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재벌의 등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27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4.28 08:15
조회
142
추천
2
글자
12쪽

3-뭔가 더 있다

DUMMY

– 쨍그랑


바로 비싸보이는 유리 문짝을 안에서 발로 차자 바로 넘어가며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를 밟으며 앞으로 달려들어 잽싸게 권총을 손에 쥐었다.


소음기를 달아놓은 바람에 손쉽게 길쭉한 그 부분을 바로 잡아챌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그놈이 먼저 총을 잡았을 수도 있었다.


총을 차지하자 마자 바로 마뉴엘이라는 놈의 뒤통수를 돌려차기로 갈겨버렸다. 내 발등이 얼얼할 정도였으니 이 놈도 기절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안전하게 앞으로 고꾸라진 놈의 턱을 다시 한번 힘껏 차버렸다.


느낌상 이 정도로 맞았으면 최소 10분 이상 혼절이다. 재수없으면 바로 죽을 수도 있다.


바로 뒤로 돌아 라파엘에게 총구를 겨누며 소리 질렀다.


“손들어! 고개숙여! 엎드리라고! 대가리를 날려버리기 전에! 너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생각나는대로 떠들었다. 엎드리라는 건지, 손을 들라는 건지. 둘 다 하라는 건지. 헷갈렸을 듯 하다.


라파엘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라 입만 붕어처럼 뻐끔 거리며 아직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맥스라는 놈은 오줌이라도 싼건지 바지 앞부분이 젖어 있다.


그래도 지들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라 그런지 녀석들이 알아서 잘 행동해준다. 라파엘은 엎드려서 손만 머리위로 올리고 있었고 맥스는 엎드린채 손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우는 것 같았다.


이놈들이 가져온 밧줄은 세 놈을 모두 굴비 엮듯이 묶어 놓기에도 넉넉했다.


꽁꽁 묶어 놓은 후 스탠튼의 옷장을 뒤졌다.


“톰 브라운?”


비싸보이는 옷들이지만 북북찢어 이 녀석들의 입을 막는 재갈로 썼다. 밖에 아직 두 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이 녀석들을 묶고 있는데 거들어 도와주지도 않고 아무 말도 없이 물끄러미 보고만 있던 스탠튼. 정신이 이제야 든건지 겨우 한마디 한다.


“태석!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모르겠네. 자네에게 큰 빚을 졌네.”


‘이 새끼가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뭐? 큰 빚? 확 이 새끼도 같이 묶어 놓을까?’


또다시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겨우 자제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조셉 스탠튼. 그 큰 빚을 어떻게 갚을 지 내가 자세히 말해주지. 경찰이 오늘 아침에 날 잡으러 왔거든. 증권거래위원회 아니면 검찰에서 지시했겠지. 왠지 알아? 당신이 사라고 했던 뉴욕생명보험과 클로비스 헬스! 그것들에 대한 내부거래 의혹이래! 그러니 당신이 가서 사실대로 말해. 난 당신이 시킨대로 했을 뿐이라고. 알겠어? 당신이 저놈들과 짜고 나한테 덮어 씌운 것 아니야!”


말을 하다보니 울화가 치밀어 자연스럽게 스탠튼의 멱살을 잡고 말하게 됐다.


“이게 날 엿먹여?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이 개자식.”


저절로 주먹이 날아갔다. 내가 때린게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라도나의 신의 손 같은 것이랄까.


한 대 맞고나서 정신을 차린건지 아니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어 죄책감을 느낀건지 스탠튼이 일어나 저벅저벅 서재의 벽 쪽으로 걸어간다.


내가 모르던 금고가 있었다. 감쪽같이 속인 비밀금고였다. 벽에 걸린 그림을 문처럼 잡아 당기자 그것이 뒤로 돌아가며 금고가 나왔다. 스탠튼이 비밀번호를 눌러 금고를 열었다.


‘오호. 저기에 중요한 것들은 다 뒀었군. 어쩐지 다른 곳엔 아무것도 없더라니.’


얼핏 보니 시계와 현금. 그리고 오래된 서류들이 있었다.


“자 이걸 자네에게 주겠네. 이걸 검찰에 보여주면 자네에 대한 혐의도 모두 벗겨질거야.”


그가 내게 건넨 것은 장부와 유언장. 유언장은 칼 아이젠버그의 것이었다.


‘장부는 알겠는데 유언장 이건 왜 나한테 주는거지? 그리고 아이젠버그 유언장은 왜 스탠튼이 가지고 있어? 뭐 숨겨둔 아들이라도 됐던 거야 뭐야?’


장부를 넘겨보니 그동안 내부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던 기업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미국기업뿐 아니라 해외의 기업들도 있었다. 대한민국의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때 김상건의 회사였던 기업도.


“요 새끼들이.”


기업들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스탠튼과 아이젠버그에게 당하고 있었다. 그들이 불법적인 정보로 주식을 사들여 행동주의 펀드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공격하면 결국 자기 돈을 들여 주가를 끌어올려 방어하거나 울며겨자먹기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줘야만 했던 것이다.


