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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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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29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5.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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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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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4-포악한 셩격의 늙은이

DUMMY

인수의향서의 법률적인 문제로 시작해서 앤와이저 부쉬의 지배구조, 적정가치 등 전반적인 문제를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이 회사의 적정가격을 계산한 엑셀자료를 스크린에 펼쳤다.


스크린에 작은 글씨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프린트한 자료에 같은 내용이 있었다.


“재무관련 표들은 글자들이 작으니 제가 크게 프린트한 하드카피가 그 앞에 있습니다. 보기 편하게 해뒀습니다.”


루빈스타인까지 포함한 중년의 남자들은 다들 돋보기 얀경을 꺼내어 끼고 자료를 보고 있었다.


내가 30분을 발표하는 동안 중간에 질문은 없었다.


“질문 있으십니까?”


다들 조용했지만 단 한명. 로버트슨이 입을 연다.


“적정 주식가격의 최대한도가 59 달러라고 했는데. 할인현금흐름방식을 사용했겠지?”


할인현금흐름방식. DCF라고도 불린다. 말만 거창하지 별거없다. 앞으로 수년간 벌릴 순이익을 예측해 연도별로 나열하고 할인율로 주루룩 나눠 그 기업의 현재가치를 계산하는 방식.


“네 그렇습니다.”


“그럼 할인율은 얼마로 했나?”


“3 퍼센트로 했습니다.”


“성장률은?”


“3 퍼센트로 했습니다.”


“그거 고치게. 성장률은 그 이상으로 잡아야 해. 합병 후엔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고, 내부정보지만 곧 회사에서 새로운 브랜드도 나올거야.”


“59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59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우리가 주당 60 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일본의 아사히나 쿠어스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싸다고 생각하고 덤벼들 것이야. 미리 못들어 오도록 가격을 높여야 해. 65 달러로 하게. 알겠나?"


이미 위에선 65 달러로 가격을 굳혔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에 대해 내 생각은 달랐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일단 낮은 가격을 던져놓고 그때 가서 대응하면 되는 것이지 미리 가격을 올리고 시작을···.”


“네 생각따위는 필요없어. 그냥 하라는대로 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로버트슨이다. 얼굴까지 벌게졌다.


‘뭐야 저 영감. 이게 그리 화를 낼 일인가?’


나도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갑자기 회의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루빈스타인이 특히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자 무안했던지 로버트슨이 억지로 한마디 한다.


“자네는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임무야. 선 넘지 말라 이 얘기야.”


초반부터 이러는 건 분명 날 길들이려는 시도인것 같아 바로 대꾸했다.


“제가 고용된 이유는 생각을 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지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은 갓 MBA 졸업한 직원을 쓰시면 됩니다. 제 분석과 의견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다면···”


일을 무마하려는 듯 루빈스타인이 나섰다.


“이봐 태석. 무슨 뜻인지 알겠어. 하지만 일단 자네가 사과···”


“루빈스타인 넌 그 입 닥치고 앉아있어!”


로버트슨이 이번엔 루빈스타인에게 소리를 지른다. 일어나려던 루빈스타인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괜히 끼어들었다가 욕만 얻어 먹은 루빈스타인.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나도 할 말은 더 많았지만 여기에 한번 더 딱부러지게 대답해봐야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아 참았다.


로버트슨도 자신이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노려보기만 하고 별다른 말은 없었다.


브라질 출신 칼리토 브리스는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는지 그리 놀라지도 않고 내가 작성한 보고서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런 일에 자신은 끼고 싶지 않다는 듯 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로버트슨이 루빈스타인에게 묻는다.


“우리의 인수의향서는 언제 언론에 발표하나?”


“클랜츠 회장이 내일 저녁 출장에서 돌아오시면 주말을 쉬고 그 다음주 수요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클랜츠 회장은 유럽과 아시아의 은행들을 만났는데 우리의 이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참여의사를 보인 은행들이 많았습니다. 들어오시면 결과를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로버트슨이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손짓을 한다. 뭔가 어색한 엄지척. 그런 행동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던 듯 어색하고 안어울렸다.


겉으로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거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새낀데.’


“프레젠테이션은 아주 괜찮았어. 그래도 실력은 있군. 이제 로펌 사람들과 문서작성하는 일을 해야하니 내일부터는 내 로펌으로 출근하도록 해.”


‘뭐 그래도 실력은? 이 오늘내일하는 늙다리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속으로 삭히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한 표정을 지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로버트슨이 손바닥으로 책상을 경쾌하게 치며 일어선다.


“그럼 다 된건가?”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었다. 또 한소리 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질문했다.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내용을 아직 논의하지 못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루빈스타인이 또다시 긴장한다. 나와 로버트슨을 번갈아 바라보며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모습이 도마뱀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신과도 같은 로버트슨에게 나같은 애송이가 방금 앉으라고 명령한 것이다.


나는 지지 않고 웃음을 지우고 로버트슨을 노려봤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내내 밀린다.’


잠시 긴장된 정적이 흐르고 결국은 로버트슨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후후. 다른 사람들 눈도 있는데 앉지 않고 배기겠어.’


웃으며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얼굴이 더 구겨진다.


그의 표정에 상관하지 않고 내 할말을 다했다.


