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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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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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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4.2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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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청부살인자

DUMMY

집이 워낙에 커서 사람들이 집에 있어도 있는 지 없는 지 알 수가 없다.


“을씨년스럽네. 이런 집은 줘도 살기 싫을거 같아.”


2층에 있는 스탠튼의 서재로 향했다.


‘일단은 스탠튼의 서재로 가자. 그 놈이 있으면 대화를 녹음하고, 없으면 책상을 좀 뒤져봐야지. 증거될 만한 것이 있을거야.’


스탠튼의 서재에서는 바다가 보였다. 아침에 해뜨는 것이 보인다고, 항상 자신이 밤을 지새우며 대서양으로 해가 뜰 때까지 시장을 연구하고 투자전략을 짠다며 은근히 자기 집 자랑을 했었다.


‘사기꾼 자식!’


스탠튼은 자리에 없었다.


“일단 책상서랍부터 좀 볼까? 요즘 남의 물건 뒤지는 일이 많아지니 이젠 이것도 익숙해지는구만.”


여기저기 뒤졌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다. 잡다한 서류들 뿐이었다. 얼마전 스칼렛이 줬던 자료를 증빙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들은 없고 세금보고서나 영수증들 뿐이었다.


“에이 아무것도 없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냥 서재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놀라 정신못차리게 하여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다.


예상대로 잠시 후 조셉 스탠튼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컸다.


“누구랑 통화를 하고 있나보군.”


발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한 명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명의 발소리.


“엇. 이러면 곤란한데. 일이 꼬이네.”


발소리가 여러 명인 것이 확실해졌다. 바로 서재 뒤쪽 붙박이 옷장에 몸을 숨겼다. 안에 있어도 문틈 사이로 밖이 훤히 보인다.


“자 라파엘, 맥스. 진정하고 여기 앉으라고. 음료수라도 가져다 줄까?”


사람들이 들어왔다. 함께 들어온 사람들은 스탠튼의 거대한 책상 앞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라파엘? 그리고 맥스?’


이 사람들은 내가 스탠튼의 전화를 잘못받았을 때 전화를 한 인물과 그 동료들. 이름이 기억났다. 감이 왔다.


‘이것들이 모두 한 패였구나.’


그런데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뭔가 험악한 분위기에 스탠튼이 쩔쩔매고 있는 상황이었다. 스탠튼의 목소리가 컸던 것은 그가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대화내용은 더욱 이상했다.


“자네들 지금 업무시간이잖아? 무슨 일로 연락도 없이 온거야?”


“당신이 어제부터 계속 내 전화를 씹어 버려서 혹시 죽거나 도주한 것은 아닌가 확인하러 왔지. 난 또 조셉 자네가 아이젠버그의 플로리다 별장에 가 있는 줄 알았어. 사실 거기에 내가 사람들을 보냈거든.”


스탠튼의 얼굴이 하얘진 것이 숨어있는 상황에서도 보였다. 그와 대조적으로 잔인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체격이 큰 남자. 이 자가 라파엘이다.


“하마터면 자네도 같이 죽을 뻔 했지 뭔가.”


[같은 시각 스탠튼의 집 차고고]


스칼렛 스탠튼이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요즘 쌓일대로 쌓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기라도 한 듯 맨하탄의 버그도프 굿만 백화점에서 마음껏 보석과 핸드백을 사서 들고 들어오는 길이다.


옆의 작은 문을 통해서 들어왔다. 조금 전 김태석이 들어왔던 그 경로로.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오자 나타난 것은 조경회사 직원인 듯한 남자. 체격이 크고 인상이 험악하다. 조경회사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불량한 기운이 이를 뚫고 나오는 듯.


정원을 관리하고 낙옆을 치우다보면 먼지가 많이 나는 경우가 많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 남자가 쓰고 있는 마스크는 유난히 더 크고 비싸보인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가볍게 집주인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일을 해야하지만 이상하게 이 남자는 스칼렛을 빤히 바라보며 서있기만 한다. 겉옷 주머니에 있는 뭔가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 사람이 왜 저러지 나한테 할 말이 있나?”


