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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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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hschild
작품등록일 :
2023.01.24 11:08
최근연재일 :
2023.05.27 08:15
연재수 :
111 회
조회수 :
82,726
추천수 :
1,078
글자수 :
609,423

작성
23.04.2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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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플로리다

DUMMY

검정색 SUV 한대. 반대 차선에서 다가오더니 100미터 정도 앞에서부터 차선을 넘어와 내 앞을 가로 막는다. 후진기어를 넣어 차를 돌리려는 순간 차에서 나온 여자가 소리친다.


“태석! 나야 올리비아. 내 말좀 들어봐요.”


다급한 표정으로 내 차로 달려온다.


“태석. 내 말을 들어봐요.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은 지금 내 도움이 필요해요.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어요.”


“어. 잘 알지. 이미 당신 고향에까지 방문했으니.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건 확실하네. 그리고 도와줄 수 있다니 그럼 부탁하는데 말이야.”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내가 만나면 해주려고 벼르던 그 말을 해줬다.


“내 앞에서 좀 꺼져줄래.”


그 말에 마치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실망한 눈빛이다. 조금 너무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상황.


“스탠튼과 함께 날 누명씌우려고 작당모의한 것 다 알고 있어. 너와 아-주 친한 스탠트은 내가 살려줬으니 그 집에나 가봐!”


– 부르르릉


재빨리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올리비아의 뒤쪽으로 또다른 검은 SUV가 경광등을 켜고 나타나더니 몇 시간 전에 나를 잡으려 했던 젊은 검사와 단단한 체격에 붉은 머리를 한 남자가 총을 들고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뒤에도 유니폼을 입은 경찰들이 서둘러 차에서 나오는 것이 보인다.


붉은 머리의 주인공은 그레그 오하라 검사. 내가 로펌 앞에서 처음 봤었던 젊은 검사의 직속 상관이었다.


차를 돌리려다가 그냥 전진시켰다.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총을 들고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그들 옆을 지나가는 나의 차에 총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다시 차에 탄 그레그 오하라 검사가 올리비아에게 외쳤다.


“제임스 요원! 일단은 스탠튼의 집으로 가봅시다. 저놈은 이미 수배를 때려 놓았으니 천천히 잡으면 돼.”


백미러로 보이는 올리비아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자리에 선 채 나를 한없이 보고 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저거. 날 가지고 놀아?”


– 으아아아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자동차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이 정도로 화가 날 줄은 몰랐다.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가 솟아올랐다. 이제 겨우 올리비아에 대해 나도 마음을 열었었기에 그 배신감이 더 컸다.


그런데 신기한 건 올리비아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는 점.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벼르고 있던 말을 해줬건만 그 후 더 기분이 나빠졌다.


* * *


혼자 남은 조셉 스탠튼은 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멀리 싸이렌 소리가 들려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유언장 내용은 자신이 칼 아이젠버그와 짜고 금융시장을 교란한 것데 대한 사과 그리고 김태석에 대한 사과 내용들 외에 나머지는 지질구레한 원망들이었다. 특히 자신의 장인과 장인 가족들에 대한 저주들.


모든 것을 펜으로 작성하고 사인을 한 후 자신의 금고에 있던 권총을 꺼냈다. 총알은 서랍에서 따로 꺼냈다.


아직도 묶여 있는 라파엘 일당들이 보는 앞에서 총알을 장전한다. 그리고 권총을 입에 물자 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 * *


[플로리다 에버글레이드 야생동물 보호지역]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에 내렸다. 다시 렌트카를 빌려 목적지로 이동.


아이젠버그의 비서 티나가 설명해준 대로 에버글레이드 시티를 찾은 후 거기서 야생동물보호지역 끄트머리에 위치한 새우 양식장을 찾아 냈다.


새우양식장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았지만 새우양식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아이젠버그의 별장 역할만 한다. 새우양식장에서 일하던 노인이 악어에 물려 죽은 후 아무도 일을 맡을 사람이 없어 방치되었다고 한다.


