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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판타지 모험담

전쟁 후 우리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드라마

Toary
작품등록일 :
2023.07.17 00:45
최근연재일 :
2023.08.29 03: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52
추천수 :
5
글자수 :
21,916

작성
23.08.18 02:21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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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08

DUMMY

괜한 걱정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거사가 앞에 있다면 모든 남자는 신중을 기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아닐 지라도.


눈 앞의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 것일까.


서해연은 내 맞은편에 앉아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날때부터 그런 인물이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다르군.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민간인은 이럴까?


그럴리가 없지.


코웃음쳤다.


"만나자고 하실 줄은 몰랐어요!"


아직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도 모르는 새 나와 친밀감을 쌓은 모양이었다.


"아, 옷은 어떻게 하셨어요?"


"버렸습니다. 괜찮아요."


"이런...."


그녀는 어쩔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때문에 옷을 버렸으니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다.


하지만 나서서 물어주겠다는 사람에게 부끄럼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


"어제 바로 드릴걸 그랬네요. 셔츠 얼마죠? 제가 사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녀는 내 의중을 모르겠다는양 내 말을 기다렸다.


"어제 하셨던 말 기억하시나요?"


"어제요? 글쎄요. 바빴거든요."


"순간 저를 보고 아는 사람인줄 아셨다 하셨죠."


"그랬나요?"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추파라도 던지는 줄 아는 걸까 안절부절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싫지는 않은 듯 했다.


물론 내 감일 뿐이었지만.


"혹시 그 아는 사람이랑 제가 많이 닮았나요?"


퍽 우스운 질문이었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여기서 그녀를 봄으로써 확신한 것은,


그녀는 정부와는 별 상관없을 거라는 것.


이렇게 어리숙한 사람에게 캐서린 에스테판이 연구를 맡겼을까?


아닐 거다.


이러한 반응은 캐서린 밑의 연구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리는 냉정한 그들의 반응을 '감정의 편린' 정도로 여기고 있었지만 이제는 웃긴걸.


그것이 감정조차 아니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기능에 관한 고찰이었을 뿐이라니.


"네,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아."


"그래서 혹시 그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노바일 수도 있지 않나.


우리만이 살아남은 유일한 노바 집단이라는 건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처럼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가요?"


서해연은 고갤 한 차례 저었다.


"아뇨."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있었다.


서해연은 살포시 웃었다.


"얼굴이 닮았거든요."


전 연인이라도 되는 걸까.


호기심이 거기서 끝나버렸다.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러나 저러나 모든 일은 거사를 위함이었으니.


그게 사소할지언정.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녀가 운을 띄었다.


"성함이 어떻게 돼요?"


그녀가 이름을 물어왔다.


나는 준비된 이름을 꺼냈다.


"토마스 퓰러에요."


"아. 퓰러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


나는 불길함이 마음 속에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 자리를 파하기 위해 말했다.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요."


그와 엇비슷하게 그녀도 말을 꺼냈는데,


"혹시 바쁘세요?"


대화가 부딪혔다.


나는 웃으며 친절하게 말했다.


"그렇게 됐네요."


그녀는 머쓱하게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죠."


어쩔 수 없는게 맞았다.


당장 내일 사라질 사람에게 정 따윌 붙여봐야 뭣하겠나.


서해연은 인사했다.


"그럼 다음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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