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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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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462
추천수 :
1,077
글자수 :
609,423

작성
23.05.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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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여자문제

DUMMY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다. 이사벨라. 내 아파트에 같이 산지 두달째 되어간다.


내가 김태석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가장 큰 단점을 뽑자면 여자를 쉽게 내치지 못한다는 점. 한 여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된다. 여자와 관련해서는 꼭 일이 이상하게 꼬인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여자가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꼭 일이 그렇게 되도록 하는 운명이나 팔자같은 것이 존재하는 듯 하다.


처음엔 주변에 여자가 많은 것이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나쁜 것이 더 많다.


데이비드 마이어의 알파인 캐피탈에서도 그랬고 벌써 몇 번의 안좋았던 일들이 모두 여자가 관련되어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쳇. 어쩌겠어. 김태석의 팔자인 걸. 그 안에 살고 있는 내가 최대한 조심하는 수 밖에 없지.”



[세인트 루이스, 미주리 주]


제롬 샌포드 상원의원. 버드와이저 맥주를 생산하는 앤와이저 부쉬의 본사 세인트 루이스가 있는 미주리 주에서 20년이 넘도록 정치활동을 해오던 베테랑이다.


조금 전 긴급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낚시 도구와 랜턴 등을 챙긴다. 그의 유일한 취미. 세인트루이스 강에서 밤낚시를 할 참이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어휴 그 냄새나고 지저분한 취미가 뭐가 그리 좋다고. 너무 늦게 들어오지는 말아요.”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현재는 상원의원이지만 그는 가난한 농부 집안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마치지도 못하고 앤와이저 부쉬 맥주공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을 해 공장장의 자리에 오르고 그 후 정계에 까지 진출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손바닥만한 붕어를 미끼로 써서 메기를 잡을 목적으로 세인트루이스 강에 낚시대를 드리웠다. 가져온 간이의자에 편하게 앉아 맥주를 꺼내 들었지만 아직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늘 비상회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앤와이저 부쉬는 넘어갈 것 같습니다.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니 대주주들은 자신이 가진 지분을 팔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뭐야? 이 새끼들이 남의 안방에 기어들어와서는는. 그럼 우린 미국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작전을 쓰자고. 일단 내가 지역신문에 기고문부터 낼테니. 그 다음은 뉴욕의 PR 회사를 물색해봐. 최고의 회사로. 이 자식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버드와이저는 그 자체로 미국이야. 이게 넘어가면 미국이 넘어가는 거라고.”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의원님의 힘이 절실합니다.”


회의내용을 생각하던 중 드디어 그의 낚시대에 신호가 왔다.


곧바로 낚시대가 물쪽으로 쳐박혔다. 당기는 힘이 엄청나다.


“이건 미터급 메기닷!”


양손으로 잡고 챔질을 했지만 낚시대가 그대로 끌려들어간다. 흥분한 샌포드 의원. 그것을 있는 힘을 다해 잡고 버틴다.


– 끼긱. 끽


낚시 릴이 역회전하는 소리. 어딘가 하나 부서지기라도 할 듯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고기가 힘이 약해진 듯 조금씩 끌려온다.


“그래. 이제 끌려나오는구나. 힘이 빠졌어. 그런데 좀 이상하군. 갑자기 힘이 다 빠진 듯 끌려오다니. 죽기라도 했나. 그냥 끌려오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그 순간.


– 촤아악


검고 거대한 것이 낚시에 끌려오는 듯 하더니 물보라를 일으키고 사방에 물을 뿌리며 수면을 박차고 땅으로 튀어나온다.


물고기가 아니었다.


어안이 벙벙해 있던 샌포드 의원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은 한다. 아직도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 눈앞의 사람때문에 자신의 물고기를 놓친 것이라고 생각하며 화를 낸다.


“어이. 뭐야 당신?”


거대한 검은 물체의 주인공은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ㄱ 뒤에도 한 명이 더 있었다.


처음엔 잠수부들이 자신의 낚시에 걸린 메기를 노리고 덤벼들다가 바늘에 걸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


아무 말이 없는 잠수부 두 명은 샌포드 의원의 양팔을 잡더니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왜 이래.”


“이봐. 이봐. 어푸. 푸푸푸. 어엌.”


순식간에 그대로 물 속으로 끌려들어간 샌포드 의원원. 다시는 그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잠수두 둘은 샌포드 의원의 한쪽 다리를 미리 봐둔 물 속 바위에 끼워넣어두고 유유히 더 어두운 물속으로 사라진다.


샌포드 의원의 시신은 당장은 물밑에 있지만 이틀 정도 지나 몸안에 가스가 차면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


[뉴욕 맨하탄]


페드로의 여동생 마리아를 만났다. 비서 자리를 제안하려는 이유였다.


다니엘이라는 파크 애비뉴 근처의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이 식당은 옷을 좀 차려 입고 가야 하는데 깜빡하고 말을 못했다. 평소입던 옷으로 입고 오면 못들어갈 수도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이 드레스를 입고 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드레스 코드가 있더라구요. 정장을 입어야만 입장가능하다고.”


‘음 그렇지. 합격.’


내 비서로서 합격점을 줬다. 물론 가장 큰 점수를 받은 것은 물론 어깨가 파인 야한 듯 정숙한 짙은 색의 드레스.


인사를 하며 서로 얼굴에 가벼운 키스. 할 때 마다 적응 안되는 미국식 인사다. 좋은 향수냄새가 나서 좋긴 했다.


“드레스가 잘 어울려. 비싸 보이는데.”


“네. 가진 것중 제일 비싸요. 하하.”


