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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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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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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46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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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09,423

작성
23.05.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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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앤와이저 부쉬

DUMMY

– 휴우우우


일부러 과장해서 크게 한숨소리를 냈다. 그리고 일부러 더 싸가지없는 말투로 말했다.


“어휴 눈치가 존ㄴ 빠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방금 해고됐다 이 말입니다. 지금부터 30분 드릴테니 방에 개인사물들을 모두 빼세요.”


내가 미리 뒤뜸해준 젊은 직원이 들어오며 전화기를 들어 호출하자 두 명의 흑인 경비원이 커다란 박스를 가지고 바로 회의실로 들어왔다. 일부러 체격이 크고 무섭게 생긴 경비원 둘을 임시로 고용했다.


“박스가 더 필요하시면 지금 말하세요. 하지만 30분 내에 끝내셔야 합니다.”


이것이 월스트리트 미국기업의 해고절차다. 월스트리트에서야 다반사지만 가족기업인 앤와이저 부쉬에서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래도 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조나단 루틀리지도 이미 우리와 만남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계산으로 봤을 떄 다른 사람들은 해고된다 해도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만한 자세를 보였던 듯.


‘모든 계획은 그럴싸한 법이지. 쳐맞기 전까지는.’


조나단 루틀리지의 해고는 이미 비행기 안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로버트슨이 강력하게 그를 해고하자는 입장이었다. 사실 나는 반대했었다. LBO에 있어서 새로 인수한 회사의 CFO는 가급적 단기간이라도 데리고 있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로버트슨이 워낙에 강경하게 나와 어쩔 수 없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 이유가 있었지만 그때는 몰랐다.


울상이 된 루틀리지가 도움이라도 청하려는 듯 맥클로스키와 퍼넬을 쳐다 보지만 그들은 루틀리지의 눈을 피했다.


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이젠 고함을 치기 시작한다.


“당신들이 나 없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들 지금 실수하는거야. 나중에 나에게 일을 부탁하거나 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마.”


결국 경비원들이 완력을 써 제압하려 했지만 격렬히 저항한다. 끌려나가지 않으려 몸부림을 친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강하게 나왔다.


경비원 둘이 내 신호를 기다린다.


내가 고개를 끄덕하자 마자 루틀리지를 머리와 다리쪽으로 번쩍 들어 올려 짐짝처럼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단정하게 입고 있던 네이비색 와이셔츠가 그새 찢어져 너덜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목청은 아직 살아 있었다.


“당신들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봐! 이거 놓으라고 이 자식들아!”


소리를 지르며 경비원에게 끌려 나가는 루틀리지를 뒤로 하고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들인데 회의라기 보다는 지시에 가까왔다. 주로 로버트슨와 브리스가 말을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듣고 받아 적는 그런 상황.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미 나는 며칠 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다. 회의는 매클로스키와 퍼넬에게 앞으로 계획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미 아는 이야기이기에 더 들을 필요없이 로버트슨의 허락을 받고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


“회사가 조용하구만.”


회의실에서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사무실들은 조용했다. 회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미국 중부지역 특유의 풍요로움과 한가함이 있었다.


붉은 벽돌의 넓직한 건물들. 높게 짓지도 않는다. 땅이 넓으니 그럴 이유가 없다. 건물을 워낙 크게 지어놓아 빈 사무실이 많았다. 복도에는 소프트볼, 축구, 볼링 등 직원들이 참여하는 온갖 동호회 활동들을 기록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모두들 행복해 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잔디가 덮인 축구장. 금요일에는 축구장에서 피크닉 겸 회의를 한다고 했었다.


앤와이저 부쉬는 가족기업이자 지역기업이다. 이 세인트 루이스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을하며 가계를 꾸려나간다.


회사의 주인이 바뀜에 따라 어떻게든간에 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도 변화가 오는 것은 분명하다. 지역주민들의 눈치를 보기는 하겠지만 좋은 쪽은 아닐 듯하다.


“Winter is coming. 칼바람이 불겠군.”