스칼렛이 쇼핑한 짐들을 일단 두고 차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쇼핑한 물건들을 든 채 스칼렛이 웃으며 다가갔지만 여전히 무섭게 생긴 남자는 아무 말이 없다.


남자에게 1 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가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스칼렛. 남자의 행동에 갑자기 공포심을 느끼며 그를 피하려 돌아섰지만 이미 늦었다.


바로 스칼렛을 따라가 목을 조르듯이 뒤에서 감은 남자는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약물에 적셔진 헝겊을 꺼냈다. 그것으로 스칼렛의 입과 코를 틀어 막은지 10초 정도가 지나자 힘이 빠진 스칼렛은 그대로 늘어진다.


백화점에서 사온 고급 핸드백과 옷가지들이 바닥에 떨어져 남자의 잔디찌거기와 각종 오물이 묻은 작업화에 밟혀나갔다.


남자가 정신을 잃은 스칼렛을 그대로 거칠게 차안으로 밀어 넣고서는 어딘가로 무전을 한다.


“가라헤 에스타 비엔!”


차고는 클리어됐다는 스페인어였다.



라파엘 틴토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혼미해진 스탠튼이 털썩 소파에 주저 앉았다.


“자네들 정말로···”


“흐흐흐. 뭘 새삼스레 놀라고 그래. 그저께 만났을때 내가 다 말했는데.”


스탠튼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자신의 동료 맥스를 돌아본다.


“맥스 이거 보라구. 내가 뭐랬어. 이 놈은 그동안 날 물로 봤던 것이 분명해. 내가 했던 경고들을 모두 다 한귀로 듣고 무시했던 거야. 그러니 이 사단이 날 지경에 이른거지. 내 잘못이 아니라니까.”


맥스 진저버그. 라파엘 틴토의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긴장한 기색을 숨길 수 없는 듯 손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평생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만 하던 그였다.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에서나 아니면 그가 즐기던 게임에서나 일어날 만한 일을 하려 한다. 물론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은 없고 옆에서 지켜 보기만 하겠지만.


라파엘이 스탠튼에게 명령을 한다.


“이봐 조셉. 음료수를 좀 가져다 줄 수 있나? 아니 술로 가져오게. 자네도 좀 필요한 것 같으니.”


다리를 휘청거리며 스탠튼이 얼음과 양주를 가져온다. 발렌타인 30년산산.


얼음에 넣어 향을 즐기며 마시는 라파엘과 달리 단숨에 원샷을 하는 스탠튼이다.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컵속의 얼음을 빙글빙글 휘젓던 라파엘이 말한다.


“하던 얘기를 계속하지. 그래서 말인데 조셉. 자네도 우리에게 큰 짐이 되고 있어.”


처음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스탠튼이 조금 지나자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아주 확실히 이해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라파엘의 뒤로 조경회사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한 명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다. 베레타.


갑자기 등장한 남자에게 라파엘이 물었다.


“가족들은 다 잡아 놨지?”


“네. 가정부 둘과 부인. 모두 침실에 가둬뒀습니다. 이제 집안은 비어 있습니다.”


스탠튼이 이제야 상황을 모두 이해한 듯 욕지거리를 하며 라파엘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에게 미치지 못하고 권총을 든 주먹에 나가떨어진다.


–커헉


그 사내는 넘어진 스탠튼을 무자바하게 발로 찼다. 군화처럼 생긴 작업화로 머리와 아랫배를 집중적으로 맞은 스탠튼은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숨이 막히는 듯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얼굴은 이미 피투성이.


나는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지켜보며 기습을 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절대로 스탠튼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놈이 살아 있어야 내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모험이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오히려 내 마음속에서는 부글부글 끓은 투쟁심이 일어났다. 이것도 내가 회귀한 후 바뀐 것 중 하나다. 거의 성격개조의 수준.