“장부내용은 알겠는데, 아이젠버그의 유언장은 왜 나에게 주지?”


스탠튼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그동안 우리가 걸리지 않았던 비결이라네. 결국 그래서 여기 이렇게까지 타락했지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하여간 이 상황에서도. 프리젠테이션 하나는 기가 막혀.’


그 상황에서도 일목요연하고 와닿게 설명을 한다.


“우리만의 독특한 인센티브 겸 재산배분 시스템이지. 내가 고안해낸 걸세.”


그러자 라파엘 틴토가 욕지거리를 한다.


“야 이 나쁜 자식아. 그걸 다 얘기하면 우린 모두 다 감옥행이라구. 지금 뭐하는 짓이야!”


라파엘 틴토를 무시하는 조셉 스탠튼.


“아이젠버그가 죽으면 말이야. 우리 모두는 그의 유언장에 적힌대로 아이젠버그 엔터프라이즈의 주식을 받게 되지. 주식수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벌어낸 액수에 비례해서 받고. 이 주식들은 풋옵션처럼 우리가 아이젠버그 엔터프라이즈에 되팔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 방법은 지금 얻는 이익을 저축하듯 미래에 받는 것이라 검찰이나 정부기관의 관심을 따돌릴 수 있지. 당장 이득을 본 게 없는데 뭘 조사하겠어. 하지만 약점도 있지. 거래내역을 다 기록해 둬야해. 이 장부에 말이야. 그게 유일한 증거니까. 검찰이 이걸 가지면 우린 바로 끝장이지.”


그렇게 말을 내뱉고는 고개를 돌려 라파엘 틴토와 맥스 진저버그를 보며 비웃는다. 그리고 이제 쉬어버린 목소리로 소리친다.


“너희들은 이미 끝났어. 검사 그레그 오하라가 너희들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이 바보들아. 그러니 그 입좀 다물고 있어.”


그 말을 들은 라파엘 티토. 오히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 이. 개자식. 우릴 그토록 부려먹기만 하고···”


밧줄을 풀어내려 몸부림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일어서 덤비려 해도 그것도 불가능하다. 세 놈을 같이 밧줄로 굴비처럼 엮어 놓았기 때문이다. 아직 기절해 있는 마뉴엘과 흐느적 거리는 맥스의 무게에 다시 뒤로 자빠진다.


“으아아아. 이 잡쓰레기같은 놈. 죽여버릴거야. 내가 감옥에 가더라도 넌 꼭 죽이고 간다!”


분노한 라파엘 틴토의 고함소리에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 소리에 마누엘이라는 놈이 깨어났다. 놈을 시켜 무전기로 나머지 놈들에게 투항하라고 전하라 했더니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 빠른 스페인어로 뭐라고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은 지 채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차소리가 들린다.


두 놈이 줄행랑을 치고 있었다.


마누엘은 망연자실한 표정.


“오합지졸들.”


이들을 고용한 라파엘 틴토도 사실은 사기당한 것이었다.


원래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라파엘 틴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틴토가 사기를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 어둠의 세계에서의 일에는 아무나 끼워주지 않는다. 그들끼리도 서로 믿을 수 있는 놈들끼리만 일을 한다.


마뉴엘과 그 일당들은 그냥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동네 양아치들이었다. 이들은 멕시코에서 온 것만 사실일 뿐 킬러 일을 해봤거나 갱단의 멤버도 아니었다. 농사를 짓다가 미국에 밀입국한 시골의 불량청년들.


“이봐 라파엘. 한국속담에 이런 말이 있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거라고.”


당연히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들으라고 한 것도 아니다. 그냥 더 열받으라고 해본 소리였다. 지금 이놈이 한국 속담까지 챙길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마뉴엘이란 놈을 보니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다.


스탠튼에게 물었다.


“그런데 조셉. 당신의 그 사기방법에는 헛점이 있는 것 같군. 언제라도 여기 있는 누군가가 사람을 고용해 아이젠버그를 죽이면 간단하게 다 끝나는 것 아니야? 물론 아무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니.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나?”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그 점도 이미 고려했지. 일단 칼 아이젠버그가 석연치않은 사고사로 죽으면 기존 유언장의 내용이 무효가 되도록 해놓았어. 아이젠버그가 죽을 경우 그 사인을 감정해줄 의사와 조사인을 미리 지정해놨지. 경찰이 조사결과에 상관없이 그들이 인정을 해야만 유언장 내용이 유효해져.”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스탠튼의 기발함에 감탄하긴 했다.