새로운 회장이 될 칼리토 브리스는 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 말은 곧 그동안 넉넉하게 관리했던 인력들을 대폭 감축한다는 의미.


로버트슨과 나 역시 회사에서 팔만한 것들을 모두 팔아치워야 한다. 그동안 직원들이 특권처럼 썼던 골프장 회원권, 회사 전용기 이런 것들은 모두 없어질 것이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건물의 입구 로비에 다달았다.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건물내 사무실 배정표를 고치고 있었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왔으니 고쳐야 할 것들이 있겠지만 조금 이른 것이 아닌가 했다.


“아이작 로버트슨?”


새로운 임원의 이름에 아이작 로버트슨이 있었다. 특이하다면 특이했다. 이렇게 빨리 사무실을 옮겨 일을 시작하다니.


그런데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옆에 적힌 로버트슨 사무실의 전화번호가 낯이 익다는 것. 내가 아는 듯한 전화번호인데 어떤 번호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회귀한 이후 전화번호는 어지간하면 한번 보고 다 기억하는데··· 이상하군. 아무튼간에 이 영감탱이. 빠르기도 하다.”


사무실도 이미 배정받아놨다. 4층의 코너 오피스.


“한번 가볼까?”


일부러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한층 한층 돌아봤다. 침울한 분위기의 직원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임원들 사무실은 4층에 몰려 있군.”



로버트슨의 방. 역시 임원들의 방 사이에서도 가장 좋은 방이었다.


“사람이 있나보네.”


놀랍게도 로버트슨의 사무실은 이미 모두 정비가 되어 있었다. 책상, 책장, 소파 등 모든 가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한 사무실처럼 모두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비서까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하여간 이 영감. 빠르다니까.’


– 드르르륵.


그때 전화기 진동이 울렸다.


“자네 도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나? 우린 여기 놀러온게 아니야. 냉큼 들어오게.”


로버트슨. 짜증스런 말투로 나를 찾는다.


“네 바로 가겠습니다.”


***


[그날 밤 10시, 앤와이저 부쉬 건물]


이렇게 까지 하려던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의 로버트슨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왜 내가 기억하고 있었는지 생각이 나버렸다.


‘왜 마리아가 로버트슨의 사무실에 전화를 한걸까? 그것도 뉴욕이 아닌 이곳 세인트루이스 사무실에.’


다른 우리 직원들은 오후에 모두 뉴욕으로 돌아갔다. 우리 전용기는 로버트슨이 워싱턴 DC에 가야한다기에 그가 쓰고 우리는 민간 항공을 이용했어야 했다. 나에겐 잘된 일이었다.


같이 뉴욕으로 향하던 루빈스타인에게 근처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카고에 친척이 있어 그를 만나고, 휴가를 내겠다고 하고 그를 먼저 보냈다.


그 답게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선처를 해주는 듯 내게 말했다.


“그래 자네가 이번 일에 노력을 많이 했으니 내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푹 쉬다가 오게.”


‘힘도 없으면서 허세는.’


이미 대부분 불이 꺼진 앤와이저 부쉬 건물을 향해 걸었다. 로비는 불을 켜고 있어 멀리서도 내부에 경비원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비원의 행동을 지켜봤다.


이곳은 뉴욕같은 대도시가 아니다. 경비인원이 많은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당장 보이는 것은 경비원 한 명. 지켜보고 있으니 앉아 있던 경비원이 길다란 손전등을 들고 건물 외부를 순찰하러 나가 버렸다.


“설마. 그냥 정문 출입문쪽을 이렇게 비워둔다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경비원이 일어서 외부로 순찰을 나간지 5분 정도가 지나자 다른 경비원이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새벽 2시 이후에 사무실에 들어갈 생각이다. 시간은 많다.


2시간 정도를 가만히 지켜봤다. 계속 이런 방식으로 순찰을 반복하고 있었다.


“교대하는 타이밍에 잠깐씩 아무도 지키지 않는 틈이 나는군.”


원래는 빈틈이 없어야 하는데 아마도 조금씩 딴짓을 하느라 그런 것 같다.


