.’


오늘따라 마리아가 더 예뻐보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 신이 나서 이것저것 모든 것을 설명해줬다. 원래는 나만 알고 있어야 할 골드만삭스의 경쟁자 아스왈과의 대화내용까지 모두 얘기해줬다.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귀담아 듣는 모습이 유난히 섹시하게 보였다.


마주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마리아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게 더 편하네.”


어깨에 손을 얹었다.


거절 당할 걸 알면서 했는데 의외로 뿌리치지 않는다.


‘오홋! 왠일이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본다.


“그러니까 순식간에 300억 달러가 왔다갔다 하는 거네요. 이렇게 큰 계약을 혼자서 이끌어내다니 정말이지 저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아요. 좀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정확히는 420억 달러야. 우리가 인수가격을 올려서 다시 제안할 거거든.


“그래요? 얼마에요?”


‘근데 마리아가 변한건가? 이런 질문은 뭐지? 신문기자 같잖아?’


갑자기 인수가격까지 물어보는 것은 좀 어색하다. 원래알던 마리아가 아닌 것 같다. 똑똑한 것은 인정하지만 주식이나 금융까지 잘 알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눈치챘는지 뾰롱통한 모습을 보인다.


“칫. 싫으면 말해주지 않아도 되요.”


“그건 말해줄 수 없어. 업무상 비밀이니 이해해줘. 어차피 내일이면 마리아도 알게될테고.”


갑자기 걱정이 되어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


“마리아. 혹시라도 내가 방금 얘기한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을 사거나 하면 안돼. 마리아는 우리회사 직원이기 때문에 SEC에서 거래한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어.”


자신도 그 정도는 안다는 듯 기분나쁜 표정으로 흘겨본다.


“하이고. 걱정마세요. 그럴 돈도 없어요.”


‘너무 무시했나?’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군요. 그럼 말해줄 수 있는것만 말해주세요. 재미있네요.”


내가 이번 일을 하면서 느낀 이상한 점을 말해줬다. 원래 안해도 되는, 사실 하지 말았어야 할 이야기를 해버렸다.


“내가 이 일을 맡으면서 너무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말이야··· 일이 너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이야. 뭔가 걸림돌이 될만한 것들이 있으면 그게 아주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는거지.”


또다시 눈을 반짝이며 내 옆에 붙어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마리아. 사랑스런 모습이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이요?”


“예를 들자면 이런거지. 이번 M&A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수 있어. 미국인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브라질의 기업이 수십년에 걸쳐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던 기업을 인수해버리는 거잖아. 당연히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지. 그 대표적인 인물이 미주리 주의 샌포드 상원의원이었어. 거물급이라서 우리에겐 아주 불리한 일이었지. 그런데 어찌 됐는지 알아?”


“...”


“얼마전에 물에 빠져서 사고로 죽었어. 낚시 하다가. 그런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될 것 같아”


“네-에? 에이. 그냥 우연이겠지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 일은 수도없이 일어나잖아요.”


“물론 그렇겠지. 우연이겠지. 그런데 이거 하나가 아니야. 또 있어. 들어봐. 이런 규모가 큰 M&A는 보통 정부에서도 관여를 하는 것이 정상이고 이쪽 산업의 특성상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일었어. 그래서 우리도 돈을 꽤 써서 강력하게 워싱턴에 로비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과 달리 연준에서도 그렇고 의회에서도 무사통과 했어. 너무 이상해. 이렇게 일이 너무 쉬운 경우는 유례가 없을 정도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마리아의 무릎에 머리를 얹고 잠이 들었다. 좋은 냄새가 나고 편안해서 오랜만에 깊게 잠들었다.


내가 잠든 사이 어디론가 텍스트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는 것 같았다.


‘어휴. 손가락 부러지겠다. 친군가?...’


* * *


잠이 깨니 마리아는 없었다. 화장실에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전화기를 두고 들어갔네.”


김태석이 된 후 바뀐 성격. 이런 호기심을 감출 수 없었다.


“어디에 그렇게 텍스트를 보냈던 거야?”


텍스트는 모두 다 일부러 지웠는지 텍스트 메시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 통화를 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전화번호는 314-645-2981. 내가 잠들어 있던 조금 전 이 번호로 통화를 했다.


“뭐야. 이건 어느 지역이야?”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세인트 루이스 지역의 전화번호였다.


“세인트 루이스에는 왜? 여기에 남자친구라도 있나?”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온 마리아에게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 * *


마리아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낸 후 회사 택시 서비스를 이용해 집으로 보냈다.


한인타운에서 걸어서 다시 로버트슨의 로펌으로 돌아왔다.