티나가 이메일로 첨부해준 약도를 따라 늪지대 기슭의 선착장까지는 찾았지만 여기서 새우양식장에 들어가는 길을 찾기 힘들었다. 선착장에 딸린 맥주 펍에서 미지근한 맥주를 시켜놓고 바텐더 겸 주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누런 수염을 가슴까지 오도록 기르고 있었고 지저분해 보이는 멜빵식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가까이 오자 몸에서 비린내가 났다.


“안주는 이것뿐이야. 여긴 너희들 먹는 마라탕 같은 건 안팔아.”


‘응 그건 나도 안먹어.’


그러면서 내준 음식은 눅눅한 생선튀김. 메기살로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없었다.


‘어휴 흙냄새. 맥주는 미지근하고 튀김은 눅눅하구나. 생선은 싱싱할텐데. 그걸로 이렇게 맛없게 만들기도 힘들겠다.’


손님들은 대부분 어부들인 듯 고무재질 같은 주황색의 작업바지를 입고 있었다. 옷 여기저기 생선 피같은 것이 묻어 있어 척 봐도 지저분해 보인다. 그런데 이놈들이 날보고 비웃는다.


– 이봐 주인장. 오늘 여기서 중공 탁구대회라도 열리나? 단체관광왔나. 동네가 노랗네 노래. 낄낄낄.


그 후에도 날 놀리려는 것 같은 말을 계속 했는데 도무지 뭔 소리를 하는지 시끄러워서 알 수 없었다. 이런 시골이 의례 그렇듯이 외지에서 온 이방인에게 그리 호의적이진 않았다. 아니 호의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적대적이었다. 물론 술을 한잔씩 돌리고 바텐더에게 100 달러 지폐를 건네주기 전까지만 그랬다.


돈을 보자 다른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어부차림의 손님 두 명도 가세해 내게 이것저것 묻는다. 새우양식장에 가야한다고 했더니 서로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고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서로 자기들이 이 지역에 더 오래 살았다고 싸운다.


‘동네 저능아들인가.’


한참을 옥신각신 싸우더니 결국 바텐더가 이겼다. 새우양식장까지 500 달러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조금 기다리면 내 사촌 에디가 올꺼요. 오늘은 해가 졌으니 늪지대를 나가기엔 무리고. 내일 새벽에 출발합시다. 그놈 보트를 빌려서 내가 직접 데려다 줄테니. 우리집에서 숙박을 하면 하룻밤 숙박료 25달러에 해드리지.”


술집의 윗층은 간이 모텔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네.’


각오는 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더러웠다. 아마도 습도가 높아 더 그런 것 같았다. 베개와 이불은 새 것인지 쓰던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샤워하기도 어려웠다.


“아니 물에서 나는 이 냄새는 뭐야?”


화장실 물을 틀었더니 석회질같은 뿌연 물이 나온다.


“그냥 잠이나 자자.”


그래도 피곤해서인지 잠은 잘 왔다.


다음 날 새벽 5시. 바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바깥이 이미 시끄러워 더 잘 수도 없었다.


바텐더와 똑같이 생긴 에디라는 사촌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긴것도, 입은 옷도, 몸에서 나는 냄새도 똑같았다.


에디에게 빌린 거대한 선풍기같은 것이 달린 에어보트를 타고 늪지대를 달렸다.


“여긴 이게 없으면 못다녀. 그냥 보통 보트들은 프로펠러에 수초가 걸려서 말이지.”


바텐더는 30분 만에 나를 아주 안전하고 친절하게 아이젠버그의 별장, 새우양식장까지 데려다줬다.


수초밭을 지나고 늪지대를 지나서 이윽고 새우양식장이 나왔다. 사람이라곤 애시당초 있을 것 같지 않은 밀림사이로 평지가 나오고 모래밭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영감은 아이젠버그 아니야.’


쓰러져가는 새우양식장 간판 옆에는 아이젠버그가 간이의자를 가져다 놓고 맥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그의 정장을 입지 않은 모습은 처음 본다. 많이 달라 보였다.


‘이놈이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어.’


술집 주인이 어제 저녁에 이미 전화를 했던 것이다. 이런 동네에 부자 아이젠버그가 이미 손을 뻗쳐놨을 것을 예상했어야만 했다.