새벽 2시. 앉아있던 경비원이 외부로 순찰을 나가고 비어있는 때를 노려 건물로 들어갔다.


낮에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대략 파악해 뒀었지만 혹시 몰라 낮에 사뒀던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야구팀 모자를 눌러쓰고 우비까지 가지고 왔다. 판초우의같은 접는 우비를 낚시점에서 샀다. 건물에 들어가서는 우비를 입고 있을 계획.


건물안에 들어서서 자신있는 발걸음으로 로버트슨의 사무실로 향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만나면 로버트슨의 심부름왔다고 해야하니까.


계단을 통해 4층으로 이동한 후 코너쪽 사무실 문을 열었다.


–딸칵


바로 열렸다.


우비를 뒤집어 썼다. 가져온 손전등을 우비 주머니에서 꺼내 비췄다. 사무실 창가쪽의 책상에는 신문과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책상 옆으로 철제 캐비닛이 있었다.


1960년대에 만들어졌을 듯한 꽤 오래된 골동품이어서 신기하게 본 적이 있었다.


“어엇. 이건 로버트슨의 뉴욕 사무실에 있던 그 캐비닛인데? 그걸 그새 그걸 여기까지 가져다 놓은건가보네. 하긴 그때 만든 것들이 튼튼하긴 하지.”


캐비닛에는 잠금장치가 있었다. 열어보려면 열쇠가 필요했다.


“이걸 어떻게 열지?”


책상을 뒤졌다. 아직 이사온 지 얼마 안됐으니 열쇠가 서랍에 있을 수도 있다.


“후후후. 그럼 그렇지.”


오래된 열쇠 꾸러미가 하나 서랍에서 나왔다. 다섯 개의 열쇠 중에 딱 비슷하게 생긴 것을 찾아 넣어보니 열린다.


각종 계약서와 서류들, 개인적인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서류들의 가장 바닥에 뭔가 귀해 보이는 문서가 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라틴어로 쓰인 장식을 한 금색 폴더가 하나 있었다. 겉에는 S&B라는 약자만 쓰여 있다.


다른 서류에 그 약자의 의미가 있었다.


“이건 뭐지? 스컬앤본즈?"


폴더안에 스컬앤본즈 라는 제목으로된 서류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스컬앤본즈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다.


예일대학교의 비밀스런 단체. 미국내에서 비밀스럽게 국가정책과 사업을 좌지우지한다는 그룹이다.


“에이 설마 그 스컬앤본즈? 아니겠지.”


영어로 된 것도 있었지만 라틴어로 된 서류들이 많았다. 얼핏 보면 자신들의 내부적인 회칙, 계획, 성과 이런 것들 같았다. 꽤 많은 문서들을 전등불로 비춰가며 읽어봤지만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다.


“제기랄. 도무지 뭔 말인지 모르겠네. 일단 중요해 보이니 챙기자.”


“세실 로즈의 독트린? 이건 또 뭐야? 종이가 요즘 것이 아니네. 오리지날 진품인가본데? 비싸보인다.”


귀해 보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세실 로즈는 영국의 제국주의를 영원히 고착시키기 위해 미국을 이용해야 한다는 전략을 세운 영국인 사업가였다. 그가 만든 비밀조직이 이들 스컬앤본즈와도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계속 신기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


“이건 회원명부같아 보이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두 장짜리 리스트에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었고 9자리 숫자와 알파벳코드가 이름 뒤에 붙어 있었다.


“허억!”


이름들을 훑어보다가 손전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너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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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앤와이저 부쉬 23.05.18 6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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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4-역시나 또 23.05.13 88 2 12쪽
100 4-머리싸움 23.05.12 83 2 12쪽
99 4-작전개시 23.05.11 82 2 11쪽
98 4-결국 모든 것은 돈 23.05.10 86 2 11쪽
97 4-포악한 셩격의 늙은이 23.05.09 106 3 12쪽
96 4-프리젠테이션 23.05.08 104 2 12쪽
95 4-재택근무 23.05.06 117 2 12쪽
94 4-레버리지드 바이아웃 LBO 23.05.05 1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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