‘치밀한 놈들. 하여간. 미국놈들 창의력이 좋다더니 살다살다 이런 치밀하면서 기괴한 범죄시스템은 처음 보네. 일단 한놈이 먼저 맘껏 즐기고 그놈이 죽으면 공범에게 나눠주다니.’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아이젠버그가 하는 역할이 보이지 않지만 가장 크다는 점이야. 아이젠버그는 자신의 몫으로 들어온 돈 일부를 꼬박꼬박 정치자금으로 바쳤거든. 그의 정계 네트워크와 월가 인맥 덕분에 이 일이 그동안 가능했던거야. 자넨 어려서 아직 월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상상을 초월한다구. 어느 정도 인맥이 없고서는 없는 죄도 만들어서 보내버리는 곳이 바로 월스트리트야. 돈 장사라는게 원래 더럽고 냄새나는 직업이거든.”


그건 나도 아는 사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내 회사를 못차리고 니들 밑에 빌빌대고 있는거다 이놈아.’


한 대 더 쥐어패고 싶은 걸 겨우 참았다.


“그런데 네바다에 한웨이인가 하는 중국 회사에는 왜 투자하는 거지? 그것도 사기와 관련있나?”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회사에 왜 투자를 해?”


전혀 모른다는 투였다. 거짓말같았지만 일단 넘어갔다.


“그런데 플로리다에 가 있는 아이젠버그도 위험에 빠진 것 아닌가? 조셉 당신이 전화로 경고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


“거긴 전화가 안터져. 그리고. 나도 이제 아이젠버그 따위 어찌되든 상관도 안하지만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아마 갔던 놈들은 지금쯤 악어밥이 됐을테니. 거긴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야.”


하긴 나도 아이젠버그 그 놈이 죽던 말던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다. 날 감옥에 보내려는 놈 신변까지 걱정해줄 여유는 없다.


“자아. 그럼 난 이 증거자료를 가지고 변호사와 검찰로 가면 모든게 끝나는건가?”


그런데 플로리다에 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여기서 끝내기엔 너무도 찝찝하다.


말을 들어보니 스탠튼도 이 일의 큰 그림을 모두 알고 있지는 않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장 높은 곳에서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아이젠버그 뿐이다.


‘그래. 그 놈을 만나야 알 수 있겠어.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그놈 면상이나 다시 한번 봐야겠다.’


게다가 박승완과 줄이 닿아 있다면 그건 아이젠버그지 스탠튼같은 조무레기는 아니다. 스탠튼은 박승완의 존재조차 모른다. 게다가 한웨이라는 중국 회사에 대한 투자건에 대한 것도 뭔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 꺼림직하기도 하고 뭔가 알아두면 나중에 써먹을 정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조셉. 당신 차를 좀 빌려야겠어. 열쇠는 현관 앞에 있겠지? 내가 가져갈테니 라과디아 공항 주차장에서 찾아가도록 해.”


조셉 스탠튼은 고개를 떨군 채 아무말이 없었다. 그가 준 장부와 유언장을 가방에 챙겨 집을 나왔다.


우렁찬 엔진소리의 람보르기니.


“역시. 맘에 들어”


하지만 시동을 걸고 얼마 가지 못해 속도를 줄여야 했다.


“아오오. 저것들은 또 뭐야. 어떻게 알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의 등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1 4-AR-15 23.05.27 76 4 18쪽
110 5-가짜 투항 23.05.26 50 3 12쪽
109 4-허드슨 야드 23.05.25 56 3 12쪽
108 4-배신자와 친구 23.05.24 59 3 13쪽
107 4-검사의 전화 23.05.23 78 4 11쪽
106 4-플랜 B 23.05.20 64 3 12쪽
105 4-살인자 23.05.19 57 4 12쪽
104 4-앤와이저 부쉬 23.05.18 64 2 11쪽
103 4-접수, 그리고 항복문서 23.05.17 70 2 11쪽
102 4-잔인하도록 치밀하게 23.05.16 71 2 12쪽
101 4-역시나 또 23.05.13 89 2 12쪽
100 4-머리싸움 23.05.12 84 2 12쪽
99 4-작전개시 23.05.11 83 2 11쪽
98 4-결국 모든 것은 돈 23.05.10 89 2 11쪽
97 4-포악한 셩격의 늙은이 23.05.09 106 3 12쪽
96 4-프리젠테이션 23.05.08 104 2 12쪽
95 4-재택근무 23.05.06 117 2 12쪽
94 4-레버리지드 바이아웃 LBO 23.05.05 125 1 11쪽
93 4-여자문제 23.05.04 141 2 11쪽
92 4-맨하탄 상업은행 23.05.03 128 2 12쪽
91 3-CIA 23.05.02 145 3 16쪽
90 3-아이젠버그의 과거 23.05.01 140 2 11쪽
89 3-플로리다 23.04.29 136 3 12쪽
» 3-뭔가 더 있다 23.04.28 143 2 12쪽
87 3-청부살인자 23.04.27 130 3 11쪽
86 3-도주 23.04.26 149 2 12쪽
85 3-스탠튼의 회상 23.04.25 141 2 11쪽
84 3-월가의 신박한 사기수법 23.04.22 160 3 11쪽
83 3-미사일 기지 23.04.21 158 2 12쪽
82 3-비밀의 열쇠 23.04.20 15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