생전 처음 와본 고급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조금 긴장한 모습이 오히려 귀여웠다. 실수를 안하려고 긴장했으면서 그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자동차 보내 주신 것 고마웠어요. 덕분에 엄마가 제가 곧 결혼하는 줄 알고 있어요.”


“나라고 얘기 안했어? 페드로 친구?”


“당연히 했죠. 상관안하시더라구요.”


혹시라도 비싼 옷 입고 브루클린에서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오게 할 수는 없어서 리무진을 보냈다.


‘그냥 직접 데리고 올 걸.’


웨이터가 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마리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봤다.


익숙하게 주문을 한다. 이것도 인터넷으로 미리 공부한 듯.


‘마음에 드는데.’


나도 주문을 하고 와인을 시켰다. 와인 메뉴에 있던 라피트 로쉴드 1979년산. 230 달러. 이제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지만 이런 곳에서는 안시킬 수도 없다.


메인 요리가 끝날때 즈음 마리아에게 비서 자리를 제안했다.


“연봉은 4만 달러 플러스 보너스, 보너스는 내 실적과 연동되는 것이고.”


뛸듯이 기뻐한다. 새하얀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는 미소가 아름답다.


“당연히 수락하죠. 전 제 오빠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이런 월스트리트의 직장을 어디서 제가 구할 수 있겠어요.”


덩달아 나도 기뻤다.


‘이걸로 1년전 데니스 왕과 관련해서 내가 페드로에게 진 빚은 갚은 것으로 퉁쳐야겠다.’


* * *


월요일 첫 출근. 술을 끊은 후 새벽 4시면 눈이 떠진다. 뉴스 점검, 5 키로 달리기, 웨이트 등 아침에 볼 일들을 다 보고 느긋이 출근한 시간이 7시.


“뭐야. 아무도 없네.”


내가 일하는 곳이 헷지펀드나 투자은행이 아니라 그냥 일반은행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일반은행의 업무라는 것이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근무시간내에 하기도 벅차다. 모자란다는 것이 아니라 남는다는 뜻.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해버리면 점심시간 이후에는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 하는 수도 있다.


이미 안정적인 미국 대기업에 예금을 대출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할 일이 많을 수가 없다. 그냥 기계처럼 서류를 처리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도 방은 이 정도면 쓸만하네.”


배정해준 내 방은 42층. 건물사이로 센트럴 파크도 살짝 보인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경관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로 나쁘진 않다.


나 다음으로 출근한 사람은 예상대로 마리아.


“출근시간에 맞춰서 오면 지하철이 너무 붐비거든요.”


그렇게 말했지만 내 생각엔 아마도 페드로가 귀뜸해준 듯 하다. 내가 아침에 일찍 나온다고.


우선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력서 수정한 후 헤드헌터들에게 뿌리기.


30여 명의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낸 후 가벼운 마음으로 블룸버그 터미널을 켰다. 이사급 직원들에겐 기본적으로 하나씩 지급되지만 이 회사 사람들은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는 듯 하다.


딱히 해야할 일이 없으니 시간도 빨리 가지 않는다. 블룸버그 정보를 확인하고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를 다 읽고서도 아직 오전 10시.


전화가 왔다. 이사벨라.


황당하다.


“지금 당장 와야해. 당신 싸인이 필요하다고 하잖아. 걸어서 5분 거리인데 잠깐 오는 것이 그렇게 힘들어?”


내 이름으로 인터넷 쇼핑을 했던 명품들이 배달됐지만 본인 사인이 없어서 못받고 있다고.


‘아니 무슨 비싼 걸 그리 시켰길래.’


땡땡이. 다른 회사였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이 회사의 분위기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회사에서 할 일이 없었다.


‘나를 찾는 사람도 없고. 잠깐 갔다와도 되지 않을까?’


컴퓨터를 켜두고 겉옷을 옷걸이에 걸어둔채 방을 나섰다.


‘이사벨라.내가 버릇을 잘못 들인것 같아. 조만간 내보내버려야겠다. 아무리 이뻐도 아닌건 아닌거야.’


다행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다. 내 직속상사인 호프만은 금요일날 대화 후 나를 기피한다.


자기가 잘 아는 척 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더 많이 알고 있어 불편해 하는 기색이었다. 꼭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본인의 지레 짐작으로 그런 듯하다.


아무튼 무사히 땡땡이에 성공한 것으로 알았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멀리 자신의 책상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마리아가 있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 * *


역시 이사벨라.


바쁜 배달직원을 가지도 못하게 붙들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도 수완이라면 수완이다.


‘이럴 것 같았어. 이게 불안해서 왔던거지.’


배달직원에게 수차례 사과를 하고 겨우 싸인을 해서 명품 자켓과 핸드백을 받았다. 미안해서 그에게 팁을 잔뜩줬다.


이사벨라는 자신이 득템한 것에 만족했는지 나를 바로 보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떠나는 나를 보고도 옷도 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있는 이사벨리.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마디 한다.


“그 마리아라는 비서는 잘라 버리면 안돼? 전화할 때마다 태도가 영 마음에 안들던데.”


내가 사무실에서 나온 사이 전화를 했었던 것이다. 그것도 여러 번했던 것이 분명하다.


아주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이사벨라같은 류의 사람은 많이 봤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되면 혹독하게 군다. 마리아가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지독한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 분명하다.


역시나. 들어갈 때 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싸늘한 눈빛.


‘아아. 또 일이 꼬이네. 마리아를 불러들이지 말 걸 그랬나? 도대체 난 왜 항상 이 모양이지?’


“제기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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