‘저 권총을 든 남미놈 하나와 라파엘이란 놈놈만 제압하면 나머지 삐쩍마른 대머리 하나는 위협이 되지 않아. 할 수 있어 보인다!’


권총만 빼앗으면 라파엘도 바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반바지와 티셔츠인 라파엘의 복장을 보니 무기가 없는 것이 확실했다.


갑자기 스탠튼이 추해지기 시작했다. 울면서 라파엘의 다리를 잡고 빌고 있는 것이다.


“라파엘. 제발 살려줘. 난 아직 죽을 수 없어. 자네 돈이 필요해서 이런 것 아닌가? 내가 돈을 주면 되잖아. 얼마 필요해?”


비굴하게 빌고 있는 모습이 내가 봐도 살려주긴 커녕 더 죽이고 싶을 듯 추했다.


‘아오. 스탠튼 이 미친 놈.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저 추하디 추한 자식.’


하지만 냉정한 살인자의 표정을 보이는 라파엘 틴토.


“조셉. 미안하게 됐네. 자네는 이런 경험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살인청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이미 실행된 일은 쉽게 되돌릴 수가 없어. 하지만 굿뉴스도 있네. 그건 자네만 죽으면 우리 일은 깔끔하게 해결된하는 점이지. 하하하. 자넨 그동안 모든 걸 누리면서 살았지 않나? 지금 가더라도 그리 아쉽지는 않을 것 같으네. 안그런가 맥스?”


공범 맥스 진저버그 역시 그 말에 동의하는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와 부인, 그리고 가정부들은 이제 강도를 당하게 된거야. 다행인 점은 자네 아이들이 서머캠프에 가 있어서 죽지 않는다는 거야. 마침 내가 멕시코에서 데려온 여기 마뉴엘도 애들만은 죽이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흐흐.”


옆에 서있는 마뉴엘이라는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마뉴엘은 아무 표정없이 소음기를 권총에 연결하고 있었다.


“일단 이놈을 묶어서 침실로 같이 데려가게. 거기서 모두 한꺼번에 처형당한 것처럼 해버리게.”


라파엘이 준비했던 밧줄을 던져주며 명령하자 표범같은 싸늘한 눈빛을 보이더니 두려워하는 스탠튼에게 다가간다. 체격은 스탠튼이 더 컸고 근육형이었지만 스탠튼의 그것은 헬스장에서 머신을 깔작거리며 다진 풍선근육이다. 게다가 이미 겁을 집어어먹어 전의를 상실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해봤다.


‘아까 들어올 때 세 놈이었어. 차에서 바로 내렸으니 다른 놈은 더 없고. 그럼 한 놈은 밖에서 망을 보고. 한 놈은 침실에 있고. 이 놈은 여기에. 저 무전기로 연락하나 보군. 하나씩 처리하면 다 잡을 수 있다.’


물론 지금 내 가정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빠른 실행. 정확히 몇 놈인지 파악하려다 오히려 기회를 놓친다. 일단 빠르게 기습하고 한 놈이 더 있다면 그 놈도 잡으면 된다.


마누엘이라는 놈이 스탠튼을 결박하기 위해 밧줄을 손에 쥐고 스탠튼에게 뒤로 엎드리라고 손짓을 한다.


몇 대 맞더니 고분고분해진 스탠튼이 몸을 돌려 엎드린 채 양손을 뒤로 뻗자 한쪽 무릎을 스탠튼의 엉덩이에 얹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채 밧줄로 손을 묶어려 한다. 양손을 묶기 위해 잠깐 들고 있던 권총을 바닥에 내려 놓는 것이 보였다.


하필 그 권총을 내 앞에서 손이 닿을 거리에 놓는 것이다. 붙박이 장에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테니. 이 놈이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다. 재수가 없었을 뿐.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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