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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의 판타지 모험담

전쟁 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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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ary
작품등록일 :
2023.07.17 00:45
최근연재일 :
2023.08.29 03:47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46
추천수 :
5
글자수 :
21,916

작성
23.08.02 03:31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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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03

DUMMY

지미 셰퍼드.


아마 지금 지구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그는 부임일보다 한 달 이르게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지미의 부관역을 수행하게 된 데니스 딘 중령은 그게 못마땅했다.


그는 이번 3년간 군정청 부관 역을 수행하며 군 생활을 마칠 예정이었다.


마지막 부임지가 지구인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역사가 짧은 화성보다야 지구가 퇴임지이자 마지막 휴양지로서 완벽하지 않겠는가?


허나 그가 동행하고 앞으로 모시게 된 지미 셰퍼드가 문제였다.


지미 셰퍼드는 어딘가 나사가 풀린 인간이었다.


내색하지는 않지만 극도로 사람을 혐오하지 않나 싶었다.


그의 가학적인 면모는 평소에는 숨겨져 있었지만, 노바를 상대할 때는 달랐다.


우연히 한번 보았을 뿐이지만, 독설이었다.


그저 입이 험하다 같은 의미는 아니다.


삐뚤어지고 삐뚤어진 입이었다. 혀가 독을 머금었다.


그는 신사답게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는데, 그가 포로로 잡힌 노바를 상대할 땐 그가 심문을 하려는 건지 노바를 분노케 하려는 것인지 모호했다.


그는 노바라는 인종이 결핍된 게 무엇인지 꿰뚫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 인종과 나는 상당히 다른 입장이기에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보통의 인간에게 '노바'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친다고 생각해본다면 그 반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속으로 삭히는 '저 십새끼'라는 욕설이 마음 한켠 자리잡은 것을 보면, 그는 백골대의 악명에 걸맞는 인물이었다.


경찰 놈들, 저런 놈을 어떻게 찾은건지.


어쩌면 제 발로 거길 기어들어간 것인지.


호기심 정도는 되었지만, 깊게 파고들 정도는 아니었다.


지미가 입을 떼었다.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저도 이렇게 일찍 지구로 향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중령과 함께 동행할 생각도 아니었고요."


데니스는 당연한게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가정을 꾸린 데니스였다. 그런 가정을 두고 예정보다 일찍 지구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인상 구겨봐야 뭐가 좋겠는가. 앞으로 좋던 싫던 3년간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게다가 데니스보다 지미는 열 살 가량 어렸다.


그런 주제에 차기 군정장관이라니! 엘리트 코스 중의 엘리트 코스였다. 뒤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상해도 참는 것이 현명할 터였다.


"앞으로 얼굴도 자주 보게 될텐데, 말은 빨리 놓는 편이 서로에게 낫지 않겠습니까?"


"예. 뭐. 맞습니다."


"그럼 바로 그러는게 낫겠지?"


데니스는 새파랗게 어린 놈이 어처구니없이 굴자 망치로 머릴 한 대 맞은 듯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예, 편하실대로."


"데니스. 자네는 살면서 무언가 하나에 집착해 본 적이 있나?"


"예. 뭐. 우연히 구할 수 있던 대형 배터리 전기 세단이었습니다. 수십년 전에 단종된 클래식 모델이었는데. 한 10년을 구르더니 모터가 뻗은 겁니다. 맞춤으로 다시 생산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관련 업자에게 처분했었습니다. 그게 아직도 눈에 아른 거리는데, 눈 딱 감고 흔쾌히 돈을 낼 걸, 하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그걸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해봤나?"


"그 정돈 아닙니다."


"그럼 그게 어떻게 집착일 수 있겠나?"


데니스는 눈을 두어번 깜빡이고 답했다.


"...일리가 있습니다. 후회 정도로 정정하겠습니다."


"아냐. 못 들은 걸로 하세."


그가 마치 물어봐달라는 듯한 분위기를 품었기에, 데니스는 묻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의문을 던졌다.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지구에 일찍 온 건 찾아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었어."


"여잡니까?"


"여자지."


데니스는 짐작했다. 아직 미혼의 남성이 집착을 운운하는데 뭐 별게 있을까?


상사병이라도 걸린게 분명하지 하고.


"하하. 차기 장관님도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자넨 가족을 잃어봤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필시 나를 원망할 테지. 안그래도 군인인 자신에게 가족에게 낼 시간이 얼마나 있다고 그 짧은 시간마저 이리 앗아가나 하고."


데니스는 정곡이었지만 연장자의 여유로 웃어넘겼다.


지미도 마주 웃었지만 어딘가 스산함이 머물렀다.


"자네는 운이 좋아. 언젠가 가족간의 불화가 찾아왔을 때 나를 원망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겠나?"


데니스는 식은 땀이 주먹에 모이는 듯 했다. 운이 좋다고?


'젠장. 재수 옴 붙었군.'


아무래도 그 여자가 가족이었나?


"...실언이었습니다."


"아니. 내가 너무 좀생이처럼 굴었군. 언젠가 팔 하나를 잃어도 종이에 손가락 베인 사람을 동정하고 공감해주어야 했는데. 안그런가?"


데니스는 확신했다. 손에 식은 땀이 흐르는 수준이 아니라, 에어컨이 틀어진 전용선에서 이마 위로 땀이 흐른다는 것을.


그의 가학적인 면모는 이런 것이었다.


빌어먹을. 사회성이라곤 없는 애송이가.


사람 속을 읽는데는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괜히 철인이라 불리는 노바 사냥꾼이 된게 아니라는 거지.


"하하. 긴장 풀어. 내가 찾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니."


지미는 턱을 괴었다.


"다만, 가족이라는 것에 자격이 필요하다면, 그 자격에 한없이 가까울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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