‘흐음 개운하다. 충전된 느낌이야.’


사무실은 그 사이에 조용해져 있었다. 이 근처에 모두 있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어디론가 빠져나갔다. 사무실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 11시 25분.


늦은 시간이어서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다시 제안할 인수가격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를 하기 위해 들어왔다.


이미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해봤지만 수학적인 최적 가격은 78 달러가 나왔다. 혹시 오류가 없는 지 다시 확인해본 것이다. 실제로는 로버트슨이 강하게 주장한 82 달러를 주당 가격으로 제시할 것이다.


“내일 또 주식시장이 난리가 나겠구나.”


열심히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데 두런두런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옆방.


“거긴 아까 봤을 때 불이 꺼져 있었는데. 누가 들어왔나?”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이건 로버트슨 목소리같은데. 왜 저 방에서?’


“브랜슨이 연준 쪽은 잘 처리했을거요. 그쪽은 내가 담당하는 쪽이 아니라서 뭐라 할 수 없었지만 브랜슨이라면 걱정없으니. 그보다는 미주리 쪽이 문젠데... 아예 행방불명으로 놔뒀어야 하는데···”


작은 목소리여서 웅웅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소리가 나는 쪽 벽에 붙어 귀를 기울이니 조금 더 잘 들렸지만 여전히 소리가 정확하지는 않았다.


‘로버트슨이구나. 다시 들어왔나보네’


“태석 킴 그 자식? 쓸만한 놈이긴 하더군요··· 뭐라고? 하하하. 걱정마시오. 걱정말아. 나를 믿으시오”


‘뭐지? 분명 내 이름을 말한 것 같은데.‘


그렇게 들렸을 뿐 정확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와 같이 일을 하고 있으니 일과 관련해 내 이름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인단 말이야. 저 영감을 당췌 믿을 수가 없거든.’


통화를 마친 로버트슨이 방의 불을 끄고 걸어나왔다.


‘흐익. 깜짝이야.’


벽에 바싹 붙어서 숨도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내가 있는 방 안이 어두워서 로버트슨이 날 확인하지 못했다. 원래 불을 끄고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사람이 없으면 사무실에서도 그렇게 한다. 컴퓨터 불빛도 파워세이브 모드여서 꺼져 있다.


‘이래서 항상 절전을 생활화해야하지.’


로버트슨은 다른 약속이라도 있는지 빠른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쪽을 향하고 있었다.


– 띵!


로버트슨이 엘리베이터를 잡고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후 내가 있던 방에서 나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누구와 통화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래 이놈이 먼저 내 이름을 거론했으니 괜찮아.“


로버트슨의 책상에는 전화기가 두 대 있었다. 먼저 왼쪽에 있는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 저희 베키오 식당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영업이 끝난 시간이오니 영업시간 내에 전화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이건 요 앞에 이태리 식당 전화고.”


다음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재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 삐비비빅 삐빅···


꽤 번호가 길었다. 보통 사무실 전화로는 국제전화가 걸리지 않지만 로버트슨의 로펌처럼 해외 일을 많이 하는 곳은 모두 열려 있다.


“국제전화 맞네. 어! 822? 한국 서울지역코드잖아?”


“네 안녕하십니까? 박승완 의원실입니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끊었다.


여자가 받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그 이름.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분노로 떨게 만드는 그 이름이었다.


전화를 끊었지만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 수 없었다. 현기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듯 하면서 분노와 두려움의 감정이 불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뭐지? 로버트슨이 왜 박승완과 통화를 해? 이 새끼들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야.”


불길한 느낌과 함께 내 머릿속의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한국을 떠난 후 한참 동안 꺼져 있었던 경고등이다.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집으로 와 침대에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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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4-살인자 23.05.19 57 4 12쪽
104 4-앤와이저 부쉬 23.05.18 63 2 11쪽
103 4-접수, 그리고 항복문서 23.05.17 69 2 11쪽
102 4-잔인하도록 치밀하게 23.05.16 71 2 12쪽
» 4-역시나 또 23.05.13 89 2 12쪽
100 4-머리싸움 23.05.12 83 2 12쪽
99 4-작전개시 23.05.11 82 2 11쪽
98 4-결국 모든 것은 돈 23.05.10 86 2 11쪽
97 4-포악한 셩격의 늙은이 23.05.09 106 3 12쪽
96 4-프리젠테이션 23.05.08 104 2 12쪽
95 4-재택근무 23.05.06 117 2 12쪽
94 4-레버리지드 바이아웃 LBO 23.05.05 124 1 11쪽
93 4-여자문제 23.05.04 14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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