“내가 오는 걸 알고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손을 흔들더니 소리친다. 처음엔 나에게 손을 흔든 줄 알았다.


“수고했네. 프랭크. 이제 가봐.”


“아닙니다. 미스터 아이젠버그.”


그는 날보고 반갑게 웃었지만 난 웃을 기분이 아니다.


“자네가 올 줄 알았네. 그런데 덥지 않나? 왠 자켓을 이 더위에 걸치고 있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이사 덥던 말던.’


의미모를 웃음을 짓더니 엄지를 척 올리며 말한다.


“미스터 킴. 역시 대단한 친구야. 금융가가 되기 위해 수학을 잘해야 한다는 둥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야. 월가에서 성공하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려면 자네같은 능력이 필요해. 동물적인 생존능력, 빠른 판단력, 과감한 결단력. 모든 걸 다 갖춘 친구인데 아깝군.”


‘뭐 아깝다고? 이 자식봐라. 곧 죽을지도 모르는 놈이.’


“그나저나 오랜만이군요. 여기 경치가 아주 좋네요. 공기도 좋고.”


내 말을 듣지도 않고 아이스박스 속에서 버드와이저 맥주를 꺼낸다.


“맥주 하겠나?”


“술은 됐고. 그냥 생수 있으면 하나 주세요.”


다시 아이스박스를 뒤지더니 생수병을 하나 찾아 준다. 그리곤 웃으며 묻는다.


“궁금하지 않나?”


“뭐가요?”


“자네는 지금 내게 물어볼 것이 많겠지. 그중 가장 궁금한 것중 하나는 암살자들이 여기에 왔었는지 여부겠지? 솔직히 말해보게. 자네는 그들이 날 어떻게 할까봐 걱정한 것 아닌가? 하하하. 때묻지 않은 훌륭한 젊은이로군.”


‘나 사실 나이 꽤 많어 이 영감탱이야.’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놈들이 전문 암살자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총만 주어지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이론적으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었다.


“크흐흐. 고맙네. 하지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어. 어제 그들이 왔었네. 영어도 잘 못하는 멕시코 촌뜨기 두 놈. 자네과 똑같이 프랭크의 배를 타고 왔었지. 이 동네에서 여기 들어오려먼 프랭크 아니면 브라이언이라는 놈 둘 중 하나의 배를 타야하지. 직접 헤엄쳐 오지 않는다면 말이야.”


“아무튼 그 불법체류자놈들은 프랭크의 사촌동생 글렌이 잘 처리했네. 그쪽 일은 깔끔하게 처리하는 놈이지. 악어들의 도움을 좀 받았지만.“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더니 계속 말을 한다.


“내가 미쳤다고 이런 촌구석의 촌놈들과 휴가를 보내겠나? 휴가를 보낼 생각이면 스위스의 호숫가나 프랑스나 이태리의 바닷가에서 보내지. 다 이유가 있네. 전세계에 여기만큼 보안이 완벽한 곳은 없어. 날 찾아왔다가 악어밥이 된 놈들이 저 놈들이 처음도 아니고.”


새벽이었지만 이미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입고 있는 자켓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젠버그가 방금 힌 말을 들으니 더 더워졌다.


멀리 늪지대를 바라보던 아이젠버그. 더워하는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손에 들고 있던 버드와이저 맥주를 다시 한번 시원하게 들이키더니 말한다.


“이 바닥에서 성공하는 비결이 뭔지 아나? 항상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세 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해. 난 조셉이 날 죽이려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이미 가지고 있었지. 내가 석연찮게 죽으면 소용이 없다고 그리 얘기를 해도. 사람이란 그리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야.”


잘못알고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시나리오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암살자를 보낸 놈은 딴 놈인데.’


“그 시나리오 잘못됐는데요. 암살자를 보낸건 조셉이 아니었습니다. 라파엘이었어요.”


“그래? 허허. 라파엘이라고? 으음. 허긴. 조셉이 아니었다면 그 놈이었겠지. 괘씸한 놈! 하지만 누가 되든 상관없어. 그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내게 이런 누명을 씌운 겁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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