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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판타지 모험담

전쟁 후 우리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드라마

Toary
작품등록일 :
2023.07.17 00:45
최근연재일 :
2023.08.29 03: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50
추천수 :
5
글자수 :
21,916

작성
23.07.20 03:57
조회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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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01

DUMMY

호치민 시.


길거리의 티비에서 늦은 일기예보가 흘러나온다.


[ 아나운서: 오늘 호치민의 최고 기온은 32도를 기록하겠습니다. ]


찌는 여름의 더위. 밝게 빛나는 태양. 그와 대비되는 그늘. 그 속에서 부채질 하는 아낙. 호치민의 흔한 거리였다.


델타-235와 나는 늦은 아침을 들고 있었다.


"육육, 이제 어떡할 거지?"


"뭘."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냐?"


"아니."


"그러면?"


"이삼오. 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뭐라고 생각하지?"


"마음같아선 당장 군정청에 달려가고 싶군."


"개죽음이 최선인가?"


"그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뭐지?"


"받아라."


나는 델타-235에게 여권을 들이밀었다.


"새로운 신분이다."


델타-235는 여권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화성 거로군. 이걸 어떻게?"


"며칠 전, 정보 특기의 알파-3과 접촉했다."


"잘 지내나?"


"그런가 보더군."


"어디에 있지?"


"서울."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나도 그러길 바랬지만. 그럴 수가 없다더군."


그는 여권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뗐다.


"그래도 화성의 것이라니. 너무 위험하지 않나?"


"아니. 오히려 그게 나을 지도 몰라. 화성 군정청의 괜한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신분."


"이걸로 무얼 하고 싶은거지?"


"새로운 시작."


"나는 전 정부의 수뇌를 용서할 수 없다."


"새로운 시작이지만, 복수의 첫걸음이다. 이삼오. 그보다 사사가 전달한 내용이 있을텐데."


델타-235는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냈다.


"하필이면 호치민이라니. 여기에 '이런 걸' 보관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


"동력원은 어떻게 구할 셈이지?"


"하필이면 호치민인 이유는 이것 뿐이 아냐. 일주일 후, 아메리카에서 호치민을 경유하는 태평양횡단열차가 지난다."


델타-235는 인상을 찌푸렸다.


"미쳤군."


"이미 '이것'을 빼돌린 시점부터 우리는 돌이킬 수 없었어. 그리고 그거야 말로 네가 바라는 것일텐데."


"태평양횡단열차는 정부에서 중요자산으로 관리하고 있어. 이걸 테러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집요한 추적에 시달릴 거야."


"어차피 전범이다. 이제와 테러리스트가 되는게 무서워졌나? 화성 줄루에서 들었던 회의감을 씻을 생각은 이제 없어졌나?"


"실패할 경우에는?"


"일주일 후, 태평양횡단열차에서 원자로를 탈취하는데 실패한다면, 테러를 하고도 실패를 하는 거라면, 차라리 자결하는 편이 낫겠지."


"그렇군."


"어떡할 거지?"


"하느냐와 마느냐의 선택권이라니. 그게 사치아닐까. 적어도 나에겐 오직 하느냐, 하다 죽느냐. 그 둘만이 있을뿐이지."


참여하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호치민 8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치민 8군은 수백년 전부터 낙후되어 있었고, 그것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지구는 늘 그렇다.


사랑하는 풍경도, 미운 풍경도 그 자리에 여전히.


악취와 오물이 가득한 판자촌.


누구도 가까이 하지 않는 이곳엔 나의 안전가옥이 자리잡고 있었다.


습기에 젖어 곰팡이 핀 벽지, 스프링 소리가 잘 들리는 낡은 매트리스.


거기에 위성 접속을 위한 개인 컴퓨터를 제외한다면 이곳엔 아무것도 없다.


아니, 그밖에 뭔가 더 있긴 하다.


매트리스를 찢으면 꺼낼 수 있는 9.5mm 기관단총.


부엌 창문에서 가장 가까운 마루를 뜯으면 꺼낼 수 있는 9mm 권총.


화장실 전등 위에는 대거가 와이어로 고정되어 있다.


꺼낼 일이 없길 바라고 있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계획을 수립하고 꾸미는 일은 알파-3이 전문적이겠지만, 그녀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녀는 늘 그랬다. 통신망에서 자신을 죽음으로 위장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우리와는 다른 입장에 있었다.


우리는 '자유', 혹은 '해방'에 목매달았지만, 이미 그녀는 '자유'였고 '해방'된 상태였다.


그것에 대해 쌀 한 톨 만큼의 열등감 따위도 갖지 않았다.


'노바'라는 게 본디 그렇다.


우리는 열망을 갖고 전진했다. 알파-3도 그것에서 크게 벗어난 존재는 아니었다.


보라, 막상 자유라는 것을 얻은 뒤 그녀는 칩거했고, 통신망을 자신의 세상인냥 넘나들며 관조자로 변했다.


오히려 그녀야말로 우리에게, 우리와는 다른 모종의 감정을 갖고 있겠지.


나는 내일 안전가옥을 정리할 것이다.


그러기위해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여객을 잡았다. 그곳으로 간 뒤, 일주일 후 다시 호치민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시에라-66이 아닌 토마스 퓰러라는 이름으로.


탈옥범 노바가 아닌 카이로의 에너지 산업 어드바이저로.


태평양횡단열차에 탑승한다.


[ TERRA TIMES ]


[ 연합이 지구에 새로운 군정장관을 임명한다. ]


인터넷 뉴스 1면에 실린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군정장관이 누구던 상관없다.


누가 되었더라도 우리가 할 일이 달라지지는 않을테니까.


[ 새로운 군정장관으로 유력시 되는 것은 노바 사냥꾼으로 명성을 높인 지미 헨드릭스다. ]


위이잉 -


나는 인터넷 창을 닫고 표를 출력했다. 두 장의 표. 하나는 내일 출발하는 여객선의 것. 다른 하나는 일주일 후 돌아오는 열차의 것이다.


태평양횡단열차.


VIP를 실은 정부의 호화열차였다.


여객칸과 화물칸을 함께 실은 열차.


고도화된 시대에 여유로운 여행을 테마로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고, 그 뒤로는 부유층을 인질삼아 값어치 나가는 것을 함께 운송하는 시스템.


과연 효율적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동승하는 VIP의 개인 호위가 열차 보안에 도움이 되니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성을 입증해버렸다.


역사가 시작된 200년간 무사고라니.


우습지 않나?


우리의 인생을 건 일로 인해 200년의 역사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하니 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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