“앤와이저 부쉬는 오랫동안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던 기업입니다. 이걸 외국기업이 인수한다고 하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인화력이 큰 이벤트가 될텐데··· 문제는 그게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주리주 상원 의원 제롬 샌포드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이미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샌포드 의원은 앤와이저 부쉬의 공장장 출신입니다.”


이미 금융시장에는 우리의 인수 시도에 대한 루머가 나돌고 있다. 아무리 비밀유지를 하려해도 되지 않는 곳이 금융시장이다. 이에 대해 앤와이저 부쉬의 본사가 있는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 시에서도 이미 귓속말이 오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시장에서 나오는 루머들을 한참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로버트슨이 조금 이상했다. 전혀 미동이 없었다.


‘뭐야 이 할배. 설마 지금 눈 뜨고 자는거야?’


로버트슨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의 눈은 내가 아닌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정말 잠든 것이 아니라면 다른 생각을 한참 하고 있는 듯했다.


내 질문을 들은 것인지 아닌지 당췌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성격으로 보아 내 말을 듣고도 그냥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 판단했다.


‘어휴 뭐 이런게 다 있어. 정신병자같아. 앞으로 한 달 이상은 같이 일해야 하는데 고생좀 하겠네. 어쩐지··· 내 팔자에 일이 이렇게 잘 풀릴리가 없었지.’


로버트슨이 한참 딴청을 부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혼자 웅얼거린다.


“샌포드는 걱정할 필요 없고. 아마 지금쯤 정리됐을테니.”


‘뭐가 정리됐다는거야?’


분명 나는 그렇게 들었지만 뭔 말인지 이해가 안돼 다시 물었다.


“네에?”


멍때리고 있다가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로버트슨. 내가 그를 바라보고 듣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뜬 모습.


주변을 보더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그런 것 말고. 다른 질문들은 없나?”


“...”


내 말을 무시해 버린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직도 내가 쓴 보고서를 꼼꼼히 읽고 있는 칼리토 브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재촉한다.


“자 다들 수고들 했네. 이만 정리하고 일어나자구.”


일부러 아무일 아닌 듯 했지만 그의 표정은 당황한 듯해 보였다.


‘기괴한 늙은이야. 에휴. 하여간 남의 돈 5백만 달러 먹기가 이렇게 힘드네.’


루빈스타인이 잽싸게 일어나 로버트슨을 위해 회의실 문을 대신 열어주며 비굴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이로써 일주일간의 재택근무는 나의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과 함께 이렇게 끝났다.


***


프리젠테이션을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회사에 있어도 내 책상이 없어 일을 할 수도 없다. 루빈스타인에게 오늘은 쉬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걸어오면서 문득 로버트슨이 앤와이저 부쉬를 인수하는데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을 끄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것은 5백만 달러와 그로 인해 내 이름을 월가에 알리는 것. 이 일이 성사되면 나는 월가의 투자은행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많은 월가의 스타들이 그랬던 것처럼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할 것이다.


단꿈같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걸어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아파트 입구에 마리아와 비슷한 여자가 서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 전에 그 여자는 사라졌다. 사라진 건물의 코너쪽까지 따라가서 확인해봤지만 이미 사라져 알 수 없었다. 다만 향수냄새가 남아 있었다.


‘저번에 마리아가 저녁식사를 할 때 뿌리고 온 것과 같은 종류군. 설마 진짜로 마리아인가? 아니겠지··· 흐음. 그런데 오늘 회사에서 마리아를 못보긴 했는데.’


쫓아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 기분에 집으로 올라갔다. 쉬고 싶었다.


간간히 모델일을 하는 이사벨라도 오늘은 일이 있다고 아침부터 나갔다. 오랜만에 갖는 한가로운 휴식시간이다.


‘거참.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사벨라가 없으니 이리 편하다니··· 이번 M&A 건이 끝나면 내보내야겠다.’


편안한 마음으로 집 근처 비디오 대여 체인점 블록버스터에서 빌려둔 비디오나 볼 생각이다. 인생을 두 번 살다보니 유명한 영화는 이미 다 봐서 재밌는 것 찾기가 힘들다.


‘몬스터? 재밌을라나?’


이 시기 넷플릭스는 신생기업으로 아직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않고 DVD를 우편으로 보내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


딱 지금 시기에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회사를 블록버스터에 5천만 달러에 매각하려 했었지만 퇴짜를 맞고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 닷컴 버블때 힘을 얻어 나스닥에 상장도 되어있지만 버블이 터지면서 지금은 위기상태에 있다.


“너무 걱정하지마 넷플릭스. 조만간 대박칠거야. 좋은 날이 얼마 안남았어.”


2010년 이후 급상승하는 주식이라 아직 이르지만 주식을 사뒀다. 내가 당장 돈을 벌 목적이 아니라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즈와 마크 랜돌프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꽤 많이 사뒀다.


“크흐흐 신난다. 이사벨라도 없고. 숙제도 다 했고. 오늘은 집에서 영화나보면서 실컷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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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4-앤와이저 부쉬 23.05.18 6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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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4-잔인하도록 치밀하게 23.05.16 71 2 12쪽
101 4-역시나 또 23.05.13 89 2 12쪽
100 4-머리싸움 23.05.12 84 2 12쪽
99 4-작전개시 23.05.11 83 2 11쪽
98 4-결국 모든 것은 돈 23.05.10 89 2 11쪽
» 4-포악한 셩격의 늙은이 23.05.09 107 3 12쪽
96 4-프리젠테이션 23.05.08 10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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