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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판타지 모험담

전쟁 후 우리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드라마

Toary
작품등록일 :
2023.07.17 00:45
최근연재일 :
2023.08.29 03:47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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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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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16

작성
23.08.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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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DUMMY

"64,220크레딧입니다."


나는 종업원에게 카드를 건네었다. 문제없이 작동될까 염려는 되었지만 그것이 무색하게 종업원이 결제 완료라며 카드를 돌려주었다.


쇼핑몰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울리는 고성방가와 분노에 찬 함성 소리를 들으면, 한탄하는 이야기가 쉴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단품으로 2,400크레딧이라고?"


"인플레이션이야."


"인플레이션이면 젠장, 내 급여도 올랐어야지! 밥값을 빼고 나면 급여 절반이 사라져 있다고."


두 청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베로 마리노의 이야기가 이해 되었다.


시민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무엇이겠는가.


경제였다.


생각보다 경제가 빠르게 붕괴하고 있었다.


이유는?


전쟁이 끝났다.


고로 체제는 다시 원복되고 시민들의 생활은 제자리를 찾아야 했다.


시기를 따지지 않는 기초적인 조미료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쟁을 제외하고도 이유가 있다는 거지.'


소금마저도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환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근 수십, 수백년간 오염된 바닷물이 이유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적절한 이유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질서당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주의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책 하에서 지구는 옛 모습을 되찾아가는 중이었다.


기억할 수도 없었던 과거의 지구를 재현한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노바 테라'는 오히려 현대인의 환상이 곁들어져 낙원이 되어가고 있었으니.


쇼핑몰의 바깥.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화성이 시장에 개입했나?'


가능성은 있다.


화성은 늘 물자가 모자란 행성이었다. 막대한 공업시설을 가졌지만, 그로 인해 화성은 오염되었다. 지구를 대신해서.


전쟁이 장기화되어 오히려 그 공업력이 화성의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 그것이 지구를 향한 착취로 이어졌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세베로 마리노가 말했던 정치적 갈등이 이유다.'


적절하지 못한 시장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어지럽히는 경우다.


세베로 마리노의 말대로라면 지금의 지구는 '이중정부'와 다름없다.


기존의 신질서정부 관료와 화성 군정청이라는 이중정부.


그 혼란이 극대화되어 재무부와 중앙은행을 마비시켰을 수 있다.


크레딧의 가치가 계속해서 폭락하기만 한다면, 세베로 마리노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폭동이라.'


나는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세베로 마리노, 복권은 몰라도, 다음 대 대통령은 하기 어렵겠어.'


내가 현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세베로보다 모르지만, 한때나마 차세대 인류로 추앙받았다.


충분한 재료만 있다면, 누구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내는 인종.


그러니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폭동은 피할 수가 없다.


혹은 머지않아 시작될 혁명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예상보다 계획을 빠르게 진행할 필요가 있군.'


알파-3와 직접 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판이 이렇게 흐르면, 머잖아 에른스트 루트비히 그 개자식과 로버트 파커, 캐서린 에스테판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지.


우리가 내딛는 첫 일보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리고 에른스트가 눈치챘을 때쯤엔 거의 모든 일들이 끝나있겠지.


골방 노인네가 되어버린 에른스트.


사법거래로 용케 빠져나가 우릴 기망했지.


5천명을 지옥에 떨어뜨리고서 평안히 살 수 있으리라 믿었을까?


5천명이라니, 그보다 더 많을 것이다.


적게 잡아 수십만의 피로 쌓아올린 본인의 안녕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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